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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福壽草)
작가 : 진혜이
작품등록일 : 201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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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9-23     조회 : 1,111     추천 : 4     분량 : 6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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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히 깊어가는 가을밤.

 

 칠흑 같은 어둠이 세상을 뒤덮었다. 하지만 창덕궁만큼은 비껴나간 듯 하다.

 

 휘황찬란한 등롱이 궁 곳곳에 빛을 내리고 있었고, 연이어 들리는 유랑한 풍악소리는 끊임없이 궐 담장을 넘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 밤 역시 창덕궁은 쉬이 잠들지 않을 모양이다.

 

 “마마, 공주마마! 아무래도 그만 돌아가시는 게 좋을 듯 하옵니다. 정말 이러다 들키기라도 하면 저는 장 상궁 마마님께 죽습니다."

 

 궁궐 담장에 바짝 붙어 종종 거름을 치는 단아는 잔뜩 겁을 먹은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 겁이 많아서는, 염려할 것 없다. 오늘만큼은 모두의 시선이 인정전으로 가 있지 않느냐.”

 

 "하오나, 마마! 신종 대왕께서 창경궁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내딛지 말라는 유조(遺詔)를 내리시지 않으셨습니까. 벌써 잊으신 거 아니시지요."

 

 더는 안되겠는지 단아는 두 팔을 쭈욱 펴고는 설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제서야 가던 걸음을 멈춘 설희는 제 앞을 가로막은 단아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티끌 하나 없는 청정한 연못 속에 비친 제 모습처럼, 생각시 옷을 입은 두 소녀는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았다. 달빛마저 제 빛을 잃게 하는 투명한 피부, 그와 상반되는 선연한 검은 눈동자, 매끄럽게 뻗은 콧날과 붉은 잇꽃을 머금은 듯한 입술까지.

 

 어느 하나 다른 것을 찾을 수 없는 두 아이.

 

 운명의 장난인 것인가.

 

 7년 전 유난히도 추웠던 그 밤, 잿빛 구름으로 가득하던 하늘에선 진눈깨비가 몰아쳤다.

 

 당시 설희의 어머니인 효성 왕후가 사가에서 궁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저잣거리 바닥에 유독 시커먼 강아지 마냥 웅크린 단아가 그녀의 눈에 번쩍 들어왔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녀는 단아를 궁으로 데려왔고 설희의 나인으로 삼았다.

 

 두 아이는 기이하게도 자라면 자랄수록 얼굴 생김새뿐만 아니라, 목소리, 작은 몸짓 하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서로 닮아갔다.

 

 “그걸 내 어찌 몰라.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듣고 또 들었는데. 자그마치 13년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껏 단 한 번도 창경궁 밖으로 나가보지 못 했다. 그러니 단아야. 오늘 단 한번만 나가보자. 그 대단하시다는 수빈의 탄신일이 아니냐. 장 상궁 역시 창경궁 궁인들을 단속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수빈의 탄신 일이라며 은근히 비꼬는 설희의 말대로 이미 창덕궁은 연회로 떠들썩 했다. 궁인들 역시 제 할일 하느라 바쁜지 생각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하여도 소인의 생각은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주 잠깐이다. 창덕궁의 후원이 그리 아름답다고 강이 그러지 않았느냐. 높고 청명한 달이 연못에 빠진 풍경이라. 과연 명불허전이라고 자랑은 하는데 한번은 가보아야지."

 

 "그건 세자 저하께서 부러 하신 말씀이 아닙니까. 마마, 창경궁에도 연못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으니 그만 돌아가시어요."

 

 "어찌 그것이 같아. 너도 보면 분명 내 말뜻을 알 것이다."

 

 불안해 하는 단아를 달래듯 설희는 싱긋 웃으며 말을 했다.

 

 그때 `펑'하는 소리가 인정전에서 울려퍼졌다.

 

 화드득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형형색색의 불꽃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막 잠에서 깨어난 꽃망울이 만개한 꽃처럼 불꽃은 활짝 제 몸을 폈다.

 

 "우와!"

 

 하늘위로 점점이 박히다 뿌려지는 불꽃놀이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고관대작과 궁인들의 입술에서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인정전 담장 너머로 분주히 지나가는 궁인들도 가는 걸음을 멈추고 하늘에서 벌어지는 꽃의 향연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 놓을때마다 울려 퍼지는 왁자한 웃음소리와 환호소리가 깊어질수록 설희의 표정은 점점 더 담담했다.

 

 창덕궁과 창경궁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인데, 설희만이 유폐 아닌 유폐 생활을 해야만 했다.

 

 아바마마께서 내리신 어명.

 

 자신을 왜 창경궁에 가두어 두셨는지 설희는 알지도 못했지만 감히 묻지도 못 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분의 눈빛은 그저 안타까움과 애절함이 가득 묻어나 있었기에 설희는 차마 입을 열수가 없었다.

 

 승하하신지가 벌써 3년, 이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또 언제까지 창경궁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도,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기억 속에는 설희라는 공주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경궁의 고요함과는 달리 많은 이들의 환호성과 폭죽이 터지는 소리, 요란하게 울리는 풍악소리가 뒤섞인 창덕궁이 그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설희는 조금씩 깊어가는 상념을 떨어내듯 고개를 가로젓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렸다.

 

 그래. 그분이라면, 그분이라면 날 여기서 꺼내어 주시겠지. 그리 약조해 주셨으니까.

 

 설희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단아야, 그만 가자.”

 

 단아의 손을 잡아 챈 설희는 오색찬란한 불꽃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궁인 사이로 유유히 걸어갔다.

 

 "이리로 가며 바로 후원이라고 했지."

 

 궁인에게 미리 길을 물어둔 덕에 설희는 손쉽게 후원을 찾았다.

 

 설희와 단아가 막 후원 초입에 발을 들이는 순간,

 

 "끄아 아악!"

 

 어디선가 사내의 힘겨운 비명이 들려왔다. 우뚝 걸음을 멈춘 설희의 옆으로 단아의 걸음 또한 멈췄다.

 

 "단아야, 너도 들었느냐? 분명 비명소리였다."

 

 "마마!"

 

 걸음 내내 불안하게 흔들린 단아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설핏 떨리는 단아의 목소리는 설희의 귓가에 닿기도 전에 또다시 비명이 들렸다.

 

 "살려 주십시오. 부디... 살려주십시오. 커어."

 

 "마마,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주마마!"

 

 설희를 붙잡기 위해 뻗은 단아의 손끝은 이내 허공을 맴돌았다. 설희는 단아의 손에서 벗어난지 오래라는 것을 보여주듯, 차디찬 비명이 울리는 곳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고즈넉한 달빛이 스며든 전각 주위에는 가을임에도 짙은 녹음과 향긋한 꽃향기가 실바람을 타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고아한 후원의 운치와는 다르게 몇몇 궁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렸고 시퍼렇게 질린 그들의 시선은 오직 한 곳을 향했다.

 

 그 중심에는 중년쯤 되어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두툼한 몸을 평교자(平轎子)에 기댄 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소인이... 잘못하였사옵니다. 부디... 아량을... 아, 크어억!"

 

 젊은 내관이 피거품을 문 채 살려달라며 애원했다. 이미 별감들에게 매질을 당한 내관의 몸은 피범벅이었다.

 

 내관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있는 그는 내관의 처절한 비명을 흥거운 풍악 소리라도 되는 양,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얼굴을 가볍게 흔들었다. 한 손으론 무릎을 툭툭 치며 장단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 처참한 광경을 아름드리나무 뒤에서 겨우 얼굴만 내민 채 바라보는 궁녀들이 있었다.

 

 "어쩜 좋아. 저러다 엄 내관 죽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귀신은 뭐 해. 저런 나쁜 놈 안 잡아가고."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또 다른 궁녀는 참혹한 광경에 바짝 독이 올랐는지 욕지거리를 계속했다.

 

 “하긴 저놈의 권세가 어디 보통 권세야. 저거 봐? 감히 주상전하만이 다니시는 어도(御道)를, 그것도 종 1품 이상만 타는 평교자를 버젓이 타고 궐에 들어오다니. 그뿐이야. 엄 내관이 교군가 살짝 부딪히는 바람에, 제 단잠을 깨웠다고 저리 사람을 모질게 매질을 하다니, 살려달라고 절박하게 애원까지 하는 사람을. 저, 쳐 죽일 놈!"

 

 "야, 입조심 해. 그러다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뭐 어때. 우리 둘뿐인데. 그런데 누가 좀 말려주지. 저러다 엄 내관 진짜 죽게 생겼어."

 

 "누가 말려. 이 나라를 한 손에 쥔 병조 판서를 아비로 둔 데다가 이조 참의인 저놈을 누가. 괜히 끼어들었다가는 죽지. 너 그 소문 못 들었어? 저놈 때문에 죽어 나간 궁인이 한 둘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궁녀들도 저놈한테."

 

 "소문은 무슨, 생과방의 송 나인이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바득바득 이를 가는 궁녀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제 동기가 어찌 죽었는지 똑똑히 본 그녀는 제 울분을 참지 못하고 벌벌 떨리는 턱을 악물었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에라도 뛰어나간 저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그저 한심할 뿐이다.

 

 다른 궁인들 또한 그가 저지른 죄상을 모르는 이가 없다. 다만 쉬쉬할 뿐 누구 하나 나서서 그의 죄상을 발고하지 못 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궁인 또한 한둘이 아님을 그들도 알기에, 섣불리 나섰다가는 저도 그런 꼴이 되는 건 당연지사. 그러니 참을 수밖에. 그것만이 살길임을 모르는 이 역시 없다.

 

 "참 권세가 좋기는 하다. 저런 놈이 아직 살아 있는 걸 보면."

 

 그녀들은 자신들 뒤에 설희와 단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조용히 궁녀들의 이야기를 듣는 설희의 낯빛이 수상쩍다. 시퍼렇게 날을 세운 칼날과도 같은 날카로운 눈빛이 불덩이처럼 이글거렸다.

 

 단아는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베어버릴 것 같은 번뜩이는 안광이 소름 끼치게 무서웠다. 설희를 마주하고 있는 단아는 믿기지 않았다.

 

 궁인들의 실수에도 늘 살갑게 대해 주시고 마냥 웃어주시는 분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딱 한번 본 적이 있다.

 

 신종 대왕께서 불같이 화를 내시던 그때의 모습이 지금의 공주와 같다. 단아는 불현듯 스치는 지독한 불안감에 설희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마침 고개를 돌리는 궁녀와 단아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 궁녀는 제 뒤에 있는 설희와 단아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잽싸게 주위를 살폈다. 설희와 단아 이외는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그녀는 황급히 두 아이에게 달려갔다.

 

 "도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야? 설마 우리가 한 말 들은 건 아니지."

 

 궁녀는 제 물음에 한동안 대답을 하지 않는 설희와 단아를 보고 나서야 안도한 듯 '휴'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긴 너희들이 있을 곳이 아니니 어서 나가거라."

 

 어린 생각시들이 보아서는 안될 광경에 다른 궁녀까지 달려와 설희와 단아를 밀어냈다. 여전히 엄 내관의 끔찍한 비명은 계속 들려왔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어서 가지 않고. 괜히 불호령 떨어지기 전에 어서 가."

 

 궁녀들의 재촉에도 설희는 땅에 박힌 듯 꿈적하지 않았다. 대신 설희에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두 궁녀의 눈이 터질 만큼 커졌다.

 

 "왜 가만히 있는 것이오. 금군이라도 불려 저들을 막아야지."

 

 "애가 뭘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어. 금군이 누구 편을 들 것 같아. 괜한 헛소리하지 말고 어서 가라니까."

 

 궁녀는 어서 가라며 설희의 어깨를 살짝 미는 바로 그때였다.

 

 쿵.

 

 메아리치듯 울리는 소리에 궁녀도 설희도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매를 맞은 엄 내관이 풀썩 쓰러졌다. 꺼져가는 마지막 심지가 타들어 가는 것처럼 파르르 몸을 떠는 그는 겨우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엄 내관이 힘겹게 입을 열었지만 붉은 핏덩어리만이 쏟아져 나왔다. 핏발로 가득한 눈으로 끝까지 이조 참의를 노려보는 그의 몸이 한번 꿈틀거리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하염없이 울리던 그의 울부짖음도 잠잠했다. 이상하게 여긴 별감들이 그를 발로 툭툭 찼다. 별감들의 발길질에도 깊은 잠에 빠진 사람처럼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당황한 별감이 엄 내관 앞에 쪼그려 앉더니 그의 코끝에 검지를 갖다 댔다.

 

 "숨을, 숨을 안 쉽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별감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의 명을 따른 것이지만 엄 내관이 죽자 별관 역시 충격이 꽤 큰 모양이었다.

 

 별관의 말에 그제야 비스듬히 눈을 뜬 이조 참의는 제 앞에 쓰러져 있는 엄 내관을 보고는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같이 좋은 날에, 쯧쯧쯧. 불경스러운 놈이다. 갖다 버려라."

 

 그는 더러운 오물이라도 보는 것처럼 축 처진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하지만 영감, 내관이 이리 죽은 것이 알려지면 아무래도 일이 커질 듯 하옵니다만."

 

 "네 이놈! 내가 누군 줄 모르는 것이야. 내가 바로 이조 참의이다. 한낱 비천한 내관 따위 하나 죽였다고 누가 감히 나를 벌해. 주상전하께서도 못하시는 일을 누가 한단 말이냐. 어서 저 더러운 것이나 썩 치우지 못할까."

 

 "아, 알겠사옵니다."

 

 그의 명에 할 수 없이 주섬주섬 몸을 움직이는 그들은 죽은 내관을 업어 메고는 후원을 빠져나갔다.

 

 "다들 잘 보았겠지. 내 뭐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리라 믿는다.“

 

 그는 섬뜩한 눈빛으로 주위의 궁인들을 노려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그의 눈빛과 웃음소리에 바들바들 떠는 궁인들은 몸을 납작 엎드리며 땅에 머리를 박았다.

 

 “그래. 그래야 사는 것이다. 허니 잘 기억해 두거라. 하하하!”

 

 쭉 찢어진 입에서 흘러나온 음산한 웃음소리가 짙어질수록 불룩하게 내려앉은 그의 눈덩이가 고깃덩어리처럼 들썩거렸다.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설희의 앞으로 초로(初老)의 내관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아이고, 여기에 계셨습니까. 소인은 그것도 모르고 한참을 찾아다녔습니다. 영감, 더 늦기 전에 어서 가시지요. 수빈 마마께서 찾고 계십니다. 아직 연회에 참석하지 않으셨다고 역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그를 찾느라 궁 안 여기저기를 찾아 헤맨 내관은 서늘한 날씨에도 주름진 이마에 맺힌 땀방울 닦아내며 말했다.

 

 "시각이 벌써 그리됐었는가. 어서 가자. 마마께서 더 노화 시기 전에.”

 

 그의 명에 교군들이 평교자를 들어 올리자 재빨리 달려간 설희는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독하게 매서운 설희의 눈동자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 작은 눈에 무얼 그리 많이 담았는지 저도 모르게 움찔한 그는 얼빠진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설희를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그것도 잠시 조그마한 계집아이 하나가 제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에 분독이 제대로 오른 그의 눈빛 역시 이내 날카로워졌다.

 

 누구 하나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고요한 침묵 사이로 오직 설희와 이조 참의의 시선만이 무섭게 뒤엉켰다.

 

 그리고 또 하나,

 

 설희의 삶 역시 뒤틀리기 시작했다.

진혜이 16-09-23 21:20
 
안녕하세요. 진혜이입니다.
스토리야에서는 처음 연재라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픽션입니다.)
에이바 16-09-24 00:50
 
아... 이렇게 반가울 수가!
복수초 끝까지 밀고 나가셔서 명작으로 길이 남기를 소망합니다.
자주 들릴고 힘껏 응원하겠습니다, 진혜이님.
에이바 16-09-24 01:24
 
높고 청명한 달이 연못에 빠진 풍경... 진혜이님의 멋진 비유... 잘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빛나라 16-10-05 18:43
 
앗 등장인물 '단아'
이런 우연과 반가움이!  재 연재작에도 단아가 나옵니다 ㅎㅎㅎㅎ 읽다가 깜놀.
문체가 무게감 있고 술술 읽힙니다.
건필하세요 ^0^
진혜이 16-10-06 21:25
 
빛나라님 이런 우연이 저도 반갑네요.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빛나라님의 작품도 보러 가겠습니다.
이브비버 16-10-17 05:52
 
* 비밀글 입니다.
  ┖
진혜이 16-10-18 11:17
 
* 비밀글 입니다.
이브비버 16-10-19 05:27
 
* 비밀글 입니다.
  ┖
진혜이 16-10-19 13:48
 
* 비밀글 입니다.
happydream 16-10-23 01:27
 
좋군요.
  ┖
진혜이 16-11-11 12:18
 
부족한 글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요즘 바쁘다보니 이제야 다른 회차들을 살펴보네요. 너무늦게 답댓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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