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조갑박리
작가 : hippo66
작품등록일 : 2016.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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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완전범죄
작성일 : 16-10-06     조회 : 391     추천 : 0     분량 : 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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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완전범죄?

 

 분명히 김영옥은 허둥거렸다.

 만약 강순해가 그녀의 얼굴과 걸음을 조금만이라도 유심히 보았더라면 뭔가 다른 낌새를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그러나 늦은 저녁시간. 쪼그려 앉아 계속되는 아기들의 목욕시키기는 힘든 작업이다.

 더구나 자기와 다르게 간호사 오혜순은 초짜다.

 아이 목욕시키기가 영 못미덥다.

 입으로 가르치랴 손으로 아이를 씻기랴 몸은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태다.

 어떤 산모가 왔다갔다해도 자기 아기 자기가 보겠다는데 궁금할 일도 이상할 일도 없다.

 

 김영옥은 기억의 암전이라도 걸렸는지 헉헉 거리고 눈을 떠보니 자기 병실임을 깨닫는다.

 어떻게 자기 방까지 올라왔을까. 금방이라도 간호사가

 " 이봐요. 무슨 짓을 한거예요? "

 라며 무서운 얼굴로 쫒아올 것 같았다.

 숨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내가 왜 그런거지.....그녀는 고개를 세게 저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가서 원래대로 돌려놓아야해. 그래야 해.

 저 아이는 무슨죄야.

 아냐, 아냐 태어난 팔자가 있을거야. 저 아이는 축복받고 태어난 집 아이니까 그렇게 살겠지.

 내 아이의 운명만 살짝 바뀌는거야. 아주 조금만 바꾸는 거야

 내 아이는 나처럼 그지같이 살면 안돼.

 

 그러나 양심은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혔다.

 김영옥은 병실문을 열었다.

 다시 신생아실로 가서.....................

 그런데 신생아실 바로 옆에 누군가가 서있는 게 보인다.

 안경쓴 아저씨.

 내 아기와 바꿔치기한 바로 그 집 아저씨다.

 아기를 보러가는가보다.

 어...간호사님. 저희 애가 다른 데 누워있네요.

 그럼. 자기애가 아닌 걸 알고 누가 이랬어요

 내가 조금 전에 왔다간걸 아는 간호사는 나를..

 김영옥은 가슴이 두근거리다못해 쿵쾅거렸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김영옥은 더 이상 병원에 있으면 안되겠다싶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의 병실로 뛰어와 왜그랬냐고 다그치고 잡아갈 거 같았다.

 그녀는 서둘러 가방을 쌌다. 짐이라고 해봐야 작은 가방하나.

 병실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본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무서우리만치 조용하다.

 아래층까지만 내려가면 돼. 누군가를 마주치더라도 자연스럽게 그냥 답답해서 바람 좀 쐬려고 한다고 둘러대면 돼.

 

 아래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아무도, 단 한명도 만나지않았다.

 병원문은 다행히 잠겨있지 않았다.

 김영옥은 허둥거리면서도 동선을 정확히 이어갔다.

 병원문을 나서자 늦가을 저녁 바람이 확하고 다가온다.

 그때부터는 정신없이 뛰었다. 병원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졌을까.

 시간은 얼마나 되었을까.

 지나가는 사람이 적은 걸 보면 꽤 늦은 밤인가보다.

 헉헉거리는 숨을 돌리면서 그녀는 주변을 돌아보니 사람도 없고 불 켜진 가게도 없는 듯했다. 전봇대 전등아래서 그녀는 가방에서 옷을 꺼냈다.

 병원에 들어오기 전 입고 왔던 옷이다.

 누가 볼 것 같지 않은 어두움이 그녀의 벗은 몸을 가려주었다.

 전봇대 뒤에 병원환자복을 버렸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병원에서 50미터쯤 아래에 있는 한 전파사.

 그 날 저녁 고향친구들과 만나 한잔을 하고 집으로 갈까 말까를 망설이던 주인 박봉우는 살짝 잠이 들었다가 목이 말라 그즈음 깼다.

 책상위에 있는 주전자에 손을 대었을 때 유리문 너머로 뭔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내다보이는 전봇대에서 오는 움직임은 사람이었다.

 술기운을 겨우 깨서 자세히 보니 어떤 여자가 옷을 갈아입는게 아닌가.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내내 지켜본 박봉우.

 여자는 뭔가 서두르고 있다.

 그러더니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가 본 건 그게 다였다.

 참 이상하다.

 이 시간에 웬 여자가...아니 바같에서 옷을 갈아입을까

 잠궜던 문을 열고 나가보니 전봇대옆에 아무렇게나 놓인 옷뭉치.

 푸른 줄무늬가 있는 병원환자복이었다.

 “조용래산부인과”라는 글자가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남자이다보니 그 산부인과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진짜 이상한 여자일세, 지금 이 시간에 산부인과복장을 하고 나오는 여자는 뭐지

 

 옷은 왜 여기서 갈아입었을까. 박봉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일, 근처 복덕방에 가서 조용래 산부인과가 어디있는지 좀 물어봐야지.

 오늘은 어차피 들어가긴 글렀어.

 전파사에서 그냥 자자며 누웠는데도 여전히 여자의 허둥대던 모습이 떠올랐다.

 애를 지웠나.. 도망을 쳤나...남편하고 싸웠나...

 

 하지만 박봉우는 다음 날 복덕방도, 병원도 가지못했다.

 일이 계속 밀리는데다 생각해보니 쓸데 없는 참견이란 생각에서였다.

 자신의 아내가 그 병원환자복을 발견하기까지 그는 잠시 잊고 있었다.

 

 조용래 산부인과의 두 간호사의 이름은 오혜순, 강순해였다.

 강순해는 병원에 들어 온지 채 석 달이 안되는 신참이었다.

 오혜순은 산부인과에서만 9년을 넘게 일한 베테랑이었다.

 신참은 늘 목욕 시키는 것을 두려워했다.

 아기 머리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살짝 살짝 물만 끼얹어주면 될 것을 벌벌벌벌 떠는가하면 애기 옷을 물에 적셔서 일을 더 크게 만들곤 했다.

 그 날-김영옥이 아기를 바꾸던 날-에도 강순해는 목욕시키는 시간을 부담스러워했다.

 “ 언니, 난 손이 서너개였으면 좋겠어요.

 두 손으로는 받치고 한 손으로는 물 적시고 또 한 손으로는 비누칠하고.”

 “ 그게 말이 되니, 이리 줘봐. 머리를 왼손으로 바치라고, 아니, 그렇게 하면 아이 목이 넘어가잖니. 아이 답답해.”

 오혜순은 목욕시킬 때마다 씻기고 있는 아기의 이름이 적힌 띠지를 입에 물었다.

 신생아들은 특이한 점이 있거나 머리카락이 특이하게 너무 많거나 적다면 모를까 외모를 구분키가 쉽지않다.

 특히 자고 있을 때는 더더욱 누가 누구앤지 전혀 모른다.

 띠지를 바닥에 내려놓고 너도 나도 씻기다보면 헷갈리는 적도 많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아예 이름표 띠지를 입에 무는 거였다.

 그런 오혜순의 생각과 빠른 손놀림이 강순해에게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어찌되었든 오늘의 할 일은 다 했다.

 이제부터는 시원하게 목욕을 시켜놓았으니 푹~잘테지.

 그런데...아까 온 산모는 누구였더라 여자애 엄마같던데..

 뭔가 알 수 없는 찝찝한 느낌이...마지막 아이를 목욕시켜서 원래의 자리에 뉘었을 때...

 뭔가 달라진듯한. 뭐지.

 

 아기들은 싸개에 꽁꽁 싸여서 움직일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래야 잠도 푹자니깐.

 하지만 역시나 그것도 베테랑 강순해의 솜씨다.

 아무래도 초짜 오혜순의 싸개솜씨는 허당이다.

 아이들 손은 금방 허우적대기 일쑤다.

 김영옥이 쉽게 띠지를 풀 수 있었던 것도 오혜순의 야무지지못한 솜씨 때문이다.

 그래서 김영옥이 서둘러 싸개를 했음에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못한 거다.

 

 딱히 그게 무엇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등줄기가 차가워지는 듯한 찜찜함.

 오혜순에게 말해봐야 혼만 나겠지싶어서 내색은 안했지만 그 찜찜한 기분은 꽤 오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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