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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히어로
작가 : CKEI
작품등록일 : 20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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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프롤로그 - 사망전야
작성일 : 17-06-26     조회 : 467     추천 : 0     분량 : 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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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무너지며 비명을 지른다.

 

 하늘에는 수 키로 미터 반경의 검은 균열들이 생겨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빛과 구름이 수백 미터 지름의 소용돌이가 되어 휘몰아 치고, 그런 소용돌이 수백이 나선을 그리며 균열로 빨려 들어간다.

 산과 들은 무너지고 갈라지고 솟아나며 모든 것 들이 파괴 되고있다.

 바다는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검붉은 독기가 퍼져 그 안의 생명체를 말살하며 거대한 힘의 흐름이 바다의 바닥과 표면을 수없이 뒤집어 놓는다.

 

 세상은 그렇게 무너지는 중이다.

 

 그리고 그 멸망의 중심에 한 소녀와 남자가 있었다.

 

 "아..안돼!"

 

 지진으로 흔들리는 바닥에 주저앉은 사내의 품에서 소녀가 죽어가고 있다.

 

 소녀는 자신의 심장을 찌른 남자에게 안긴 채 고통을 고통을 참으며 억지 미소를 짓는다.

 

 소녀는 힘겹게 말했다.

 "미안..해요.."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남자의 뺨을 쓰다듬으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팔을 떨궜다.

 

 그리고 곧 그녀의 생명도 멎었다.

 

 "카렌...."

 힘없이 축 쳐진 소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볼로 가져간 남자는 멍한 표정으로 소녀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카렌...."

 ...

 "카렌...."

 ....

 소녀의 죽음을 깨달은 남자는 이성을 잃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는 무너져가는 세상 속에서 소녀를 끌어안으며 절규했다.

 

 

 

 1년전.

 전세계에는 AOS 장르의 게임인 Lead And Legends 의 열풍이 불고 있었다.

 LAL은 사각형의 맵 을 대각선으로 나누어 진형을 가르고,5명씩 팀을 이룬 두개의 팀이 겨뤄 상대방의 본진을 먼저 장악하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상/중/하 3개의 라인에 배치된 구조물을 차례대로 철거하고 최후의 구조물인 본진을 먼저 부수는 편이 승리하는 게임인 LAL은 AOS 장르의 정석을 잘 지킨 최고의 게임이라고 평가 받고 있었고 그 만큼 인기도 많았다.

 LAL은 탑/미드/봇 라인 중 한쪽의 라인만 끝까지 밀면 상대방의 본진을 깰 수 있는 방식의 게임이기 때문에 상대방 본진과의 동선이 가장 가까운 미드 라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강진하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게임인 LAL의 미드라인 전문가였다.

 아마추어 때부터 프로들을 압도하는 실력으로 개인랭크 1위를 놓쳐 본 적이 없던 강진하는 데뷔 전 때부터 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프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LAL 선수 중 한명으로 거론되던 강진하의 게임 닉네임은 "소울"이다.

 하지만 뛰어난 라인 전 능력으로 상대의 멘탈을 탈탈 털어 놓는다 하여 "소울"보다는 "영혼 약탈자"라는 별명으로 더욱 많이 불렸다.

 그리고 그런 강진하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타고난 적응 능력이었다.

 어떤 캐릭터이던지 손에 잡고 10분만 연습하면 일명 그 캐릭터의 장인이라 불리는 유저들보다도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적응능력!

 매번 다른 캐릭터를 플레이 함에도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소울 강진하의 플레이는 전세계 게임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소울은 그냥 천재입니다.

 남들은 한 캐릭터만 수천판을 해야 장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데요.

 어찌된 게 소울은 한 두 번만 플레이 해봐도 천상계의 장인들보다 뛰어난 숙련도를 보여주지 않습니까?

 그냥 천재 에요. 천재."

 

 "네 하지만 소울이 모든 것을 잘하는 건 아닙니다.

 플레이 된 영상들을 분석해 보면 여타 프로들보다 손이 빠르거나 하진 않아요.

 다만 정확한 판단을 빠르게 내리는 능력이 놀랍도록 뛰어나다 봅니다.

 5대 5 한타 때도 상대방 스킬 상황과 위치를 정확 하게 판단하고 최선의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소울의 전적을 보면 컨트롤이 중요하거나 손이 빨라야 하는 암살형 캐릭터 보다는 한타형 캐릭터의 승률이 더 높아요.

 소울의 라인전이 강하게 보이는 이유도 상대방 캐릭터의 체력과 스킬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완벽한 계산에 의한 일명 '킬각'을 잘 보기 때문입니다.

 소울 선수의 차분한 판단력이 피지컬을 압도해 버린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어쨋거나 매번 최강 미드 후보에 오르던 소울 선수가 드디어 내일 프로로서 데뷔 경기를 하게 됐군요.

 그것도 최강 미드로 손꼽히는 데빌 선수와 말이죠!!

 소울과 데빌. 미드라인 최강자를 놓고 겨루는 LAL 챔피언스 1차 예선! 벌써부터 긴장 되는 군요!

 그럼 경기에 앞서 양 선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미모의 아나운서가 데빌과 소울 사이에서 마이크를 건냈다.

 "우선 명실공이 미드 최강 데빌 선수. 소울 선수와 프로무대에서는 처음 만나게 되는데요.

 솔로 랭크라 부르는 개인 경기에서는 소울 선수에게 약한 면모를 보인다는 세간의 평가가 있습니다.

 내일 소울 선수의 프로데뷔 경기에서는 어떨 것 같습니까?"

 

 데빌 이라 불린 김영욱은 '소울에게 약한 면모를 보였다'라는 말에 인상을 살짝 찌뿌리며 마이크를 들어 대답 했다.

 인터뷰와 카메라에 익숙한 지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당한 모습이다.

 

 "하하. 소울 선수가 잘하는 건 맞습니다.

 아마추어 사이에서는 확실히 원탑 수준이죠.

 하지만 프로 경기는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솔로 랭크 게임에서 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팬분들께 보여드리겠습니다."

 데빌은 그렇게 말하고는 씨익 웃으며 맞은편에 앉은 소울을 노려봤다.

 

 "네. 언제나처럼 자신 있는 데빌 선수의 얘기 잘 들었습니다."

 "그럼 소울선수. 처음부터 세계 최강 미드 라이너인 데빌선수와 붙게 되었는데 어떤 심정 이신 가요? 첫 경기라 떨리 진 않나요?"

 

 소울 강진하는 카메라 앞이 조금 긴장되는지 딱딱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흠.. 사람들 앞에 서 본적이 없어서 긴장은 많이 되는데요..

 게임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데빌선수와 솔로랭크 게임에서는 많이 만나봐서 그런지 라인전에 대한 두려움은 덜하네요.

 사실 솔로 랭킹전 에서는 제가 이긴 적이 좀 더 많거든요."

 

 "아 그렇군요! 그럼 혹시 데빌 선수와 자신을 비교 했을 때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좀 어려운 질문이네요.. 흠.. 일단 데빌 선수가 저보다 피지컬이 많이 좋은 것 같아요. 전 데빌 선수만큼 순발력이 있다거나.. 빠른 컨트롤을 하진 못하거든요. 그..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데빌 선수의 명 장면들은.. 전 흉내도 못 내겠더라구요. 제가 유일하게 솔로 킬 욕심을 안내는 상대도 데빌 선수 이고요. 막상 1:1로 싸울걸 생각하면 데빌 선수의 피지컬을 감당 할 수 가 없겠더라구요. 머 그렇다고 딱히 제가 라인전을 지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요. 언제나 라인전 반반은 갔습니다. 하하"

 

 잠시 생각을 하는것 처럼 보인 소울이 한마디를 더 하고 마이크를 내렸다.

 "흠. 사실 제가 솔로 랭크에서 데빌 선수와의 라인전이 유리 했던 건 아군 플레이어들의 영향이 컸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찌됐건 중 후반의 한타 센스는 제가 더 좋은 거 같아요. 그래서 게임도 이긴 경우가 많죠."

 

 "소울 선수. 그러면 이번 경기도 한타를 통해 이길 자신이 있는 건가요?"

 

 "글쎄요.. 충분히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멋쩍게 웃는 소울은 긴장은 했지만 자신 있다는 표정이었다.

 

 프로가 되기 전부터 두꺼운 팬을 보유하고 있던 소울의 팬들이 응원의 뜻을 담아 환호성을 질렀다.

 

 "네 그럼 마지막으로 데빌 선수. 소울 선수가 평가한 데빌 선수와 소울 선수의 차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시는 지요?"

 

 "하하 소울 선수가 프로경기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한가 보네요. 집에서 돌리는 개인 랭크와 프로경기와의 차이를 보여드리죠. 소울 선수를 타겟으로 한 최고의 명 장면을 팬 분들께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빌 선수. 그의 팬들은 데빌의 예언에 전율하고 열광하며 거대한 함성을 만들어냈다.

 

 "네 여기까지 자신 있는 두 선수의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실제 경기는 7월 30일 토요일 오후 내일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소울과 데빌은 선수 대기실로 돌아오는 길 이었다.

 

 데빌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제 갓 데뷔한 햇병아리인 소울과 프로 최강자인 자신이 비교되고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햇병아리가 건방지게 자신을 상대로 자신 만만하다니!? 자존심이강한 데빌이 참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데빌은 선수대기실로 들어가려는 강진하를 스쳐 지나가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을 던졌다.

 

 "소울 강진하. 건방진 새끼가 심하게 깝치는구나. 내일 네놈 수준을 깨닫게 해주지. "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소울 강진하는 생각치도 못한 데빌의 욕설에 멈칫했다.

 당황해서 뒤를 돌아봤지만 데빌은 이미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뭐 지? 저 녀석은? 팀에서 써준 대본 외워서 말한걸로 난리치네?'

 

 소울 강진하는 예상치 못한 데빌 김영욱의 언동에 바로 대처하지 못하고 대기실에 들어온후, 데빌의 심한 언동이 머리 속을 맴돌며 기분이 점점 나빠졌다.

 사실 좀 전까지 강진하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데빌이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진 최강자에 대한 동경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욕을해? 두고 보자 데빌. 내일 끝장내 주지."

 하지만 둘은 그 날 적이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컨디션 관리를 위해 연습게임을 한 판 한 강진하는 바로 씻고 누웠다. 다음날의 컨디션을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과 휴식을 병행하라는 코치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명상으로 욕을 들은 분노를 삭히던 강진하는 한참 후에 서야 잠이 들었다.

 

 그리고, 거기 까지가 소울 강진하가 기억하는 대한민국.

 지구에서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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