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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인 더 방콕
작가 : 닥터수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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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에 별
작성일 : 17-06-25     조회 : 301     추천 : 0     분량 : 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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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어? 네가 파티에 오면, 오늘밤 게스트 하우스 변기는 누가 뚫어?“

 알렉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는 넌 여기에 무슨 일로 왔어? 아! 여기서 알바 하니?“

 지아가 물었다.

  “난…… “

  “아참! 너 선원이구나. 요트 선원. 몸이 딱 뱃사람 같더니만.“

  “선원?“

  “그래. 요트에 선장도 있고 선원도 있을 거잖아.“

 지아는 드라마에서 보던 강에 떠다니던 큰 배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것 참 놀랍네. 내가 선원인지는 어떻게 알았지?“

 알렉이 말했다.

  “생긴 게 그렇게 생겼어.“

  “내가 선원처럼 생겼다고?“

  “응. 선원처럼……. 느끼하게“

 알렉이 웃었다.

  “건배 할까?“

 지아가 술잔을 내밀었다.

 알렉이 부드러운 미소로 답했다.

 쨍 소리가 들리고 달콤한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다.

  “혼자?“

  “아니 레이첼이랑 왔어.“

 지아가 레이첼이 있던 곳을 보았지만, 그녀가 사라지고 없었다.

  “또 혼자 갔네. 정말 못 말리겠어.“

 그런데 그 순간, 알렉이 그녀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지아가 놀라서 그를 보았다. 순간 그의 눈빛이 매우 반짝였다.

  “왜…….?“

  “젠장, 잠시만 그대로 있어.“

 지아가 고개를 돌리려 하자, 갑자기 알렉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대로 있어!“

 그때였다. 순식간에 알렉의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지아가 그를 밀치려 했지만, 그가 그녀를 꼭 끌어안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상큼한 향기에 정신이 혼미했다. 부드러운 입술 덕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입맞춤이 끝나자 지아가 그의 따귀를 때렸다. 하지만 알렉은 그녀의 손을 쉽게 피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변태. 미안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일은 나중에 꼭 갚지.“

 알렉이 순식간에 사람들 속으로 달려갔다.

  “야! 알렉! 저게 정말…….! 너 죽을래!“

 지아가 소리쳤지만, 그는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지아는 아직도 입술에 남은 그의 흔적을 느끼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잠시 동안 그가 사라진 곳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알렉은 내일 만나서 오늘 일에 대해 꼭 응징을 해주기로 했다.

 이제 파티는 절정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지아는 파티장을 나와 고급 차들이 서 있는 길을 걸어갔다. 택시를 타려면 꽤 걸어야 만 했다. 달빛이 스며든 거리에 그녀의 구두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남자들 소리와 구두 소리가 들렸다. 지아가 뒤를 돌아 보니 세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야? 저 남자들 나한테 오는 거야? 나 아무것도 가져 오지 않았는데?“

 그녀는 남자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옷 밖으로 나온 살들에는 온통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심지어는 얼굴에도 문신이 있었다.

 지아는 가방 속에서 포장된 쿠키 두 개를 꺼내어 풀 숲에 던졌다.

  “설마, 쿠키 때문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남자들의 거친 구두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남자들은 바로 뒤에까지 달려와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무섭게 생겼다.

  “왜 이러세요!“

 지아는 놀라서 몸을 굽혀 움츠렸다. 그런데 남자 셋은 그녀를 스쳐지나 계속 달려 갔다.

  “어? 뭐야? 그냥 가잖아. 휴……. 정말 놀랐잖아.“

 그녀는 다리에 힘이 빠져 도로 한 복판에 주저 앉았다. 괜히 뛰어서 발만 아팠다.

 지아는 하이힐을 벗어 들고는 맨발로 일어났다. 차가운 기운이 발바닥에 느껴졌는데,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하이힐을 들고 몇 발자국 걸어가다가 그만 심장이 멈출 정도로 놀랐다. 빨간색 스포츠카와 검은색 고급 세단이 주차 되어 있는 사이 공간에 한 남자가 고양이처럼 웅크려 앉아 그녀를 노려 보아서다.

  “알렉?“

 알렉은 놀란 표정으로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알렉? 너 알렉 맞지? 너 여기서 지금…….뭐 하는 거야? 숨바꼭질 이라도 하는 거야?“

  “쉿! 빨리 저리 가.“

 알렉이 손짓했다.

  “왜 그러는데? 알바비만 받고, 일 안하고 도망치는 거야?“

  “젠장…….“

 갑자기 알렉이 어둠 속에서 달려 나와서 그녀를 끌고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야! 알렉! 왜 그래?“

 알렉의 따듯한 손이 지아의 입을 막았다.

  “젠장. 조용히 좀 해주겠어. 나 들키면 큰일 나.“

 알렉이 속삭였다.

 지아는 그가 귀에 대고 말하는 바람에 간지러워서 몸을 비틀었다.

 얼마 시간이 흐르자, 알렉이 고양이처럼 기어서 차들 사이로 나가 어둠이 내린 도로를 살폈다.

  “휴…… 거의 잡힐 뻔 했다.“

  “알렉!“

  “쉿!“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나중에 말해 줄게. 지금은 위험해.“

 지아는 커진 눈으로 알렉을 보았다. 그의 잘생긴 입술이 눈에 들어오자 마른침을 삼켰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남자 뭐야. 정말…….’

 지아는 달빛을 받아 은근한 오렌지색으로 물든 알렉을 보며 생각했다.

 [위험해. 위험해]

 갑자기 지아의 귀에 그의 속마음이 들렸다.

  “알렉.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방금 위험하다고 말했잖아.“

  “내가? 말했다고? 아닌데. 그냥 생각한 건데…… “

  “생각만 했었어? 지금?“

 알렉이 말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이상하네. 분명 위험하다고 말한 것 같은데. 속마음이 들렸나? 원래 키스 할때만 들렸는데…….’

  “휴, 갔군. 다행이다.“

  “너 지금 저 남자들에게 쫓기고 있구나?“

 알렉이 대답하지 않았다.

  “사채 썼니? 아무튼 남자들이란 무서운 걸 모른다니까. 도박했어? 사기? 절도? 아님…….“

 지아가 옷에 뭍은 흙을 털어내고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지아. 같이 가. 너 택시비 있지?“

  “빨리 와. 카오산 로드까지 걸어가기 싫으면. 그리고 게스트 하우스에 가서 택시비 반 줘야 해.“

 지아는 맨발로 거침없이 걸어갔다.

 둘은 아무말 없이 걷다가 불 빛 행렬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앉아 쉬기로 했다. 지아는 아까부터 발바닥이 따끔거렸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조그만 유리조각이 박혀 있었다.

  “왜 그래?“

  “유리 조각이 박혔나 봐. 휴대폰 불 빛 좀 비춰줘.“

 지아는 발바닥을 보며 말했다.

 알렉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알렉. 아파. 하지마.“

 알렉은 말없이 그녀의 발을 자신 무릎에 올려 놓고 휴대폰 불빛을 비춰 보았다.

  “참아.“

  “아야! 아파.“

 잠시 후 유리병 조각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조각을 그녀에게 보였다. 반짝이는 조그만 조각이 보석처럼 빛났다.

  “피가 좀 나는데. 손수건 있어?“

 지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알렉이 서슴없이 안에 입었던 티셔츠를 찢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그녀의 발에 옷 조각을 동여 맸다.

  “지아. 어때 걸을 수 있겠어?“

  “으응. 괜찮은 것 같아. 피도 멈춘 것 같고.“

  “이제 구두 신어.“

 지아가 더 말을 잊지 못했다.

 지아는 구두를 신고 걷자 발바닥에서 고통이 몰려왔다. 역시 상처가 난 것을 알면 더 아픈 법이다. 그녀가 발을 절뚝거리자 알렉이 몸을 숙였다.

  “지아. 업혀.“

  “아니야. 괜찮아. 걸어갈 수 있어. 조금만 가면 택시 잡힐 거야.“

  “업혀. 택시비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정말 괜찮은데…… “

 지아는 망설이다가 그의 등에 업혔다. 그런데 탄탄해 보였던 등이 마치 소파처럼 포근했다. 따스한 기운이 전해와서 기분이 좋았다. 지아는 알렉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지만 참았다.

 밤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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