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Snow drop
작가 : renreni
작품등록일 : 20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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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성일 : 17-06-08     조회 : 478     추천 : 0     분량 : 4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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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옛적에, 어느 한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남들은 다 가지고 있던 달콤한 과자, 지식이 담겨있는 한 권의 책, 고급스럽게 차려입을 따뜻한 코트 등등. 그 어느것도 아이는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어쩌면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 이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누구도 아이에게는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아무것도 지나다니지 않는 터널 속에 혼자 갇혀있는 그 지독한 느낌으로, 아이는 그렇게 공허를 품고 살아왔답니다.

 그 공허라는 감정을, 아이는 너무 일찍 알았던걸지도 몰라요.

 

 그런데 어느 날 이였어요. 아이에게 한줄기의 빛이 내려왔어요. 그 빛의 정체가 뭐였냐고요? 놀랍게도 요정이였답니다.

 그 요정은 지독할정도로 아름다운 이 였어요. 전신에서 품어져나오는 기품은 그녀의 외모를 더욱 가중시켜 마치 신처럼 보이는 느낌을 주었어요.

 어쩌면 신이였을지도 몰라요. 아이만의 신.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손을 뻗어 쥐고자 하려는 욕심을 억눌렀어요.

 

 요정은 아이에게 말했지요.

 

 [ 난 너에게 무엇이든 줄 수 있어 ]

 

 요정은 그 뒤로 아이에게 많은 것을 주었어요. 꿀이 발라져 광택이 나고있는 달콤한 과자들, 세상 모든 것의 지식을 모아놓은 수천권의 책, 마치 아이의 것으로 만들어진 것 마냥 딱 맞춰져있는 여러벌의 옷들 등등.

 아이는 처음보는 모든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소유’ 라는 개념을 새로 알게 되었답니다. 소유라는 것은 굉장한 것 이였어요.

 자신이 원하면 가져올 수 있었고, 자신이 원하면 쟁취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자신이 원하면 탈취까지도 할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은 좋았답니다.

 

 그런데 아이는 가지면 가질수록,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 시작해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은 전부 내 앞에 있는데, 무언가가 없어요.

 다시 마음속에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공허함 이라는 감정이 뭉글뭉글 솟아오르기 시작했답니다.

 아이는 그 느낌이 싫었어요. 또한 혐오스러웠어요. 너무나도 혐오스러워서 당장 토악질이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였어요.

 똑똑한 아이는 곰곰이 며칠 동안 생각했어요. 과연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지 못한 것 일까?

 밤낮 가리지않고 그저 생각에만 몰입한 아이는, 마침내

 그 원인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는 그녀를 원했어요.

 자신의 은인이자 숭배적으로 만드는 신 같은 존재.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요정 말이에요. 자각하게 되버린거에요.

 그것을 직시하자마자, 마음은 더욱 미친 듯이 요동쳤어요.

 원하고 원했고, 바라고 바래서 아이는 그 자리마저 박찬채로 요정을 손에 가둬 잡아버리려 했어요. 심박수는 요정에게 다가갈수록 더욱 뛰었고 멀어질수록 어딘가가 아릿하게 저려왔어요.

 그것을 아마도 사랑이라고 부르던가요?

 

 [ 네가 나에게 온전히 오면 좋겠어 ]

 

 아이는 그녀의 앞에 무릎 꿇었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적나라하게 보면서 눈물을 떨궜어요. 울고, 또 울고, 발악하고.

 어쩔때는 소리까지 지르면서 미친 듯이 요정을 원한다며 그녀의 발 끝을 잡으려 애썼어요. 광기어리고, 비틀리고, 암울한 소유욕의 마지막 끝자락 이랍니다.

 

 요정은 그 모습을 보고 결국 떠나버렸답니다.

 아이가 너무나도 무서워졌거든요.

 

 어쩌면 진부하고도 읽기 버거운 동화에요. 실화인지 픽션인지 모를 그럴 모호한 이야기에요. 이 동화를 읽는 이는 그래서 지금은 거의 없을거랍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에요. 아주 간단한 한마디의 질문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지만, 놀랍게도 이 한마디의 질문은 이 이야기를 극한까지 치닫게 만들 위험하고도 매력적인 질문이랍니다.

 그러나 그것을 답할지 말지는 당신의 자유에요.

 

 [ 아이는 어른이 되었어요 ]

 

 [ 어떻게 됐을까요? ]

 

 ........

 

 모든 것은 좋았답니다.

 정말. 정말로. 좋았습니다. 모든 것이.

 

 ****

 

 “ 진짜 뭐 같아서 뒤져버리겠네. ”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어쩌면 지극히도 평소의 그녀의 모습이라. 그녀를 눈에 오롯이 담아 지켜보고 있는 입장에서 그는 저절로 우스움이라는 감정이 마음 어딘가에서 비집고 나와 제 입가에 미소를 그려넣었다. 오히려 이 편이 훨 나은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평소답지 않게 불안해했거나, 쉽사리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면 정말로 이질적으로 비춰져 괴리감이 들 것 같았다. 사실상 ‘이질적’ 이라는 것 자체는 그가 그녀에게 느끼는 오만가지의 감정 중에서 먼지축에도 들지 않을 것이리라 예상할 수 있었지만. 어찌됬건 그러하였다. 아니면 본인에게만은 나약한 모습을 보여도 나름대로 괜찮을 것이다. 라는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순간 구두로 얼굴이 찍힐 말까지 생각하면서 이래저래 여유를 가지는 그 였다.

 

 사실상 지금은 여유를 부릴때는 아니었다. 물론 거의 이 상황은 종결 직전의 끝장까지 온 것이 맞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을 놓기에는 현재 상황이 그닥 좋은 것은 아니였다. 지금 제 앞에 서 있는 그녀만 해도 슬슬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줄 풀린 인형처럼 이리저리 휘청이기 시작하고 있지 않은가. 근처에서 타오르는 불들의 환한 열에 반사되어 그녀의 눈빛은 더욱 강조되어 상당히 화나있음을 알렸다. 아마도 그녀는 자기자신이 이렇게까지 밀릴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것은 사람 하나가 가지기에는 너무나도 큰 욕심이였고 또한 위험한 탐욕이였다. 그것을 알면서도 맹수처럼 노리고 있는 그녀는 더없이 흥미로운 존재였다.

 

 “ 후회된다고 말하고 있는거야? ”

 

 나긋나긋하게 그의 입에서 뱉어나온 소리는 어딘가가 모르게 소름이 돋을 정도로 꺼림칙하였다. 저 말투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언가의 협박? 압력? 그녀는 머릿속으로 답을 굴려봤지만 불투명하게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어느쪽이든 상관은 없었다. 그녀는 이런 것에 쉽사리 움츠러들리 없었고 그 또한 그것을 매우 잘 알았다.

 

 “ 어. 지금 미친듯이 후회하는 중인데. ”

 

 금세라도 집어삼킬 듯이 다가오는 뜨거운 불길을 지그시 바라보며 그녀는 혀를 한번 쯧. 하고 차보였다. 벌써부터 뺨이 따갑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렇게 유유자적 하며 대화나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은 이미 섰지만 제 정신 하나 붙들기에도 바쁜 와중에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사실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였다. 제 몸이 힘들다고 자신의 목숨마저 귀찮아져 버리는 상황이였다. 그녀는 인상을 한껏 찌푸리며 이를 악물고 꺾인 듯한 손가락을 뚜둑. 소리나게 꺾었다. 통증이 찌릿하게 팔에서 머리까지 밀려오자 갑자기 또 기분이 나빠졌다.

 

 마치 건드려서는 안되는 선악과를 베어물어버린 기분이였다.

 독에 취해 점점 중독되어 버려서, 어느새 자각하고 돌아가고 싶어해도 돌아가기에는 내가 원래 있던 곳이 너무 멀었다.

 결국 자신이 먹은 과일의 과즙마저도 땅바닥에 뚝뚝 떨궈지면서 바닥에 적셔져, 썩을대로 썩어버린, 그런 어두운 배경 안에서.

 문드러져서 고름이라도 터져나올 듯이 상처만 오롯이 담고 있지 않은가.

 최악이라고 함부로 단정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 짧은 인생을 통틀어 최악이였다.

 

 “ 너는. ”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꺼내기 시작한 그녀의 말은 다시 한 박자 쉬고 숨을 골랐다. 숨이 약간씩 가빠지면서 제 심기를 어지럽혔다. 속에서 터져나오려는 무언가를 꾹 억누르며, 목이 매여 살짝 뻑뻑해진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저릿저릿하게 두 다리가 다시 아파왔다.

 

 “ 아직도 나를 사랑하기는 해? ”

 

 교활했다. 그녀를 다시 표현하자면 교활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이미 그녀는 답을 꿰고 있었다. 절대로 멍청한 여자가 아니었고, 오히려 똑똑하여 더 문제 였다. 그런 이가 그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솔직히 너무나 멍청한 소리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마 그가 이 질문에 답할 것 이라는 걸 알 것이다. 그녀는 그런 이였다. 그녀가 부정해도 이미 그녀는 그 여자를 닮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이야기가 비극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좋지 않은 이야기였다.

 

 “ ... ”

 

 그의 눈은 잠시 흐릿해졌다가 다시 본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주변에서 일렁이는 불처럼, 그의 눈은 지워지지도 않을 붉은색 피로 물들어 있었다.

 고민할 문제가 아니였다. 답이 정해진 질문. 하지만 흔히 연인 사이에서 말하는 밀당이라는 용어라기에는 거리가 먼 질문 이였다.

 그는 비웃음 섞인 조소를 지어보였다.

 

 “ 당연하잖아. ”

 

 

 “ 애초에 네가 그런 의미이지 않았었다면 널 데리고 이 난리를 피우지도 않았겠지. ”

 

 “ .... ”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별다른 표정변화도 없었다. 그저, 조금 고개를 들어 그를 지그시 응시하다가, 아주 조그맣게 비소를 지었을 뿐이다. 그 웃음 속에는 조그마한 쾌감이 터져나와 공기속에 스며들었다.

 마치 본인이 찍어 눌러버린 성취감을 느끼는 듯 그녀의 눈빛이 옅게 번뜩였다.

 

 “ 그래. ”

 

 그럼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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