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세월아.
어찌 이리 빠르게 흘러가는지, 눈 한번 깜박였을 뿐인데 참 모질게도 흘러가는구나.
" 이름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
" 제 이름은… . "
그러나 그 무엇이 흘러가도 나를 바꾸어 놓을 순 없다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은 스쳐가듯 내 볼을 쓰다듬네.
역겹게 시리.
" 당신들이 가져갈 수 있는것은 제 몸 뿐입니다. "
황세민형의 나라에서 두개의 운명으로 나뉘어진 자매, 장화와 홍련.
그녀들에게 남은것은 옥이 붙은 부채가 아닌 양날의 칼이며 그들이 밟고있는것은 비단길이 아닌 시체들 위이니. 어찌 통탄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목숨을 바쳐 사랑하는 정인을 언니에게 내어주어야 했던 홍련. 동생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것을 포기하고 꼼짝없이 허수아비 황후가 된 장화.
과연 누가 더 옥쇄의 주인에 어울리는가.
" 존귀하신 황후마마를 뵈옵니다. "
나라의 옥좌는 단 하나. 그것을 탐 내는가?
" 그럼 어서 밟아주세요. 이 버러지들을. "
과연 네가 그것을 가질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가?
" 네가 가진 모든걸 포기해라. 네가 가지고 싶은건 황상의 자리 아니더냐. "
잘들어라. 이 세상을 가질 수 있는 이는 한명 밖에 없으니.
" 당연하죠. 아버님. "
그건 곧 너 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