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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서른 아홉 번째 밤
작가 : 솔온
작품등록일 : 2017.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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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가 내리는 마을(1)
작성일 : 17-06-23     조회 : 417     추천 : 0     분량 : 6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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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 삶에 빠져서는 안 될 사람이 너무도 허망하게, 어떻게 살려볼 틈도 없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사망 선고부터 장례까지 어떤 것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정신을 차려보니 상복을 입고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할머니의 유골함이 있었다.

 

 겨우 병원으로 실려오는 동안 그 얇디 얇은 가슴을 누르고, 또 누르고. 겨우 기억이 나는 것이라고는 멍이 잔뜩 들어있던, 몹시나 아팠을 것 같았던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커멓게 멍이 들어버린 할머니의 가슴이었다.

 

 어떻게 하니. 어쩌면 좋아. 그런 다독임도 잠시 있었던 것 같고, 몇 번 옷자락을 잡아 흔들며 의사면서 그것도 못 살렸냐는 원망도 들었던 것 같다.

 

 별로 본 적도 없는 사람들,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빈소를 찾았다. 그래도 잘 살았다. 우리 할매 잘 살아서 가는 길이 외롭지는 않겠다. 그 와중에 그런 마음은 잠시 들었던 것 같다. 앉아 있는 동안 타임랩스같이 사람들의 모습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배경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혼자 앉아 있는 것도. 내 곁에 할머니가 없는 것도. 그 어느 하나 달라짐 없이, 그렇게 홀로 긴 시간을 앉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꿈속의 일처럼 흘러가는 동안, 눈에 한 번도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얼른 일어나 다 장난이라고, 그렇게 말해줄 것 같은데 내 눈에 한 번도 보이지 않은 그 모습이.

 다 정말이라고, 다 진짜라고. 이제는 그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마음 놓고 울지도 못했다. 울면, 다 정말로 받아들어야 할 것만 같은 더러운 기분이었어서.

 

 “승효야.”

 

 이제는 정신을 차려보니 가운을 입고 있다. 언제 내가 내 삶으로 돌아온 건지 알 수도 없는데.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의국 안이다. 승효는 고개를 들어 멍한 얼굴로 자신을 부르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아이구, 아직도 이렇게 정신을 못 차려서 어떻게 하니.”

 

 한숨을 푹 쉬며 승효를 안타깝게 쳐다보던 서완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승효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승효야, 너 휴직하는 게 어때?”

 

 승효는 멍한 눈동자를 위로 들어 서완을 쳐다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벌써 며칠 째, 장례식 이후 이렇게 멍한 승효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힘들면 휴직 하자. 이럴수록 너한테만 더 안 좋은 것 같다.”

 

 실력 좋고 깔끔한 성격을 가진 의사였던 승효였지만 할머니의 장례 이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녀를 두고 병원에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더 이상 평판이 안 좋아지기 전에 차라리 휴직을 하고 시간을 잠시 갖는 것이 승효에게 더욱 좋은 일일 지도 몰랐다.

 

 대학에서부터 늘 함께였던 서완은 승효에게 할머니가 어떤 존재인지도 알고,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느낄 수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잘 나가던 콧대 높은 의사가 정신도 못 차리고 저러고 있다고. 서완은 그런 시끄러운 소문들 속에 승효가 있는 것이 싫었다.

 

 “승효야.”

 “그래.”

 

 생기 넘치던 빨간 입술은 온데 간데 없이 말라 쩍쩍 갈라진 입술이 가늘게 대답을 뱉었다.

 

 “승효야?”

 “그러자고.”

 

 쉽게 제안을 받아들인 승효를 보며 서완이 놀란 얼굴을 지어 보였다. 얼마나 힘들면. 항상 악착같이 버티려던 아이가 이렇게 쉽게 대답을 해버린다.

 

 서완이 조심스럽게 승효를 안았다. 승효는 서완이 자신을 안는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쉬자. 어차피 아무 것도 하지도 못할 거. 병원 침대만. 시트만 봐도 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는데.

 이깟게 무슨 의사라고. 내가 살려야 할 사람을 살리지 못했는데 내 까짓게 무슨 의사라고.

 

 쉬자. 쉬고, 또 쉬자. 그렇게 쉬어버리자.

 

 -

 

 “아마 작은 마을이니까 일이 많이는 없을 거야.”

 

 먼 길을 돌아 도시에서 시골로, 빌딩 숲에서 정말 나무가 가득한 숲으로 차창 바깥의 풍경이 계속해서 바뀌었다.

 

 “그냥 보건소에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옆에서 서완이 계속해서 무어라 이야기를 했지만 하나 같이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승효는 창문 바깥만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승효가 조용할 것이 이해가 가면서도 서완은 그것이 낯설었다.

 포장도 제대로 되지 않은 길. 차가 몇 번을 꿀렁거리다 곧 그 자리에 멈췄다.

 

 “여기서 부터는 걸어가야 해. 내가 준 약도 있지? 그거 보고 가면 될 거야.”

 

 서완이 천천히 차에서 내려 뒷자리에 있던 승효의 짐을 꺼내 바닥에 내려두었다. 승효는 서완이 열심히 짐을 옮길 동안 천천히 몸을 움직여 조수석에서 내렸다.

 

 봄 답지 않게 시원한 바람이 잠시 승효를 스쳐 지나갔다. 승효는 흐트러진 잔머리를 정리하며 앞에 있는 길을 쳐다보았다.

 

 “내가 오늘 쉬기만 하면 같이 가줄텐데. 내가 하필 낮은 비었는데 당직이라.”

 

 서완이 짐을 모두 내리고서 뒷자리의 문을 닫았다.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승효에게 다가왔다.

 

 “괜찮겠어?”

 “어차피 필요한 자리라며. 휴직계도 냈는데 쉬는 것 보다야 낫겠지.”

 

 승효가 천천히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짐들을 쳐다보았다. 집에서 딱 필요한 것만 챙겨서 나온 터라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집을 어지르고 싶지도 않았고, 할머니의 손길이 닿아 있는 곳들을 망가뜨리고 싶지도 않았다.

 

 “갈게.”

 

 아마 그곳에 먼지가 소복히 쌓여있을 때 쯤이면, 내 스스로도 할머니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을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그럴 수 없다. 승효가 손에 짐들을 들고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서완이 승효를 추천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비어있을 보건소. 너무 시골이라 사는 사람도 얼마 없고 유배온 느낌이 난다는 그곳으로 승효가 걸어가고 있었다.

 

 “…….”

 

 처음 가는 길을 약도 하나에 의지해 걸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예측은 했지만 어째 점점 걸어 들어갈수록 수풀도 우거지고 길도 없는 것 같은 게 이상했다.

 건물도 없고, 점점 날은 어두워질 것만 같은데. 승효가 양 손에 들었던 짐을 내려놓고 입에 물고 있던 약도를 다시 집어들고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왔던 길 같은데. 길치도 아닌데 자꾸 왔던 것 같은 곳을 맴돌고만 있다.

 

 “…….”

 

 이상하다. 승효가 두 갈래 길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있으면 몸이 금세 지칠 것만 같았다.

 

 슬슬 짜증도 나고, 어디론가 몸을 누이고 싶다는 생각이 솔솔 피어올랐다. 승효가 짐 가방 하나를 갈래 길 사이에 툭, 던져놓았다.

 아까 갔던 길 말고 그럼 반대로. 승효의 발걸음이 무겁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독, 토독. 뭔가 짜증이 난다 했더니 이제는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아직 길도 못 찾았고 우산도 없는데 머리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자 승효의 걸음이 빨라졌다.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단단히 굳은 얼굴이 승효가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쿵쿵 거리며 걸어가던 승효는 걸음을 오십 번쯤 옮겼을 때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까 던져놓았던 가방이 그 자리에 있었다. 계속해서 빙빙 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이리 가도 돌고, 저리 가도 도는 건가. 승효가 짜증이 가득 담긴 손길로 나머지 짐도 두고 갔던 짐 옆에 던졌다.

 

 “…후.”

 

 머리도 아프고 몸에 힘도 없는 게 이제는 쉬고 싶은데 길까지 못 찾고 있다 하니 몸에서 열이 확 오르는 느낌이었다.

 승효는 던져놓은 짐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여기서 폭발하는 것 보다야 잠시 쉬면서 어떻게 할 지 방법을 찾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짐을 뒀던 갈래 길 사이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어 어느 정도 빗방울을 맞지 않도록 막아 주었다.

 

 뭐 하나 이렇게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 승효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제 날이 지면 움직이는 것보다 여기 가만히 있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

 

 산 속과도 같은 수풀 사이에서 계속 헤매는 것 보다 어딘가 연락하는 게 나을 텐데, 휴대전화는 이미 배터리를 잃고 꺼진지 오래였다.

 승효는 쪼그려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제는 어깨까지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저기.”

 

 낯선 목소리에 승효가 고개를 들었다.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언제 왔을지 모를 남자가 승효의 앞에 서 있었다.

 팡! 하는 소리와 함께 펼쳐진 우산이 승효의 머리 위를 감쌌다. 우산 위로 토독, 토독,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자그마하게 울렸다.

 

 언젠가 이런 장면을 본 것 같다. 학교에서 보았던 애니메이션 이었던가. 아, 그래. 커다란 토토로가 커다란 나뭇잎을 우산처럼 쓰고 있던.

 

 분명히 우산이 팡, 하고 펼쳐지는 소리를 들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우산이 아니라 커다란 나뭇잎이었다.

 여기는 열대 지역이 아니라 저런 나뭇잎이 없을 텐데. 더군다나 저런 나뭇잎에서 팡! 하는 우산이 펼쳐지는 소리가 날 리가.

 승효는 앞에 있는 남자보다 나뭇잎에 시선을 두었다. 남자는 승효에게 가만히 나뭇잎을 씌워주었다.

 

 “무슨 용건이시죠?"

 

 남자의 말에 승효가 커다란 나뭇잎에서 시선을 떼어 남자의 얼굴로 가져갔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아랑곳 않고 승효를 향해 나뭇잎을 그대로 내민 남자는 조금은 차가운 목소리로 승효를 향해 말했다.

 길을 잃어서 여기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무슨 용건이냐고 묻는 것은 대체 무슨 화법인 거지.

 승효는 꿍한 얼굴로 그를 쳐다볼까, 하다가 괜한 기싸움을 벌이기 싫어 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혹시 여기로 가는 길을 아시나요?”

 

 승효가 손에 꼭 쥐고 있던 약도를 남자에게 건네었다. 승효의 손 안에서 구깃구깃하게 구겨지고 젖어서 쪼그라든 종이를 받아든 남자는 잠시 그것을 쳐다보았다.

 

 “천우리네요.”

 “네, 맞아요.”

 

 서완이 천우리에 있는 보건소라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듣는 지명이라 생소하기도 했을 뿐더러 면 단위가 아닌, 그렇다고 섬도 아닌 '리'에 보건소가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승효에게 신기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여기는 왜.."

 

 반말인 듯 말을 흐리는 것인지 모를 남자의 목소리가 굵직하게 울렸다. 승효는 아무런 악의가 없어 보이는-정확히 말하면 크게 관심이 없어보이는 멍한 얼굴을 한- 남자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제가 이제 거기서 일을 하게 되어서요."

 "일?"

 

 …아아, 그건가. 남자가 혼자 중얼거리더니 승효의 앞에서 몸을 쭉 일으켰다. 승효는 생각보다 길쭉한 남자의 자태에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제가 가는 길이니 같이 가요."

 

 남자가 퉁명스러운 듯 조금은 퉁퉁하게 말했다. 그러면 어떠할까. 해가 마저 지기 전에 이 산골을 벗어나야 할텐데! 승효가 기쁜 마음으로 엉덩이를 살짝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나뭇잎을 들고 있는 승효를 잠시 쳐다보다 바닥에 놓여 있는 승효의 짐들을 두 손에 가볍게 들기 시작했다. 승효가 당황스러운 눈길로 남자를 보며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제가 들게요.”

 “따라와요.”

 

 남자는 몇 개나 되는 짐들을 들고 먼저 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시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 승효가 남자의 뒤를 따랐다. 자신이 들었을 때 꽤나 무게가 나가던 것들이었는데. 이제 이곳에서 살아야 하니 이것 저것 챙겨온 짐이 많아 무게가 꽤 될텐데도 남자는 가볍다는 듯 짐들을 번쩍 들고 가고 있었다.

 

 토독, 토독 계속해서 소리를 내며 나뭇잎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승효는 저벅 저벅 걸어가는 남자의 곁에 섰다. 짐을 들고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남자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승효는 나뭇잎을 씌워주려 남자의 머리 위로 팔을 쭉 뻗었다.

 

 "그러다 젖어요."

 

 토독거리던 물방울이 승효의 어깨로 튀어들어오기 시작했다. 승효는 아랑곳 않고 남자에게 나뭇잎을 씌워주기 위해 팔을 쭉 뻗었다.

 

 "그거 1인용이에요."

 

 남자가 보폭을 더 늘려 앞으로 성큼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나뭇잎에 무슨 1인용? 승효는 얼굴을 꿈찔거리며 남자의 뒤를 쫓았다. 양 손에 짐을 가득 들고 저벅 저벅 걷는 남자가 가는 길은 조금 전 승효가 갔던 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 길이 빙빙 돌던데요, 계속.”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요.”

 

 커다란 나뭇잎 우산을 들고 남자와의 걸음을 맞추려니 승효의 걸음이 급해졌다. 남자는 승효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곧 조용해진 분위기에 승효가 입술을 꾹 다물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이제 자신에게 나뭇잎을 씌우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듯, 남자는 이전처럼 천천히 걷고 있었다.

 

 “……?”

 

 승효의 눈이 천천히 남자를 훑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이상했다. 머리카락 뿐인가. 승효의 눈에 닿는 모든 곳이 빗방울 하나로도 물들지 않아 있었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이렇게 아직도 승효의 나뭇잎은 자그마한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는데. 아무리 우산을 쓰고 왔다고 해도 이렇게 하나도 젖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아까 자신에게 나뭇잎을 내밀었을 때 자신은 오롯이 비를 맞고 있었던 걸 똑똑히 봤는데도 말이다.

 

 피곤하니까 헛것을 보나. 승효가 눈을 깊게 깜빡거렸다.

 

 “다 왔어요.”

 

 남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가 정말 빗물에 젖지 않은 것인지 요리 조리 살펴보던 승효가 그에게서 눈을 떼고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을 바라보았다. 몇 번이나 헤매고 돌았던 길을 벗어나 널따란 마을이 나오는 것을 본 승효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여기서 사시나 봐요?”

 “네.”

 

 간결한 대답 뒤로 남자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분홍빛 하늘 아래로 비가 점점 그쳐 가고 있었다. 승효는 아직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나뭇잎 우산을 손에 쥐었다. 남자는 비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해서 가고 있었다.

 뭐지. 대체 뭐지. 승효는 머리 위에 수많은 물음표들을 띄운 채 그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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