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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여 오라
작가 : 아리야
작품등록일 : 2017.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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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여 오라 -1
작성일 : 17-06-26     조회 : 387     추천 : 0     분량 : 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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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다고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당하며 엉엉 울며 집으로 돌아온 날이면 더더욱 할머니는 우리가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특별한 아이들이라고 다독여 주셨다. 그럴때면 정말로 우리가 특별하게 느껴져 울음이 멈추곤 했다.

 

 

 우리들의 할머니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무당이었다. 무당집 새끼들이라는 놀림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할머니가 무당이라는게 좋았다. 어릴적부터 우리집을 온 사람들은 할머니의 한마디 한마디에 눈물짓기도 하고 고맙다며 목놓아 울며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런 할머니가 우리는 자랑스러웠다.

 

 

 우리에겐 부모가 없었다. 아빠라던지, 엄마라던지 하는것은 그저 티비속에서 나오는 상상의 동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 말로는 우리가 아주 어릴적 두분이 돌아가셨다고는 하는데 사실 그말도 믿을게 못되는게. 우리는 한 번도 우리 부모님의 사진을 본적이 없었다. 기억도 없고, 사진도 한장 없는 부모였기에, 어느순간부터 할머니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게 되었다.

 

 

 

 중3 겨울방학에 접어든 어느날, 대문을 두드리는 슈퍼집 아주머니에게 할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슈퍼집 아저씨 아줌마의 차 뒷자석에 타고는 엉엉울던 나를 재혁이는 그저 묵묵하게 달래주었다. 하지만 내 손을 잡고있는 재혁이의 손이 떨리는것으로 봐선 재혁이도 많이 놀랬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땐, 하얀천으로 덮힌 피투성이가 된 할머니가 누워있었다. 사실 난 할머니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너무 울어 혼절한 탓에 나중에서야 재혁이가 할머니의 얼굴을 확인도하고 아저씨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장례준비도 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장례가 시작되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장례식에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난 그저 장례식장 옆에 마련된 방에 박혀서 울기만 엄청 울었던것으로 기억한다.

 

 몇년만의 한파로 엄청난 추위가 닥쳤던 그 해 겨울. 우리는 그렇게 고아가 되었다.

 

 

 

 

 

 장례가 끝나고, 몇일 지나지 않아 한 남자가 찾아왔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아주 키가 큰 사람이였다.

 그는 한심한듯한 얼굴로 집안을 살폈다. 신발도 벗지 않은채로 마음대로 집안을 둘러보는 남자에게 재혁이는 나가라고 소리쳤고, 남자는 별다른 말도 없이 재혁이의 뺨을 내려쳤다.

 

 

 "혁아!!!"

 

 

 나는 바닥에 쓰러진 재혁이의 얼굴을 살폈다. 벌써 뺨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남자는 마음대로 집을 뒤지더니 몇가지 물건을 챙기고는 우리에게 따라나오라고 말했다. 재혁이는 웃기지 말라고 대들었지만, 남자는 그런 재혁이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때렸다. 뺨을 손바닥으로 내리친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폭력이였다. 재혁이는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다. 때리지 말라며 울면서 나는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남자는 다시 재혁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오라고 말했고 나는 눈물범벅이된 얼굴을 채 닦지도 못하고 재혁이를 부축해서 남자의 차에 올라 탔다.

 

 

 

 

 남자의 차를 타고 가면서도 나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남자는 그런 내가 짜증났는지 담배만 펴댔다.

 재혁이는 남자에게 얻어 맞아 이마가 찢어져 있었다. 뺨은 부어오르고, 이마는 찢어지고 반듯했던 재혁이의 피투성이 된 얼굴에 내가 다친것 마냥 슬퍼 더더욱 눈물이 났다.

 

 

 차를 타고 얼마쯤 갔을까, 난생 처음보는 주택가에 도착하고 커다란 대문앞에서 차가 멈췄다.

 

 

 

 

 

 " 내려 "

 

 

 

 나는 재혁이의 팔만 붙잡고 있었고, 재혁이는 남자를 노려보며 나를 이끌어 내렸다. 남자는 따라오라는듯 손짓했고 재혁이와 나는 그를 따라 커다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집 담벼락은 딱 재혁이 키만 했는데, 남자가 우릴 데려간 곳 담벼락은 재혁이 키의 3배는 되는 듯했다.

 

 집안에 있던 아주머니는 익숙한듯이 남자에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 남자는 그런 아주머니 인사를 받지도 않은채, 2층으로 향했다.

 

 

 

 " 뭐해? 올라와. "

 

 

 

 

 남자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1층에서도 화려했던 저택이 더더욱 실감나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집엔 방이 한개 뿐이였는데, 방이 족히 다섯개는 되어 보였다. 낯선 모습에 난 울음도 그치고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남자는 그 중 한개 방문앞에 멈춰서서는 손짓했다.

 

 

 

 

 " 여기랑 저기, 너랑 울보새끼 아무나 쓰면 돼. 앞으로 여기가 너희 방이고. 저쪽이 욕실. 식사는 밑에 있는 여자가 알아서 챙겨줄거야. 그리고 식사 때 외에는 1층에 내려오지마.

 

 일단 둘다 좀 씻어. 더러운건 질색인데 너희 몸에서 뭔 좆같은 냄새가 나서 견딜수가 없네. "

 

 

 

 

 

 말을 마친 남자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남자가 사라졌지만, 재혁이와 나는 2층의 복도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밑에서 보았던 아주머니가 우리를 불렀다.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방을 보여주며 여기는 내방. 저기는 재혁이방이라며 보여주고는 우리를 욕실로 들여보내었다. 나는 물을 끓이지 않고도 따뜻한 물이 수도에서 나오는게 너무 신기했다. 재혁이와 몸을 씻고 방으로 들어가니 옷이 놓여져 있었다. 재혁이에게는 딱 맞아 잘 어울렸지만, 나는 키가 작은 탓에 볼품없게 느껴졌다.

 

 

 생전 처음보는 침대와 우리집과는 비교도 안 될 푹신푹신한 이불을 한참을 만지작 거렸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수도를 보았으면 얼마나 할머니가 기뻐했을까.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저녁이면 물을 끓여 수돗가에서 찬물과 섞여 세수를 하라시던 할머니가 너무도 보고싶었다.

 

 

 

 

 

 

 

 

 2주정도 지나자, 나와 재혁이는 어느정도 이 집에 적응을 하고 있었다. 집에는 식사를 챙겨주시는 아주머니와 재혁이 나. 이렇게 셋만 있는 듯 했다.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루는 식사를 하면서, 남자의 존재에 대해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아주머니는 그가 우리의 후원자 같은거라 말해주었다. "후원자요?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는 부자 뭐 그런거에요? "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거리곤 더이상 뭐라 말하지 않았기에 나도 입을 다물었다. 나는 혁이에게 조심스럽게 속닥거렸다. 생긴게 착한사람 같진 않은데-

 

 나름 재밌으라고 한 얘긴데도 재혁이는 웃어주지 않았다. 재혁이는 이 집에 도착한 뒤부터 어딘가 화난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보였다.할머니가 보고싶어서 그런걸까? 나는 매일 밤 재혁이 방으로 가서 함께 잠들었다. 할머니가 보고싶어? 직접 묻지는 못하고 재혁이의 손을 잡아주며 내 나름대로 위로를 해 주었다. 서툰 위로였지만, 재혁이는 고맙다는 듯이 항상 내 머리를 쓰담아 주며 잠들었다.

 

 

 

 신경이 곤두서있는 재혁이와는 달리 나는 이 집이 마냥 좋았다.

 할머니집에 있을때는 추운 겨울, 집에서도 옷을 여러벌 껴입어야 했다. 어떤날은 밖보다도 집안이 더 춥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좋아서 다시 예전의 집으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3월이 되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도 어느 덧 4달이 지났다. 남자는 오랜만에 우리앞에 나타났는데, 첫날 본 그대로였다. 검은색 정장에 키는 여전히 컸고, 여전히 우릴 한심한듯한 싫은 얼굴로 쳐다보았다. 남자는 말대답하는것을 극도로 싫어하는게 분명했다. 첫날 재혁이의 얼굴에 생긴 피딱지가 이제는 흔적도 없지만, 난 남자에게 말대답을 하지말라고 재혁이에게 신신당부를 해두었다. 그래서인지 남자가 빈정거리듯 하는 말에도 재혁이는 입을 다물고 듣기만 했다. 그는 우리가 17살이 되었으니, 고등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있던 예전 동네의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게 슬펐지만, 깨끗한 새 교복을 보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빳빳한 새 교복은 처음이였다. 동네에 같은 중학교를 다닌 형들의 교복을 물려받아 중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나는 3벌이나 되는 새 교복이 마음에 들었다. 행여 구김이라도 질까 싶어 만지지도 않고 눈으로만 보는데도 좋았다.

 

 

 

 재혁이는 겨울사이에 키가 많이 컸다. 원래 나보다 컸지만, 이젠 남자옆에서도 차이가 거의 없을만큼 키가 확 자랐다. 나는 내심 부러웠지만, 재혁이가 너는 키가 작은게 어울린다며 귀엽다고 해주었기에 기분이 썩 괜찮았다.

 

 

 

 

 

 

 

 

 

 

 

 " 8시까지 차 오기로 했으니까 시간맞춰 나가면되고, 늦게 입학하는거라 같은반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

 

 

 아침식사를 하는 도중 아주머니는 우리가 가게 될 학교에 대해 상세히 설명 해주었다. 학교가는데 차를 타고 가다니 티비에 나오는 부잣집 아들이라도 된듯한 느낌에 뭔가 으쓱했다. 재혁이의 손을 잡고 차를 탔다. 학교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하교길에도 오신다는 운전기사님께 재혁이는 하교는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며 차에서 내렸다. 벌써 길을 다 외운 모양이였다. 재혁이는 나와달리 머리가 좋았다.

 

 

 

 

 " 1교시만 끝나고 바로 찾아갈게. 울지말고 "

 

 " 내가 왜울어? 애냐? 혼자 잘 할수 있어. "

 

 " 그래그래. "

 

 

 다독거리듯 어깨를 두드리는 재혁이의 커다란 손이 좋았다. 재혁이는 언제나 다정했다. 화를 내는법도 없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나와 달리 재혁이는 키도 크고 덩치도 또래보다 커졌다. 그에 비해 나는 여전히 왜소했고, 동네아이들에게 맞고 다니기 일쑤였다. 재혁이와 같은 반이 아닌경우에는, 혼자서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했다. 그래도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재혁이는 어떻게든 복수해주었고, 재혁이와 재혁이 친구들이 함께 놀아줬기 때문에 전혀 외롭지 않았다. 재혁이와 쌍둥이라는 사실이 특권처럼 작용해, 중학교에 올라가고 나선 나를 향한 괴롭힘도 사라졌다.

 

 

 하지만, 어릴적 기억 때문인지 재혁이는 언제나 나를 보호해야 될 존재로 느끼는 듯 했다. 다른 친구들은 형이나 동생들과 치고박고 싸운다는데, 재혁이는 날 때리기는 커녕 항상 양보하고 걱정하고 할머니가 나를 보듯 애틋하게 바라봐주었다. 그런 재혁이의 다정함이 언제나 좋았다.

 

 

 

 

 

 

 담임 선생님을 따라 도착한 반은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선생님이 왔음에도 한참이나 시끄러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선생님이 교탁을 몇 번 치자 조용해졌고, 소음이 사라짐과 동시에 선생님의 옆에 있는 내게 시선이 주목되었다. 흔히하는 말로 나는 많이 쫀 상태였지만, 최대한 티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당장에라도 눈을 내리 깔고 싶었지만, 도움없이도 잘 해낼수 있다는걸 재혁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 사정상 입학이 늦었다고 한다. 인사 "

 

 " 잘 부탁드립니다. "

 

 

 반말로 하는게 좋았을까. 인사를 하고나니 신경이쓰여 미칠것 같았다. 교실 젤 끝에 급히 마련된것 같은 책상으로 가 앉았다. 나만 짝이 없었다.

 

 게다가 맨 뒷자리라 칠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재혁이가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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