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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저물 때
작가 : 새하
작품등록일 : 2017.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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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분노의 그림자 (4)
작성일 : 17-07-24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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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죽이러온 그림자.”

 

 페이는 말도 안된다는 소리 하지 말라고 손을 저으려고 했다. 털복숭이인 제 팔과 손을 보지만 않았어도.

 

 “이, 이게 무슨-. 크헝!”

 

 제 입에서 자연스럽게 짐승소리가 나오자 페이는 입을 꾹 막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입이 아나라 성난 이빨이 있는 주둥이었지만.

 

 “제 진짜 자식도 아닌데 세뇌를 당해 자식으로 여겼군.”

 “뭐?”

 “그 인간들은 네 자식이 아니야. 잘 떠올려 봐라.”

 “내 자식이지 그럼 누구 자식이야!”

 

 페이는 숨을 씩씩 거리며 고개를 세게 저었다. 울부짖으며 몸을 세게 흔들었다.

 

 크왕! 찌직-.

 

 페이가 입고 있던 옷은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몸은 완전한 짐슴, 호랑이로 변해있었다. 페이는 놀라워하지 않고 새오를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 이내 제 귀에 어디선가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했다.

 

 ‘저 더러운 것을 찢어 죽여!’

 

 페이가 놀라 머리를 저었다. 하지만 계속 목소리가 들렸다.

 

 ‘페이! 네 새끼들을 죽인 여자다!’

 “내 자식들!”

 

 페이는 크게 울부짖더니 사람 하나 찢어 죽일 것같은 이빨이 있는 입을 벌려 새오에게 달려들었다.

 

 우당탕탕!

 

 진짜 책상처럼 책상 그림자를 페이에게 던진 새오는 옷걸이대 뒤로 피했다. 하지만 멧돼지 보다 거칠고 빠른 호랑이는 달랐다. 괴수가 아닌 동양에서는 누구나 신성시 하는 호랑이. 신수였다. 호랑이, 페이는 거칠게 몸을 휘두르며 다시 입을 벌려 옷걸이대와 벽 근처로 달려들었다.

 

 쾅! 콰당! 찌익!

 

 “크흑!”

 

 페이, 호랑이 때문에 문이 박살나 버려 상담실 밖으로 구른 새오가 인상을 쓰며 제 팔을 부여잡았다. 상담실 밖 병원 복도는 방처럼 물건들의 그림자와 사람들의 그림자 밖에 없었다. 상담실을 쿵쾅거리며 나온 페이, 호랑이의 입에 새오의 팔 살점이 물려있었다.

 

 ‘잘했어! 저 벌레 같은 것을 죽여!’

 

 계속 들리는 속삭임에 페이, 호랑이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그걸 본 새오는 뒷걸음칠 해 빈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오른손은 위로 왼손은 아래로 뻗었다. 그림자 몇 개가 모이더니 오른손엔 길다란 검은 창이 왼손엔 그물이 쥐어져있었다. 페이, 호랑이는 살기를 내뿜으며 그 진료실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저 계집은 그물로 네 발을 묶고 창으로 배를 찌를 생각이야! 이빨로 팔을 뜯어버려!’

 

 크왕!

 

 명령같은 속삭임에 페이, 호랑이는 다시 한 번 크게 울음소리를 내며 새오의 오른팔로 향해 달려들었다. 새오는 이번엔 가뿐히 피해냈다. 그러자 페이, 호랑이의 귓가에 또다시 속삭임이 들렸다.

 

 ‘그물을 던지고 오른쪽으로 피하려고 한다! 덮쳐!’

 

 속삭임과 동시에 그물이 페이, 호랑이게 뻗어졌다. 촤륵, 하는 소리와 함께 페이, 호랑이는 거칠게 달려들어 머리로 새오의 몸통을 박았다.

 

 “커헉!”

 

 그 충격으로 새오는 입에서 피를 내뿜었지만 간신히 손을 뽑아 푸욱 하고 페이, 호랑이 귀에 손가락을 박았다.

 

 크허엉!

 

 페이는 제 귀에 손가락이 박히자 고통스러웠는지 울부짖으며 마구 몸을 움직였다. 고통스러운 건 새오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고통스러운 몸짓을 하다가 페이의 팔 때문에 진료실의 문이 닫혔다. 그러자 달빛이 없어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어둠만 진료실에 가득했다. 페이의 노란 눈동자가 번뜩하고 빛났다. 검은 창과 검은 그물은 보이지 않았다. 키가 크고 날렵했던 여자, 새오의 몸도 작고 마른 볼품없어 졌다.

 

 ‘아하! 빛이 없으면 힘을 못 쓰는 군! 그림자가 없어지니까! 원래 세상으로 돌아왔어! 그림자 세상이 아니야! 그대로 저년을 찢어 죽이면 되겠-.’

 “산골에서, 멧돼지나 잡아먹으며, 살던 호랑이가, 있었지.”

 

 새오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고통스러운 입을 열었다.

 

 “호랑이는 크흑, 머저리같아서 인간을 잡아먹지 않았고……. 멧돼지만 쳐먹었어…….”

 ‘저것이 더 말하지 못하게 입을 찢어!’

 

 속삭임이 들렸지만, 이상하게도 페이, 호랑이는 부들부들 떨며 새오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산골아래에 아이가 없어졌다며 난리가 났어. 호랑이는 인간 크흑……. 들이 딱해서 없어진 아이를 찾아다녔지……. 이무기 새끼가 잡아먹으려고……. 동굴에 아이를 숨겨놓은 걸 본거야……. 병신같은 호랑이는 크흑, 짐승인데 몰래 인간을 놓아줬지…….”

 ‘닥쳐!’

 

 속삭임은 어느새 새오에게도 들리게 됐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못했다.

 

 “앙심을 품은 이무기새끼는 큭……. 호랑이가 잠든 사이에 제 부하를 몰래 귀에 넣었어……. 세뇌를 한 거야……. 구해준 인간 아이를 자식……. 으로 여기라고…….”

 “그, 그래서! 그래서!”

 

 페이가 포효가 아닌 사람의 말을 급히 뱉었다. 새오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 뒤는 네가 더 잘……. 쿨럭!”

 ‘저 년 말을 무시해! 페이, 저 년의 말은 다 거짓말이야!’

 

 속삭임이 무색하게 페이는 멍하게 있다가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아니……. 아니야……. 그러니까 그래서 나는 내 자식인 줄 알고……. 찾아갔는데 인간들이 나를 공격했어……. 이양인처럼 머리색이 밝은 인간이 나를 가리키며 아이를 납치한 범인이라고……. 그 인간 눈 색이 붉은 색이었는데 이무기랑 똑같은 눈색이었어……. 그리고 엘리제의 눈도 붉었지……. 엘리제! 다 이무기 짓이었어!”

 

 찌익!

 

 페이의 귓속에서 올리는 속삭임이 멈췄다. 페이의 말도 멈췄다. 새오의 손가락이 페이의 귓속을 파고들었으니까.

 

 크헝!

 

 페이는 고통스러움에 발버둥을 쳤고 새오가 거칠게 손가락을 페이의 귀에서 뺐다. 새오의 손엔 노란색에 붉은 눈을 가진 작은 실뱀이 꿈틀거리며 쉭쉭거리고 있었다. 작은 실뱀은 새오의 손에 빠져나갔고 순식간에 병실에서 빠져나갔다. 새오는 실뱀을 잡으려고 손을 뻗다가 힘에 부쳐 앞으로 넘어졌다.

 

 그 앞에 있던 호랑이, 페이는 부들부들 떨더니 몸집이 아주 작아져 결국 주먹만한 황색 빛으로 변했다. 빛 아래엔 인간인 페이의 몸이 있었다. 빛 덩어리는 새오에게 다가왔다. 저번처럼 빛을 흡수할 힘도 없던 새오가 가만히 있다 빛이 새오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러더니 새오에게 온화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맙소. 날 벗어나게 해줘서. 기꺼이 봉인 되리라.’

 

 빛이 새오의 어깨에 스며들더니 이내 완전히 없어졌다.

 

 쿨럭!

 

 새오가 피를 토해내며 숨을 내뱉더니 이내 얼굴이 시뻘개져 주먹으로 바닥을 쾅 쳤다.

 

 “씨발…….”

 

 새오는 갑자기 치밀어오는 분노, 또 분노에 새오는 온 몸을 떨었다.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거지? 다 찢어버리고 싶어. 다 죽여 버리고 싶어!

 

 “으아아악!”

 

 새오가 분노에 차오른 비명을 내뿜자 급히 진료실 문이 열렸다.

 

 “어머, 환자분이세요? 어머! 세상에 피를 내뿜다니!”

 “꺼, 져…….”

 

 겨우 이성을 차리고 말을 뱉은 새오는 쥐며느리처럼 몸을 더 수그렸다. 당장 누군가를 보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유 없는 분노. 그것이 새오를 지배하고 있었다. 새오가 간신히 뱉은 말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의 다가오는 구두소리가 진료실에 울려퍼졌다.

 

 또각, 또각.

 

 “꺼, 지, 라구…….”

 “어머, 그렇게는 안 되죠. 개년아.”

 

 익숙한 목소리에 새오가 고개를 들자 섬뜩한 붉은 눈동자로 자신을 내려보는 간호사가 보였다. 새오가 놀랄 틈도 없이 간호사는 발로 새오의 배를 찼다.

 

 퍼억!

 

 “커헉!”

 

 새오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자 간호사는 씨익 웃으며 다리를 접어 주사기를 꺼내들었다.

 

 “환자분이 너무 몸상태가 안 좋아서 잠재워야겠네요. 그렇죠?”

 “씨발, 너…….”

 “어머, 상스럽게 욕을 하시다니! 교양이 없으시네요?”

 

 간호사가 히죽이죽 웃으며 새오의 팔을 잡았다.

 

 푸욱!

 

 주사기를 혈관에다 박고 피스톨을 누르려고 할 때 새오가 바둥거렸다.

 

 “꺼져!”

 “뭐? 잠재울 그림자? 하하하! 잠재워지는 건 네년이었겠지!”

 

 가느다랗던 간호사의 목소리가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로 변했다. 간호사는 혀를 길죽하게 내밀더니 쉭쉭거렸다.

 

 “고작 유흥거리밖에 안되는 능력으로 감히 신수인 이몸을!”

 “신, 수? 뱀 주, 제에-.”

 

 퍽!

 

 화가 났는지 얼굴을 붉히며 씩씩거리던 간호사는 다시 억지로 미소를 머금었다. 이내 제 손을 폈다 접었다 하며 가볍게 움직였다.

 

 “분신으로 인간의 몸을 조정하려니 마음대로 안 되긴 하는 군. 자, 그럼 안녕~ 잘가.”

 

 간호사가 손을 흔들며 피스톨을 누르려고 할 때.

 

 똑똑!

 

 노크소리가 울렸다. 그틈을 타 새오는 마구잡이로 몸을 흔들었고 간호사가 다시 제압하려고 할 때 문 손잡이가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간호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누구시죠?”

 “의사선생님 계신가요?”

 

 낯익은 목소리에 새오는 미간을 찌푸렸고 간호사는 급히 대답했다.

 

 “아뇨. 여긴 환자밖에 없어요!”

 “아닌데. 의사선생님이 계시는데요?”

 

 이상한 대답에 간호사는 고개를 돌렸다.

 

 “없다니까요!”

 “의사선생님이 상담해주기로 했단 말이에요!”

 “성함이 뭐죠?”

 

 간호사의 분통터진 말과 동시에 새오가 제압을 뿌리치는 것에 성공했다. 주사기를 빼버리고 문가로 던져버리자 간호사가 다시 달려들어 새오의 목을 잡아챘다. 이내 그대로 조르기 시작했고 밖에서 말도 이어서 들렸다.

 

 “시엔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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