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버린 깍두기 + 세일만두 = 깍두기 전 과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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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중공업 20대 명퇴자 이야기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의 하나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사무직 종사자 300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연말 산업계에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15일 산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과 함께 두산그룹을 이끄는 양대 축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7일 희망퇴직 공고문을 내고 국내 사업장에서 일하는 전체 사무직 종사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오는 18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가운데는 지난해 입사한 신입 사원과 23살 최연소 퇴직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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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진 않지만 개업식까지 했다. 상가에 세 들어 사는 김씨 아저씨는 성업하길 바란다며 화분도 하나 사줬다. (일용직인 그에게는 굉장한 결심이자 큰 출혈이었으리라.)
친구가 없는 장비의 유일한 지기인 해빈도 찾아와 그들의 시작을 축하했다.
사실 장비는 해빈의 목적이 반임을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른 척 했다. - 모르고 먹는 고칼로리가 입에는 더 달다. 슈퍼 집 알바생도 그날은 알바를 마치고 바로 가지 않고
식당에 들렀다. 모두들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잰 척 계산도 하고 갔다.
그런데... 3일째... 개업 손님들이 반복됐다. 처음에 장비는 아저씨 손님은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간판을 바꾸자고 말했다. 속이 타들어가는 건 장비였고 오히려 주인인 반은 느긋했다.
걱정 말라고 손님이 없더라도 수익 외에 약속했던 요리사 월급은 주겠노라 했다.
장비의 조급함이 사라졌다. 개업한지 열흘이 넘어가도록 뜨내기손님은 무슨.. 개업식 손님 그대로 장사를 했다. 문을 닫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더 많아지던 어느 날 이었다. 문이 열렸다. 그 날도 여전히 그 멤버 그대로 먹고 마시고 있던 차였다. 문이 열리자 모두들 표정은 더 올 사람이 없는데? 하는 얼굴들이었다._이게 식당 주인의 마인드라니..
이봐요, 여긴 식당이라고. 졸지에 문을 연 죄로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된 손님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뒷걸음질 쳤다. 숫기가 없어 보이는 남자였다. 머리는 15,000원을 넘지 않은 샵에서,
웃옷은 어딘가 아울렛에서 바지는 본인이 샀는지 어머니가 샀는지- 혹은 헤어진 전 여친의
취향인지 자신도 헷갈려할 수수한 남자. 5분 전에 얼굴을 마주하고 10분 뒤에 가물할..
하지만 어딘가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을, 졸업앨범 귀퉁이에 있을만한 얼굴.
여자전용식당에 첫 손님이 남자라니... 장비는 생각했지만 이미 기러기 김씨 아저씨도 앉아있는 마당에 그런 걸 따질 처지는 아니었다. 반이 쏟아지는 시선에 주춤하는 그를 잡았다.
첫 손님의 첫 마디는
영식 / 반액식품으로 음식을 만들어 준다면서요,
혹시...제가 가져온 음식도 같이 먹을 수 있을까요?
손님은 누구나 집에 한 두 개쯤은 있을 법한 김치 타파 통을 식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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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손님 영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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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이 작년 잊히지도 않는 그 날. 혹독했던 취준생 딱지를 떼고 당당히 이름 있는 기업에 입사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얼굴로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기뻤다.
그리고 분명 쌈짓돈임이 분명한 거금을 들고 백화점 양복코너로 향했다. 그곳에서 영식의 어머니는 그녀 인생에서 최초로 가장 큰 돈을 백화점에서 썼다. 누군가가 들으면 구태의연한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라 하겠지만_ 오직 영식의 삶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영식은 그의 어머니가 가방은 필요 없냐 물어왔을 때,
닳도록 들었던 백 팩이 떠올랐다. 대학4년 내내_ 취준 기간 포함해 근 10년을 함께했다.
그 가방은 이제 이 옷에는 어울리지 않을 터였다. 짐짓, 어머니의 낡은 가방이 눈에 들어왔지만
싸구려 감성이라 생각했다. 답지 않게 드라마를 찍고 싶진 않았다. 효도는 자리 잡힌 후에 해도
늦을 일은 아니었다.
영식은 자신에게 포상해주고 싶었다. 이제는 학자금도 내 손으로 까내려갈 수도-
더 이상 한 숨 쉬는 아버지의 출근소리를 듣지 않아도 됐다. 토익책도 안녕이고 시사교양책은 다시 보면 역할 것 같았다. 물론, 취업 이후가 더 헬_이란 선배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영식의 합격소식을 듣자마자 아버지께서 넣어준_ 비상금이 틀림없었을 돈으로 먹고 마셨다.
취업이후는 남들과 똑같았다. 복사를 했고 복사를 했고 복사를 했고 혼이 났다. 회의 시간에는 회의내용을 받아 적었고 선배들의 행동을 주시하며 일을 배워나가고 동기들과 때때로 시간을 가지며 친목을 도모했다. 누군가_ 입사가 끝이 아니란 말을 했을 때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기 위해 상담도 받으러 다녔고 한동안 외국어 학원도 등록해 새벽반에 나갔다. 그 뿐만 아니다.
출퇴근 시간이 멀어 한 참 괴로워하다 아버지가 빌려준 돈으로 보증금 천에 48만원짜리 오피스텔로 독립도 했다. 이는 자연스레 잦은 술자리로 이어졌고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헬스도 다니고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동호회 활동도 했다. 영식의 모든 행동은 필연적이었고 자연스러웠다. 삶은 한 번뿐 인생은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생활했다. 그리고 취업이 어렵다고 한 숨 짓는 친구들을 만나 어쭙잖은 위로와 조언도 건넸다. 그러면서 내가 저들이 아님을 감사했고 스스로 선택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낙오가 되지는 않았다고. 나는 남들과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_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 딱 맞는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자만했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그 날은 회사 분위기가 무거웠고 누구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모두들 듣고 있었지만 들리지 않는 척 했다. 모두의 귀가 커져있고 모두의 눈이 머리 뒤에 달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영식을 부른 건 팀장이었다. 살면서 머리가 삐죽 선다는 경험을 영식은 몇 번 해본 적이 없다.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자다가 오줌을 쌌던 11살? 늦은 밤 방에 있는 휴지가 두루마리가 아닌 티슈였으면 가 좋겠다고 생각했던 순간, 자냐고 문을 열었던 엄마를 마주했던 그때? 그도 아니면 면회 온 사람이 여친이 아닌 엄마라고 내무반에 구라까고 나왔는데 하필 외박 나온 선임과 마주쳤을 당시? 아니다, 그때도 이렇진 않았다.
희망퇴직의 장점을 일일이 나열하는 팀장의 말을 들으며 영식은 그저 팀장의 넥타이 색깔이 오늘따라 참 밝은 색이다.. 하는 딴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로부터 3개월. 정신을 차렸을 땐 많은 것이 변해있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영식이 실직한 사실은 회사와 자신 외엔 아무도 모른다_였다. 차마 주변에 알릴 수 없어 영식은 혼자 지냈다.
이미 낙인찍힌 낙오자를 어디서 써줄까... 만무했다. 영식의 인생에 필연적이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내가 뭘 잘못했지?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지? 내가 왜?
대답 없는 질문이 반복되는 날이 얼마나 이어졌는지 모른다.
그래도 그 사이사이 배는 고팠다. 구차함 배고픔이나마 살아있다는 느낌을 줬다.
매일 저녁 날이 저물면 밥을 사러 나갔다. 항상 이용하던 슈퍼 근처에 음식점이 생겼다. [싱싱한 반액식품으로 요리를 해드립니다?] 그럼 싼가? 소주나 한 잔 할까?
문을 열려던 찰나 [여성전용]이란 문장을 보는 순간, 이젠 식당에서도 거부를 당하나 씁쓸했다.
식당 문 너머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저 남자는... 가끔 슈퍼에 가면 반액스티커를 붙이며 싹싹하게 인사를 하던 남자였다. 알바생이 돈 모아 가게 차렸나? 생각했다.
이사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48만원 월세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굳이 이 집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어딜 가야 하나 막막했다. 집으로 들어가기엔 숨이 막혔다. 일단 싼 고시텔을 알아보기로 했다. 화장실, 샤워실 공용 / 창문이 없는 가장 싼 고시텔은 차라리 관 같아 오히려 안락했다. 이사가 결정되는 날, 가진 돈을 긁어모아
6개월 고시텔을 장기계약한 날. 근 일년 만에 처음으로 냉장고 청소를 하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 거짓말처럼 언제 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_ 사실, 이런 게 내 냉장고에 있었나 싶은 반찬 통이 덩그러니 들어있었다. 엄마의 깍두기였다. 순간, 입에 침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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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식탁에 앉자마자 시장기가 빌려들었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은 저마다 음식을 먹고 있었다. 대부분 혼자 와서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 여성전용이라더니 아저씨도 있잖아.
이런 긴 식탁에 앉아 보는 건 참 오랜만 이었다. 식탁이 길다보니 수저통이 멀었다.
은근히 귀찮은 게 많은 식탁이었다. 수저통으로 손을 뻗자 한 여자(해빈)이 수저통을 건넨다.
영식/ ... 고맙습니다.
영식은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짧지만 그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마침 음식이 나왔다. 영식은 난생 처음 보는 음식이었다.
장비/ 깍두기가 딱 먹기 좋네요
오늘 반액에 찐 세일만두가 있어서 전을 부쳤어요.
전에는 (딸깍 뚜껑 열며) 막걸리죠,
여기 한 잔은 첫 소님, 서비스입니다. 이거~ 어머니 깍두기죠?
영식은 천천히 한술 떴다. 눅진한 기름맛과 시큼한 깍두기 맛이 입안에 확 퍼졌다.
서비스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갑자기 들어간 술이 목에 탁 걸렸다.
멈추지 못할 만큼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침과 함께 눈물이 새어나왔다.
3개월 만에 첫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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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손님이 나가자 반이 외쳤다! 이거다! 그날부터 야식당 앞에는 냉장고가 놓였다.
[처치곤란인 식재료나 음식을 넣어두세요. 위 칸에 넣어두신 식재료는 누구나
가져가 사용 하셔도 되고요. 아래 칸에 넣어두시는 음식이나 식재료에는
앞에 놓인 포스트잇에 이름과 연락처를 넣어주세요. 사용할 때 미리 전화 드립니다.
그 시간에 와서 식사하시면 식재료비만큼 음식 값을 할인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