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도대체 죽질않아!
작가 : JasonJK
작품등록일 : 201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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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어느날 갑자기 (2)
작성일 : 17-07-14     조회 : 290     추천 : 1     분량 : 4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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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정오.

 

 도시의 중앙에 위치한 체육관은 한창 스파링의 열기로 뜨거웠다.

 헤드기어를 쓰고 마우스피스를 낀체로 수십명의 남자들이 짝을 지어 서로 엉켜붙고 있었다.

 

 "그래서...말이지. 저기 코치. 어떻게 좀 안될까?"

 

 나는 그 열기가 가득한 경기장에서 시선을 돌려 눈앞의 쇼파에 앉은 코치를 향해 말했다.

 코치는 다 뜯어진 쇼파에 비스듬히 앉은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머리에 검은셔츠를 걸친 40대중반으로 보이는 코치는 살찍 나온 자신의 배를 만졌다.

 쓴맛을 다시며 뒷목을 긁는 그의 시선에는 더이상 신뢰는 없었다.

 나는 애써 씨익,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이으려했다.

 

 “그만해.”

 

 코치는 그전에 칼같이 잘랐다.

 

 “왜, 난 더 할수 있다고.....!”

 "후우."

 

 코치는 한숨과 함께 앞으로 몸을 숙여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현, 너의 마음은 알겠지만..... 끝났어.”

 "뭐...?"

 

 땀방울이 눈으로 흘러들어가 따가웠다.

 주먹으로 땀을 훔쳤다.

 눈을 꿈뻑였다.

 

 “처음에 몇 번은 못본척했지만 이젠 더 이상 못 봐주겠다. 옛 정도 한계가 있어.”

 

 나는 저려오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했다.

 코치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현, 너는 프로잖아. 자그만치 8연승의. 프로면 프로답게 현실을 인정해. 세상은 때론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가혹하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에 현실인거야.”

 “.....뭐?"

 

 왼쪽 무릎이 체중조차 견디기 힘들다는 듯이 시큰거렸다.

 

 “할 수 있어.”

 “현, 이제 그만.”

 “할 수 있다고.”

 “자네 이러면 프로답지 못한 행.....”

 “프로는 무슨, 씨발 마음에도 없는 헛소리하지마!!!”

 

 운동하던 모든 사람의 행동이 멈췄다.

 공기는 급속도로 냉각되어갔다.

 코치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얼핏 거울에 앙상하게 드러난 내 몸뚱이가 보인다.

 헤드기어로 삐져나온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은 퀭하고 다크서클은 짙어져 있었다.

 

 "내가 옛 친구라 생각하고 말 안하려 했는데.”

 

 코치는 내 어깨를 양손으로 꽉 잡았다.

 그는 내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현, 너는 끝났어. 완전 끝.장.났다고. 이제 미련을 버려. 이 상태론 선수? 아니 일반 성인한테도 절대 못이길 거야.”

 “뭐? 이 개같은 새...!”

 “화내지 마. 입 조심하고. 그리고 주위를 봐.”

 유리창너머 시선마주친 운동선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줄넘기를 하던 내 2년 후배도, 체육관에 갓 입단한 막내도 내 시선을 피했다.

 그들은 제각기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바라보았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코치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이제 동화는 끝이야. 어린이의 만화 프로그램은 끝나고 이제 각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지."

 "....."

 

 코치는 입을 다시며 두 어깨를 다시금 꾹 쥐고 놔주며 말했다.

 

 “나갈 때 락카 키는 카운터에 두고 가면 되네.”

 

 더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나는 멍히 서있었다.

 퇴출의 과정은 이 세상에서 내가 지금까지 바왔던 어떠한 과정보다도 빠르고, 신속했다.

 

 철컹

 

 체육관 문은 육중한 쇠음과 함께 닫힌다.

 내 옆에 털썩, 소리와 함께 내 몇 안되는 소지품이 크로스백에 담겨져 던져진다.

 

 털썩

 

 나는 멍히 서있었다.

 체육관 쇠문을 한참을 쳐다보았다.

 

 ".........아, 그래.....그렇군."

 

 천천히 뒤돌아섰다.

 그리고 한발자국씩 발걸음을 떼어 체육관을 떠난다.

 평상시와 같이.

 아니 평상시와 같이, 라는것은 나만의 생각일지 모른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 위에 땀복을 걸치고 어깨에는 가방을 걸친다.

 

 밖은 이미 완연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낮동안 도시를 달구었던 폭염은 그 잔여감을 남기며 어둠속에서 으스러져가고 있었다.

 가로등이 지직거리며 깜빡이다가 다시 켜짐을 반복하며 매캐한 내를 풍겼다.

 그 매캐한 내 속에서 공기는 식어가고몸은 싸늘해져갔다.

 

 “.......”

 

 어깨에 걸친 커다란 가방을 흔들며 걸어갔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었다.

 주머니를 뒤적였다.

 

 “800원.”

 

 버스조차 탈 수 없다.

 아스팔트 길을 바라보았다.

 

 "돌아가자. 그래."

 

 멍하니 중얼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빠아아앙,,,

 

 택시 한대가 붉은 빛을 길게 남기며 옆을 스쳐지나간다.

 검게 변색된 껌자국이 달라붙은 인도를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상가들은 모두 셔터를 내리고 불이 꺼져 있었다.

 시계를 보았다.

 30분을 걸었지만 아직 절반도 가지 못했다.

 

 “다리 아프다.”

 

 왼쪽 무릎을 감싸쥐었다.

 지름길로 가기로 했다.

 커다란 도로를 벗어나서 골목길로 접어 들어갔다.

 산 뒤쪽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이었다.

 산 외곽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에 접어드니 사람의 모습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어갔다.

 양쪽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좁은 골목길은 늪지대처럼 질척했다.

 골목길의 끝에 산의 그림자가 도시 불빛에 비쳐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골목길의 바닥에는 습기찬 냄새와 곳곳에 술취한 사람들의 토사물이 벽에서부터 바닥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커다란 알루미늄 쓰레기통이 보였다.

 

 그 옆 쓰레기통 뚜껑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두고간 아메리카노 일회용컵들이 널려있었다.

 

 “...제기랄.......”

 

 허리도 아프다. 어깨를 파고드는 가방끈이 한없이 무거웠다.

 

 “제기랄.....제기랄....!!”

 

 가방을 움켜쥐었다.

 

 “으아아아아!!!”

 

 가방을 집어 쓰레기통에 쳐박았다.

 

 “제기랄!!이런 썅!!! 이 개 같은!!!”

 

 쓰레기통에 가방이 쳐박히며 쓰레기물을 토해냈다. 거기에 달려들어 발길질을 해대었다.

 

 "5년동안 나를!! 죽도록 부려쳐먹고는!! 이제와선 워렌 이 개같은!! 언젠 형제라더니!! 블랙 위자드 팀은 개뿔이, 엿이나 처먹어 이 개놈들아!!!!"

 

 쓰레기통을 걷어찼다.

 쓰레기통은 정당한 벌을 받는다는 듯이 콰직, 소리와 함께 허리가 꺾이며 찌그러졌다.

 그 위를 주먹으로 힘껏 때렸다.

 

 “아악.”

 

 번갯불에 뇌가 지져지는 통증과 함께 나는 오른 팔꿈치를 움켜잡으며 주저앉았다.

 청바지를 따라 구정물이 타고 스며들어갔다.

 

 “크큭...크...크흐흐.....”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수 없었다.

 알고싶지도 않다. 그것이 어느쪽이든지 간에 비참할뿐이었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건지 몰랐다.

 그는 왜 내 팔을 꺾었을까.

 팔을 꺾은걸로도 부족해 왜 내 허리를 으깨고 무릎을 분질렀을까.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정상에 선 내가 죽일듯이 미웠던 걸까.

 과거에도 콤플렉스는 있었다.

 

 아무리 안쪽세상에서 일류 격투선수로 이름을 날린다지만 결국에는 유전적으로 열등해 혈도가 없어서, '도시의 가드'이자 무인이 되지 못한체 광대처럼 격투선수 흉내낸다는 그런 콤플렉스.

 그동안 마음속 깊이 있던 열등감만이 괴물같이 덩치를 키워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래서 자살한다는 거구나.

 자살하는 사람들을 경멸한 과거의 내 자신이 떠오른다.

 이래서 그들이 죽었었구나.

 탈출구가 안보인다.

 현실임을 믿고싶지 않지만 이곳을 벗어나서 도망갈 다른 곳따윈 없다.

 한동안을 그 상태로 있었다.

 지저분한 뒷골목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팔꿈치를 감싸안은체, 이마를 박고 엎어져있었다.

 더 이상의 분노도. 체념도 없었다.

 

 ...........철퍽.

 

 애초에 이제 나에게 이 길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인정할 수가 없었다.

 인정한다면...인정한다면.

 

 ....철퍽.

 

 이마를 구정물 위에 쳐박은채 눈을 감았다.

 스포트라이트가 떠오른다.

 바닥에 볼을 대고 소리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리고....

 

 철퍽철퍽

 

 눈을 떴다.

 눈을 뜸과 동시에 전신을 달리는 소름을 느낀다.

 

 살끝을 달리는 오한.

 

 그것은 마치 찬바람이 불어닥치는 동굴 입구에 알몸으로 서있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철퍽철퍽철퍽철퍽철퍽철퍽

 

 “.....?!”

 

 생각을 하고 자시고도 없었다.

 마치 목에 작두가 떨어지는 것을 피하듯이, 나는 전신을 뒤로 던졌다.

 

 "커억!!"

 

 아니 일어나지도 못하고 주저앉은체로 뒤로 나가떨어지듯 자빠져갔다.

 그리고 한박자 늦게 눈앞을 바라본 내 시야 앞에.

 

 쩌어어억

 

 수십개, 수천개의 누런 이빨.

 

 내 눈동자를 갉아버릴 듯 수천개의 이빨이 주둥아리를 있는 힘껏 내밀며 세우고 있었다.

 

 콰직

 

 목뼈가 부러질 듯 뒤로 젖힘과 동시에 이빨들은 내 눈동자를 긁듯이 스쳐지나가며 맞물렸다.

 

 철퍽...!철퍽철퍽철퍽철퍽!!

 

 아까부터 귓가를 곤두세우던 이질적인 소리.

 마치 심해의 생물이 걷는듯한 소리.

 

 ".....이게.....무슨...."

 

 바닥에 엎어진체로 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주위는 언제나 보아왔던 그 장소. 흔하게 보는 그런 뒷골목.

 저 멀리, 뒷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밝히는 LED등불이 파스름히 번져왔다.

 그것이 여전히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란 것을 각인시켜준다.

 

 그리고 그 창백한 LED 등불을 배경으로 생명체가 있었다.

 

 그것은 검은 색이었다.

 

 누런이빨과 더불어 고양이의 눈보다 더 샛노란 눈동자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머리통은 공중에 떠있었고 그것을 중심으로 11개의 촉수가 사방팔방으로 뻗쳐 벽을 따라 달라붙어 있었다.

 

 철퍽

 

 그로테스크한 민머리가 한번 움직일때마다 수천개의 빨판이 제각기 수축되고 이완되며 뻐끔거렸다.

 푸른 등불 아래에서 번들거리는 피부와 민머리가 비쳐졌다.

 끊임없이 끈적이는 점액질은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아기 머리통만한 노란 동공이 초당 수천번 커졌다가 작아지는 것을 반복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샤아아....

 

 그것은 칠흑보다 더 검은색을 지닌, 거대한 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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