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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죽질않아!
작가 : JasonJK
작품등록일 : 201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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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싸움(3)
작성일 : 17-07-16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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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윽...!!]

 거대한 작두에 실린 혼신의 공격이 시나타데의 허리를 향해 처형대처럼 내리쳤다. 

 그는 라파사의 가슴을 걷어찼다.

 

 퍼억

 

 라파사가 피를 머금은 진흙을 튀기며 튕겨나갔다.

 

 "크흐흐흐... 확실히 감촉이 왔어."

 

 나가떨어진 라파사가 웃으며 일어났다.

 

 후욱후욱후욱...

 

 시나타데는 어깨를 들썩이며 헐떡였다.

 라파사가 씹어삼키듯 말했다.

 

 “네가 언제부터 이런 정정당당한 접근전을 펼쳤다고? 그 비겁한 전투방식으로 악명높았던 존귀하신 살성님이 말이야.”

 

 [닥쳐.]

 

 대답하는 그의 옆구리에는 푸른빛의 액체가 꾸역꾸역 분수처럼 뿜어지고 있었다.

 온몸의 철판들이 살아움직이는 갑각류의 그것처럼 움직이며 어떻게든 그 균열을 보수하려 재각기 움찔거렸다.

 

 “잠자코 자신의 특기를 살려 한 우물만을 팔 것이지 근접의 영역에까지 욕심을 낸다라. 네놈이 아무리 무예의 신이라 할지언정 그 행동, 지나치게 오만하다. 천마, 시나타데.”

 

 [천마라고 내가 부르지 말....!! 큽.]

 

 시나타데는 뭐라 말하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그의 옆구리에 난 상처는 컸다.

 흰 갑옷은 깔끔하게 잘려있었다.

 

 [그래서, 정예들이 거의 전멸직전 되서야 이런상처나 겨우 내고.. 계속 해보겠다 이거냐?]

 

 숨을 고르며 시나타데는 고개를 들었다.

 이미 공터를 가득 메웠던 검은 무리는 절반 이상밖에 남지 않았다.

 바닥은 미끌거리는 인간의 시체와 쇠의 파편으로 가득차 있었다. 

 

 "왜 벌써 지쳤나?"

 [지치긴.]

 

 불에 타 무너지는 대리석의 잔해에는 날아가 박힌 검의 조각들이 있었다.

 하늘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뜨겁게 죽음을 외치던 자들은 바닥에 누워 식어갔다.

 

 [후우.]

 

 시나타데는 숨을 몰아쉬었다.

 

 [조합.]

 

 그는 양 손의 수정을 세로로 합하여 창의 형태로 만들었다.

 거기에 기대 비척거리며 일어났다.

 

 [물러서진 않는걸 보니....죽어도 무인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다 이건가?]

 "뭐?"

 

 그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몇몇의 무인이 순식간에 동서남북으로 서더니 동시에 덤벼들었다.

 

 퍼억

 

 수박깨지는 소리가 나며 첫 번째 사람이 달려들던 속도 그대로 수정창에 찔려 절명했다.

 

 기이잉

 

 수정은 두 개로 분해되어 쌍검으로 휘둘러졌다.

 

 성둥

 

 양쪽에 두 명의 목이 한 합에 날아갔다.

 

 “으아아!! 너라도!!”

 

 마지막 남은 이가 든 갈퀴가 내 목 젖을 긁어갈 때, 순식간에 이동한 시나타데가 덤벼들던 무인을 어깨로 들이 받았다. 무인은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차로 치어버리듯 날라갔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졌다.

 

 "으으...으으으...."

 

 곳곳에서 죽어가는 신음소리가 가득 찼지만 그것도 이내 사그라들었다.

 죽음과 같은 어둠이 주위를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썩어도 준치인가. 분명 몸 상태가 멀쩡할 리가 없을 것이건만.”

 

 라파사가 조용히 이를 갈았다.

 

 [살아도 몇백년 살아온 나이 값은 해야겠지.]

 

 조곤조곤, 서늘한 쇠와 쇠가 맞물리는 날선 목소리로 시나타데가 말했다.

 

 “몇백......년?”

 

 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라파사가 뭐라 답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찬찬히 주위 동료들을 살펴보았다.

 

 “내 마음이 가는데로 행동한다면, 1분 1초를 아껴서라도 네놈과 여기서 동귀어진同歸御眞을 하고싶지만.”

 

 그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말했다.

 

 “그래. 그분이 곧 돌아오시니까.....그 때를 기약하지."

 [그 분?]

 "그래, 첫번째 살성이자 우리들의 군주. 네놈이 잊을리가 없겠지."

 [기어오는 악몽, 사고시라니움....]

 

 탄식에 가까운 소리로 흰 갑주의 석상은 읊조렸다.

 

 [부활 성공한건가보네....부하들의 말이 사실이었어. 자신의 과오를 조금이라도 덮기 위해 아무말이나 뱉은 변명 그 이상 그 이하 아닐 줄 알았는데.]

 

 라파사는 하, 네가 학살한 너의 부하? 라고 읊조리며 냉소를 머금었다.

 

 “그래. 그 분은 반드시 돌아오실 꺼다. 그리고 내가 감히 그분의 행동을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 그 분이 완전히 부활하셨을 때, 분명히 그 첫 행보는 네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것은 너나, 나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거야.”

 [살려줄 때에 빨리 가라.]

 

 시나타데가 차가운,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쩌적....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하얀 갑주의 옆구리로부터 시작된 실금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옷 위로 달리는 녹색의 핏줄 같은 것이 어떻게든 그것을 수복하려는 듯이 날뛰었지만 그 붕괴는 마치 댐에 구멍이 난 것처럼 걷잡을 수 없었다.

 라파사가 말했다.

 

 “그래, 가기야 하겠지. 하지만 곱게 가는건 말이 안되겠지. 그 원한을 생각해서라도 말이야. 시나타데여. 이 도시를 향하여 뒤따라오는 본대가 있다.”

 [벌써 본대가 있을 정도로 재건했나 네놈들의 교단은.]

 "100년동안 놀지만은 않았지."

 [본대의 수장이라면 필히 그 놈이겠군.]

 

 언제나 시나타데의 목소리는 높낮이 없이, 차분하고 서늘하였다.

 

 “암, 너도 알 꺼다. 폭염의 적혈귀赤血鬼. 죽은 부하들의 시체가 식기 전에....! 네놈이 살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 한숨이 미쳐 퍼져나가기 전에 돌아올 것이다."

 

 라파사가 손을 들며 조용히 외쳤다.

 

 "모두 물러나라.”

 

 그 말을 끝으로 라파사는 남은 부하들과 함께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처저적

 

 기어오는 악몽들은 쓰러진 자신들의 동료들을 들쳐매고 뒤로 물러섰다.

 처음 나타났을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그림자와 달빛의 어둠속에 녹아내리듯 순식간에 오와 열을 맞추어 사라졌다.

 땅거미 어둠속에 파묻혀 그들의 뒷모습마저 보이지 않았다.

 

 [후우.]

 

 내 앞에 서있던 흰 석상은 그동안 참았던, 길고 길었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와 함께 그동안 참았던 것을 한꺼번에 게워내듯이, 녹색의 피가 걷잡을 수 없이 울컥거리며 옆구리에서 나왔다. 흰 강철의 몸에 박힌 칼만 해도 여덟 개였다. 갑주는 거의 다 부서져 있었다.

 

 “저...저기.”

 

 내 부러져나간 부위는 이제는 아프다 못해 마비가 되어갔다. 

 사람의 목숨이 오간 격전의 전장 한복판에 있었다.

 아무리 눈앞의 초월적인 존재가 보호하려 노력했다 하더라도 내 몸이 성할리는 없었다.

 사방으로 박살나며 튄 쇳조각에 의해 온 몸은 만신창이이고 몇몇 부위는 뼈가 보일정도의 부상이었다.

 

 철퍽철퍽..

 

 내 찢어지고 벌어진 상처 위로 검은색의 끈적이는 것들이 스며나와 벌어진 상처를 서로 잡아당기고 복구되어간다.

  처참히 부러졌던 사지는 삐걱대며 다시금 제위치에서 내의지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채고 이상하게 생각하기에 나는 눈앞의 존재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뭐라도 눈앞의 석상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을 초월한 수백명의 무인들을 상대로 일반인처럼 학살한 존재였다. 그런 존재를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말도 안되는 짓이란건 알고 있었다.

 그가 귀찮다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나는 1초의 반항도 못하고 목이 날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말을 안건다면, 금방이라도 임종할 것 같은 환자와 같은 느낌을, 무형의 두려움을 나는 받았다.

 

 “......괜찮으신....”

 

 나는 나보다 머리 두개는 큰 존재를 향해 말을 하다 더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푸른 보름달의 달빛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창백하게 보였다.

 달빛 아래 드러난 눈앞의 석상은 말그대로 만신창이였다. 

 그의 전신에 둘러져 있는 갑주는 멀쩡한 부위보다 우그러지고 깨진 부위가 더 많았다. 

 다만 그의 손에는 여전히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을 베어넘겼던 수정의 날이 예기를 잃지 않은체 푸른 냉기를 뿜으며 있었다.

 

 [모두 다.... 갔나....?]

 

 문득 잊고 있었다는 듯이 태고적 신화인 살성은, 바짝 마른 이질적인 목소리로 운을 떼었다.

 

 [그러고보니 더 이상.]

 

 투구의 너머로 줄기줄기 뿜어지던 투기와 푸른 안광은 흔적도 없어진지 오래였다. 

 빈 눈두덩이에는 공허한 어둠만이 자리잡고 있을뿐이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네.]

 

 그는 마치 눈먼 장님처럼 띄엄띄엄 말을 이어갔다.

 나는 부서지고 피가 스며 나오는 내 허리춤을 움켜 잡은체 그를 멍히 쳐다보았다.

 

 [더이상...아무것도.]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를 두 번째 느끼고 나서,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한참을 돌아보았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져가는 저 멀리를 내다보았다. 풀벌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다 갔어요.”

 [정말로?]

 

 눈앞의 존재가 정말로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처럼 내가 알던 그 이야기속의 신화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의 절반도 이해를 하지못했다.

 하지만 방금 전 그는 나의 말을 받아주었다. 처음으로 그와 말이 오고가는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다시 한번 저 멀리 어둠의 경계선을 보았다.

 

 

 “확실해요.”

 [하늘의 색깔은?]

 "어두운데요?"

 [결계까지 다 걷혔구나...]

 

 그 말에, 안도한다는 듯이 흰 갑주의 거인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뜻밖의 말을 한다.

 

 [살았네.]

 

 죽음이란 것과는 가장 거리가 먼 듯한 절대적 초인의 입에서, 죽지 않을 것 같았던 존재의 입을 통해 그 말을 듣는다는 것은 신선했다. 

 그는 문득 기억난다는 듯이 나를 향해, 꺼진 안광을 움직여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뿐만이 아니라 당신, 아니.....그러니까 ‘선대’도.]

 

 

 옆구리에 흘러나오는 푸른색의 피는 이내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꺼진 안광은 완전히 어둠속에 파묻혀 있었다.

 

 퍼석.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이루는 철갑이 더이상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돌이끼에 덮여있던 철갑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잊고있던 세월을 한순간에 자각했는지 하얀색의 돌가루로 변해 흩어진다.

 그것은 움직이는 하나의 존재라기보다는 잊혀진 사원에 우두커니 이끼 낀 체 서있는 하나의 석상에 가까웠다.

 

 쩌적...

 

 갑주의 금은 커지고 갈라지고 이내 목덜미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전신을 이루고 있는 철갑의 몸에는 장인의 손길로 새겨진 듯한 수십개의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져있었고 고풍스러웠다. 그것은 과거 영광의 단면을 보여주는듯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큼은 돌이끼와 갈라져 부서져가는 골동품 그 이상 그이하 아니었다. 

 문득, 그 허름하고 초라한 모습에서  아침마다 거울을 통해 바라봤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아아....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8월의 여름.

 

 검은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떠있었다.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서늘한 밤공기와 함께 달이 뜨고 있었다.

 모든 것이 부서져있었다.

 이제는 공터라기 보다는 폐허에 가까운 곳에, 인기척은 단 둘뿐이었다.

 보름달이 뜨고 그 은색의 달빛 아래, 은색의 거인은 차분히 하지만 공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다시 오기 전에 이동해야하는.....데.]

 

 천년의 고목이 넘어가듯이 천천히.

 천마는 뒤로 쓰러져간다.

 

 챙그랑

 

 양손에 굳건히 쥐어져 있던 수정은 바닥에 떨어졌다. 

 거대한 강철의 음과 함께 거인은 뒤로 쓰러졌다.

 금이 가던 갑주는 더 이상 못 버티고 유리가 부서지듯 박살이 나 허공에 뿌려졌다.

 

 마치 고여있던 포도주 주머니가 퍽, 하고 터져나가듯,

 

 갑주 안에는 그동안 고여 있었을 붉은 피가 홍련의 꽃처럼 들판에 퍼져나갔다. 

 그 피는 너무나도 붉고 선명하여 달빛의 창백한 빛으론 가릴 수 없었다.

 

 “아.”

 

 푸른 대지 위에 펼쳐진 홍련의 피의 호수 위에 펼쳐진 것. 

 맨 처음 눈에 보인 것은 피에 젖은 기나긴 머리였다.

 달빛같이 빛나는 은색의 긴 머리카락.

 

 사락

 

 하얗고 이리저리 찢긴 비단 청의靑衣 아래에는 몸의 굴곡선이 드러났다.

 살성의 전신을 달리는 통증에 미약한 신음소리와 함께 그의 몸을 움직일때마다 굴곡선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기다란 목선은 하얀 피부와 함께 옷깃 위로 자리 잡고 있었다.

 눈 같이 하얀 피부위에 두터운 갑옷을 꿰뚫고 침범했던 무수한 가로지른 붉은색의 자상이 죽죽 그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찰나의 순간에도 회복되고 메워지며 지우개로 지우듯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붓으로 그은 듯 얇지만 선명하게 자리 잡은 눈썹과 콧대.

 비단 청의 아래에 가슴의 굴곡이 호흡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8월의 열대야가 가득한 밤.

 

 “내가...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나는 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구름 한점 없는 밤하늘에서 푸른빛의 보름달이 말없이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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