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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죽질않아!
작가 : JasonJK
작품등록일 : 201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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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나Ashuna (1)
작성일 : 17-07-16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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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아침, 과거의 기억 #1

 

 

 그건 꿈이었다.

 

 검은 불이 불타는, 그런 지옥에 서있었다.

 제각기 사람들이 죽어갔다.

 내가 봐왔던, 하나하나 흘려봐서 기억을 못했으면, 하고 바랬던 각자의 모습대로 죽어갔다. 검은 갑주들의 무인들이 쫓아왔다. 그들의 밥벌이 도구인, 칼을 치켜들고, 도살에 효율적인 각자의 도구를 들고 덤벼왔다. 맞설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겨우 멸치에 비쩍 마른 내가 무엇을? 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한번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 두 번은 버틸 수 있을까. 저들은 내가 젓가락 잡은 횟수만큼 칼을 잡아왔고 읽어왔던 책의 숫자만큼 사람의 목을 쳐왔을 것인데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힘.

 무력.

 무엇보다 강한 힘.

 허황되고 멋지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정말 어떠한 것이든 압살해버리는 원초적인 힘.

 하지만 드러난 옷아래에는 바짝 마른 팔다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망갔다.

 다행히 뜀박질에는 자신이 있어, 점점 그들이 멀어지는 듯했다.

 또다시 정신을 차리니 옆에는 아버지가 같이 뛰고 있었다.

 조금만 더 뛰면 살 것 같아 나는 신이 났다.

 이대로만 뛰면, 아버지도 살고, 나도 같이 사니까.

 뛰면서 웃었다.

 신이 났다.

 ‘신이 나니?’

 아버지가 말했다.

 주저하며 옆을 바라보았다.

 ‘그래, 금방 잊을게다. 나의 아들.’

 아버지의 몸이 비틀려가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버지는 ‘지금까지처럼, 그리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허리부터 찢겨나가고-.

 '도련님.'

 눈이 갈고리로 잡아당겨버리듯 떠지며 그날 하루 아침도 시작하였다.

 

 

 -어느날 아침, 과거의 기억 #1

 

 

 --------------------------------------

 

 

 

 

 8월의 밤.

 보름달은 다시 구름에 가려지며 세상은 어두워져갔다.

 

 “허억...헉...”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언덕길을 올라갔다. 온몸이 불타는 듯이 뜨거웠다. 어떻게 학교를 나왔는지도 몰랐다.

 

 “젠장...”

 

 결국 참을 수가 없어 벽에 어깨를 기대고 숨을 몰아쉰다. 이때만큼은 내 저질 체력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1년 반동안 폐인처럼 골방에 처박혀있던 대가를 톡톡히 치루는 듯했다.

 내 등에는 해지고 먼지에 찌든 천으로 덮여진 여자가 업혀있었다.

 

 “이게 제대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

 

 새삼 중얼거리지만 거기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피비린내 나는 정원을 탈출한지도 몇 시간은 흐른듯했다.

 평소라면 집까지 오는데 30분도 안 걸렸겠지만 최대한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기위해 산길을 돌아가니 거리는 몇십 배 더 멀어졌다.

 더군다나 생각보다....

 

 “무....거워!”

 

 분명 통뼈일 거야.

 나는 중얼거리며 등에 업은 그녀를 재차 고쳐 업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청색의 옷은 너무나도 눈에 띄었다.

 등 뒤를 덮은 천조각은 가까운 건물로 가서 아무거나 집어온 것이었다.

 사락, 하는 은색의 머리가 내 목덜미를 따라 내려왔다.

 규칙적이고 작은 숨소리가 내 귓가를 울린다.

 아까전의 일도 그렇고 어떻게 돌아가는 영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안띄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바보가 아닌 이상 알수 있다.

 그 자리에 도와줄 사람이 올때까지 기다리기에는 금방 돌아올 것이다, 라는 검은 무인들의 말이 걸렸다.

 자그만치 무인끼리의 살육전이었다.

 그리고 우린 방금 전까지 죽음의 문턱에 도달했다가 왔다.

 기어오는 악몽, 이라고 불린 자들이 사라진 뒤 전장에 남아있던 수많은 주검들과 무기들은 검은 모래가 되어 바람에 흩어져갔다.

 마치 모든게 한순간 악몽이었다고 생각이 들정도로 깔끔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여기저기 파괴된 흔적, 그리고 붉은 핏속에 누워있는 그녀뿐이었다.

 그들의 주장이 허투루 된 것이 아니라면, 내 등에 있는 존재는 믿기 어렵지만.

 

 무인들의 전설이라는 6대 살성 중 5번째.

 학살의 천마, 시나타데

 라고 불리는 자이다.

 

 복수를 이기는 단수, 라 불리는 무인들의 전설.

 천상천하유아독존, 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유일한 존재.

 교단전쟁으로 전 대륙의 무인들이 6개의 파로 나뉘어져 싸웠을 때 그 구심점이 되었다던 6명 지존 중에 한명.

 물론 믿기 어렵다. 그리고 계속 드는 의문점이 있었다.

 살성 중에...여자가 있었던가.

 

 [내려놔.]

 ".....!"

 

 눈이 갈고리로 잡아당겨버리듯 떠졌다.

 

 기이잉

 

 새하얗고 창백한 달빛이 구름 틈 사이를 통해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그 창백한 달빛이 환하여 처음에는 눈치를 채지 못했었다.

 

 서늘한 수정의 날이었다.

 

 얇고 투명해서 건너편의 사물이 비쳐 보이는 얇은 수정의 날.

 수정은 허연 냉기를 뚝뚝 떨어트리며 내 눈앞에 놓여있었다.

 하다못해 뒤를 본답시고 고개를 돌렸으면 단번에 머리를 꿰뚫렸을 것이다.

 잊고 있었던 현실의 기억들이 머리를 강타했다.

 머릿속에 펼쳐지는 수십 개의 장면들.

 황혼.

 검은 갑주.

 도살.

 도축.

 살육.

 비명.

 멸살.

 싸움. 그리고.

 

 [어디까지 본거냐.]

 

 잊고 있었던 백색의 차가운 음성이 귀에 들렸다.

 

 [선대여.]

 

 나는 얼어붙듯이 그녀를 업고있던 팔을 천천히 떨어트렸다.

 혹여나 내가 저항한다고 오해할지도 몰랐기에 최대한 천천히.

 등에 있었던 따뜻한 무게가 스륵하고 빠져나가 사라져간다.

 

 [조합]

 

 가가가각

 

 갑각류의 껍질들이 맞물리는듯한 소리와 함께 녹색의 스파크로 등 뒤가 환해졌다 싶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케엑.”

 

 나는 우악스런 철갑의 손아귀에 뒷덜미를 낚아채였다. 볼품없는 소리와 함께 길 옆 수풀 속으로 집어던져졌다.

 두세바퀴를 구르고 뒷통수를 자갈에 세차게 찧어서야 나는 구르기를 멈추었다. 나는 뒷통수를 붙잡고 벌떡 일어났다.

 

 “이게 갑자기 무슨 짓이....!!”

 

 바로 코 앞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예기를 지닌 수정이 겨눠져 있었다.

 "크......"

 

 식은땀을 흘리며 나는 얼어붙었다.

 

 철컥

 

 창백할 정도로 푸른 보름달 아래에서 은색의 철갑주는 나에게 칼날을 겨눈체 서있었다.

 

 [다음 대답에 따라 당신의 목숨을 취할지, 안 취할지가 정해진다. 발언에 신중해라. 선대여.]

 

 온 몸이 금이 가고 마른 피가 달라붙어 있는 철갑의가 눈앞을 메웠다.

 급하게 복구한 듯한 투구는 부서져 앳된 얼굴을 절반밖에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절반을 가린 투구의 눈두덩이에서 뿜어져나오는 드라이아이스 같은 푸른 안광은 눈앞의 존재가 아까 전까지만해도 수많은 무인들을 도륙했던 그 살성임을 충분히 각인시켰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 살의에 가득찬 태도에서도 나는 정말 바보같이, 바보같게도 멍하게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듯했다.

 

 반쯤 부서진 투구로 보이는 깜박이는 살성의 눈동자는 붉은색의 루비와 같은 색깔이었다.

 눈동자는 은색의 비단실처럼 흔들리는 생머리 속에 뚜렷히 자신의 존재를 보이고 있었다.

 그 위로는 가는 붓을 이용해 진한 먹물로 한 획에 그린 듯한 눈썹이 자리잡고 있었다.

 

 까득

 

 하얀 이빨로 악문 입술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 아래로는 한없이 가늘고 여린 목선이 쇄골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목선의 주위로는 비단결처럼 흘러내리듯 은색의 긴 머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머리와 어울리지 않을정도 거대한 갑주에는 미처 마르지 않은 붉은 핏물이 묻어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고고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반쯤 깨진 석상 안에 태고적부터 봉인되어 있는 소녀를 보는 느낌이었다.

 

 철컥 철컥

 

 갑옷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눈앞에서 자체적으로 수복이 되어가고 있었다.

 무수한 실금이 가있던 곳은 용접을 하듯이 메워져가고 있었다.

 갑주 자체가 살아있는 듯하였다.

 반쯤 드러나 있던 얼굴은 어둠속에 감싸여가듯, 수복되어가는 투구 아래로 서서히 침식되듯 가려져가고 있었다.

 

 비현실적인 눈앞의 광경.

 

 코를 자극하는 퀘퀘한 곰팡이 냄새.

 바짝 말라가는 피비린내.

 손바닥에 닿는 서늘한 흙바닥.

 반쯤 제멋대로 풀어헤쳐진 내 오른 신발.

 여기저기 베어져 따끔거리는 상처들.

 하나하나의 존재가 지금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일깨우고 있었다.

 

 “그......”

 “뭐지?”

 

 그때 퍼걱, 하는 소리와 함께 수복되어가던 투구의 입부분이 다시 부서져나갔다.

 

 "읍."

 

 그와 동시에 당황해하며 튀어나온 그녀의 목소리는 도도하고 청아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크윽.]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에 스스로 놀라 입맛살을 찌푸렸다.

 갑주는 재빨리 입부분을 최우선적으로 복구한다. 은색의 철판이 서로 이어져가며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증식해나갔다. 붉은 입술 위로 다시 은색의 철판이 뒤덮여지며 다시금 차갑고 서늘한, 동굴속의 목소리로 바뀌어갔다.

 

 [그래서 보았어?]

 

 그녀의 푸른안광이 격렬한 투기를 발하며 나를 쏘아본다. 숨이 막힐것 같은 긴장감에 나는 얼어붙는다.

 

 “무..엇을....?”

 

 [내 모습을 다 보았느냐 말이다. 강마향혈이 벗겨졌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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