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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단수-천수(天樹)의 환생.
작가 : 동그리
작품등록일 : 201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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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대군 연향.
작성일 : 17-07-26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7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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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여기가 광화문이라니……. 아무도 안 믿을 거야. 광화문 앞이 이런 모습이라고 하면.”

 

 수영의 눈앞에 펼쳐진 광화문 앞은 도로도, 빌딩도, 세종대왕 상도 이순신 장군 동상도 없었다. 그저 커다란 대로가 저 눈이 닿는 반대편까지 이어져 있었고 좌우엔 기와집 즐비했다.

 

 “천신님. 옷이 꽤나 잘 어울리십니다.”

 

 수영은 자주색 저고리에 파란 비단 치마를 입고 있었다. 여전히 소매와 치마길이는 한 뼘씩 짧았지만, 여기 와서 입은 옷들 중에선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런가요? 하하. 그리고 천신님이라고 부르지 마요. 어색하니까. 그냥, 언니라고 불러요 언니, 좋네.”

 

 “언……, 니?”

 

 “응, 그래 그렇게.”

 

 ‘사실 언니라고 하기엔 내가 좀 나이가 많지만, 뭐, 젊어지는 느낌 들고 좋네 하하.’

 

 “아니 됩니다. 그래도 궁중의 법도가 있는데…….”

 

 조상궁의 지적을 공주가 막아섰다.

 

 “괜찮아, 조상궁. 여긴 궁도 아닌데 뭐.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어.”

 

 “하오나…….”

 

 “같이 가요! 언……, 니!”

 

 앞서 걸어가는 수영의 뒤를 따라 빨간 댕기를 맨 소녀가 뛰어갔다. 두 상전의 모습을 소상궁과 조상궁이 불안한 표정으로 뒤따르고 있었다.

 

 ===

 

 “아버님, 중궁전에서 정상궁이 서찰을 가지고 왔습니다.”

 

 옆에 앉은 정상궁이 소매 끝에서 서찰을 꺼내 우의정 김명기에게 건넸다.

 

 “중전 마마께서 이대로 당장 실행하라 하셨습니다. 대감.”

 

 서찰을 펴든 김명기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무엇입니까? 아버님.”

 

 아들 시영이 아버지의 표정을 먼저 읽고 물었다. 필시 중궁전에서 어려운 명을 내린 것이 분명했다. 우상은 서찰을 접어 다시 정상궁에게 건네며 알겠다는 말을 전했다. 정상궁이 나간 뒤, 우상은 아들 시영을 붙들고 물었다.

 

 “니 생각엔 그 전설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 보느냐?”

 

 “아버님, 소자의 생각을 묻는 것이라면……, 그러하다 말씀드리고 싶사옵니다.”

 

 이제 스물 다섯을 갓 지난 나이지만, 시영은 아버지와 정사를 논함에 있어 오히려 한나라의 재상인 아버지에게 정치적 처신을 조언해 정도로 혜안이 있었다. 그 아비 또한 어릴 적부터 아들의 영민함을 보아 온 터라, 한해 두해씩 나이 먹어감에 따라 아들을 의지하고 있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느냐?”

 

 “그것은 궁중에서 벌어진 일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궁중에서 벌어진 일? 그것을 진정 믿을 수 있단 말이더냐?”

 

 “주상 전하와 서문기가 어떤 분들이옵니까? 지금 이 조선에서 가장 냉정하게 권력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분들이옵니다. 그런 분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전설이야기를 일부러 끄집어내어 대신들 앞에서 기를 쓰고 싸울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허나…….”

 

 “헌데, 중궁전에서 보낸 서찰의 내용이 무엇입니까? 아버님.”

 

 “그 여인이 지금 공주마마와 함께 출궁하여 운종가로 향하고 있다하는 구나. 하여…….”

 

 “그 여인을 죽이라는 것입니까?”

 

 “그렇다.”

 

 “허면, 아버님. 이리하십시오.”

 

 ---

 

 “저기……, 무슨 소리 안 들려요?”

 

 운종가 주막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나서는 길에 수영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소리요? 여기가 시좌장군이라 조금 시끄러울 겁니다. 언니.”

 

 “언니……, 하하, 그래요? 내가 잘못 들었겠지. 여기가 시좌장군에요?”

 

 “예, 그러하답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고 해서 운종가라 하지요. 조선의 물자가 이곳에 다 모인답니다. 한 번 둘러보셔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답니다.”

 

 “우와. 그러고 보니…….”

 

 수영의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 다니면서 물건을 사고, 흥정을 하고 있었다. 궐이 아닌 바깥에서 보는 사람들은 결코 현대인이라 볼 수 없는 차림과 생김새였다.

 

 ‘이 사람들에게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힌다고 생각해 봐. 정말 어울리지 않아. 이 사람들은 진짜 조선 사람들이야.’

 

 “그런데 하나같이 너무 말랐다. 우리 조상님들…….”

 

 “예?”

 

 “아니, 마른 사람들이 많네요.”

 

 수영은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요 몇 해 가뭄이 들어 벼며, 농작물이며 모두 말라버려서 그렇지요. 먹을 것이 없어진데다가 전염병도 퍼지면서 백성들의 삶이 많이 힘들어졌답니다.”

 

 “그렇군요…….”

 

 “혹시, 언니. 아니, 천신님께서 오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닙니까?”

 

 “뭐……?”

 

 “이 가뭄을 해결해주시려구요!”

 

 “아, 그……, 그랬으면 좋겠네요. 진짜.”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여기 오게 된 이유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게 세상을 바꾼다는 그런 거창한 게 아닌, 이 사람들을 잘 먹일 수 있는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그때였다. 한 무리의 사내들이 수영의 길을 막아섰다. 소상궁과 조상궁이 두 주인의 앞으로 나서 사내들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금세 좌우 앞뒤 사면이 건장한 사내들로 둘러싸였다.

 

 “조용히 따라오너라. 그대를 보고자 하는 분이 계시다.”

 

 옆을 보니 공주는 겁을 먹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마마, 어, 어찌합니까?”

 소상궁조차 놀란 눈치였다.

 

 “이 남자들,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일단 따라가 봐요. 적어도 붉은 옷을 입진 않았으니까……, 괜찮을 거야.”

 

 사내들에게 둘러 싸여 도착한 곳은 좁은 골목 안에 있는 작은 초가였다. 사내들은 초가 안 마당으로 수영과 일행을 밀어 넣더니, 두 발자국 떨어진 곳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조상궁은 수영과 소상궁을 번갈아 보면서 원망의 눈빛을 보냈다. ‘어쩔 수 없지. 그, 그래요 조상궁. 내 탓이오. 공주 마마를 이런 위험에 빠트리게 해서 미안해요……. 마이 미안해…….’

 

 그때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마당으로 내려섰다. 상투를 틀고 이마를 회색 끈으로 묶고 있었다. 아래 위 바지저고리 역시 회색에 가까운 무채색이었다.

 

 “소영 공주,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옆에선 공주는 오랜 기억을 끄집어내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연향 대군……, 아니십니까?”

 

 “하하. 소영 공주, 어릴 적부터 영특하다 했는데, 여섯 살 때 본 오라비를 아직도 기억하시다니요. 참으로 반갑습니다.”

 

 반기는 표정의 대군이라는 작자와는 달리 소영 공주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가고 있었다.

 

 “오라비? 저 사람이 소영 공주 오라비예요? 그런데 왜 강제로 끌고 와?”

 

 기분 나쁜 눈빛으로 한껏 쏘아보는 수영을 향해 연향 대군이 천천히 걸어와 마주 섰다. 문득 수영은 앞에 선 남자를 올려다보는 높이가 낯설지 않았다.

 

 ‘키가……, 크다?’

 

 ---

 

 “그대가 신단수(神檀樹)로군.”

 

 수영은 앞에 선 기분 나쁜 이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좌장군과 비슷한 키에 어깨가 넓고 덩치가 컸다. 한 걸음 다가왔을 뿐인데도 햇빛을 죄다 가려버렸다.

 

 ‘뭐, 뭐야 이 덩치는……. 본다 이거지? 보면 어쩔 건데? 왠지 기분 나쁜 사람이야. 지지 말자.’

 

 수영은 눈두덩이가 시큰 해져 눈물이 맺힐 때까지 남자의 눈빛을 받아내고 있었다. 어딘가 야생동물 같은 길들여지지 않은 눈빛이라고 생각했다. 쳐진 눈매에 바둑알처럼 까만 눈동자가 수영의 오장 육부를 훑어 내리는 느낌이었다. 소름이 끼쳤다.

 

 그때 소영 공주는 온몸의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10년 전, 연향 대군이 궐을 떠나기 전, 주상 전하를 제외한 궐 안의 사람들 중 그 어떤 사람도 대군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했다. 사냥을 나가면 짐승이 아닌 사람의 시신을 둘러메고 오고, 하루가 멀다하고 내시들은 뼈가 으스러져 대궐 밖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 궐을 떠났던 대군이 다시 이 한양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뭐예요? 당신? 왜 우릴 여기에 데리고 온 거죠?!”

 

 수영은 대군이고 뭐고 간에 일단 목소리부터 높이고 볼 일이라고 생각했다. 떨고 있는 소영 공주와 상궁들이 신경 쓰였다.

 

 ‘나 때문에…….’

 

 “신단수가 여인으로 왔다더니 정말, 그러하군.”

 

 남자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피식 웃었다. 수영은 생각했다. 자신의 물음에 대답조차 하지 않고 아래위로 훑으며 비웃는 이 기분 나쁜 남자를 더이상 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함께 온 사람들을 데리고 얼른 이 곳을 떠나 궁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지금 날 보고 웃은 거예요? 하, 참……. 웃겨서. 지금 사람을 강제로 끌고 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당장 비켜요, 당장!”

 

 수영이 고함을 지르며 몸을 움직이려 하자, 남자는 웃음을 거두고는 갑자기 수영의 어깨를 잡은 채 반대 편 벽으로 밀어버렸다.

 

 “아악-”

 

 소상궁과 소영 공주가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수영의 등이 벽에 부딪히며 붉은 칼에 맞은 상처가 아려왔다. 하지만 등의 통증보다 이 남자에 대한 공포감이 먼저였다. 남자에게 이런 폭력을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더구나 이 남자는 야생 동물 같았다.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수영은 몸이 떨렸다.

 

 ‘오, 오지 마!’

 

 수영의 바람과 달리 남자는 한 발자국씩 다가서며 천천히 입을 뗐다.

 

 “신단수가 여인이든, 신물이든 상관없다. 이제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났으니 날 위해 새로이 신시(神市)를 만들어라!”

 

 “뭐, 뭐……?”

 

 “듣지 못하였느냐? 신시(神市)를 만들란 말이다!”

 

 남자의 거대한 몸이 벽에 붙은 채 떨고 있는 수영의 위로 바싹 다가왔다. 수영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마치 인간이 아닌 짐승의 얼굴을 갖다 댄 느낌이었다.

 

 ‘신시라니……. 내가 왜 이 괴물 같은 자를 위해서 뭔 갈해야 한다는 거지?’

 

 “내, 내가……, 왜.”

 

 정신을 차리려고 겨우 내 뱉은 수영의 말에 남자는 눈을 치켜뜨더니 동시에 수영의 손목을 낚아채듯 들어올렸다.

 

 “네가 만든 이 세상을 눈으로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느냐? 자, 봐라. 네가 남긴 세상을! 이 세상은 실패했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말을 맺음과 동시에 남자의 튀어나올 것 같은 두 눈이 수영을 노려보았다. 수영은 잡힌 손목의 통증과 세상 처음 느끼는 이 공포를 더는 참을 수가 없어 눈을 감으려 했다. 그때였다. 수영의 손목을 잡은 대군의 손목 위로 또 다른 손이 가로 덮쳤다. 손등 위에 굵게 선 힘줄이 어지럽게 흩어지며 빨간 관복 소매 밑으로 흘렀다.

 

 “대군 마마. 그 손, 놓으십시오!”

 

 단호하고도 분명한 목소리였다. 좌장군은 최대치의 기를 끌어올려 대군의 손목을 잡아 누르면서 천천히 수영과 대군 사이를 막아섰다.

 

 “감히, 일개 내금위 따위가 나를 막는 것이냐?”

 

 분노한 대군의 음성이 떨렸다.

 

 “대군 마마를 막는 것이 아니옵니다. 주상 전하께서 지키시라 하신 분, 천신님을 지키는 것이옵니다!”

 

 좌장군은 물러서지 않고 잡은 손에 기를 더욱 증폭 시켰다. 대군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때였다.

 

 “으흑……!”

 

 참고 있던 수영이 아픈 신음을 토해냈다. 두 남자의 힘이 수영의 팔에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뼈가 부스러지는 고통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순간, 대군의 손목이 무겁게 들어 올려 지면서 수영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다. 수영의 신음소리에 놀란 좌장군이 대군의 손목을 비틀어 꺾듯이 잡아 올리고 있었다. 속수무책으로 그를 노려보며 버티던 대군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감히!”

 

 비틀거리며 걸음을 물리는 대군의 앞을 완전히 막아서며 좌장군은 등 뒤에 선 수영의 기운을 살폈다.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아아…….”

 

 손목을 부여잡고 벽에 겨우 몸을 기댄 수영은 신음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옆에서 안타까움에 발을 구르고 있던 소상궁이 달려와 수영을 부축했다. 손목에 시커먼 멍이 들어 있었다.

 

 ‘여인의 손목을 어찌 이리 사정을 두지 않고!’

 

 때마침 들이닥친 내금위 병사들이 칼을 빼들고 주변을 에워쌌다. 좁은 초가의 마당은 칼을 들고 마주 선 대군의 병사들과 내금위 병사들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다.

 

 “대군 마마! 그만 돌아가십시오. 그리하시면 오늘의 일은 주상 전하께 고하지 않을 것입니다.”

 

 “네가 지금 나를 겁박하는 것이냐? 내가 아직도 아바마마를 두려워하는 철부지로 보이느냐?”

 

 안 그래도 좌장군의 힘에 밀려난 것에 분노하고 있던 대군이었다. 세 명의 대군이 있었음에도 늘 아버님의 관심을 독차지 하던 자, 10년 전 그의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던 그날 밤이 다시 떠오르던 순간, 그는 이성을 잃고 좌장군을 향해 달려들어 칼을 그었다. 좌장군의 청운검이 허공에서 빛을 내며 부딪쳤다. 뒤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천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대군을 흠집 하나 없이 돌려보내기 위해 좌장군은 애를 쓰고 있었다.

 

 “오늘의 일을 꼭 아버님께 전해라. 신단수는 내가 가지게 될 것이라고!”

 

 몇 번의 검이 더 오고 간 뒤, 대군은 뒤에 서 있는 신단수를 노려보며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더니, 이내 수하들을 데리고 초가 밖으로 사라졌다.

 

 “휴, 저 좌장군이란 자 정말 대단한 자가 아닌가?”

 

 건너편 초가지붕에 몸을 숨기고 있던 좌장군은 참고 있던 숨을 몰아쉬며 옆에 있는 좌장군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좌장군의 얼굴이 땀에 젖어 있었다.

 

 “저, 대군이라는 자 말입니다. 형님. 뭔가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사람 같지 않아요. 못 느끼셨습니까?”

 

 “글쎄다. 뭔가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보다 형님께서 서찰을 보내셨다. 곧 이곳에 도착하신다는 구나.”

 

 “형님께서 직접 오신다고요?”

 

 “그렇다는 구나. 내일이면 보름이니……. 어서 형님 맞을 채비를 하자.”

 

 ===

 

 “어떠셨습니까? 대군 마마. 신단수(神檀樹)를 직접 만나 보셨습니까?”

 

 김시영은 가부좌를 틀고 좌정하고 있는 대군 앞에 최대한 몸을 낮추어 머리를 땅에 박고 아뢰었다.

 

 “그 여인이 신단수가 맞는가?”

 

 “그렇다 들었사옵니다. 대군 마마. 주상 전하께서 좌장군을 그 옆에 두신 것을 보면…….”

 

 아침에 중궁전에서 서찰을 받은 뒤 시영은 곧바로 연향 대군을 찾아 가 신단수의 행방을 알렸다.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관심을 두고 있던 그에게 얼마 전부터 연향 대군이 한양에 나타났다는 소식은 그냥 듣고 흘릴 일이 아니었다. 연향 대군이 누구인가? 10년 전 대궐에서 홀연 자취를 감춰버렸어도 그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조선의 제일 왕위 계승자이자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한양에 다시 나타나다니……. 시영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대군이 머무는 곳을 알아 두었다. 그리고 어떤 계기로든 대군을 만나게 되길 기대했다. 그런데 그 기대가 이렇게 빨리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다. 어리석은 중전은 세자의 보위를 위해 신단수를 죽이라 하지만, 시영의 생각에는 이 세상 모든 세자의 목숨을 합쳐도 신단수의 목숨보다 중하지 않아 보였다. 그는 신단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중전에게서 받은 명을 실행하려 했다는 명분을 얻어 아버지와 중전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신단수를 좌장군에게서 떨어트려 놓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연향 대군이었던 것이다.

 

 좌장군이라는 말에 대군은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감은 눈을 떴다.

 

 “그대가 나를 찾아 온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시영은 땅에 박고 있던 머리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대군 마마. 소인, 신단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사옵니다.”

 

 머리는 들었으되, 여전히 땅을 향해 말하고 있는 시영을 향해 대군의 낮은 음성이 울렸다.

 

 “신단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서문기를 찾아 가면 될 일. 나를 찾아 온 이유가 진정 그것뿐인가?”

 

 시영은 자신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는 대군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짐승 같은 눈빛이 시영의 향해 웃고 있었다.

 

 “김시영이라 하였느냐? 나와 함께 하겠느냐?”

 

 “황공하옵니다. 대군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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