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익
"환영이야!"
나의 말에 진영의 실눈이 살짝 뜨이더니 루비처럼 새빨간 두 눈동자가 날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한국인이 아닌건가?
그의 외모가 국적을 잘 알수없는 미남형 얼굴이긴 하다. 언뜻보면 서양인같지만 어뜻보면 서양인같기도 하다.
"왜?"
나는 혹시 이곳에서 싸우자는게 아닐까 라고 기대하며 물었지만, 진영은 눈을 다시 감고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진영이 지금의 나에게 덤빈다면, 내가 이길 수 있을 지는 모른다. 그의 말대로 나의 힘은 사기적으로 강하다, 그러나 아직 나의 스텟 동기화률은 5퍼센트 밖에 되질 않는다.
그리고 난 그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승산은 60퍼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게 왠만하면 좋지.
"으음"
그러고보니 여기 오고나서 딸기 파르페를 시켰는데 아직까지 파르페의 파짜도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는걸까.
"진영아"
"네?"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뭔 일이라도 생긴걸까?"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석자리에서 갈색로브를 쓴남자가 모자를 벗으며 일어났다. 그러자 서양인 특유의 얼굴과 대머리가 들어났다. 그냥 대머리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남자의 얼굴에는 여러가지 마법진으로 보이는 문신들이 남자의 대머리 부터 목 아래까지 이어져있었다.
그리고 그 대머리 외에도 다른곳에 앉아있던 소수의 사람들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소매를 걷거나 바지밑단을 걷어서 대머리와 비슷한 문신을 보였다.
그것을 확인한 대머리 남자는 손바닥을 천장을 향해 들어 올리며 외쳤다.
"[화염구]"
투쾅!!!
대머리 남자의 손에서 축구공만한 화염덩어리가 천장에 부딛히며 폭팔했다.
"꺄아악!"
"테러다!!"
그 효과가 대단했는지 카페 내부에 혼란이 찾아왔다. 사람들의 비명을 참을 수 없었는지 대머리 남자가 검지와 중지를 딱 소리나게 팅기더니 순식간에 카페 내부의 중력이 강해지면서 사람들을 눕혔다.
그제야 조용해진 카페 내부를 보며 대머리 남자는 만족을 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자 모두들 손을 들어주시고 가만히 있어주시길 바랍니다."
그 다음 대머리 남자는 마치 신을 찬양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아니면 저희 신인류가 주신님을 대신해 구인류 여러분께 심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대머리 남자의 말에 동조하듯 소매를 걷고 마법진을 보인 남자가 장검을 꺼내며 외쳤다.
"지금부터 이곳은 우리 신인류가 점령한다!"
설마 진짜 강도가 있을 줄이야. 항상 요놈의 입이 문제다.
뭐, 나와 진영에게는 피해가 없지만.
저거 노려보는거 보소 아주 무서워 죽겠군.
"연님.. 혹시 저희만 아무렇지도 않은 이유가"
진영의 물음에 간단하게 고개만 끄덕인 나는 혹시모를 비상상태를 위한 갓 구운 따끈따끈 한 상태의 스테이크와 식기들을 아공간에서 꺼내 식탁에 내려 놓았다.
"... 연님 이 상황에서 밥이 넘어가십니까..!"
"응 아주잘 넘어가니 방해만 하지말아줄래?"
배고프거든.
나의 말에 진영이 한숨을 푹 쉬면서 대머리남자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신경전을 벌이든 말든 나는 배나 채워야겠다.
달그락. 달그락.
한손에는 포크, 한손에는 나이프 어디 한번 고급스럽게 먹어볼까.
포크로 스테이크를 찌르고 그 옆부분을 나이프로 잘라 입안에 넣는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났다.
"와인이.. 없어"
모처럼 완벽하게 먹고싶었지만 없는건 없는거다. 어쩔수 없이 스테이크만 꾸역 꾸역 씹으면서 진영과 대머리 남자의 신경전을 지켜보기로 했다.
왜 서로 움직이지 않는걸까. 꾸역 꾸역.
"어이.. 동양인 거기서 움직이면 이 인간들의 목숨은 없다."
마침 대머리 남자가 화염덩어리를 아래에 쓰러져있는 남성에게 조준하며 말하자 진영은 혀를 차며 두손을 들며 말했다.
"일반인들은 풀어주시죠, 인질은 저 하나만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진영의 말에 대머리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신음을 흘리더니 스테이크를 꾸역꾸역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나를 보고 혀로 주위 입가를 쓸며 입맛을 다셨다.
갑자기 밥맛이 사라질 것 같네.
"저 소녀도 포함하면 요구를 들어주죠."
대머리 남자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웃자 진영에게서 이를 가는 소리
가 들려왔다.
"왜죠? 마음에 들지 않나요?"
대머리 남자가 한번더 묻자, 진영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내 의견은 어디갔니. 꾸역꾸역.
진영의 긍정적인 반응에 대머리 남자가 손가락을 한번 더 팅겼다, 그러자 바닥에 누워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조심스럽게 일어나면서 진영을 쳐다봤다. 그에 진영이 고개 끄덕이니, 사람들은 진영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갔다.
정작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네, 뭐.. 이게 당연한거 겠지. 꾸역꾸역.
그러자 대머리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저희들은 신인류 이 능력은 신께서 축복하신거지요 이것이야 말로 사랑의 결정체! 저희들은 선택받은 존재입니다!"
아. 응, 항상 있지 저런 사람들. 저 남자는 이제 우리에게 동료가 되랏! 을 시전할께 분명하다. 꾸역 꾸역.
"당신들도 신에게 선택받은신거 같네요 어떤신가 저희와 함께 하는것이."
대머리 남자가 진영에게 손을 내밀며 광기가 넘치는 듯 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미소를 짓는 사람은 대머리 남자 한명 뿐만이 아니라 그의 동료로 추정되는 신도들까지 모두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머리가 우두머리인것 같군.
꾸역 꾸역.
그 순간 어딘가 화가난것 같은 여자가 다가와 나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사납게 외쳤다.
"어디서!! 교주님이 말씀하시는데 무릎을 꿇기 망정 뭘 먹고있는거야!!"
툭.
쯧, 스테이크에 피가튀겼네. 꿀꺽.
"미디움 스테이크..라고 해도 들릴리는 없지만 아니 들릴려나?"
나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나무 바닥에 떨어졌다.
"그거 알아? 먹을 땐 개도 안건들여"
나무바닥에 빨간색의 액채가 천천히 퍼지고 있다.
"자업자득이야"
여자의 머리가 대머리 남자의 발밑으로 굴러갔다.
"안그래? 대머리성인"
나의 콧속으로 들어오는 비릿한 철분냄새의 얼굴을 찌푸리면서 스테이크가 남아있는 접시를 들었다.
"무,무얼한거냐!!"
대머리 남자가 말을 더듬으면서 물었다.
나는 남은 스테이크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고 한번에 삼킨다음 말했다.
"방해되니까."
이미 식도로 넘어간 스테이크에서 살짝 비린 맛이나는 것 같아 혀를 차며 진영을 바라보았다.
진영은 놀랐는지 크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자 개념신박한 대머리 성인 아저씨 다른 사람은 죽여도 되고 자신의 부하들은 죽으면 안되는거야?"
나의 말에 대머리 남자의 동공이 흔들렸다, 눈을 크게 뜬 모습의 진영이 더욱 두루뭉순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연님은 어떻게 이들이 사람을 죽였는지 알고 계시는 거죠?"
어떻게 알긴
"내가 9년전에도 후각이 좀 뛰어나긴 했는데 지금은 훨씬 좋아져서 말이야 역한 냄새는 바로 알수있단 말이지 누구에게서 나는지"
"그렇다고 해서 살인은..!"
"난 돌아오고나서 지금까지 살인은 아직 한번도 안했는데?"
진영은 나의 말이 이해가되지 않았는지 바라만 볼 뿐이였지만, 대머리 남자는 나의 말을 이해 했는지 소리를 고래 고래 질렀다.
"이 마녀가!! 사람을 죽여놓고 할 소리냐!!"
허.. 참 웃음이 다 나오는군.
"내가 죽인건 사람이 아니야"
난 바닥에 구르고 있는 여자의 머리위에 발을 올려놓고 힘을 줘서 찌부러 트리며 말했다.
"굳이 말하자면 언데드겠네?"
나무바닥에는 여자의 머리와 같이 터졌어야 할 뇌가 존재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면 언데드겠네?"
나는 신발에 묻은 핏물을 털며 사납게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대머리 남자를 마주 보았다.
안 그래?
피식.
"변명이라도 해볼래?"
조소를 머금으며 묻자 대머리 남자가 외쳤다.
"저 마녀년의 목을 가져오세요!!"
흠 역시 그런 거였나.
"팔뚝을 먹고, 유방을 먹고, 심장을 먹고, 얼굴을 뜯으며 절망을 안겨주어야 합니다!"
처음 대머리 남자의 얼굴에 새겨진 마법진을 보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살짝 의아해했었다가.
나의 멱살을 잡았던 여자의 입에서 역겨운 인육 냄새가 나자 그 마법진의 정체가 생각났었다.
호문클루스, 뇌가 없는 인간, 인체실험, 시체, 언데드.
지금 나를 먹기 위해 다가오는 저들은 이미 죽은 인간들의 시체이고, 아까부터 대머리 남자의 옆에서 장검을 들고 비릿한 미소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은 마법으로 만들어 낸 호문클루스일 것이다.
효율로 따지면 호문클루스가 월등하지만 만들기가 무척 까다롭다. 하지만 언데드를 인위적으로 만들려면 뇌만 제거하고 마력이 담긴 마법진만 있으면 완성된다.
뇌를 제거하는 이유는 만약 제거를하지 않으면 저 대머리 남자의 야만적인 명령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실행할 수가 없다.
뇌가있으면, 지성을 가지고 자아를 되찾겠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다 썩어가는 몸을 받고 다시 살아나는 것에 불과하겠지.
정말 역한 냄새가 나는군.
"위험합니다!"
쿠당탕
난 빨리 언데드들을 친히 저승으로 보내주고 대머리 놈도 염라대왕과 부모님 면담을 시켜주려 했다.
근데 갑자기 이 빌어먹을 호색남 김진영이 나를 덮치는 것이 아닌가.
"비켜, 김진영"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 시체유기장에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정말 저들이 인간이 아닌 겁니까?"
아니 글쎄 아니라니까. 쯧.
내가 혀를 차며 끄덕이자, 진영은 무언가 결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당신만 믿겠습니다."
뭔 개 짖는 소리니 라고 말하려다가, 그의 붉은 눈동자가 빛에 반사된 것 같이 아름답게 반짝여서 나오려고 했었던 말을 성대 안쪽으로 집어넣게 되었다.
"너.. 설마"
내가 진영에게 중요한 것을 말할려고 하자, 갑자기 진영에 등 뒤에서 하얀 불길이 솟아오르며 다가오던 언데드들을 모조리 태워버린 것이었다.
난 철석같이 이 남자가 육체계라고 착각했었다.
정정한다. 이 남자는 하이브리드계다.
"드래곤.. 아니 용인족이네"
나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진영이 머쓱 웃으면서 대답했다.
"반쪽짜리 드래곤이죠"
그러면서 나의 허리를 잡고 부축하며 일어나더니 영원히 불타오를 것만 같았던 하얀 불길이 사라지고 그곳에는 언데드들로 추정되는 재들이 남아있었다.
"손 치워"
"싫습ㄴ..크헉!"
내가 친절하게도 먼저 허리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까지 해줬는데도 무시해서 살짝 명치를 쳐 때렸더니 진영이 이상한 신음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게 말로 할 때 듣지.
"큭.. 너무하시네요 모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말이죠"
"응 안 멋져"
난 고통에 몸부림치는 척을 하는 진영을 뒤로하고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대머리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대머리 남자의 옆에서 미동 없이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던 호문클루스가 나에게 달려오면서 장검을 내리쳤다.
"[타임-아웃]"
하지만 내가 입을 열자, 장검은 나를 가르기도 전에 바스러져서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무기가 사라져 당황하고 있는 호문클루스의 품 안쪽으로 들어가 명치가 있는 쪽에 손바닥을 대고 외쳤다.
"[파(破)!]"
그러자 손바닥에서 붉은 마력이 모여 호문클루스의 명치에서 회전하면서 마찰을 일으켰다. 그로 인해 호문클루스는 피를 토하며 대머리 남자를 지나쳐 벽을 뚫고 날아갔다.
"진영아"
"네..엡"
"방금 날아간 거 도로 가져와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테니까"
나의 말에 무릎을 꿇고 있었던 진영이 벌떡일어나더니 부서져서 밖이 훤히 보이는 벽 넘어로 달려갔다.
아까 호문클루스를 만들려면 까다롭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그 이유는 인간형 호문클루스의 재료 중에 인간의 영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순수한 영혼이 순수한 영혼이란, 즉. 한 번도 쓰지 않은 새하얀 A4용지 같은 영혼을 일컫는다.
교황 같은 선의로 가득 찬 존재여도 영혼에 작은 검은색 티끌이 있을 터지만, 새하얗고 새하얘서 너무나도 순수한 영혼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
바로 태어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들.
그리고 영혼들의 수가 많을수록 강력한 호문클루스가 태어난다. 보통 건강한 호문클루스 한 명을 만들려면 약 100개의 순수한 영혼이 필요하지.
"흐흐흐흐.."
그리고 내 앞에서 실실 쪼개고 있는 대머리 아저씨는 나의 공격으로 날아가 버린 그 호문클루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미래의 새싹들을 깡그리 잡아 죽였을 것이다.
"자, 대머리 아재 하고 싶은 말은 없어?"
"하하하핳!! 흐하하하!! 하흐하햫하하하ㅡ하!!"
귀청 떨어지겠네.
"아아~ 어찌 당신은 그렇게 오만 할수가있는 겁니까.. 당신처럼 신님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있는 사람이!! 어째서 ! 그렇게 사랑을 남용하는 거죠? 가증스럽습니다, 가증스럽습니다!! 당신은 신님의 사랑을 이용하는 마녀! 숙청해야만 됩니다! 숙청 숙청! 당신의 몸을 불태워서.. 영혼을 정화해 신님의 곁으로 보내드려야 하겠죠.."
마녀사냥이 다름없군.
"그러니.. 당신은 여기서 저에게 잡혀주셔야겠습니다. 후후흐후후"
대머리 아저씨가 말을 끝내고 무릎을 꿇으면서 피가 흥건한 나무 바닥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나무바닥에 고여있던 피가 내 발밑에 모여들더니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후후후 아까부터 가만히 있으신 걸 보니 이제야 신님이 주신 사랑의 힘을 남용한 것이 후회되시나 보군요!"
아니, 귀찮아서인데. 이 스킬은 내가 모르는 것이기도 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이윽고 마법진이 완성됬는지 대머리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면서 외쳤다.
"[팬텀브레이크으으으으]!!!"
그러자 내 발밑에 있던 마법진에서 보랏빛 섬광이 나오더니 내 시야를 방해했다.
"흣"
갑자기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서 신음을 흘리며 눈을 감았지만, 심호흡을 해서 안정을 되찾고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내 주위에 불타오르는 것 같은 보라색 벽이 하늘 위로 솟아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벽 안에는 화가 몽크의 유명한 작품 절규에 나오는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표정과 매우 흡사한 얼굴들이 여기저기서 둥둥 떠다니며 여러 종류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살려줘!! 미안해!! 그만둬!! 살려줘 ..엉엉 이제 그만해!! 응애응애 사,살려줘!! 날 여기서 꺼내줘!! 살려줘!! 그만둬!! 살려줘 !! 그만 날 죽여줘! 응애응애 사,살려줘!! 날 여기서 꺼내줘!! 살려줘!! 꺼내줘!!]
"자아! 마녀여!! 영혼의 고통에 절망하십쇼!"
확실히 보통사람이었으면. 아니 김진영이라도 이 안에 있었으면 필시 미쳐버리거나 혼절해버리겠지.
하지만 대머리 아저씨 당신은 사람을 잘못 골랐어.
나에게 이건 자장가 수준이거든.
그리고 실망했어, 미친 사람인 것 같았는데
그냥 미친 척이었구나.
동류인 줄 알았는데.
"[디 엔드]"
나의 주위를 감싸던 보랏빛 영혼의 벽이 사라지며 대머리 아저씨의 점점 구겨져 가는 얼굴이 보였다.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이 마녀!!"
"무슨 짓을 한 거냐고?"
간단하다.
"방금 네가 쓴 스킬을 되돌려 주는 것뿐이야"
대머리 아저씨가 나의 말을 이해했는지 점점 얼굴에 절망의 빛이 드리워지고 있다.
그리고 대머리 아저씨는 "안돼 안돼 안돼!!" 라고 외치면서 나에게 달려오려고 했지만.
쿠와와왕!!!!!!!
"바이바이 대머리 아저씨"
이미 늦었다.
그리고 몇 분 후 벽 안쪽에서 대머리 남자의 비명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아 손가락을 튕겨서 스킬을 캔슬시켰다.
딱.
그리고 그곳에는 온몸에 있는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쓰려져 있는 대머리 아저씨가 있었다.
"으.. 디러"
"연님!! 괜찮으십니까!!"
오, 마침 진영이 돌아왔나 보다. 이제 헌터협회에가서 등급측정을 받고 나서 미노타우로스(小)의 수정을 팔면 되겠지.
그 전에 우선 해야 될 일이 있지만.
"호문클루스"
"예...?"
나의 짧은 말이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진영이지만 내가 진영의 어깨에 들려져 있는 호문클루스를 검지손가락으로 가르켜 내 앞에 내려놓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자 그제서야 "아~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나의 발밑에 기절한 호문클루스를 내려놓았다.
적어도 이 아이들만이라도 안식을 되찾아줘야지.
내가 지금부터 쓸 스킬은 [이누마 엘리쉬]본래는 성녀클레스 정도만 쓸 수 있는 대인용 정화스킬이지만, 나는 좀 편법을 이용해서 이 스킬을 게임 속 마왕을 쓰러트리기 전에 얻었던 적이 있었다.
이곳에 돌아와서 쓰는 건 처음이지만 부디 잘 되길 빌어야겠지.
나는 호문클루스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반대쪽 손은 나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음 부드럽.. 아니 착한생각 착한생각.
"...[이누마 엘리쉬]"
내가 스킬이름을 말하자 내 머리 위에서 금발의 미소녀 지천사가 내려와 나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러자 나의 몸을 새하얀 빛이 감싸더니 점점 호문클루스의 가슴 위에 올려져 있는 나의 작고 부드러울 것 같은 손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호문클루스의 눈에서 금빛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발끝부터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나의 손바닥 아래에 누워있었던 호문글루스는 없어져있었다.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다음 생에는 웃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