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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보다 여우
작가 : 수수봉봉
작품등록일 : 201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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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선
작성일 : 17-07-31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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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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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태양이 내리쬐는 오전의 끝자락.

 쏟아지는 사람들 틈에서 간만에 멀끔하게 차려입은 양희가 삐져나왔다. 며칠 전까지는 핑크빛 혈색을 자랑하던 양희는 요즘 심각한 고민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낯빛이 다 죽어간다.

 이유는 바로 얼마 전부터 느껴지는 이상한 시선 때문이었다. 길을 걷다가 놀라서 뒤를 돌아볼 때도 한 두 번이 아니고, 처음엔 무서웠는데 이제는 점점 화가 날 지경이었다. 이 시선이라는 것이 시도 때도 없어서 상황을 가리지 않고 느껴진다.

 더군다나 오늘은 오랜만에 괜찮은 기업에 면접을 보러갔다가 그 시선 때문에 망했다. 면접관이 묻는 질문에 거침없이 소신껏 답변 중이던 그녀는 갑자기 소름끼치는 그 시선 때문에 두리번거리다가 집중도가 낮다고 그 자리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은 것이다.

 망할…….

 근데 그 시선이라는 게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으니 어디다가 말도 못하겠고 당연히 신고도 불가능하다.

 

 

 “하…”

 

 

 갑갑함에 한숨만 나오고 방법이 없다. 말 못한 괴로움으로 사실 양희는 자기한테 스토커가 붙은 것 같았지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그렇게도 생각할 수 없었으므로 대체 이게 뭔지 알 길이 없었다.

 

 -니나노~나니노~ 못 간다고 전해라~

 

 

 “어. 여보세요?”

 “야!!!양~!어떻게 됐어?!?”“……개 망.”

 “뭐?!왜 또.”

 

 

 친근한 목소리가 폰 너머에서 소곤거리며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뭐라고 하겠는가.

 

 

 “너 안 바빠? 한창 바쁠 시간 아니야?”

 

 

 대답하기 좀 그래서 말을 돌렸다.

 하지만 눈치 빠른 친구님께서 손쉽게 그 수를 읽어 내버렸다.

 

 

 “웃기시네. 말 돌리기는. 나 내일까지 쉰다고 했잖아! 빨리 대답이나 해봐!! 아까 들어가기 전까지는 분위기 좋다며? 면접 온 사람들도 몇 명 없었다며”

 

 

 아까 전, 면접장으로 들어서기 전까지 그녀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화창한 날씨에 운이 좋을 것만 같은 그런 기운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그놈에 설레발이 항상 문제라고 방금 그녀는 깨닫고야말았다.

 아까 톡으로 그렇게 설레발만 안 쳤어도……

 양희는 그 때까지는 정말 잘 될 거라 생각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그랬는데… 그 자리에서 사형 선고받았어.”

 

 

 전화를 하면서 걸어가는데 문득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깔끔한 오피스 룩 차림의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는데 어색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발에 맞지 않는 구두는 불편했고 양희는 자신의 얼굴이 우울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했다.

 

 

 “엑~?그렇게 속전속결로?? 너 뭘 한 거야!? 그거 올해 상반기 마지막 공채였잖아…”

 “그러니까 말이야…마지막 공채를 시원하게 말아 먹었지.”

 

 

 

 양희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미남이에게 자초지정을 털어놓았다.

 성이 안, 이름이 미남이인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는 여자다. 서로 이름이 특이한 바람에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베스트 프렌드였지만 그녀와 지금까지 함께한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다. 항상 그녀를 위해주는 따듯한 마음을 가진 친구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의 곁에 얼마 남지 않은 친구들 중 가장 친한 친구였다. 미남이는 이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여성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꽤나 털털한 편이라 의지가 많이 되는 성격이었다. 지금은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양희와는 다르게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뛰어난 실력이 소문이 퍼져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유명한 몇몇 모델들을 전담하고 있기도 한 촉망받는 인재.

 그렇지만 잘난 척하지 않고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가끔…나보다 더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욱 하는 게 문제지. 하하’

 

 

 “이런 미친…그 면접관 놈들! 그놈들 첨부터 그럴 생각이었던 게 분명해!! 잠깐 그렇게 둘러봤다고 그렇게 단번에 탈락 시키는 게 말이니? 아놔…”

 

 

 소리를 최저로 해놓았는데도 폰에서 쩌렁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남이 화났네. 하하. 양희가 갑작스런 고음에 놀란 귀를 진정시키고 다시 통화를 이어나가려고 폰을 귀에 대자마자 단호한 말이 들려왔다.

 

 

 “당장 이리와.”

 

 

 뚝-

 

 양희는 이럴 때 서둘러 가지 않으면 크게 한 소리 듣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친구 미남이는 털털했지만 때론 숨겨져 있던 여성스러움이 잔소리로 폭발하곤 했다. 그러면 몇 시간을 꼬박 그 앞에서 벌을 서는 기분으로 이야길 들어야만 했다.

 전화를 끊고 서둘러 강남역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택시를 잡았다. 기사님을 재촉해서 20분도 안 돼서 도착한 압구정 근처 헤어샵. 그 크기부터 압도적인 유명한 헤어샵이었다. 온 사방이 유리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그 앞에 높은 담으로 된 문이 하나 더 있어 적나라하게 안이 다 드러나지는 않는 특이한 구조였다.

 

 

 “여기가 바로 미남이의 직장이구나. 말만 듣고 처음 와보네.”

 

 

 차마 문 안으로 들어서지는 못하고 벽에 기대 애꿎은 발으로 땅을 쓸어대는 양희는 문득 자신이 조금 초라해 보인다고 느꼈다.

 

 

 “난 뭐하는 거니. 에휴.”

 

 

 양희는 안에서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톡으로 도착했음을 알리고 1분도 안되었는데 누군가 달려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쭉 뻗은 다리에 늘씬한 몸매가 두드러지는 반바지. 청색 시스루 남방을 멋스럽게 소화하는 그녀가 바로 양희의 베프 미남이였다. 반가움에 손을 흔들자 미남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는 게, 헐-어이없어 딱 이런 표정이랄까.

 

 

 “양양! 너 지금 웃음이 나와?”

 “아니 뭐, 반가워서 그렇지~ 그리고 늘 있던 일이니까. 데헷~”

 “야!!”

 “아야…”

 

 

 찰싹-하고 매서운 손길이 양희의 팔뚝을 가격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알싸한 아픔에 짜증과 화가 났지만 미남이에게 꼼짝을 못한다.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라 아직도 타격감이 남아있는 팔뚝을 문질 거려 보지만 한참이나 그 고통은 계속되었다.

 

 

 “넌 이상한데서 늘 긍정적이라니까?! 여기선 좀 짜증도 내고! 우울한 표정도 좀 짓고 해야지!”

 “지금…좀 우울해보이지 않나?”

 “…너 지금 웃고 있거든?”

 

 

 그녀의 말에 양희는 생각했다. 우울한 표정인데…예전부터 늘 그랬던 거 같다. 화낸다고 화내고,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나름 생각했는데 남들은 웃고 있다고 말하는 거. 물론 예전에는 감정표현을 숨기려고 하는 것 때문에 그렇게 한 것 같지만 성격이 바뀌면서도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 같다.

 

 

 “그래? 나 나름대로 우울한 거야…하, 이번엔 진짜 잘 될 것 같았거든…”

 “…너같이 열심히인 애가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더하다는 거지!! 그러니까, 너무 깊게 생각 하지마! 안 되겠다~! 이럴 때엔 색깔 고운~님들을 마셔줘야지. 가자!! 이 언니가 쏜다~”

 “뭐? 그치만 아직 해도 안 졌는데…?”

 “그까이거 뭐. 곧…지겠지? 쿡큭큭! 렛~츠꼬우”

 “어어어~잠깐만! 구두 구두!!천천히 가.”

 “꼬우!꼬우~!”

 

 

 미남이 급하게 잡아당기는 통에 양희는 그만 바닥에 얼굴을 찍을 뻔했다.

 구두굽이 끌려서 마찰력에 균형을 잃어버린 것이다. 다행히 중심을 다잡고 어느새 제법 멀리가고 있는 미남이를 한번 보고 구두를 바르게 신는데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어라? 이거…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언덕 아래에서 부르는 미남이의 손짓에 그 생각은 길게 가지 못했다. 빨리 오라고 크게 손짓하는 모습이 같은 여자지만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진다.

 

 

 “내 친구지만 참 귀엽단 말이야.”

 

 

 바쁜 와중에 겨우 오프 받아서 꼼짝 않고 집에서 쉴 거라더니 자신 때문에 올 나잇을 준비하는 친구를 보니 뭉클한 마음이 샘솟는다.

 

 

 “기다려~ 1차는 레드오션이다!!!”

 “오키! 빨리 빨리 와~ 택시~!”

 

 

 

 

 

 @@@

 

 

 

 

 “안 돼-!!”

 

 

 버둥거리며 눈을 뜨니 황토색 줄무늬들이 양희의 얼굴을 반기고 있었다.

 책상에 박혀 있던 얼굴이 다 짓눌러져 점점 알싸하게 저려온다. 환한 조명, 은은하게 들려오는 음악에 뒤섞인 사람들의 재잘거림이 안락함을 전해주는 공간이다. 양희가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부끄럽다 친구야. 아무리 취했기로서니 어떻게 카페 의자에 앉자마자 잠을 잘 수가 있니? 그것도!! 온갖 잠꼬대를 다하면서!! 으익..정말”

 

 

 인식하지 못했던 좌측 자리에서 미남이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까 새삼 상황이 매우 잘 인지되면서 곧이어 얼굴로 온 피가 다 몰리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그러고 보니 아주 또렷이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간 강남 단골 바에서 가볍게 한 잔씩하고 자리를 옮겨서 홍대로 갔었다. 그리고 감주에서 새로 나온 과일주를 시켜서 먹던 중 남자들이 와서 합석을 요청했고 좋다고 자리를 비켜주던 양희를 밀며 미남이 자신들의 자리라며 과일까지 던져가며 내쫒았다. 처음 있는 일이라 좋아했던 양희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미남이 때문에 왔었던 것이 분명한 그들은 바로 자리를 박차고 도망쳤다.

 쫓겨나는 그들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에 그 자리에서…

 

 

 “이슬이를 불렀지…”

 

 

 그리고 병나발을 불었다. 그게 사건의 전말이었다. 그리고 차가 끊기고 자연스레 여기 24시간 카페로 직행했겠지.

 

 

 “윽-!머리야…”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렁이는 느낌에 기분이 나빠졌다.

 머리는 깨질 것만 같고 지금 상황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된 상태다.

 

 

 “자! 이거나 마셔. 정신 좀 차려라! 네가 술을 먹은 거니, 술이 너를 잡아먹은 거니? 알 수가 없다. 하… 너 나랑 이야기하다가 그대로 뻗었어!! 난 또 큰일 난 줄 알았다 야.”

 

 

 타는 듯 한 갈증을 식히려 앞에 내밀어진 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보아하니 자신은 미남이와 술을 마시고 여기 와서 첫 차를 기다리려고 했던 게 분명하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그 정도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다.

 꽤나 술이 세다고 자부하던 양희였다. 그런데 카페에 와서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뻗다니…그것도 요상한 꿈까지 꿨다. 사실 꿈이 맞기는 한 건지 알 수 없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다. 아니면 유체이탈이라도 경험한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촉감이 없던 그 느낌마저도 생생하게 이어졌다. 마치 지금도 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나…오래 잤어?”

 “아니. 한 5분쯤? 근데 너 나한테 막 주정부리다가 갑자기 잤다니까!!얼마나 놀랐는데.”

 그녀가 보기에 친구 미남이는 확실히 놀라긴 한 것 같았다.

 기억에 아까까진 술기운에 몸도 못 가눠서 자신이 여기로 데려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엄청 생생해진 모습이었다.

 “아, 나 이상한 꿈을 꿨어.”

 “그 사이 꿈도 꿨니? 헐. 내용이 뭔데?”

 “몰라~그게…무슨 이상한데서…”

 

 말을 하다가 양희는 입을 다물었다.

 

 

 “야!!!”

 “어…어?”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놀라 어벙벙 해진 양희를 미남이 노려본다.

 

 

 “이상한데서 뭐?!”

 “그러니까 이상한데서......”

 

 ‘아니 이럴 수가. 이게 아닌데?’

 

 갑자기 머리가 싹 비워진 것처럼 하얗게 변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진 꿈에 대한 생생함에 치를 떨었는데 말이다. 치매도 아니고 이렇게 순간적으로 잊어버릴 수도 있나하는 암담한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그 사실을 친구에게 털어놓자 얼이 나간 표정으로 잠시 보더니 이내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며 자기도 가끔 그런다며 위로해준다. 조기치매는 아닐거야-라는 말이 조금 걸렸지만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된 것 같았다.

 

 

 -띠링

 

 

 “누구야? 이 시간에?”

 

 

 의자에 놓여 진 작은 핸드백에서 알림음이 울리자 미남이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묻는다.

 그녀가 모르는 낯선 자가 남자일 거라는 아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그런 눈빛이다.

 양희는 속으로 그랬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년 쏠로인 그녀에게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하며 가방 속에서 폰을 꺼내 확인했다. 잠금 화면에는 얼마 전 유명 디저트 집에서 사 먹은 마카롱이 화사하게 반겨주고 있었다.

 

 

 “뭐지… 에엑? 지금?!”

 “뭔데 뭔데! 누군데?”

 

 

 폰을 본 그녀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이렇게 난감할 수가!!

 

 [양희씨~ 스케쥴 변동되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까지 신사역 앞에서 –줏대 없는 그녀-촬영입니다. 촬영장이 문경이므로 참고해주세요. 추신: 혹시 같이 가실 수 있는 친구 분 있으시면 추천 좀 부탁드려요ㅠㅠ인원 펑크 났어요, 양희 씨한테 딱 맞는 역이라 절대 반납 불가하니 제발 부탁드려요♥♡♡♥!!! ]

 

 

 “이런 젠장…”

 

 

 박 부장님이 보낸 하트 가득 문자는 반 협박성 문자였다. 절대 화를 내지 않는 대신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표시. 항상 이렇게 제멋대로 스케쥴이 변동되어도 그 분에게는 별말을 할 수가 없다. 어마 무시한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취직이 되기 전까지는 이 일을 해야 했기에 스케쥴을 관리해주는 저 분한테는 잘 보여야 한다.

 거기다 그녀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이 솔깃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녀는 밤새 술을 마셔서 매우 지친 상태였다. 찰나의 순간 고뇌에 빠졌다. 힘들지만 시간 상 굳이 못 갈 상황도 아니었다. 거기다가 문경이면 페이도 제법 될 터였고. 하지만 저번에 그런 사건도 있고 혼자가기엔 좀…흠…

 생각에 잠겨있는데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애타게 바라보는 절친, 미남이가 보였다.

 그녀는 씨익-하고 웃었다. 그걸 본 미남이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미남아!!!”

 “으…응??왜”

 

 

 불안감을 느낀 그녀가 경계심을 높여 대답했다.

 

 

 “너 오늘 오프지?”

 “…그렇지.”

 “흐음…”

 

 

 크지도 않은 눈을 커보이게 부릅뜨고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빛을 흉내 내며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건 역효과였던 듯 곧 그녀가 철벽으로 밀어냈다.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싫어.”

 “응? 하핫 뭐가?”

 

 

 애써 아무것도 들키지 않은 것처럼 태연하게 받아쳤지만 어색한 미소가 나오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경련난다, 양아…나 오늘 오랜만에 오프라고”

 

 

 안되겠다. 계획 수정. 플랜 B 발동! 좀 전까지 올라가있던 입 꼬리가 심란하게 축 늘어졌다.

 잔뜩 웅크리고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게끔 했다. 그러자 철벽녀 미남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야, 양양~ 왜 그래?”

 “하…그게…”

 

 

 이미 방어막이 풀려버린 그녀에게 저번에 있었던 일에 대해 반장 이야기 위주로 적절한 한숨을 섞어서 사실과 과장을 좀 섞은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자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그녀가 흥분해서 온갖 고급언어(?)를 사용해서 분노를 표출한다. 생각보다 심한 반응에 조금 당황해서 굳어있는데 그녀가 단호하게 말한다.

 

 

 “그 놈의 시키… 뭐 그 딴 놈이 다있어? 그 놈 면상이나 한 번 봐야겠네. 어디 한 번 새로운 체험도 해보고~ 가보지 뭐!”

 “으…응. 하핫. 그럼 각자 집에 가서 씻고 준비해서 10시에 만나자.”

 

 

 양희는 이미 분노와 오기로 불타오르고 있는 미남이를 말릴 길이 없어 후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의도한 거였지만 이건…뭔가 좀 더 상황이 과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빨리 가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겠다며 돌아서는 미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온 몸에 한기가 들었다.

 

 부르르-

 

 몸을 떨고 나니 이미 그녀는 사라지고 난 뒤였다. 역시 날 위해주는 건 그녀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가 보기보다 다혈질이란 사실이 떠오르며 앞으로의 상황이 좀 불안해졌지만 일단은 함께 갈 사람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그녀도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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