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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령(神靈)의 소원
작가 : 다홍나비
작품등록일 : 20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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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장
작성일 : 16-08-05     조회 : 370     추천 : 1     분량 : 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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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전, 누구도 들이지 않는 황제의 호수. 큰 키와 단단한 체구, 곤룡포가 잘 어울리는 사내. 느껴지는 그 사람만의 기운까지 남다른 저이. 뒷모습에도 마냥 가슴이 떨려오는 린이었다. 조심조심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을까, 돌아보는 황제.

 

 

 “(꾸벅)”

 

 “왔느냐, 린.”

 

 “(끄덕끄덕)”

 

 “잠시 물러서 거라.”

 

 

 뒤에서 보호하던 지함을 두고, 미소를 지은 채 린의 머리를 쓰담아주는 윤. 보이는 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 결코 온자한 왕이 아니었다. 그녀는 달라진 윤이 안쓰러웠다. 너의 상처를 내가 돌보아줘도, 곁에 있어도 너무 깊어서 잊을 수가 없는 걸까…?

 

 

 “행위가 중요하다. 그대가 활약할 수 있도록 만들면 그만이다.”

 

 “(끄덕끄덕)”

 

 “잘해낼 거라 믿으마. 고맙구나.”

 

 “(도리도리)”

 

 

 -웃는데… 아이가 웃는데… 왜 가슴이 저릿하게 아려오지? 하! 짐이 왜? 이렇게 작은 아이에게?

 

 표정이 무너질 것 같아 자리를 피했다. 남은 린은 한참을 그를 바라보았다. 가자는 지함의 말에 그제야 움직였다. 지함은 날카롭게 소녀를 바라보았다. 넘볼 것을 넘봐야지. 정녕 진짜 신녀라고 착각하는 건가, 감히 말이다.

 

 “오셨어요, 린님.”

 

 “(끄덕)”

 

 “무사님은 잠깐 나가주실래요?”

 

 “내가 왜 그래야하지? 난 신녀의 호위다.”

 

 “당신에게 혼란만 가중할 이야기라서 말이죠. 그 떽떽 거리는 소리가 싫으니, 나가시라는 말씀입니다.”

 

 “……한낱 무녀가.”

 

 

 꼭 토를 달지 않으면 안 되는 성미인가보다. 또 울화가 치밀지만 린이 보는 앞에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린에게 미안하다 사과하는 마야를 아니라고, 괜찮다고 웃는 소녀였다. 그런 린의 배려가 참 좋았다.

 

 

 “폐하께서는 많이 달라지셨죠. 그래도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끄덕)”

 

 “감사합니다, 린님. 자- 깨끗한 기운을 모아볼까요?”

 

 

 찰랑찰랑 물결에 손을 넣었다. 잠시 환하게 빛이 비추다가 이내 손으로 스며들었다. 하늘님께 청결히 하고 엄숙하게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이루는 행동이었다. 둥근 물 안에서 짙게 푸른 기운이 돌다가 갈빛으로 변화했다.

 

 

 “되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후...)”

 

 “지함무사, 끝났으니 모시고 가세요.”

 

 “가시죠, 신녀.”

 

 “정말 무례한 인간이네!”

 

 

 무시하고 린을 모셨다. 거처로 돌아오자, 단비가 반겨주었다. 소녀의 옆보다 조금 뒤에서 윤의 명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황궁에서 답답하고 고단할 테니 배려하신 거라면서.

 

 

 “글 선생을 붙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린님께서도 답답하실 테니까요. 이미 와 계십니다.”

 

 “인사 올립니다, 신녀님. 태가서 유림이라 하옵니다.”

 

 “(!!!)”

 

 “린님?”

 

 

 아버지께서 왜 이곳에…? 고개를 숙인 채 있는 대신령의 모습에 놀란 그녀였다. 부르는 소리에 놀라 아- 고개를 끄덕이자, 마주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 전달되는 말은...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였다.

 

 

 “당장 시행하라는 명이 계셨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태가서께서는 현자라고 불리는 분이십니다. 배움의 크기가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끄덕, 수긍)”

 

 

 공부방을 따로 마련하여 앉은 신령과 대신령. 쯧쯧 혀를 찾는 현자이시다. 혼란을 느끼는 린이었고. 눈이 흔들리며 바라보자 린의 이마를 꾹 눌렀다. 이게 뭐야-? 놀라 하는 모습에 소년같이 웃으신다.

 

 

 “알겠다, 알겠어. 나도 예상치 못했다.”

 

 “((왜- 저 말이...? 어? 나온다!))”

 

 “네 힘을 고려해서 막아둔 거다. 적응되면 나올 테지만 그럴 시간이 너무 적겠지. 여생이 짧게나마 남아있으니까.”

 

 “((인간의 글자를 몰라서 답답했어요. 금방 배울 수가 있을까요?”

 

 “네 아비를 믿어봐라. 나도 내내 신경이 쓰였으니.”

 

 “((감사합니다, 아버지.))”

 

 

 그렇게 연회 일주일 전까지 교육을 받은 린은 그동안 윤과 만나지 않았다. 단지 처소에서만 지냈을 뿐이었다. 힘의 활용 또한 도움을 받았다. 황제를 잘 도울 수가 있을 것이다.

 

 

 “목욕재개는 단미화(美丹華)로 향을 낼려고 합니다, 린님.”

 

 “(끄덕)”

 

 “오늘이네요. 연회가...”

 

 “(끄덕)”

 

 

 물기를 닦아주는 상궁들. 그 다음은 옷가지다.

 

 

 “연분홍 저고리, 보라색 치마로 괜찮으세요?”

 

 “(끄덕)”

 

 “장신구는... 주홍 호박으로 할까요?”

 

 “(끄덕)”

 

 

 그렇게 이정도만 해도 충분하게 어여쁜데, 이번에는 얼굴 치장에 나섰다. 순백의 피부라 따로 분을 할 필요가 없었다. 깨끗하고 투명했다. 색조화장으로 연주홍색으로 칠하고, 저고리보다는 옅은 분홍색으로 입술을 칠했다.

 

 

 “세상에...! 고와라!”

 

 “너무 어여쁘십니다, 신녀님!”

 

 “(고개를 숙인다)”

 

 “어머! 어머!”

 

 

 부끄럽기도 하고 좋기도 하였다. 린은 조금은 설레었다. 오랜만에 윤도 볼 수가 있었기 때문에. 이대로 이 모습대로 사라져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령은 너무 초라했으니까.

 

 호위무사 지함은 그 모습에 눈썹이 움직였다. 그가 동요할 만큼이었나 보다. 생각지도 않게 한방을 날린 듯하다. 하지만 그런 그는 어디 갔냐는 냥 얼굴을 차갑게 굳혔다.

 

 

 “문오님, 어떠세요?”

 

 “뭐가 말인가? 시간이 다되었소, 신녀.”

 

 “(끄덕)”

 

 “쌀쌀맞으십니다!”

 

 

 단비를 뒤로하고 축하연회장으로 향했다. 정원에서 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놀란 듯한 그에게 다가갈수록 떨려오는 마음. 부드럽게 휘는 눈과 입술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를 돌아보며 상냥하게 감탄한 듯 칭찬했다.

 

 

 “린, 정말 하늘님이 보내실 만 하구나. 이렇게 고왔더냐? 너를 보고 반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야.”

 

 “(도리도리)”

 

 “정말이다. 색시 삼고 싶은 걸?”

 

 “(얼굴을 가린다.)”

 

 “하하하하! 귀여워라-! 하하하!”

 

 

 그녀의 손을 맞잡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선다. 지체 높은 가문의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향했다. 곧 수군수군 작은 소리로 지들끼리 말을 나누었다. 인자하게 웃고 있지만 윤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어리석은 것들.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천희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절을 올리는 대신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 높이 존재하는 왕의 자리를 향하면서 받아주었다. 옆에 마련된 자리는 린의 것이었다. 손을 까닥이자 향이 짙은 독수가 든 잔을 들었다. 소녀에게는 차가운 차를 들게 하였다.

 

 

 “하늘님께서 보내주신 천희국의 신녀이시다! 그녀를 위해 건배!”

 

 “고귀하신 분들 뵈옵니다!”

 

 

 일제히 절을 하는 인간들이었다. 고개를 살짝 든 누군가의 눈빛이 번뜩이며 입이 번들거렸다. 이내 다시 숙이는 그. 그를 주목하는 황제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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