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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神靈)의 소원
작가 : 다홍나비
작품등록일 : 20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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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장
작성일 : 16-08-08     조회 : 359     추천 : 1     분량 : 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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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실의 숲으로 향하는 린을 위해 많은 무사들과 무녀들이 따라나섰다. 길 떠나는 여정을 직접 나와 배웅을 하는 황제였다. 괜찮다고 사양하는 린이었지만, 이래야 마음이 편하겠다고 굳이 일행들을 붙이셨다.

 

 

 “잘 다녀 오거라.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

 

 “(끄덕끄덕)”

 

 “위험하다면 도망치거라. 짐에겐 그대가 가장 중하니까.”

 

 “(도리도리)”

 

 “목숨 부지해야 한다. 지함, 그녀를 꼭 지키라.”

 

 “존명. 어명을 따릅니다.”

 

 

 그리고 린을 가마에 태우곤 출발했다. 윤과 비현이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아무래도 윤이 더 불안해하고 있었다. 폐하가 가슴 졸이는 일을 비현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저토록 소중하게 아끼는 태도를 보이는 것 또한 그랬다.

 

 

 “왜 그렇게 불안해하십니까? 폐하께서는 망설임과 위험을 고심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여유를 잃지 않으셨잖습니까.”

 

 “또 다시,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라는 말씀은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랬지. 그 때문에 린을 찾아갔고.”

 

 

 이미 신녀님과 만난 적이 있다는 말이었다. 비현은 의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윤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생각하니 아리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황제에게 송구할 따름이었다. 비를 책봉하지 않으신 것도 다 그런 연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 * * * * * * * * *

 

 

 언덕을 넘었다.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안에서 편히 가시만 했던 린은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지함도 영 내켜하지 않았고. 꼭 숨기는 법이 없이, 그녀가 싫다는 그의 태도였다. 윤과 함께 있는 린을 보며 더 신경을 썼다. 혹여 자신의 주인에게 린이 짐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끄덕끄덕)”

 

 “당신은 참으로 편하겠지요.”

 

 “(도리도리)”

 

 

 외면하는 지함. 냉랭하고 차가운 무사였다. 잠깐의 한숨을 돌리고 다시 목적지로 향했다. 옆에서 말굽소리가 들려왔다. 많은 수의 사람들도 분명 짜증스러울 지도 모른다. 린도 안타까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과실의 숲까지는 말을 타고 간다면 4,5일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린의 속도에 맞춰 이동하기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궁녀들과 내시들이 서둘러 막을 치고 린을 모실 공간을 만들었다. 괜찮다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너무 간절하게 바라봐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전 괜찮으니까 먼저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세요. 더 어두워지기 전에 숲을 돌아보고 올게요.)”

 

 “아니 되옵니다.”

 

 “(지함무사님과 함께 갈 거니까, 위험하지 않아요. 내가 있으면 불편하잖아요.)”

 

 “하지만 신녀님!”

 

 “(도리도리)”

 

 

 알겠다고 수긍하는 일행들. 지함은 아무 말 없이 그녀 뒤를 따랐다. 해가 지면서 노을이 참 아름다웠다. 금방 지기 때문에 보려면 지금 밖에 없었다. 싱그러운 잎사귀들, 꽃에 그녀의 손길이 닿자 반짝이며 빛을 냈다.

 

 

 “무얼 하신 겁니까?”

 

 “(저는 숲의 친구거든요.)”

 

 

 반짝이며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는, 신령들이 날아다녔다. 그러면서 빛을 뿌리는 것처럼 보였다. 린은 숲이라는 공간이 안정되고 평온한 곳이었다. 안녕, 매화나무의 신령아. 인사하는 그들에게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광경은 눈을 뗄 수 없도록 아름답고 몽환적이었다. 마치 홀리는 듯 빠져드는 지함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봤을 때의 미소가 가슴에 박혔다. 이내 털어버리려고 하지만 지워지지가 않았다.

 

 

 “(지함무사님?)”

 

 “이만 돌아가시죠.”

 

 “(끄덕)”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눈이 커지면서 고개를 갸웃)”

 

 

 꾸준히 목적지로 향해가는 여정 길. 린이 느끼기에 지함의 태도가 조금 너그러워진 것 같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출몰하는 산짐승들을 맞딱드리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했지만 잘 넘어갔다.

 

 일일이 사람들에게 다가가, 배려를 아끼지 않고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인 높은 관직의 규수들과는 달랐다. 누구 하나가 다치자, 그 사람이 중하지 악령이 중하냐며 쉬어가기도 하였다.

 

 신녀의 추종자들이 생기는 순간들이었다.

 

 

 “도착했습니다. 궁인들은 물러나도록.”

 

 “(부디 모두 조심해요)”

 

 “신녀님만 무사하시면 됩니다.”

 

 “(안 되는 말씀이에요. 제 몸은 제가 지켜요.)”

 

 

 숲 안으로 들어갔다.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괴기한 바람소리가 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짙은 과일향이 풍겨왔다. 새 한 마리가 음산하게 울었다. 마치 돌아가라는 듯이.

 

 

 ((돌아가! 아니면 잡아먹을 테야!))

 

 “((누구야? 어떻게 인간들의 숲으로 온 거야?))”

 

 ((키히히히- 여기는 죽음, 고통, 질투, 미움이 도사리지. 우릴 부른 건 바로 인간이야. 그 향기, 그 기운으로 우리를 불러왔지.))

 

 “((제약이 있을 텐데? 하늘님께서 허락하지 않은 존재들이야, 너희들은.))”

 

 ((안 그래도 하늘님과 지옥신이 전쟁을 하시고 있어.))

 

 “((인간들을 해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해. 이제 그만둬.))”

 

 ((키히히히! 싫은데? 싫은데?))

 

 

 신녀님-!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도 결국 그녀 바로 옆의 나무가 그녀를 옭아맸다. 치이익- 그을러진 기운을 타고 린에게 흡수되어 갔다. 입을 악물고 끊어내려 하지만 더 강한 힘이 그것을 막았다.

 

 지함이 서둘러 나뭇가지를 잘라냈다. 움직이는 듯 꿈틀거리며 숨어버렸다. 괜찮냐고 안위를 묻자 린은 그저 지친 웃음을 지었다. 그때부터 달라들기 시작하는 악령들, 무사들이 베고 베어갔다. 무녀들은 하늘의 기운으로 방어를 했다.

 

 지함의 발목에 휘감긴 나무뿌리. 베어도 다시 되살아난다. 점차 심장부위까지 올라와 파고들었다. 커헉- 쿨럭- 뱉어내는 핏덩어리. 린이 땅에 발을 구르자 슬그머니 사라져간다. 악령들이 입을 벌리고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순식간에 일대는 살아있는 존재들이 사라졌다. 마치 땅이 죽어버린 것만 같았다. 나무들이 울고 있었다. 악령들의 기운으로 인해 메말라갔다.

 

 

 “((하지 마!!!))”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린의 진심이 강한 힘을 발동했다. 그 기세에 떠밀려 사라진 악령들도 있었다. 린이 이슬 맺힌 숲의 그 액을 하나로 만들었다. 뭉쳐진 그것이 날아가 공격했다. 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없어졌다.

 

 악령들이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 중 남다른 악령이 저주를 읊었다. 그 대가로 눈을 잃었지만 방도가 없었다. 저주는 린의 몸을 기어 다녔다. 그걸 보고 지함이 나섰다. 검을 머리부터 몸을 갈랐다.

 

 린의 힘으로 악령들이 땅에 박혔다. 땅은 마치 그들을 씹어 먹는 것 같았다. 한결 부드럽고 상쾌한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갔다. 나무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너무 늦어서 미안해.))”

 

 “괜찮으십니까, 신녀님?”

 

 “(끄덕끄덕)”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괜찮나요?)”

 

 “네-!”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신녀님!”

 

 

 숲을 빠져나오면서 린이 쓰러졌다. 저주의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몸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마치 즐겁다는 듯이 말이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일행들은 올 때보다 배는 빠르게 수도로 황궁으로 이동했다.

 

 

 “송구합니다, 폐하.”

 

 “어찌된 일이냐! 왜 못 일어나?!”

 

 “아무래도 저주인 듯 하옵니다.”

 

 “마야...”

 

 

 대무녀가 소리 없이 계룡전을 찾아왔다. 그녀가 살핀 바로는... 깨어나지 못하고 악몽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 짐작했다. 얼마 전 마야를 찾아왔던 린. 하늘님을 모시는 그녀라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남은여생이 얼마나 되는 건지 물어왔다.

 

 

 “린님, 전에 뵌 이 후로 심각하게 죽음이 가까워 지셨어요.”

 

 “(3년도 힘들겠죠?)”

 

 “이래서는... 1년도 채 못 넘기지 않을까 심려되어요.”

 

 “(그때까지라도 윤을 도와주고 싶어요.)”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답니다! 부디 무리하지 마세요.”

 

 “(고마워요, 마야.)”

 

 

 결코 윤에게 말하지 말아요. 린은 그렇게 당부했다. 마야는 무력한 자신이라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짧아진 수명에 이젠 깨어나지도 못하다니…….

 

 

 “린, 짐이 네가 더 중하다 하지 않았더냐. 어째서 깨어나지 않는 게야?”

 

 “……”

 

 “눈을 떠서 짐을 보라. 짐의 이름을 불러다주오.”

 

 “……”

 

 “사랑한다. 사랑하게 되었단 말이다!”

 

 “……”

 

 

 잠든 그녀를 괴롭히는 꿈은 과연 무엇인가. 벗어나려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그 악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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