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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령(神靈)의 소원
작가 : 다홍나비
작품등록일 : 20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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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장
작성일 : 16-08-09     조회 : 326     추천 : 1     분량 : 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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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당신을 부르다

 

 

 “윤---!”

 

 “린?!”

 

 

 린은 까슬까슬한 목소리로 마치 비명을 지르듯 황제를 불렀다. 그 순간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누가 감히 짐의 이름을 담는가! 돌아본 그는 안절부절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오직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설마…! 그럴 리가…! 그리고 직감했다.

 

 -린이 더냐? 바로 너더냐?!

 

 

 “아, 아, 안, 안돼! 윤---!”

 

 

 그가 다시 앞을 보았을 때, 닥쳐온 커다란 화염덩어리가 윤을 덮치려 했다. 그래… 네가 드디어 말을 하는 구나… 다행이다… 그 생각만 할 뿐, 피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모두가 절규하는 아비규환 속에서 미소 짓는 황제셨다.

 

 

 * * * * * * * * * *

 

 

 “제사장, 얼마 남지 않았지? 검은 달이 뜨는 날이 말이야.”

 

 “예. 준비해오신 모든 것을 발휘할 적정한 시간이죠.”

 

 “그 애송이가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큭큭 그래도 제법 애쓰질 않았나.”

 

 “참으로 너그러우십니다.”

 

 

 제량의 시선이 납치해온 린에게 향했다. 정신을 놓은 채 미동도 없었다. 하늘님께서 마치 저를 위해 내려준 듯이 좋은 패를 쥐었다. 그녀를 데려오기 위해 많은 조사를 마친 후였다. 옴짝달싹할 수 없도록 말이다.

 

 

 “조카님은 내가 직접 상대하겠다.”

 

 “처녀의 피가 효과가 있으셨습니까?”

 

 “그래. 강대해진 나의 힘에 조카님이 비할 바가 아니지.”

 

 

 손을 둥글게 손짓하자, 화르륵 피어오르는 불구덩이. 제량이 지닌 황족의 피는 불화(火)였다. 내면의 검은 불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를 따르는 세력들은 처음부터 존재했다. 윤이 이뤄주지 않는 권력과 욕심을 제량이 이뤄주겠다는 속살거림에 넘어간 자들이 부기지수였다.

 

 가장 깊게 숨겨둔 본심을 잡아내는 것은 그에게 있어, 너무 쉬운 일이었다. 자신을 따르는 무사와 전사들, 흑주술의 마녀들. 이익관계를 조성해 거사의 성공을 바라며 본인들의 모든 것을 다 걸은 신료들. 그러나 한 번 이용하고 버려질 무가치한 그들이었다.

 

 검은 달이 뜨고, 밝은 밤이 찾아오면 거사가 시작된다. 얼마 남지 않았다, 그 황좌를 차지할 순간은.

 

 

 “여식에게 향을 주었나?”

 

 “그 아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모르고, 황제에게 빠져있으니 걱정이 되긴 합니다.”

 

 “이런…. 실패하면 그 대가가 따를 것이다.”

 

 “송구합니다, 제량님.”

 

 

 황실에서 먼 거리의 저택. 창이란 창은 다 막혀있고, 문도 여러 개의 자물쇠로 잠근 채였다. 눈을 뜨기 전, 몸을 묶어진 상태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윽고 눈을 뜨자, 절음발이 사내가 보였다. 어버... 어버... 그도 말을 못하나 보다.

 

 여기는 어디일까? 린은 무섭고 답답했다. 왜 자신을 데려왔는지 모르겠다. 신령의 힘을 사용하려 하지만... 사내가 장작나무 하나를 들고 돌로 문지르자, 불이 피어올랐다. 린에게 다가가 마치 붙이려는 듯 하는 행동에 놀라서 멈췄다.

 

 

 “일어나셨습니까?, 신령님.”

 

 “……”

 

 “우리 청아에게 들었습니다. 나무의 령이시라 불에 약하다고 말이지요.”

 

 “(갸웃)”

 

 “황실에 저의 눈이 안 닿는 곳이 없지요. 그저 조용히 얌전히 계세요. 보고 싶으신, 폐하를 곧 뵐 테니.”

 

 “(끼익 끼익)”

 

 

 말을 하고 싶었다. 윤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하냐고! 차라리 나를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간절히 말하고 싶다는 바람은 처음이었다. 클클클 웃는 제량을 해치고 싶었다. 윤에게 하려는 짓을 막아내고 벌을 주고 싶었다. 그를 이끌어 함께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지금 당신을 찾아서 분주 할 테지요. 그러고 보니, 신령님도 처녀십니까?”

 

 “((그건 왜 물어!))”

 

 “아무 답이 없군요. 아아- 부끄럽다고 느끼십니까? 괜찮아요. 저는 처녀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으... 에! 아...! 아...!”

 

 “고심해보죠. 호야- 잘 모시 거라.”

 

 “(끄덕끄덕)”

 

 

 제량은 그 곳을 떠나갔다. 린은 원망의 눈으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호- 라는 사내가 물을 얼굴에 퍼부었다. 거칠게 대하는 그를 보는 시선도 결코 좋지 않았다. 윤이 걱정이다. 자신을 찾는 일이 제량을 위한 거라면 차라리 못 찾아도 좋았다. 하아...

 

 

 “까마귀가 불에 타오르는 꿈을 꾸었습니다. 아직 입니까? 아직도 린님은?”

 

 “하아…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감히! 감히 누가!”

 

 

 침잠한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답답해하고 있는 황제와 그의 사람들. 윤은 말을 아꼈지만, 마음의 창이라는 눈만은 싸늘하고 얼 것만 같았다. 다가서면 위험할 것만 같았다. 어떻게 무사들을 피하고 사라진 것일까.

 

 린을 죽이려던 4대문파 바람(風)의 힘을 이어받은 한설은 옥에 갇혀있었다. 바로 포박해서 끌려간 상태였다. 윤이 생각하기로 자신이 너무 너그러웠던 것 같았다. 당숙에 대한 배려가 지나쳤다.

 

 진정의 괴물에 대해서 제량은 알아채지 못했다. 더 이상의 용서 따윈 없다. 힘을 키우던 그를 내버려둔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도를 넘어서고야 말았다.

 

 

 “하필…! 제량은 4대문파 불(火)의 소유자입니다. 나무와 이어진 린님에게 가장 큰 약점이십니다!”

 

 “그러니 짐의 힘이 중요하겠지.”

 

 “네, 폐하께선 물(水)의 힘이 지니고 계시니...”

 

 “제 손으로 제량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그 역할은 바로 짐의 몫이다.”

 

 

 지함은 이미 반은 미쳐있었다. 이렇게 분노를 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야는 그런 그를 말려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다행이게도 황제는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한 채였다. 이미 눈치 챈 사람들도 쉿! 쉿! 말조심, 행동을 조심했다.

 

 

 “황제폐하, 용서를...”

 

 

 그리고 사라지는 지함. 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인 건지….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대무녀님.”

 

 “청아야. 내 너와 이야기를 나눠야한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이미 눈치 채셨는지도 모르지만... 저는 제량님의 딸이옵니다. 제가 신령님이 계신 곳을 압니다.”

 

 “그래. 그곳이 어디더냐?”

 

 “후후후 황비마마 처가의 별채입니다. 한적하고 공기가 좋은 곳이라, 자주 드나드셨지요.”

 

 “……설마, 비 마마도 이 일에 관련이 있는 게야?”

 

 “더 자세히는 저 또한 모릅니다. 하지만… 후후후”

 

 

 너무 담담한 대무녀 마야. 청아는 그런 그녀가 이상하고 조금 동요가 일었다. 그녀에게 다가간 마야는 소칼로 오른쪽 가슴을 박아 넣었다. 커헉! 쿨럭! 피가 흘러나오고, 스물스물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다가 사라졌다.

 

 청아의 찔린 곳을 손으로 막아서는 주술을 왼다. 생명수를 붇고, 풀 향이 나는 가루를 뿌렸다. 눈이 충혈 되어 바라보는 그녀의 목 뒤를 쳐내서 기절 시켰다. 힘없이 쓰러졌다.

 

 

 “하찮고 어리석은 년. 주제도 모르고 황제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히다니. 감히 나의 황제에게!”

 

 

 청아를 비웃었다. 문득 옛 생각이 들었다. 제량과 마야가 함께이던 모습을. 또 미련한 짓을 하고 있는 그가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은 그때도 지금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가엾은 린님. 미안해요.”

 

 

 ‘오롯 모든 건 당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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