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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령(神靈)의 소원
작가 : 다홍나비
작품등록일 : 20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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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장
작성일 : 16-08-11     조회 : 317     추천 : 1     분량 : 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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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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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며 숨기 바빴다. 화살들이 곤두박질치고 검이 피로 물들며 울었다. 순식간에 전쟁터가 된 것이었다. 제량의 무사들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살인을 범했다. 황제의 사람들은 무고한 백성들을 지키면서도 천희의 군주를 지켰다. 그러다보니 체력소모가 심해 힘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심장에 정확히 박히는 화살, 베고 또 베어 넘기는 검. 세력들의 충돌. 자연의 기(氣)를 발휘하는 숨어있던 실력자들이 나타났다. 제사장이자 황비의 아비 남 길수, 풍(風)의 힘을 사용하는 한설가(家). 그리고... 제량, 불의 소유자까지.

 

 

 “짐을 죽여야만 끝나는 것이 아니오. 괜한 힘 낭비를 하기 보단, 짐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어떻소?”

 

 “그리하고 싶지 않다, 조카야.”

 

 “마야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오?”

 

 “네 놈! 감히! 감히!”

 

 “그녀는 짐의 대무녀요.”

 

 “좋다, 좋아! 그렇게나 빨리 저승길에 가고 싶다면 내 그리 해주지!”

 

 

 무녀들 틈에 있던 청아가 제량의 곁으로 가고, 무녀들과 마야는 주술을 외었다. 지함이 윤에 곁에서 호위하고, 비현이 나서서 무사들을 해치웠다. 린은 호위단에게 막혀 윤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발만 동동거렸다. 상궁 단비가 린을 부축했다.

 

 애초부터 궁녀들은 어릴 적부터 황제와 황후를 지키는 교육을 받았고, 비현과 함께 무사들을, 상대했다. 내시감들도 암살자로 키워져 빠르고 정확하게 적들을 상대했다. 황궁에 녹록한 사람들은 없었다.

 

 

 “후회할게다. 내 힘에 무력하게 목숨을 잃을 테니.”

 

 “길고 짧은 것은 재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처녀들의 순결한 피를 양분으로 삼은 나다. 크크큭 죽은 여인들의 사건을 해결하지도 못했지. 조카야?”

 

 “정녕 짐이 몰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이런... 죽은 그녀들이 듣는 다면, 너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거다.”

 

 “걱정 마십시오. 살아들 있으니.”

 

 

 제량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더 이상 말장난이나 늘어놓지 않고, 손 안에 불을 형성했다. 검붉게 타오르는 불구덩이를 쏘아 보냈다. 그것을 막으며 물을 얼려서는 얼음의 검이 나타나 그것을 베었다. 하늘로 솟구치는 제량이 불화살을 날렸다.

 

 그것을 차가운 물이 타고 올라가 힘없이 툭 떨궈졌다. 공격은 계속해서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불의 뱀이 황제의 배 안으로 뚫고 들어가려 하자, 얼음의 방어구로 튕겨냈다. 불이 회오리치며 윤을 가두고 점점 좁혀 들어가 삼키려고 한다. 물로 연타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지옥의 불꽃이 살을 태우고 있었다. 땅이 움직이며 윤을 끌어당겼다. 빠져나온 그가 익은 상처부위를 틀어막고 몸부림쳤다. 이번에는 검은 불의 짐승을 만들어내 황제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달려들었다. 빠르게 피해 다녔다. 짐승이 움직이는 주위가 그을리면서 타올랐다. 물보라를 일으켜 덮치자, 쓰러져 작은 불씨가 되어 꺼졌다.

 

 

 “크으... 흐... 그 힘이... 당숙을... 집어... 삼킬 것...입니다... 의기...양양하지...마십시오...”

 

 “네 걱정이나 하거라. 조카야, 이제 그만 노는 게 좋겠구나.”

 

 “흐흐... 당숙... 아직...이지요... 아직... 힘을..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안쓰럽구나.”

 

 

 거대한 화염덩어리가 생기고, 그 안은 검고 깊숙했다. 어지럽게 뱅글 뱅글 돌아가고 있었다. 화염이 일대를 남김없이 태우며, 소멸시켰다. 말 그대로 지옥으로 향하는 불의 웅덩이였다. 윤에게 비취기를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끔찍한 광경에... 위험하고, 불안하고, 무서운 마음에 그만… 린이…

 

 

 “윤---!”

 

 “크허... 리, 린...”

 

 “아, 안...안돼! 윤! 안돼!”

 

 “네 목소리를... 드디어... 들었구나...”

 

 “폐하!”

 

 

 화염이 윤을 삼키려 들자, 그 앞을 막아서는 여인.

 

 

 “마야!”

 

 “컥... 마야...!”

 

 “안 된다! 안돼!”

 

 “흐..으... 폐, 폐하... 제량...”

 

 

 제량은 믿기 힘든 마야의 모습에 무릎을 꿇었다. 숨이 끊기기 직전이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너를 위해서 내가 무엇을 했는데...! 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제량은 절규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를 감싸 안았다. 묻어나오는 피...

 

 

 “아악-----!”

 

 “감사...했어요... 폐하...”

 

 “말, 말하지 말거라!”

 

 “제량... 이만... 미련을... 버려요.”

 

 

 “네 탓이다! 네가 나의 모은 걸 빼앗아갔어! 반드시 되찾겠다! 내 아픔을 너도 똑같이 느껴 보거라! 너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고통을!”

 

 “꺄악! 린님!”

 

 “린님을 보호하라!”

 

 “흐으... 하아! 흡... 그만... 그만해요...”

 

 “마야, 마야...!”

 

 “부탁해요... 그만둬요... 내... 유언이야...”

 

 

 제량은 허무하고 허탈했다. 심장이 고통스럽게 뛰고 있었다. 그저 텅 빈 눈으로 마야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잡고 있던 손이 힘없이 떨어지고, 아직 남은 온기만이 그를 지탱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어졌다. 내재된 불을 끌어올려 빼내었다. 그러자 처녀의 피가 고통과 저주, 증오로 커질 대로 커져서는 제량을 잡아먹고 있었다.

 

 그러나 내버려두었다.

 

 

 “당숙...”

 

 “끝이다...”

 

 “마야도... 평범한... 여인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네 승리다.”

 

 

 그 말을 끝으로 숨이 끊어졌다. 결국 마야를 따라 제량도 떠난 것이다. 지긋지긋하고 지독한 인연이다. 지함과 비현이 윤을 부축하고 린에게 다가갔다. 계속하여 눈물을 흘리는 그녀에게 괜찮냐고 물으며 살폈다.

 

 

 “저, 저는... 괜...괜...찮아요...”

 

 “다행이구나...”

 

 “미, 미안...해요...”

 

 “아니다. 네가 무슨 미안한 일을 했다는 거냐. 짐이야말로 고맙고 미안하구나.”

 

 “윤...”

 

 “그래. 돌아가자.”

 

 

 반역도들은 제량이 죽자, 목적이 사라져 흩어졌다. 끝까지 그들을 쫒는 무사들을 제외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내시들과 궁녀들이 뒤처리를 했고 황제는 황궁으로 돌아갔다.

 

 백성들은 불안했지만, 결국 잠잠해져 안도하였다. 황제께서는 죽어간 백성들을 살피시고, 그들을 위해 장례를 치뤘다. 아비를, 어미를, 자식들을, 형제들 같은 소중한 사람들 잃은 자들에게 작게 보탬을 주었다.

 

 

 “황비 남가 아영을 옥에 가두어라!”

 

 “폐하! 폐하!”

 

 

 아영은 남가(家)인 이상, 그리고 제량과 아비가 시킨 일로 황제에게 위해를 가한 점으로 옥에 갇혔다. 애타게 불러도 결코 돌아보지 않는 그 분, 자신의 행실이 절망스러웠다. 왜 자신만 아파야 하는가... 가슴이 너무 아파 때리고 때려도, 통증은 사라지질 않았다. 눈물이 흐르는 것도 지쳐갔다.

 

 

 * * * * * * * * * *

 

 

 “괜찮으세요?”

 

 “이젠 완벽하게 구사하는구나.”

 

 “네. 윤... 저주를 고치고 싶지 않나요?”

 

 “고칠 수 있는 것이냐?”

 

 “네. 미력하지만 가능은 해요.”

 

 “네가 힘들어진다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나아.”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린은 스스로도 약해지는 자신을 알았다. 윤을 치료하며 그에게 기운을 나누어진 것이 더 빠르게 수명을 단축시켰다. 만일 저주를 풀어낸다면, 결국은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직 힘이 발현하기 전, 세향아씨를 구하려다가 저주에 걸리셨죠. 결국엔 그 분도 지키지 못하셨고. 그것에 대한 고통과 상처, 죄책감이 윤 당신을 옭아매고 있어요. 이제는 놓아야만 해요.”

 

 “아무리 너라 해도, 세향을 지우라는 말을 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전 알아요. 세향아씨는 매화나무 곁에서 윤을 바라보며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그 분은 원하지 않을 거예요, 자신 때문에 아파하는 당신을. 보내줘요, 그녀를.”

 

 “……”

 

 “제발요… 나 또한 당신이 더 이상 아파하지 않길 바라요.”

 

 “하아……”

 

 

 린은 그를 두고 나왔다. 거처로 향하며 단비가 곁을 지켰다. 갑자기 눈앞이 팽 돌면서 어지러웠다. 정신을 차리려 해서 앞을 보니, 땅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내 정신을 놓아버렸다.

 

 

 “린님!!!”

 

 “무슨 일이냐?”

 

 “지함무사님, 린님께서!”

 

 “처소로 가자!”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번쩍 눈을 떴다. 일어나 앉자 기침을 하며 피를 쏟았다. 물수건과 대야를 들고 들어온 단비가 깨어난 린에게 놀라고, 흐르는 피와 이불에 튄 피를 보며 경악했다.

 

 

 “린님! 어, 어떻게! 괜찮으세요?”

 

 “쿨럭... 쿨럭... 윤에게... 폐하께는 아무 말 말아요.”

 

 “하지만 린님!”

 

 “부탁이야, 제발요.”

 

 “알겠습니다.”

 

 “지함님...”

 

 

 날카롭게 바라보는 그 남자. 린은 두려워졌다. 아무에게나 알려서는 안되었다. 그러나 추궁하는 눈빛이 매우 따가웠다. 피를 닦아낸 단비가 나가자, 지함이 다가온다. 그녀의 위에 덮쳐서는 옷고름을 풀었다.

 

 

 “뭐 하는 거예요! 지한님! 싫어요!”

 

 “이것이 무엇입니까?”

 

 “…… 무례하세요. 어서 제 위에서 내려가세요.”

 

 “그 검은 핏줄이 뭐냔 말입니다!”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돌아서 다시 린님을 품어야 말하실 겁니까?”

 

 

 눈물이 맺혀서 흐르고,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를 감싸 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숨길 수 없었다. 지함이 옷을 여며주면서 조용히 기다렸다. 속삭이는 듯이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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