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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령(神靈)의 소원
작가 : 다홍나비
작품등록일 : 20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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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장
작성일 : 16-08-14     조회 : 386     추천 : 1     분량 : 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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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슬픈 진실

 

 

 “그 분께 말씀드리지 마세요.”

 

 “언제까지 감출 순 없습니다.”

 

 “아파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자책하고 슬퍼하는 폐하의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요.”

 

 “……저는 그런 당신이 싫습니다.”

 

 

 지함에게 감출 수 없이,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참으로 자신에게도, 폐하에게도, 본인에게도 이기적인 여인이 아닌가. 그냥 자신을 죽는 걸 바라만 보라고?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살릴 것이다.

 

 

 “미안해요. 무거운 짐을 들게 해서….”

 

 “제가 왜 당신에게 입을 맞춘 건지 아십니까? 그냥 내버려두지 않겠습니다.”

 

 “무사님… 하지만 하늘님도, 운명도 거스르지 못해요.”

 

 “애초에 신을 믿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당신을 믿죠.”

 

 “왜 나에게 애정을 품었어요? 그러지 않았다면 상처받지도 않을 텐데…”

 

 “진정으로 모르십니까…? 당신이… 당신이 나를 부르니까… 나에게 지금 가장 중한 것은 바로 그대입니다.”

 

 

 결국 린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뚝 뚝 떨어지는 눈물이 차가웠다. 그녀의 머리 뒤에 손을 받치고 자신의 품 안에 안았다. 벗어나려는 그녀를 힘주어 놓아주질 않았다. 이내 린은 힘없이 팔을 떨어트렸다.

 

 이마에 잠시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저항했지만. 풀어나자 화가 나 성난 얼굴로 바라보니, 씁쓸하고 안타까운 미소를 짓고 있는 지함이었다. 그를 보니,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나 미워하고, 싫어하지. 욕심 부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습니다.”

 

 “미안해요, 무사님. 내어줄 공간이 없어…”

 

 “그냥 놔두세요. 결코 도리는 져버리지 않을 거니까.”

 

 

 지함은 들어온 담비를 지나쳐 방 안에서 나갔다. 새로 가져온 수건을 물에 적시고, 린의 얼굴을 닦아준다. 악령이 심어놓은 저주도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기에 수명단축에 관련이 없다고도 할 수 없었다. 단단히 궁녀들, 상궁들에게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다.

 

 안정을 되찾은 모양으로, 잠이 들었다.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흔들리고, 푸른 잎들이 춤을 췄다. 차가운 공기와는 다르게 린이 몸이 뜨거워졌다. 몸의 피 전부가 들끓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의원! 의원님을 데려와!”

 

 “린님- 정신 차리세요! 신녀님!”

 

 “제발… 일어나세요!”

 

 “싸워서 이겨내세요! 부디 승리해서 오세요!”

 

 

 궁녀들이 울음바다가 되었다.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두렵고 슬퍼하는 그녀들. 결국 사태가 심각해 계룡전으로 소식이 들어갔다. 윤은 긴급히 빠르게 린에게로 뛰어갈 듯 움직였다. 그녀는 힘겨운 표정으로 다량의 땀을 흘려냈다. 밤새 그녀 옆을 떠나지 않고 간병했다. 이른 새벽 린의 옆에서 잠이 든 황제. 눈을 뜬 린은 그의 머리칼을 조심조심 만지며, 막을 수도 없이 눈물이 흘렀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윤… 다 내 탓이야. 내가 당신을 사랑해서… 그렇지만 후회하고 싶지가 않아요…))

 

 

 깨어날 기미가 보이는 윤에게 놀라, 황급히 눈을 감았다. 어떤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까…? 시원한 손이 그녀의 얼굴을 매만졌다. 아주… 아주… 소중하다는 듯이,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눈은 여전히 감은 채였지만 그의 손을 붙잡았다. 린-? 그녀를 부른다. 눈을 떠 자신의 윤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었다. 마치 괜찮다는 듯이, 고맙다는 듯이. 심장은 쥐어짜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피곤하죠? 조금 쉬세요.”

 

 “아니다. 괜찮아, 너를 두고 갈 수 없어.”

 

 “그러지 마세요. 괜찮으니까, 정오에 다시 오셔서 함께 식사해요.”

 

 “……그러마.”

 

 

 린을 계속 살피며, 억지로 발을 떼어내서 방을 나갔다. 지금 이런, 작은 고통에도 많은 신경을 쓰는데… 그녀의 상태를 전부 안다면 그는 견디지 못할 거다. 그녀는 울 자격도 없었다.

 

 지함이 들어왔다. 그저 멀찍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꽉 쥔 손에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피가 떨어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의 손. 뭔가가 막은 것만 같이 다가오지 않았다.

 

 

 “당신을 만지고 싶어. 그러나 참는 거야.”

 

 “무사님…”

 

 “이렇게 끝나면 아마 당신을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언제나 여기에 남아있겠지.”

 

 “무사님… 그러지 말아요.”

 

 “신녀님, 저와 함께 도망가지 않겠습니까?”

 

 “왜… 왜 그런…?”

 

 “제가 견디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강한 의지로 바라보는 지함. 윤을 두고 도망갈 수 있을까? 언제나 함께이고 싶지만... 그의 말에 거부하지 못하는 자신이 있었다. 결국은 다 다치고 깨질 텐데도 말이다. 윤의 흔적에서 자신이 사라진다면 그가 덜 괴롭지는 않을까.

 

 아니야. 안돼.

 

 

 “폐하께서 제가 무너지는 것을 알면 안 돼요. 제발… 제발… 나에게 그러지 말아요…”

 

 “그래서 안 볼 수 있게 해드리겠단 말입니다.”

 

 “당신에겐 미안해요. 그리고 당신과는 안돼요. 사라지는 건 나 혼자로 족해요.”

 

 “린---!”

 

 “멋대로 사라진다면 용서치 않겠습니다. 평생을 이곳에 가둬버리겠습니다.”

 

 

 차디차고 무서운 말을 남기고 모습이 사라졌다.

 -울지 마, 울지 마 린.

 

 

 #

 

 

 “아영님, 많이 야위었어요.”

 

 “무슨 일이시죠?”

 

 “연모하는 만큼, 차라리 나를 미워해요. 그 분이 외롭지 않게 해줘요.”

 

 “당신이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죠?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단 말인가요?”

 

 “저는 도망칠 거예요. 제가 있으며 폐하가 괴롭기만 하실 거예요. 아영님을 믿을게요.”

 

 “그게 무슨 뜻이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어두운 옥에서 내리쬐는 빛은 린을 밝히고 반짝였다. 투명한 눈물이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다시 보았을 땐, 그런 흔적이 없었다. 마치 빛과 하나가 된 듯이 그렇게 멀어져 갔다.

 

 

 * * * * * * * * * *

 

 

 “추? 뭐하는 거냐?”

 

 “어... 어? 보면 몰라? 빨래하잖아.”

 

 “왠 붉은 물이... 붉은 물? 이거 누구 이불이냐?”

 

 “새로 들어온 막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치르는 행사 때문이야.”

 

 “그걸 네가 빤다고?”

 

 “그, 그렇다니까!”

 

 

 수상해, 수상해. 비현은 의문을 가졌다. 그냥 봐도 절대 궁녀들이 사용할 법한 귀한 이불이 아니었다. 분명 신녀님의 것일 거다. 그러나 들은 바로는 그 현상을 신녀는 안 한다고 알고 있는데?

 

 뭔가가 있다. 가끔 발휘되는 직감이 반응했다.

 

 

 “폐하. 아무래도 신녀님이 숨기고 계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혈흔이 있었습니다. 신녀님의 이불에서 말입니다.”

 

 “‘피’라고 한거냐?”

 

 “예. 아무래도 단비의 입을 열게 해야겠습니다.”

 

 

 안타까운 단비의 실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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