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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령(神靈)의 소원
작가 : 다홍나비
작품등록일 : 20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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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장
작성일 : 16-08-18     조회 : 326     추천 : 1     분량 : 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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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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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름다운 나날들

 

 

 따스한 햇빛이 반가운 날이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마치 장난치는 듯 불었다. 린의 마음도 상쾌하고 온화했다. 뜰에 자라는 풀잎들이 손을 흔들고, 나비가 그녀 주위를 돌아다녔다. 꽃들이 활짝 웃어 보인다.

 

 예민한 린이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으니, 투닥투닥 다투면서 정겨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보조개가 들어간 미소로 그들을 맞이했다. 단비가 기쁜 얼굴로 서둘러 린에게 다가왔다. 같이 있던 비현도 마찬가지로.

 

 

 “린님! 여기 계셨어요?”

 

 “네, 단비. 오늘은 날이 너무 좋아서 밖으로 나오고 싶었어요.”

 

 “그렇지요? 그렇지요. 이런 날은 소풍을 가야하는데!”

 

 “아! 가고 싶어요!”

 

 

 장난이 섞인 얼굴로 키득키득 웃는 그녀들. 비현이 뒤를 따라와 어리둥절해 하며 바라본다. 왠지 웃는 얼굴로 압박을 가하는 것만 같았다. 단비가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폐하, 린님께서 소풍을 가고 싶다 하십니다.”

 

 “뭐?”

 

 “이미 도시락도 준비하고 계십니다. 이건 통보라고...”

 

 “즐거워 보였나?”

 

 “예? 예.”

 

 

 윤도 동참하기로 한다. 지함의 두 손에 이미 짐을 쥐고 있었다. 신나서 음이 이상한 콧노래를 부르는 그녀.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잡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놓지 않았다. 그래, 네가 즐겁고 행복하면 되었다. 아련해지고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더 강하게... 잃지 않도록 잡았다.

 

 

 “새들이 인사하네요.”

 

 “그래?”

 

 “모두 우리가 잘 어울린대요. 고마워-”

 

 “뭘 좀 아는 조류들이군.”

 

 “풋! 꺄하하하!”

 

 

 돗자리에 앉은 윤의 다리에 린이 누웠다. 오랜 친우인 단비와 비현이 아웅다웅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행복에 젖어든다.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이 든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녀를 깨웠다.

 

 린이 맞지 않도록 감싸 안고 서둘러 돌아간다. 뒤에서 비현과 단비가 정리하고 따라왔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 짧은 순간도 허락받지 못하는 걸까…?

 

 

 “폐하, 상소문을 살피셔야 합니다.”

 

 “그래. 오늘부터는 계룡전에서 생활하거라. 단비에게 일러주었으니 따로 할 것은 없을 거다. 나중에 보자.”

 

 “알겠어요.”

 

 “졸리지? 돌아가서 쉬어라.”

 

 

 고개를 끄덕이며 방향을 바꾸어, 황제의 궁으로 향했다. 지함이 역시 뒤를 따랐다.

 

 비는 금방 그쳤다. 소나기인 모양이었다. 촉촉이 젖은 세상이 싱그러웠다. 린을 위해서 준비하고 마련한 방안으로 지함을 불러들였다. 꼿꼿한 자세와 꽉 다둔 입이 단호했다. 그러나 속일 수가 없는 것이 눈빛이 흔들렸다.

 

 

 “고마워요.”

 

 “무엇이 말입니까?”

 

 “나를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나는 윤이 아니면 안돼요. 애써 가슴에 나를 새겨두지 말아요. 지함은 윤에게도 나에게도 소중한 사람이에요. 그러니 아프지 말고, 행복하길 바라요.”

 

 “제 문제입니다. 신경 쓸 필요 없으십니다.”

 

 “알겠어요. 폐하를 부탁드려요.”

 

 “예.”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래서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빨리 잊으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익숙함이 지나면 천천히 사라질 것이다. 어느새 누이의 모습을 엿보다가 자신에게 여자가 된 그녀. 이젠 놓아야할 때다.

 

 저녁 린을 위한 만찬을 가지고, 함께 그녀의 침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잤다. 약해진 몸이 버티지 못하는 까닭이었다. 팔베개를 하고서 누운 두 사람이었지만 또 금방 졸고 있는 린이었다.

 

 

 “잘자, 린.”

 

 

 #

 

 

 “황비마마를 풀어주세요.”

 

 “짐을 죽이려 했던 여자다.”

 

 “아니에요. 당신을 사랑하는 여인이에요.”

 

 “린-!”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그런 까닭 중 자신도 포함할 것이다. 자신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을 했을 리 없다. 아영은 후회와 외로움, 윤을 향한 그리움에 미칠 지경이었다. 린은 아무것도 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면 차마 윤을 혼자 둘 수는 없었다. 저에 대한 애틋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 역할은 사실은 상처입고 겁먹은 아영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황비마마.”

 

 “하아...하... 또 당신인가요?”

 

 “곧 폐하께서 풀어주실 거예요. 미안해요, 고맙구요.”

 

 “…무엇이 말인가요?”

 

 “그 분 옆에 있어주세요. 자신의 사랑을 두려워 마세요. 그 분을 마음껏 사랑하시고 함께해주세요.”

 

 “나를 이해하나요?”

 

 “네. 당신과 와는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결코 끝내는 같은 마음이기를…”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자신. 결국은 그녀 앞에서는 울지 않았지만, 뒤로는 눈물이 흘렀다. 자신이 그 분을 부탁한다는 자격이 있을까? 결국 그를 상처 입히고 사라져 버릴 존재인데?

 

 윤이 아프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딜 다녀온 거야?”

 

 “황비마마를 뵙고 왔어요.”

 

 “후우... 린-”

 

 “그녀를 무작정 밀어내지만 말아줘요. 저도 부탁드릴게요, 제발...”

 

 “알겠어. 알겠으니 그런 표정 짓지 말아.”

 

 “응...”

 

 

 그녀를 품에 안는다. 이 온기만이 그를 편하게 만든다. 사랑이 넘치게, 행복이 느껴지게 만든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방도가 없다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윤... 저주를 지워요.”

 

 “아니, 그렇겐 못해.”

 

 “제발요. 그 일만큼은 해주고 떠나고 싶어.”

 

 “못 들은 걸로 하겠어.”

 

 

 떨어지는 윤. 굳은 표정으로 돌아선다. 린이 할 수 있는 건 이제 그것 뿐인데... 왜 그것도 못하게 하나. 밉다. 밉고도 아프다.

 

 

 “그건 욕심입니다.”

 

 “그럴까요?”

 

 “더 고통스러워하시길 바라는 겁니까?”

 

 “난 그 분에게 상처 밖에 주지 못하는 군요.”

 

 

 지함은 단호히 말했다. 같은 여인을 사모하는 자로서 조언했다. 보기에도 안쓰러운 그들이었다.

 

 고심 중 화병의 하얗고 화려한 꽃잎을 매만졌다. 그러자 흑백으로 바뀌면서 시들어버렸다. 손등까지 기어 다니는 저주의 뱀이 혀를 날름거렸다. 놀라 때어냈다.

 

 저주는 목까지 올라왔다. 마치 무는 듯 하더니, 따가운 통증과 함께 피가 울컥 솟아올랐다. 피덩이를 토해내고야 말았다. 뱀이 킥킥- 비웃는 것만 같았다. 지함이 서둘러 단비를 부르러 갔다.

 

 

 “린님!”

 

 “폐하께 알리고 오겠다!”

 

 “정신 차리세요, 린님! 정화수! 누가 가서 정화수를 가져오렴!”

 

 “네, 대상궁님!”

 

 

 린은 혼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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