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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령(神靈)의 소원
작가 : 다홍나비
작품등록일 : 20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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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장
작성일 : 16-08-23     조회 : 318     추천 : 1     분량 : 2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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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돼! 안돼! 이럴 순 없어! 윤-!))

 

 “세향?”

 

 ((그 여자 가만두지 않겠어! 감히 내 자리를 빼앗아갔어!))

 

 “세향! 모습을 드러내! 네가 보이지가 않아!”

 

 ((태자저하, 저 여기에 있어요! 당신은 오직 나만을 사랑해야 돼!))

 

 

 윤의 머리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짙은 어둠 속에서 옛 연인의 악이 바친 소리에 벌떡 일어서면 깨어났다. 아주 오랜만에 꿈에서 나타난 세향은 울부짖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니었다.

 

 

 “폐하! 기침하셨습니까?!”

 

 “들라. 무슨 일이냐?”

 

 “푸른 매화나무가 불타고 있습니다!”

 

 “뭐라?!”

 

 

 서둘러서 뜰로 향했다. 타오르는 불길이 아주 거셌다. 나무를 통째로 삼키듯 태우고 있었다. 아랫것들이 물을 퍼부으며 막아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타올랐다. 마치 그런 것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듯이.

 

 

 “누구의 소행이더냐!”

 

 “그게... 갑자기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목격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송구하옵니다, 황제폐하.”

 

 

 그때 윤의 귓가에 들리는 음성. 낄낄 낄낄 흉측한 웃음소리를 들었다. 검은 연기는 그 주위를 뱅뱅 돌아다녔다. 거칠고 거슬리는 음성이었다.

 

 

 ((나야! 내가 했다구!))

 

 “누구냐!”

 

 ((나? 세향. 당신의 정인.))

 

 “세향이라고? 악령을 탈을 쓴 너란 것이 세향이라고?!”

 

 ((처음에는 괜찮다고 세뇌하고, 그 다음엔 슬퍼하고 그러다가도 원망하고, 질투했지. 나는 힘을 가졌어. 그 여자 따위 없앨 거야.))

 

 “당장 사라져라. 네 자신을 욕보이지 마라.”

 

 ((낄낄낄 그 심장에 그 년이 있겠지? 파먹어버리고 싶어. 나에게 줘! 나에게 줘!))

 

 

 지함이 막아선다. 비현이 사람들과 함께 황제의 주위를 지키고 섰다.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악령, 아니 세향. 그녀는 애증의 마음으로 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보다 더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에 분노가 피어올랐다. 이 더러운 기분과 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죽어가는 나를 버렸어! 나 혼자 내버려뒀어! 용서 못해! 용서 할 수 없다!))

 

 “나는 너를 지켰어. 너의 저주까지 받아드렸다.”

 

 ((변명 마. 그럴 리 없어. 네 놈은 차갑고 잔인한 인간이야.))

 

 “그렇지 않다. 세향, 제발 천천히 과인을 봐. 너의 기억을 돌이켜봐.”

 

 

 크아앙- 입을 벌리고 손을 뻗는다. 비현을 통과해 윤의 목을 잡아 졸랐다. 크허억- 컥... 컥- 자신의 몸을 지킬 정도가 되는 황제였지만, 그 두 눈이 정말로 세향임을 증명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 왜... 가만히 있는 거야?))

 

 “...큭... 너는... 헙.. 과인의 진심이 말하는... 흐... 추억이니까.”

 

 ((이럴 때는 그 여자가 나타야만 하는데!))

 

 “그녀도... 허... 흐... 망설이고...흡... 있겠지.”

 

 

 악령은 힘을 빼고, 물러났다. 코와 입이 없는 그녀는 단지 눈물만을 떨구고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검고 싸늘한 기운이 사라지고, 마치 눈의 조각 같은 것이 남았다.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미안하다. 과인이 미안해.”

 

 ((사실 놓으려고 왔어요. 이제는 당신을 놓아주고 싶어서... 행복했고, 미안했어요.))

 

 “응, 그래.”

 

 ((그 분이 기다리고 있어요. 저를 배려해주었어요. 진정 행복하길 바라요.))

 

 

 고개를 든 세향은, 그 시절 그대로였다. 윤은 저도 모르게 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축복해주러 그를 찾은 것이다. 결코 그녀의 모습이 각인되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안녕을 고하며 웃으면서 그녀는 사라져갔다.

 

 이제는... 린을 만나러 가자.

 

 

 #

 

 

 둥근 생명체. 솜털 같은 그것을 태자에게 주었다.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아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이게 무엇입니까?”

 

 “란이다.”

 

 “예? 불탄 게!”

 

 “그 아이는 괜찮았다. 네가 잘 돌보아 주거라. 비록 너보다 누나지만.”

 

 “그래도 되옵니까?”

 

 “그래. 네 선택에 따르마.”

 

 

 웅-웅- 우는 란. 태자는 품에 고스란히 안았다. 볼이 붉어지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귀여운 녀석.’ 제 자식은 이 천희를 잘 지켜주겠지. 저보다도 훌륭할 것이다. 어깨를 다독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 * * * * * *

 

 

 “할바마마! 신령 이야기 해주세요!”

 

 “허허허 새은이가 왔구나.”

 

 “아! 맞다! 생신 축하드려요!”

 

 “고맙구나. 보자 이 할아비가 어디까지 말해주었더라?”

 

 “악령들이 나타났다고 하셨어요!”

 

 

 머리가 하얗게 물들고, 주름도 늘었다. 그러나 잘생긴 이모는 어디가지 않았다. 손녀를 다리에 앉힌 채, 소중했던 기억들을 꺼내놓았다. 강성하게 자란 남자다운 사내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웃으면서 제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령이야기를 듣고 있었니?”

 

 “네! 아바마마! 아바마마도 신령을 보셨나요?”

 

 “아니, 이 아비도 본 적이 없구나.”

 

 “아니, 하나가 있지 않느냐.”

 

 “아아-!”

 

 

 심술궂은 얼굴을 하는 윤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하는 젊은 황제셨다.

 

 

 “탄생일을 크게 열려고 했는데... 또 귀찮으신 겁니까?”

 

 “이 나이 돼서 챙기랴? 조용히 보내자구나.”

 

 “할바마마, 할바마마!”

 

 “어, 어. 그래.”

 

 

 손녀와 정답게 평소 일과를 보내고, 밤이 찾아왔다. 창을 여니 높게 떠 있는 수 많은 별들이 마치 쏟아지는 것 같았다.

 

 종이가 날려 들어왔다. 그것은 정확하게 탁자에 놓였다.

 

 

 -오늘 드디어 당신을 보아요.

 미안해요, 생일에 당신을 불러서.

 그렇지만 하루 더 빨리 당신이 보고 싶어요.

 어서 와요.

 

 

 “그렇군. 생일 선문이 도착했군.”

 

 

 윤은 웃으며 잠이 들었다. 눈을 뜨면 간절하게 바라던 그녀가 곁에 있을 것이다. 마치 청춘인 마냥 설레는 기분이었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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