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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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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7     조회 : 292     추천 : 5     분량 : 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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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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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협적으로 생긴 굵은 몽둥이가 머리 위로 치켜들어졌다.

 시선이 저절로 몽둥이를 따라갔다가 이내 두려움으로 질끈 감겼다.

 

 그리고 아인이 두 눈을 질끈 감았을 즈음, 벌컥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눈깜짝할 사이에 튀어나온 미로가 몽둥이를 든 남자의 안면에 살포시 내려앉았다가 다시 뛰어올랐다.

 그 몸짓은 분명 '살포시'였지만 남자가 받은 타격은 그게 아닌 듯 코피와 풀린 동공을 하고 비틀거리던 그는 몽둥이도 놓치고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아인이 다시 눈을 떴을 때엔 시야 가득 미로의 뒷모습이 보였다.

 너울로 얼굴을 가린 미로가 만물상 안에서 튀어나오자, 주위를 둘러쌌던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마녀임을 추측하고는 더 험상궂은 얼굴을 했다.

 

 

 "들어가."

 

 미로가 그들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아인에게 말하자, 아인의 뺨을 두번이나 내려쳤던 남자가 와락 얼굴을 구겼다.

 

 "어딜!!"

 

 달려들려는 남자를 향해 가뿐히 뛰어오른 미로가 가벼운 몸짓으로 다시 남자를 때려눕혔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고 몸을 들썩이기만 했다.

 

 미로는 슬쩍 아인이 아직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미간을 좁혔다.

 

 전국을 떠돌기 시작한지 3년. 아직 이 왕국 구석구석을 모두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나 병들어 있는 마을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인은 혼자서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듯이 움직이지 않아서 결국 미로가 재빨리 아인을 안으로 밀어 넣고는 스스로도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이 간악한 마녀! 썩 나오지 못해?!"

 

 흥분한 목소리들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이 수레는 평범한 수레가 아니니 어차피 그들이 해를 가할 수는 없었다.

 

 아인은 안으로 들어서자 품에 꼭 안고 있던 음식이 든 봉투와 함께 미끄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미로는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을 겪게 한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이러한 마을을 보는 것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미로는 이런 것에 정신이 흔들릴 만큼 어리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지금의 아인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에 자신을 죽여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던 이들도 봤는데, 마녀를 증오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그냥 흘려 들을 수 있었다.

 

 

 "..괜찮아?"

 

 괜찮지 않을 것을 알지만 이외에 딱히 물을 말도 없었다.

 아인은 미로의 목소리가 들려 왔을 때에야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발 밑이 푹 꺼지는 기분에 휘청거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말없이 부엌으로 걸어가 품에 안고 있던 봉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나서야 아인은 자신이 떨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감췄다.

 

 

 "이상하지?"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미로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아인은 그녀의 서글픈 미소에 시선을 빼앗겨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마녀가 다스리는 왕국에.. 이토록 마녀를 혐오하는 마을이라니. 모순이잖아."

 

 가만히 미로를 바라보다 시선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아인.

 아인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자, 미로는 빨갛게 부어오르는 아인의 뺨을 보며 얼굴을 굳혔다.

 밖에서는 여전히 욕지거리가 들려왔고, 이런 상황이라면 수레를 끌고 마을을 벗어나는 것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미로가 애써 무거운 분위기를 전화시키려 했다.

 

 "배고프지? 뭐라고 먹을까?"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먹으면 얹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인은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아인은 극단 생활을 하며 꽤나 많은 사람들을 봐왔다고 생각했다.

 호의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론 얼굴 찌푸릴 만큼 무례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수도 없이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본 사람들은 지금껏 만난 사람들 부류의 그 어떤 카테고리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아인으로서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미로가 어쩐지 더욱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건 이런 일을 많이 겪어 내성이 생겼거나, 더한 일을 겪어 이런 일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언가 먹는 것을 꺼려하는 아인에게 따뜻한 약초차를 끓여 속을 달래 준 미로는 그를 진정 시키며 비교적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미로를 아인은 되려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마녀가 어쩌고, 저주가 어쩌고.

 이제와서 새삼 그런 말들이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그런 건 생각하지 않기로 한지 오래다.

 그냥 순간순간 옳다고 생각되는 선택을 하자고. '좋은 사람'이라는 단어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자고.

 어떤 것이 '좋은 사람'의 선택일까 고민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도록.

 

 죽어야 한다고, 없어져야 한다고 소리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꼭 좋은 사람이어야만 없어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아니라고,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니 스스로에게 당당해지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기에 미로는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수레밖의 폭언이 점차 줄어들고 조용해지자, 잔뜩 긴장했던 아인은 소파에 앉아 잠이 들었다.

 그에게 담요를 덮어준 미로는 가만히 그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혹시 동생이 있었다면 이런 느낌의 존재일까.

 

 무심코 한 그 생각의 끝에 허전함과 누군가의 공백이 진하게 풍겨와 미로는 눈을 감아버렸다.

 

 

 

 

 ***

 

 

 사람은 어둠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어두워지면 마을을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미로는 스스로가 얼마나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인지 깨닫는 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녹스처럼 밤이 길어 밤축제가 있는 것도 아닐 테니 어둠이 내려앉은 마을은 조용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기 있다!! 거기 서!!"

 

 하지만 어둠에 뒤덥인 것이 하늘인지 저들의 마음인지 알 수가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격앙된 목소리.

 창문을 살짝 열러 살핀 밖은 마치 보초를 서듯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게이트도 누군가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제압하고 서둘러 움직인다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창문으로 밖을 살피는 미로의 옆으로 다가온 아인이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함께 창밖을 바라봤다.

 미로는 어둠속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횃불들을 응시하며 얼굴을 굳혔다.

 

 '뭘 쫓는 거지?'

 

 마을에 침입한 외부인. 그런 입장에 있는 자신들은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도대체 광기에 물든 저 마을 사람들은 무엇을 쫓고 있는 것일까.

 

 미로의 의문이 짙어질 즈음, 그들에게 쫓기는 작은 그림자가 창문 밖을 살피는 미로의 시야에 스쳤다.

 함께 밖을 바라보던 아인도 그것을 발견했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잘게 떨었다.

 

 "저 아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인은 미로의 팔을 붙잡았다.

 

 "..마녀야.."

 

 아인의 말에 미로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졌다. 얼굴에 드리운 그늘에 아인은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미로를 붙잡은 채 고개를 떨구었다.

 

 "마녀라고.. 마을 사람들이.. 저 애를.."

 

 아무래도 낮에 먹을 것을 사러 갔던 아인은 마을에서 무언가 목격한 것 같았다.

 그렇게 하얗게 질려 뻣뻣하게 긴장한 것이 수레 앞에서 겪은 일 때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의 광기어린 표정, 눈빛. 마녀를 극도로 혐오하는 태도.

 아직 어린 아이에게도 서슴없이 손을 올리는 습관.

 

 미로의 눈빛이 싸늘히 식었다.

 입술을 잘근 물은 미로가 아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여기에 있어, 꼼짝 말고. 밖으로 나오면 안돼."

 

 그녀의 말이 의미하는 바가, 자신은 이곳에 남고 그녀는 밖으로 나가겠다는 것으로 들려와 아인은 눈을 크게 뜨며 미로를 붙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나가면 안돼..! 저 사람들 마녀를.."

 

 말끝을 흐리는 아인의 얼굴에 두려움과 불안감이 뒤섞였다.

 그런 아인을 바라보던 미로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픽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는 아인에게 미로는 고개를 치켜 들고 거만한 얼굴로 웃었다.

 

 "그래, 난 마녀야. 저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날 어쩌지 못해."

 

 그러고보니 아인은 이제껏 그녀가 장정 여럿을 날아다니며 때려눕히는 것을 몇 번인가 목격했다.

 부들부들 떨며 두려움에 질렸던 아인은 조금 진정되는 것을 느끼며 미로를 붙잡은 손에 힘을 뺐다.

 

 

 "저 아이.. 그냥 내버려 둘 거야?"

 

 그리고 이내 날아든 미로의 날카로운 물음에 아인이 그녀를 잡았던 손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이미 한번 외면했다. 낮에 그 아이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받는 학대를 보았으면서도 아인은 '마녀'를 향한 그들의 증오심에 서둘러 미로와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힘없이 손을 떨어트린 아인이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입술을 깨물다 이내 번쩍 고개를 들어 미로를 똑바로 바라봤다.

 

 "기회 봐서.. 마을 사람들이 미로 쪽으로 몰리면 수레 끌고 먼저 게이트 지날게. 숲 속에 수레 숨기고 있을 테니까 저 아이.. 미로가 데리고 와."

 

 잠시 놀란 얼굴로 아인을 바라보던 미로는 짧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무리해서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 게이트를 지키는 사람이 계속 있으면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돼."

 

 

 

 

 ***

 

 

 맨발로 열심히 도망치는 작은 여자아이는 이미 그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 입고있는 더러워진 원피스 밖으로 드러난 가늘디가는 팔과 다리에도 온통 타박상이 보였다. 까지고 멍든 자국들.

 

 수레를 빠져나와 어둠 속에 녹아 들었던 미로는 아이를 살피며 더욱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몸에 난 온갖 상처들을 제치고서, 무엇보다도 도망치는 그 아이의 눈빛에서 그간 어떠한 학대를 받고 살았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그늘이 보였다.

 

 도망치는 그 눈빛에 어린 지겨움.

 횃불을 들고 온갖 위험한 물건들을 들고 쫓아오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공포는 커녕 지겨움이라니.

 

 그들이 서서히 이쪽으로 다가옴을 감지한 미로가 몸을 바짝 벽에 기댔다.

 

 "거기 서!!"

 "오늘에야말로 죽여버리겠어!!"

 

 온갖 폭언을 등에 업고 내달리던 아이가 가까이 다가왔을 즈음, 미로는 순식간에 어둠속에서 나타나 아이의 손목을 낚아챘다. 어두운데도 너울을 써 얼굴을 가린 여자에게 붙잡혀 놀란 아이가 발버둥치는 사이 미로는 아이를 억지로 이끌고 골목으로 숨어들어 계속 달렸다.

 그녀의 손길에 놀랐던 아이는 마을사람들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 잠자코 따라왔다.

 

 "저건 또 뭐야?!"

 "뭐야! 방해하지 마!! 거기 서라고!!"

 

 등뒤에서 들려오는 찢어질 듯한 비명에도 아랑곳 않고 미로는 더욱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지칠 줄 모르고 뒤쫓아왔다.

 골목을 빠져나와 거리를 내달렸지만 이곳을 잘 아는 마을 사람들이 금세 두 사람을 앞뒤로 봉쇄했다.

 

 인상을 찌푸린 미로가 때려눕히고 빠져나갈까 하는 고민을 하는 사이, 미로의 손에 붙잡혀 있던 아이가 좁은 골목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골목, 골목을 빠르게 꺾어지며 달리던 아이는 한층 더 좁아진 골목 깊숙히 미로를 붙잡고 달렸다.

 

 밤하늘보다 더욱 어두운 좁은 골목길.

 미로가 몸을 옆으로 틀어야 겨우 통과할 정도로 좁은 골목이었다. 성인 남자는 지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그 길고 비좁은 골목을 지나자, 골목 끝자락에 벽돌 몇 개를 치우자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너울을 쓴 미로를 한번 올려다보고, 아이는 다시 그 아래로 미로를 이끌었다.

 좁은 계단 아래에는 여전히 비좁은 느낌의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집이라고 하기에도, 방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그런 작은 공간이었다.

 

 그 어두운 곳에 촛불을 밝히자, 바닥에 아무렇게나 어질러져 있는 물건들이 그곳이 이 작은 아이의 보금자리임을 말해주었다.

 한구석에 펼쳐진 얇다 못해 닳아버린 이불. 아무렇게나 놓여진 수많은 책과 종이뭉치들.

 그것이 전부였다.

 

 둘러보는 데에 고개를 돌릴 필요도 없는, 한눈에 들어오는 그 작은 공간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환경이었다.

 

 촛불을 밝힌 아이가 가만히 뒤돌아 미로를 마주했다.

 깡마른 팔과 다리. 드러난 곳이 저렇게 상처투성이이니 드러나지 않는 곳도 분명 상처가 가득할 것이다.

 

 천천히 손을 올려 너울의 천을 걷으려는 미로를 향해 아이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외부인이죠?"

 

 그 목소리에 잠시 멈칫한 미로가 다시 움직여 천을 걷어내 아이와 눈을 맞췄다.

 그 여리고 작은 얼굴은 무표정하였는데 어쩐지 그 작은 몸집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존재감이 컸다.

 

 미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하지만 답을 알고 물은 질문이라 딱히 반응을 내보이지 않은 아이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굳은 듯 서있는 미로를 마치 꿰뚫어보듯 올려다보며 말했다.

 

 "마녀죠?"

 

 그 물음도 역시 답을 알고 물은 것이라 고개를 끄덕이는 미로에게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이 분명 외부인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여긴 아이가 덤덤히 얘기를 시작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 마을은 한번, 마녀의 저주로 마을 사람들이 많이 죽었대요. 그 이후로 마녀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세뇌된 것처럼 변해서."

 

 아이가 꺼내 놓는 이야기를 듣던 미로가 아이의 맞은 편에 더러운 바닥은 신경 쓰지 않는 듯 털썩 앉았다.

 

 "그래서 엄마는 제가 마녀인 것을 숨겼어요. 숨겼을 때엔 괜찮았는데, 들키고 나니까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을 속였다면서 더욱 화를 냈어요."

 

 미로는 차마 이 아이의 엄마가 어찌 되었는지 물을 수 없었다.

 어렵지 않게 그녀의 부재를 알 수 있었으니까.

 

 그녀가 여전히 이 아이의 곁에 머물렀다면 이 아이가 이런 곳에서 숨어 지내지도, 이렇게 엉망진창인 몰골이 되지도 않았을 거라고 여겼다.

 

 아이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미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멈추었던 말을 다시 이었다.

 

 "마녀인 것을 들키고 엄마는 마을 사람들한테서 저를 지키다가 돌아가셨어요. 그 후로 저는 이곳에 숨어 살고 있고요."

 

 덤덤히 제 어미의 죽음을 말하는 모습이 쓰라리기까지 했다.

 

 아이는 여전히 물끄러미 미로를 바라보다 이내 무릎을 꿇고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미로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아이가 처음으로 감정을 담은 목소리와 얼굴로 말했다.

 

 

 무표정한 것도, 지겨워하는 것도, 무덤덤한 목소리도 아닌.

 오로지 절박함만이 느껴지는 얼굴로.

 

 

 

 "저는 주술을 타고난 마녀 에밀리예요. 시키시는 일은 무엇이든 할 테니 제발.. 저를 이 마을에서 데리고 나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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