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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로 떨어진 햇살
작가 : 하랑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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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13     조회 : 313     추천 : 5     분량 : 6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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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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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다면 어쩔 것이고 아니라면 또 어쩔 것인가.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하는 듯 눈쌀을 찌푸린 미로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훑었다.

 경계 하듯이 미로를 꼭 붙드는 아인과 달리 에밀리는 덤덤한 얼굴로 똑바로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마녀만물상의 주인이 맞냐 물은 그에게 미로가 되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그 질문은 긍정의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그를 아는 남자가 대뜸 허리를 숙였다.

 

 "에스타스의 노블, 타마린드 가의 수행인 키리라고 합니다. 의뢰비는 얼마든지 드릴 테니 부디, 부디 도와주십시오."

 

 

 그가 미로에게 의뢰를 하러 오게 된 경로는 이러했다.

 미로 일행이 에스타스에 도착하자 마자 귀족의 가방을 훔쳐 달아나던 도둑을 붙잡았고, 그 일을 귀족이 노블의 저택에 알려 그 길로 수행인인 키리가 너울을 쓴 마녀를 수소문하여 이 아쿠아 펜션까지 찾아온 것이다.

 

 녹스에서 그러했듯이 이곳에서도 노블이 '소문의 마녀'를 찾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지금 키리가 그들을 방문한 것은 티폰산맥 건이 아니었다.

 

 

 "아- 그러고보니 요새 떠들썩 하지. '의.적' 이라고들 말이야."

 

 펜션 안으로 들어와 이야기를 한 키리를 향해 리사가 한껏 비꼬며 말했다.

 그의 의뢰는 최근 온 에스타스의 귀족들이 골치를 썩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미로는 별 대답 없이 리사가 내어준 차만 들이켰다.

 

 '의적'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수행인을 비웃듯 힐끔 바라본 리사.

 그는 잠시 얼굴을 일그러뜨렸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것이 또 마음에 안 드는 리사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찻잔을 내려놓은 미로가 리사를 바라보자, 리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최근 에스타스에서는 도둑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어째서인지 전부 귀족들만을 노리는 데다가 훔친 금품을 전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준다고 해. 그래서 가디언은 물론, 왕국군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 그들이 붙잡는다고 해도 딱히 벌을 주지 못하는 모양이야.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서."

 

 "그렇습니다. 낮에 마녀님께서 잡으신 것은 그저 좀도둑이나, 고위 귀족들만을 노리고 훔친 것들을 가난한 시민에게 나누어 주어 붙잡기도 곤란한 대도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 주인님의 의뢰는 그 대도적을 잡는 것이고요."

 

 똑바로 미로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 수행인 키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리사가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도렸다.

 

 "누가 진짜 도둑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으라는 듯한 리사의 중얼거림에 키리의 눈빛이 다시 매서워졌다.

 

 "아직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이제 노블의 저택 뿐입니다. 그리하여 더욱 애가 타시는 모양입니다."

 "뭐, 어쨌든. 잘하는 짓이라고는 하나, 범법행위는 범법행위. 그래서 일단은 마범죄자로 분류하고 있는 듯해. 그 대도적이라는 사람, 마법사인 것 같거든."

 

 잘하는 짓이라며 대도적을 칭찬하는 리사 때문에 미로는 너울 속에 감춘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미로.

 

 마범죄자라면 그냥 넘길 수는 없다. 이제껏 잡아들인 마범죄자와는 조금 다른 듯 했지만.

 

 마범죄라 하면 지금껏 모두 시민에게 해를 입히며, 극악무도한 놈들이 많았다.

 이렇게 시민의 지지를 받는 마범죄자라니.

 미로는 그가 궁금해서 조금 보고싶어 지기도 했다.

 

 "이미 그 손해는 막대합니다. 부디, 의뢰를 수락해 주십시오."

 

 그 막대한 손해는 분명 귀족들의 손해가 전부일 것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는 도적을 어느 시민이 붙잡으라 고발을 하겠는가.

 귀족의 편에 서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시민의 지지를 받는 마법사를 해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한참을 입을 다물고 있는 미로 때문에 더욱 초조해진 얼굴로 시간을 확인하는 키리.

 미로는 마침내 결심이 선 듯, 등받이에서 몸을 떼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의뢰, 받도록 하죠."

 

 들려온 미로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지금껏 무표정을 유지하던 키리가 막 미소를 머금으려던 찰나.

 

 "단, 조건이 있습니다."

 

 

 

 

 ***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아쿠아 펜션을 나선 키리가 매섭게 뒤돌아 펜션을 노려보았다.

 

 

 "..건방진 년."

 

 나지막이 욕설을 읊조린 키리는 걸음을 서두러 노블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

 

 

 "그럼. 오늘은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키리는 문을 단단히 잠그고는 복도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놈이 나타나는 기간을 조사한 결과 오늘 즈음 이곳에 도둑질을 하러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방안에 어둠이 드리웠음에도 너울을 쓰고 있던 미로는 슬쩍 천을 걷어 방안을 둘러보았다.

 

 노블 저택의 깊숙한 창고.

 노블의 칭호를 얻은 그 일가족이 온갖 귀한 물건들을 모아 진열해 놓은 곳이었다.

 눈이 튀어나올 만큼 값진 물건들이 한가득. 과연 도둑들이 탐낼 만도 했다.

 

 "후..."

 

 긴 한숨을 내쉰 미로는 이곳에 있는 물건에는 흥미가 없는듯 벽에 등을 기대어 섰다.

 

 그녀가 키리에게 내건 조건은 두가지.

 한가지는 의뢰비로 노블 재산의 4할. 하나는 붙잡은 대도적의 처분을 자신에게 맡기라는 것.

 

 두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시켜 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도적의 처분. 그것은 반드시 자신의 손에 들어와야 했다.

 지금까지 와는 다른 마범죄자. 다른 마범죄자와 별 다를 것이 없는 인간이래도 그를 노블의 손에 넘길 수는 없었다.

 

 어둠속을 살피는 미로의 녹금안이 빛났다.

 벌써 어디서 구해왔는지 염력계 마녀의 결계가 방안에 펼쳐져 있었다.

 노블의 권력으로 그 찾기 힘들다는 마녀를 벌써 둘이나 찾아낸 셈이다.

 미로마저 이 방에 와 있으니 말이다.

 

 결계를 해 놓았어도 상대가 마범죄자이니 불안했을 만도 하다.

 그러니 자신마저 이곳에 불러 놓은 것일 테지.

 

 입술을 비틀어 올린 미로가 손을 뻗어 방안에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감싼 결계를 깨트렸다.

 

 

 흥. 노블 따위.

 

 

 잠시간의 침묵이 내려앉고, 오래 지나지 않아 침묵을 깨트리는 작은 소음과 함께 방에 달린 창문이 열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창틀에 살포시 내려앉은 발걸음.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발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침입했다.

 

 분명 창문으로 침입할 수 있는 높이가 아니었다.

 역시 마법사인지라 보통 도둑과는 다른 가 보다.

 

 보기에도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칼을 흩트리며 머리를 안으로 쏙 들이민 그는 짙은 잿빛이 내려앉은 눈동자로 안을 훑어보더니 이내 부드러운 몸짓으로 안으로 들어와 창문을 닫았다.

 

 창가에 그대로 서서 어둠에 익숙해진 잿빛 눈동자는 방안을 샅샅히 훑고 나서야 걸음을 뗐다.

 그는 안으로 한걸음 들어서며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 쪽으로 다가가더니 결계가 없음에 당황하며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방안에 진열되어 잇는 물건들을 살피는 것을 미로는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될 수 있으면 가져가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니, 가져가라고 등떠밀고 싶었다.

 

 

 "..여기가 아닌가.."

 

 그가 무언가 나직이 중얼거렸을 즈음, 여전히 벽에 등을 기대고 여유롭게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미로가 한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마범죄자라.."

 

 들려온 미로의 목소리에 흠칫한 그는 이내 너울을 쓴 그녀를 눈을 가늘게 뜨고 살피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내 도둑질은 범죄이며, 귀족들의 도둑질은 정당한 게 되는 건가?"

 

 무표정하던 미로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그렇다. 마음 같아서는 이렇게 호의호식 하며 사는 도둑놈들을 모두 빈털터리로 만들고 싶었다.

 도둑이 시민의 지지를 받을 정도면.. 도대체 귀족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그들에게서 빼앗아 왔다는 말인가.

 

 한숨을 속으로 삼킨 미로가 그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부드러운 은발 아래로 얼굴을 반쯤 가리는 눈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도둑주제에 꽤나 화려한 행색이라고 생각했다.

 

 미로는 주머니에서 꺼낸 수면초를 손에 쥐고 그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 빠르게 그것을 집어 던졌다.

 가볍게 뒤로 물러나며 피한 그가 곤란한 기색을 내비쳤다.

 

 "아무래도 오늘은 그냥 돌아가는 게 좋겠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중얼거림을 내뱉는 그를 보며 미로가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럴 필요 없어. 돌아가지 못할 거야."

 

 그를 똑바로 마주한 미로가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이리와. 노블의 손에 넘어가게 그냥 두지는 않을 테니까."

 

 어쩐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흐르는 미로를 잠시 홀린 듯 멍하니 바라보며 서있던 그는, 이내 날카로운 소음을 만들어내며 방에 달린 창문이 깨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우왓, 창문을 왜 닫아 놔서는.. 렌씨, 안에 있어요?"

 "렌?"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한 말을 미로가 낮게 읊조리는 사이 렌이 투덜거리며 창문으로 향했다.

 

 "이 멍청아, 이름 부르지 말라고."

 

 창문 밖에서 밧줄 하나가 안으로 훌쩍 넘겨졌고, 렌은 망설임 없이 그 밧줄을 손에 쥐었다.

 

 "잠깐-"

 

 말릴 새도 없이 단숨에 밖으로 뛰쳐나간 렌.

 놀라 두 눈을 크게 뜬 미로가 단숨에 창가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깨진 유리파편도 개의치 않고 창틀을 붙잡았다.

 

 "바보 같은.. 뛰어내릴 수 있는 높이가..!"

 "엑."

 

 걱정스런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미로는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그곳엔 저택에서 가장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창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나무에 렌과 그를 도우려 온 동료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그들을 발견한 미로는 픽 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너울 속에서 머리를 하얗게 물들였다.

 

 "거기서 뭐하는 거지?"

 "글쎄.. 탈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미로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안될 걸?"

 

 미로의 손짓에 따라 나뭇가지들이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렌과 그의 동료를 창가로 가까이 데려왔다.

 숨을 훅 들이마신 그의 동료는 나무가 움직인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낀 건지 잔뜩 굳어져서는 미로를 바라봤다.

 그런데 렌은 어쩐지 두려움도, 곤란함도 아닌 이상한 눈빛을 하고는 미로를 바라봤다.

 

 나무를 기울여 그들을 가까이 오게 만든 미로가 손을 뻗어 렌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렌의 옷깃에 미로의 손에서 흐른 피가 스며들었다.

 

 "가자. 내 의뢰인이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야."

 

 너울로 얼굴을 가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렌이 손을 뻗었다.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너울의 천을 들춰 미로의 맨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놀린 미로가 멈칫 하는 사이, 그는 하얗게 물든 미로의 머리칼마저 두 눈에 담았다.

 

 "..네이핀.."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린 한마디에 미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흠칫하여 붙잡았던 그의 옷깃을 놓쳤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렌은 얼어 있는 자신의 동료를 붙잡고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금세 다시 정신을 차린 미로가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이미 어둠에 집어 삼켜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보 같은.. 그럴 리가 없다.'

 

 알고 있는 것도, 입에 담아서도 안되는 이름이다.

 

 '어째서..'

 

 혼란으로 흔들리는 눈동자가 마치 도망친 렌을 뒤쪽으려는 듯 집요하게 어둠속을 파고들었다.

 미로는 등뒤에서 문이 벌컥 열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무슨 일입니까!"

 

 창문이 깨지는 소리에 달려온 모양인 키리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미로는 아래를 내려다 보느라 창밖으로 숙였던 상체를 세우고 렌이 들췄던 너울의 천을 내렸다.

 

 "놓쳤습니다."

 

 미로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자 키리는 나지막한 신음을 흘리고는 일단 방에서 사라진 물건이 있나 확인한 후, 미로에게 다가왔다.

 

 "일단 사라진 물건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그럼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그를 지나치는 미로를 키리가 힐끔 바라봤다.

 그리고는 짧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결과적으로 잡아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키리의 말에 미로가 걸음을 멈추자, 그는 무덤덤한 얼굴로 바닥에 시선을 떨어트린 채 말을 이었다.

 

 "이곳의 물건들을 훔치는 데에 실패했으니 분명 다시 나타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잡아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꼭 이곳에서 잡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의 말에 미로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전 이만 돌아가겠다고 했지, 의뢰를 포기하겠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여유로운 자태를 뽐내는 미로의 한마디에 키리는 입을 다물었다.

 핏대가 선 것이 보이는데도 그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함을 가장하고 있었다.

 

 픽 웃은 미로가 다시 돌아서서 걸음을 내디뎠다.

 저 수행인은 초조한 마음에 슬쩍 본심을 내비쳤다.

 

 정말 방안의 물건들이 귀중하여 그를 잡았으면 싶은 거라면 다시 나타날 것을 예상한 즉시 다시 이곳으로 와 달라고 했어야 했다. 하지만 꼭 저택에서 잡을 필요는 없다 라니.. 은근슬쩍 추적을 원한다는 의사를 내보인 셈이다.

 

 그것까지 노블의 의지? 수행인의 단독행동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노블의 지시라는 것이 더욱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재산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라 하기에도 너무 과하다.

 

 거대한 노블의 저택을 나서며 미로는 피가 흐르는 손으로 주먹을 꼭 쥐었다.

 

 고작 의적이라 불리는 그 마범죄자에게 보이기에는 너무 과한 집착이다.

 

 

 

 

 ***

 

 

 "렌씨, 오늘 실패한 건 가요?"

 

 노블의 저택을 벗어나며 헨리가 물었다.

 

 "응. 방을 잘못 들어갔네. 찾는 물건은 그 방에는 없었어."

 "아.."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헨리를 힐끔 바라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리며 렌은 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귀족들이 자신들을 잡고 싶어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녀를 찾아낼 줄이야.

 

 

 "...게다가 네이핀이라니.."

 "예? 어! 렌씨 다쳤어요?!"

 

 렌의 중얼거림에 의아한 얼굴을 하던 헨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도 아픈 곳은 없었다.

 자신의 옷깃을 살핀 렌은 미로가 자신의 옷깃을 움켜쥐었던 것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

 

 

 긴 밤이 지나 날이 밝고, 이른 아침부터 방을 나서는 미로를 발견하고는 리사가 다가갔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네?"

 

 계단을 내려오던 미로가 너울의 천을 내려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나갔다 올게. 애들 일어나면 먼저 아침 먹고 있으라고 전해줘."

 

 어깨를 으쓱이는 리사를 보며 싱긋 미소 지은 미로는 펜션을 나서려 문고리를 잡았다가 생각 났다는 듯 작은 탄성과 함께 배웅을 하려 곁에 서있던 리사를 돌아봤다.

 

 

 "리사, 에스타스에는.. 은발이 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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