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하늘. 마치 곧 한바탕 쏟아질 거 같은 기세에 사람들의 손에는 작은 우산과 큰 우산 하나씩 들고 있었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단 한 사람만이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마치, 그 사람만이 정지 된 것처럼. 검정색으로 염색 한 것처럼 칠 흙 같이 어두운 머리의 남자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며 자신의 앞에 있는 건물을 바라봤다. ‘OX 경찰서’ 입구 팻말에 새겨진 이름을 한번, 그리고 어두운 하늘과 달리 밝게 비추는 건물을 한번. 남자는 그렇게 주위를 몇 번이고 둘러보고 나서는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전국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공백의 영상의 범인이 오늘 오전 10시에 자백을 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현재 그는 OX 경찰서에 있으며, 취조를 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아직 밝혀진 이야기는 없지만, 12월 1일 행방불명 된 9명의 사람들이 아직 무사한지, 어디에 납치 되었는지 현재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도시의 전광판, 사람들의 휴대폰에서는 모두 한 가지 뉴스를 보고 있었다. 1월 부터 시작된 납치 살인 사건. 그 사건으로 인해 34명이 납치되고 그 중 6명이 살해 된 사건으로 이 사건은 엽기적이고 처음으로 이루어진 납치 살인사건이다. 첫 번째 사건은 여대생과 남고생 그리고 초등학생인 남자아이었다. 이들은 같은 날 다른 시각에 납치 되었으며, 그들의 소식은 1월 둘쨋주에 전국에 알려졌다. 전국의 알려진 것은 가족도 경찰도 아닌 한 방송에서였다. '크리에이터' 광고 제작 부붐네서 종사하는 사람으로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게임 크리에이터 이다.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은 1인칭 방송으로 자신들만의 테크닉혹은 여러 기술들을 이용하여 게임방송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왜 '공백의 영상'이라고 불리는 것인지 알게 해주는 이유 중 하나 이다.
영상을 올리는 사람의 닉네임, 영상의 제목. 무엇하나 없는 방송에 사람들은 모두 '공백의 영상'이라고 불렀다. 처음 발견한 사람은 우연히 생방송 채널을 둘러보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고 그저 붉은 글씨로 '생방송'이라는 글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소문이라는 것은 한번 떠돌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 그렇게 이 영상에서 나오는 인물이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란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몇 시간도 안돼서 알게 되었다. 그 영상은 1월 30일까지 계속 방송되었으며, 모든 상황이 생중계 되었다. 남 고생이 여대생에게 살해되는 장면과, 그 후 여대생이 자살하는 모습까지 모두. 그리고 31일 1월 마지막 날, 범인은 그들이 어디 있는지에 대한 장소를 방송 창에 띄우고는 계정을 지워버렸다. 범인이 말한 장소로 간 곳에는 이미 일주일 전에 죽은 듯한 시 체 두 구와 그 옆에서 몸을 떨고 있는 남자 아이를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2월 1일 되는 순간, 사건은 다시 한 번 일어나게 되었다. 고작 하루 사이에 같은 날, 다른 시각 행방불명 된 사람의 수는 4명. 그렇게 11개월 동안 벌어진 사건은 총 다섯 번으로 34명이 납치되고 그 중 6명이 살해 되었다.
12월 1일 9명이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 주가 지나고 범인이 나타났다. 그 와 동시에 '공백의 영상'에서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습한 공기와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방안에, 한 남자가 조용히 앉아있었다. 밤처럼 새까만 흑색 머리카락이 코 밑 까지 내려오는 남자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체 그저 멍하니 제 손에 들린 큐브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몇 분 동안 계속 앉아 있었던 것인지 남자는 긴 하품을 하고는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이리저리 살피며 돌아다녔다. 벽을 쓸어내리며 움직이는 남자의 양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잘그락’ 하고 소리를 내는 수갑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앞머리에 의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른 벽과는 다르게 문 바로 옆에 검은 유리로 된 벽을 만지던 남자 안을 살피듯 얼굴을 유리쪽으로 더 가까이 붙였다. 하지만, 검은 유리는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반사 유리’ 이였는지, 남자의 눈에는 그저 검은 색 유리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똑-똑’ 검은 유리를 두드리는 남자.
‘이곳에서 나는 밖이 보이지 않지만. 그곳에서 나를 감시 하는 당신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러한 뜻으로 말 하는 것 같은 남자의 행동에 그 순 간 검은 유리에서 강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마치 남자의 뜻을 이해 한 사람이 그 것에 대해 답하듯이. 그 진동에 어깨를 한 번 으쓱인 남자는 잠시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다시 한 번 유리쪽에 시선을 두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제 손목을 검지로 한두 번 톡하고 치고는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로 가 다시 앉았다.
그렇게 남자가 자리에 앉고 몇 분의 시간이 흘러 녹슨 쇳소리와 함께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형사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들어왔다. 자연갈색이라고 하기에는 밝고, 염색을 했다기에 는 어두운, 그런 짙은 갈색 머리에 남자는 뭐가 그리 기분이 나쁜지, 가만히 앉아 있는 남자를 노려보며 비어있는 의자에 가 앉았다. 자리에 앉은 형사는 제 손에 들린 여러 개의 파일을 책상에 놓고는 한 영상을 보여주며 남자에게 말했다.
“이봐 한 나로 지금 이 영상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말해”
“......”
“당장 말 안해?!”
한 나로 라고 불린 남자는 형사의 질문에 입가에 짓고 있던 미소를 지우고는 어깨를 으쓱 거렸다. 그런 남자의 행동에 형사는 아까보다 더 인상을 찡그리고는 나로의 멱살을 잡으며 으르렁거렸다. 그런 형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풀며 다시 자리에 앉은 나로는 책상에 올려 진 큐브를 잡아 형사에게 건넸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이 자신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형사는 나로의 손을 내치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지금 누구를 우습게 보는 거냐? 당장 말 안 해!”
형사의 말해 깊게 한숨을 쉰 나로는 고개를 저으며, 올렸던 팔을 내렸다. 그저 묵묵부답의 나로의 행동에 화가 나는 것인지 머리를 거칠게 터는 형사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 때 휴대폰 영상에서 형사와 닮지만, 닮지 않은 여자가 나오자 형사의 눈동자는 짧지만, 아주 강하게 흔들렸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것을 포착한 나로는 한 쪽 입 꼬리를 올리며 제 손에 들린 큐브를 다시 건네 보였다. 자신에게 들이 미는 큐브를 본 형사는 인상을 한 번 찌푸리고는 그것을 무시하며, 책상에 올려 진 파일을 펼쳐봤다.
자신을 무시하는 형사의 행동에 한 쪽 입 꼬리를 올리고는 손을 내렸다. 파일을 살펴보던 형사는 세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세 명의 얼굴 누군지는 알지?”
“......”
“그렇게 묵비권 행사 해봤자 힘든 건 너야 이 새끼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먹을 휘두른 형사에 속수무책으로 얻어맞기 시작한 나로에 밖에서 그 둘을 지켜보던 형사의 동료들이 들어와 둘을 떨어 뜨려 놓기 시작했다.
“야, 야! 강 바로! 진정해 이 새끼야!”
“이거 안 놔! 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둔다며!”
“내가 미쳤었다 내버려둔다고 한 개! 이 새끼야 그렇다고 바로 폭행을 날 리냐!”
강 바로 라고 불린 형사는 중년의 남자의 의해 강제로 심문 실 밖으로 끌려 나갔다. 두 남자가 나가자 나로를 붙잡고 있던 두 형사는 깊은 한숨을 쉬며 뒤를 따라 나갔다. ‘툭-’ 하고 무언가 발치에 치이자, 문 쪽으로 걸어가던 젊은 형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큐브?”
젊은 형사는 떨어진 큐브를 잡아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몇 번 돌려 다시 바닥에 놓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젊은 형사의 행동에 바닥에 쓰러진 나로는 멍하니 바닥에 놓여 진 큐브를 멍하니 바라봤다. ‘퉤-’ 입에서 고연 피와 침을 뱉은 나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큐브를 집어 들고는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를 바로 해 다시 앉았다. 시선은 큐브를 향한 체.
‘톡-톡-’ 큐브를 두드리며 문을 바라보고 있던 나로는 다시 시선을 내려 큐브를 바라봤다. 그 때,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고개를 들어 문을 연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였으며, 바로의 왼쪽 볼은 누군가 때려서 맞은 것인지 빨갛게 부어올라와 있었다.
“하아. .”
‘달칵-’
“누구한테 맞았나보네요?”
“그래 내가 네 놈 때문에 맞았다.”
‘달칵-’
“음, 그건 저 때문이 아니라 당신, 아니 강 형사님 성격 때문 아닐까요?”
“이 새끼가!. . .?”
‘달칵-’
“무슨 문제라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로의 질문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답하던 바로는 자신에게 질문을 하며 입을 여는 남자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삿대 짓을 했다. 그런 바로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이던 나로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놀란 것은 바로만이 아니었다.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형사 동료들도 마찬 가지었다. 바로의 질문에도 답하지 앉던 남자가 지금은 오히려 본인이 질문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하, 뭐냐 이제는 말하기로 생각한거냐?”
“글쎄요-”
“왜 또, 맞을 까봐?”
“음, 글쎄요?”
‘달칵-’ 나로가 말할 때마다 들려오는 달칵 거리는 소리. 그 소리에 한 쪽 눈썹을 올린 바로는 그 행동을 무시하며 엎어진 자신의 의자를 바로 하고는 앉았다.
“그보다 그 장난감 좀 그만 만지고 이리 와서 질문하는 거에 답하기나 해라”
책상에 흐트러진 파일을 정리하며 말하는 바로에 하던 행동을 멈춘 나로는 입가에 지었던 미소를 지으며, 아까와는 다르게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 바로 형사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에요. 그리고 그 순서를 지키지 않고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몰라요. 왜냐하면, 후회하는 것은 내가 아니니까”
“당신 동생 구해야 하잖아? 안 그래? 응? 강 바로 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