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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복수
작가 : 푸름거울
작품등록일 : 2018.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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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악녀의 이야기 (2)
작성일 : 18-01-21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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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장 너머에서 갇혀 있는 나를 보며 그녀는 웃었다.

 

 

 "티에른.. 영애.."

 

 

 힘겹게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괜찮아요. 기사들을 물렸으니까."

 

 

 그녀는 네게 조곤조곤 속삭였다.

 

 

 "황태자... 전하께서는 괜찮으신가요?"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하네요."

 

 

 티에른 영애는 안심하라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나는 그 말을 듣고 몸에 힘이 풀렸다.

 

 

 '다행..이다..'

 

 

 지금은 감옥에 갇혔지만, 나보다는 황태자가 더 걱정되었다.

 

 그리고 내가 한 것이 아니라고 오해를 풀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제가..그러지 않았.."

 

 "푸흣.."

 

 

 갑자기 웃는 티에른 영애에 나는 당황해서 멍하게 쳐다보았다.

 

 티에른 영애는 그런 나를 무심하게 쳐다보았다.

 

 

 "뭐야...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

 

 "네?"

 

 

 그녀의 목소리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되물었다.

 

 

 "감옥에 갇히고 사형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황태자 부터 찾다니 말이야."

 

 

 그러자, 티에른 영애는 자신의 은발을 손가락으로 돌려 꼬으면서 한심하다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음료수는 맛있었니?"

 

 "뭐...?"

 

 

 그녀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를 몰랐다.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아는 지도.

 

 

 "그 안에 독과 잠시동안 정신분열을 일으켜 조종하는 마법이 있었는데 몰랐나봐?"

 

 "마..법?"

 

 

 그녀는 한쪽 입고리를 올리며 쭈그려 앉아 나와 눈의 높이를 맞췄다.

 

 

 "내 인생 자체를 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썼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끝내니 허무하네."

 

 "복..수..?"

 

 

 그녀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그녀는 사교계에서 착하다고 소문난 여인이였지만 지금은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곧 있으면 네가 사형이라니, 정말 상쾌하겠어."

 

 "그런..."

 

 

 그녀는 정말 기쁘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은, 이게 전부 그녀가 한 짓이라고..?'

 

 

 속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분노가 일어났다. 그래서

 인지 머리가 차가워져서 침착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내게 복수를 해서 네가 얻는 게 무엇이지?"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지만 태도는 누가 봐도 이성적이고 침착했다.

 

 티에른 영애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예쁜 얼굴을 구겼다.

 

 

 "내가 네게 말해야 하는 이유는 없는데?"

 

 

 그녀는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이 표정을 굳히며 일어섰다.

 

 

 티에른 영애는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생각이 난 듯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재미... 있는 사실...?"

 

 

 그녀가 물은 질문을 되물었다.

 

 

 "멍청한 카르리딘 공작가는 겨우 너를 살리려다가 전부 죽었어."

 

 

 그녀는 평온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죽었..."

 

 "풋. 이제 너를 도와 줄 사람은 아무도 없네."

 

 

 -쿵

 

 

 마음속에서 무언가 내려앉는 기분이였다. 아버지...오빠들, 에밀리가 죽었다고?

 

 

 내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티에른은 이제야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감옥의 문을 열고 나갔다.

 

 

 -끼익. 탁.

 

 

 쇠철창으로 된 녹슨 문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나는 허망하게 닫힌 문을 보았다.

 

 

 지금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만은 알았다.

 

 

 #

 

 

 -끼이익.

 

 

 쇠로 된 문이 열리고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들어왔다.

 

 

 "끌어라."

 

 

 기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끌라고 명령하자 기사들은 내 팔을 단단히 묶고 밖으로 데리고 갔다.

 

 .

 .

 .

 

 희미한 빛밖에 들어오지 않던 지하감옥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은 오후인데도 어두웠다.

 

 태양이 달의 그림자로 가려진 월식날이였다. 월식날은 여러 말들이 있지만 그중에는 '마녀'가 저주를 걸려고 밖으로 나온날.

 

 

 나는 기사들에게 끌려 간 곳은 황궁 앞에있는 마을광장이였다.

 

 큰 광장에는 평민, 귀족, 왕족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가득 차 있었다.

 

 

 황태자 또한 티에른 영애와 함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보지도 않았다.

 

 

 "마녀다!!"

 

 "죽게 되니까 저년이 우리에게 저주를 걸려고 한다!"

 

 

 몇몇 성난 평민들은 심한 욕을 하며 보라색 돌을 내게 던졌다. 보라색을 상징하는 뜻은...

 

 

 '마녀..'

 

 

 -퍽

 

 

 어느 곳에서 세게 날아온 돌은 그녀의 머리를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피하지 않고 가만히 그 돌을 맞았다.이제는 오해를 풀 힘도 없고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니까.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체념' 이였다.

 

 

 기사들은 그녀를 붙잡아 단두대로 올라갔다.

 

 기사단장으로 보였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카르리딘 이사벨라, 그대는 황족시해죄는 물론 신성한 태양의 달 축제를 어지럽힌 죄 등으로 단두대 처형을 명한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나?"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무심한 듯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없습니다."

 

 

 내가 말하자 그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단두대의 줄을 끊었다.

 

 

 -휘익.

 

 

 날카로운 날이 목을 자르는 느낌이 나고 그 순간 바람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났다.

 

 목이 땅바닥을 구르고 시야는 점점 흐릿해졌다.

 

 

 그러나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더니 몸과 영혼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났다.

 

 

 "마녀는 죽었다!!"

 

 "와아아아!"

 

 "제나드 제국 만세!"

 

 

 사람들의 환호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목..소리..?'

 

 

 죽은 느낌이 분명 났는데도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자 의아함을 느낀 나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웃으며 기뻐하고 있는 모습이였다.

 

 

 '대체 뭐가....'

 

 -털썩.

 

 

 내 밑에는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 싸늘해져버린 시체가 있었고 광장의 바닥에는 나의 머리가 바람에 굴려지고 있었다.

 

 

 '흐으윽....'

 

 

 온몸에 공포와 두려움이 서렸다. 그리고 그보다 무서운건...

 

 

 내 시체를 보며 웃으며 기뻐하는 사람들.

 

 

 '우윽...'

 

 

 토할것만 같았다. 만약 신이 있다면 왜 이런 광경을 내게 보였을까, 나에게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걸까 하고.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웃고있는 사람들이 있는 광장에서, 사랑했던 사람, 황태자는 무심한 얼굴로 싸늘해진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나를 무표정으로, 아님 경멸하고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 시선속에서 나는.... 슬픔. 분노. 질투 같은 것보다는

 

 원망.

 

 

 저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세요.

 

 

 

 제발 그때처럼..

 

 

 저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왜 그녀만을 보시나요.

 

 왜 저를 혐오하시나요.

 

 왜 저를....!

 

 

 

 방치하시나요.

 

 

 더 이상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겠죠.

 

 

 이사벨라는 소리없이 웃었다. 뭔가 슬픈 표정으로, 눈에는 이슬같은 눈물이 매달려있었다.

 

 

 그녀는 그 누구도 슬퍼하는 사람이 없는 이 세상에서. 몸은 실체가 없이 공중을 떠돌아 어디로 가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

 .

 .

 

 누군가의 저택의 정원에서는 영애들의 티파티가 열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자힐 백작가 영식이 티에른 영애한테 고백하셨다가 거절당하셨잖아요."

 

 

 어떤 영애가 티에른의 이야기를 꺼내자 다른 영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요. 많은 영식들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받으셨다죠."

 

 "아, 황태자 전하와의 결혼식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근데 티에른 영애는 저희들과 있을때는 아무말도 안 하시더니 영식들만 있을때는 방긋 웃으시더라고요."

 

 "맞아요! 그럴땐 꼭 불여우 같아요. 아니 창녀라고 해야하나?"

 

 "호호호. 그 표현도 맞는 것 같은데요?"

 

 

 영애들은 하나같이 맞는 말이라며 웃었다.

 

 

 '이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은데..'

 

 

 그 뒤, 내가 죽고 난 며칠, 아니 몇달이 지나도 나는 전혀 갈 곳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돌아갈 곳도 없으니.'

 

 

 이사벨라는 조용히 그곳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개월 뒤, 황태자와 티에른 영애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렸다는 소식이 제국에 퍼졌다.

 

 

 #

 

 

 '어디로 가지...'

 

 

 이사벨라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아니, 인기척조차 없는 숲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제는 날아다니거나 발이 땅에 닫지 않는 것에 익숙해졌어...'

 

 

 그녀는 빈민가, 왕성, 거리 등 여러곳을 다녔다.

 

 

 몇년이 지났는 지조차 모른체 그냥 떠돌아 다녔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봐왔다.

 

 그러나 그녀는 도와줄 수 있는게 없었다.

 

 

 '어? 저건... 신물..?'

 

 

 숲속에 거대한 하얀 물체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것이 신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곳에 어째서 신물이?'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갔다.

 

 가끼이 갔더니 신물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피를 흘리고 있어.."

 

 

 나는 급하게 주위의 약초와 물을 받아 신물을 치료했다.

 

 

 [누구지..?]

 

 

 거대한 신물은 눈을 뜨고 입을 열지 않았는 데도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어?"

 

 [넌...?]

 

 "그냥 지나가는 착한 유령?"

 

 

 나는 용같이 생긴 신물의 앞에 앉았다.

 

 

 [인간...인가. ]

 

 "으응... 난 죽었지. 넌 제나드 제국의 신물이고."

 

 [흠... 알고있었나?]

 

 "제국의 역사는 지겹도록 배웠으니까."

 

 

 신물은 이내 관심을 끄고 몸을 아예 반대로 돌렸다.

 

 

 "나랑 친구할래?"

 

 [뭐?]

 

 "음... 날 알아보는 사람도 너밖에 없고.."

 

 [...마음대로.]

 

 

 신물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하늘을 보니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하아....'

 

 

 어딘지 서글프게 느껴지는 노을이였다.

 

 

 #

 

 

 해가 하늘의 중심에 뜨고 이사벨라는 언제나 처럼 신물의 상처를 치료했다.

 

 

 '약 6개월이나 지났는데 낫지 않고있어..'

 

 

 신물의 몸에 난 상처는 엄청나게 크고 깊었다. 신물과 만나 치료한지 꽤 되었는데도 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날이 갈수록 상처는 더욱 악화되었다.

 

 

 '대체 뭐 때문에 이런 상처가..'

 

 

 "넌 이름이 뭐야?"

 

 [없다.]

 

 "그럼 내가 지어도 되?"

 

 [마음... 대로.]

 

 

 신물은 그리핀과 푸른 용을 닮은 모습이였다. 그리핀..드레곤..

 

 

 "그리드.. 어때?"

 

 [네가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불러.]

 

 "응. 그럼 그리드. 네가 먹을 과일 좀 따올께."

 

 

 그리드의 상처치료를 마무리 하고 일어섰다. 숲으로 가려는 데 그리드가 불러세웠다.

 

 

 [... 왜 이렇게 까지 도와주는 건가.]

 

 "음..."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그리드가 다쳐 있었고 이 숲에 혼자 있어서.. 일까. 마음속에서 나를 보고 있었던 걸지도..

 

 

 "죽고나서 처음으로 생긴 친구니까."

 

 [그렇... 군..]

 

 

 나는 그리드에게 방긋 웃은 뒤 숲으로 들어갈려 했다. 뒤를 돌았을 때 큰 소리가 나지 않았더라면.

 

 

 -쿵!!

 

 

 "어...?"

 

 

 뒤를 돌아보니 그리그가 피를 토한채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그리드? 그리드!!"

 

 [커헉..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긴 뭐가! 너 엄청 아파보여!!"

 

 

 그리드의 몸에 상처가 더욱 깊어지고 안색도 점점 창백해졌다.

 

 

 [나라가.. 멸망하고 있다... 나도 곧 소멸... 컥!!]

 

 

 그리드의 몸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왜 세상은 내게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지?! 내 소중한 것들을 다 가져갔으면서...!

 

 

 [마지...막... 이니... 네 소원을... 들..어..]

 

 "그리드...?"

 

 [내...소중한...친우이자 은인이여..... 부디 미래를..... 바...]

 

 

 그 말을 끝으로 눈 앞이 붉게 변했다.

 

 그리드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눈이 감기며 몸이 쓰러졌다.

작가의 말
 

 지금까지 어떤 느낌이 드니나요? 단순한 로맨스 판타지? 아니요. 틀렸습니다. 이건 평범한 로맨스 판타지가 아닙니다. 비밀이 섞여있는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 즐겁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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