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일로 오셨습니까."
그 남자는 내게 무슨일로 왔는지에 대해 물었다. 오빠들의 생일선물도 있지만 다른 목적도 있기에 마리아는 들어서는 안 되었다.
"마리아. 잠깐 자리 좀 비켜줄 수 있어?"
"네? 그러다가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잠시만 부탁할께."
내 부탁에 마리아는 마지못한 얼굴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남자는 나의 행동에 어리둥절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네. 그러는 것이 저와 당신이 안전할 테죠."
그는 만들던 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안으로 안내했다.
-끼이이이익.
오두막 안에는 검들과 간단한 의자와 책상 등이였다.
"자.. 그럼 자기소개부터 하죠. 저는 카르리딘 이사벨라 입니다."
"...저는 힐덴입니다. 공작가의 영애께서 어떤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
남자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가벼운 장검 2개와 가벼운 단도 등 던질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세요."
"용도는.."
"그런 것은 알 필요가 없지요. 단, 이 일은 함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마침 좋은 게 있습니다."
그가 가져온 것은 내가 말한대로 가볍고 긴 예쁜 장검 2개와 손바닥만한 크기의 단도를 꺼내왔다.
"좋네요. 이걸로 주세요. 장검은 포장으로요."
그는 장검을 칼집에 넣고 내가 말한대로 준비했다.
'그는 다른 가게보다 검을 더욱 정교하고 세밀하게 만든다. 검만 만드는 사람은 알수 없는 것까지 생각하면서. 확실히 실력파라면..'
그는 언듯보기에는 평범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지만 칼을 만드는 사람치고는 몸의 근육이 남아있다. 오래동안 훈련을 받은...
"여기 있습니다."
"북쪽의 전 킬덴기사단 단장, 힐덴."
나의 말에 그는 검을 보다가 말고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검을 내 목에 다져다 댔다.
"...그것을 어떻게 알고있나?"
"그러게요."
그의 목소리에는 경계심이 묻어나왔다. 그의 목소리와 태도가 변했지만 나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거 치워주시면 안 될까요? 이래뵈도 귀족가 영애인데.."
"...어떻게 알고있냐고 물었다만."
나는 그가 검을 치워주는 것에 대하여는 체념했다.
'솔직히 죽고나서 알게되었어요 라고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만 알고있는 것이니 그렇게까지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밝힐 생각도 없고요."
"내가 믿을 수 있을 것 같나?"
"그거야 힐덴경이 판단하겠죠."
이사벨라는 안심하라는 듯이 웃었다.
"원하는게 뭐지?"
"그렇게 말하니까 제가 경을 협박이라도 하는 줄 알겠어요. 저는 그저 부탁을 하려고 왔을 뿐이랍니다?"
"..."
그는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서류상으로는 자진은퇴로 기록되어있지만 그게 진실이 아니죠?"
"어디까지 알고있나?"
"어디까지라.... 황궁임무 이후에 자진은퇴이며 황궁임무가 가문문제로 발전, 그 후 일은 은폐하기 위해 자진은퇴. 까지겠네요."
"다 알고있군."
그의 말에 다 알지는 못한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이지?"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뭐?"
그는 잘못들었냐는 듯이 되물었다.
"영애인 네가 검을 들 이유는 없을 텐데. 특히나 공작가의 영애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것은 싫거든요. 또한 지금의 저로써는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다. 그것은 '그랜드 마스터'인 당신이라면 모르시지 않으실텐데요."
"보통영애 같지가 않군. 꽤나 어려보이는데 검을 잡을 순 있을 것 같나?"
"그거야 모르죠. 되든 안되든간에 뭐든 해봐야죠."
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다가 무언가를 깨닫고는 고개를 들고 그에게 말했다.
"방금 그 말은 제 부탁을 들어주시겠다는 것이겠네요?"
"아니."
"네? 왜죠?"
예상과는 다른 말에 그에게 되물었다.
"공작가의 영애라면 다른 누구에게도 배울 수 있을 터."
"그것때문이라면 괜찮지 않나요? 당신은 '그랜드 마스터'니까 다른분들보다 가르침과 실력, 실전에 대해서도 잘 알것 같고요."
"그것 또한 어디에서 들었지?"
"...."
"하아.."
그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런 그의 행동에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스르륵.
그는 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영애가 따라오기 힘들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물론입니다."
그는 내게 내가 주문한 검을 주었다.
"밖에 있는 자는 네 시녀인가?"
"네. 왜 그러시죠?"
"아니, 아니다. 잠시 착각한 것 같군. 그나저나 계속 저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아!"
급하게 검을 챙겼다.
"그럼, 다음에 뵈죠."
-끼이이이익.
문을 열고 나와 마리아에게 갔다.
"마리아."
"아, 아가씨 오셨어요?"
"미안, 조금 오래 걸렸지?"
"아니에요. 그나저나 아가씨 눈이.."
"눈? 왜? 눈에 뭐가 들어갔어?"
마리아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마리아에게 물었다.
"아니요. 그런게 아니라 눈이 빛났던 것 같은데 잘못봤나봐요."
"그래? 이제 공작가로 갈까?"
"네. 아가씨."
우리는 짐을 들고 마차를 탔다.
"카르리딘 공작저로."
.
.
.
"도착했습니다."
마차에서 내리니 노아오빠가 정문에 나와 있었다.
"어디갔다왔어?"
그냥 말해주기에는 재미가 없기에 거짓말을 했다.
"아... 잠시 마을에 갔어, 구경하고 살 것도 있어서."
"그래?"
"응."
별 의심없이 오빠는 납득하고는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다니라고 했다.
"휴..."
"아가씨. 짐은 어떻게 할까요?"
"내 방으로 가져다 줄 수 있어?"
"네. 아가씨."
마리아가 짐을 들고 올라간 뒤, 나는 뒤늦게 따라가 마리아를 물리고는 책상에 앉았다.
"편지... 뭐라고 쓰는 게 나으려나.."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심을 하고는 펜을 들었다.
#
오빠들의 생일 하루 전.
나는 황급히 공작가의 주방으로 갔다.
"공녀님. 여긴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내가 주방으로 갑자기 들어오자 주방장이 놀라며 내게 물었다.
"오라버니들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으려고 하는데 주방 좀 빌려줄 수 있나요?"
"네. 공녀님. 마음껏 쓰십시오. 다만, 불을 쓰실 때는 저를 불러주십시오."
왠지 모르게 주방장은 날 보며 흐뭇하게 웃으시고는 주방 밖으로 나가셨다.
"자... 그럼 만들어 볼까.. 이게 설탕이고... 이게..."
.
.
.
"망했다."
이 한 단어가 내가 만든 케이크를 잘 표현했다.
약 2시간에 걸쳐서 케이크를 완성했다. 빵은 잘 된것 같았지만 모양이 망했다.
생크림은 덩어리져서 케이크 위에 올려져 있었으며, 과일을 너무 많이 올려 케이크가 무너질려고히고 있었다.
"그냥 지금 가서 사 오는 게 나으려나.. 그러면 시간이 없는데..."
-철컥
"공녀님. 다 되어가셨습..."
주방장은 문을 열고 다 되었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식탁 위에 있는 내가 만든 더러운(?) 케이크를 보고는 말이 끊겼다.
"이..이건..."
"어쩌죠..?"
"그..."
"하아.... 아무말씀도 하지 마세요. 저도 잘 알고 있는데 굳이 확인사살까지 시키실 건가요??"
주방장이 뭐라고 말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나는 그의 말을 막았다.
내가 만들었지만 나도 먹고싶지 않은 그런 케이크이다. 무슨 말을 할지는 내가 더 잘 알것같았다.
"괜...괜찬습니다. 이정도는 간단하게 손만 보면 됩니다."
주방장의 손을 거치자 내가 만든 케이크는 드디어 케이크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아..아닙니다. 워낙 공녀님이 잘 만들으셔서 손 댈것은 별로 없던데요. 하하."
주방장이 마법을 부린듯 손을 많이 봐주셔서인지 케이크가 케이크인줄 알 수 있었지만 일단 나는 주방장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케이크를 포장했다.
후일담으로는 주방장이 이사벨라에게 요리를 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는데 그것은 이사벨라는 모르는 일이였다.
#
"생일 축하한다."
식탁에 앉아 식사가 다 나온 뒤. 아버지께서 먼저 오빠들에게 축하인사를 하였다.
"오빠, 나도 생일 축하해."
"생일축하해."
그 뒤를 이어 에밀리와 내가 오빠들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하였다.
"여기 선물을 받거라."
아버지는 오빠들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그 선물 안에는 예복이 들어있었다.
움직이기 편하며 오빠들과 잘 어울렸다.
"오빠!! 내가 선물을 준비했어!"
"고마워."
"고맙다."
에밀리는 오빠들에게 금으로 만든 시계를 주었다.
"오빠."
나는 선물을 주려고 노아오빠와 에단오빠를 불렀다.
"여기 내가 준비한 선물이야."
오빠들에게 편지와 장검을 주었다.
"고마워."
"저...음... 그러니까... 선물이 하나 더 있는데..."
"뭔데?"
"내가 오빠 줄려고 케이크를 만들었거든."
노아오빠와 에단오빠에게 케이크 한 조각씩 접시에 담아주었다.
먼저 노아오빠가 포크로 케이크를 잘게 잘라 입으로 넣었다.
"읍...!! 콜록!! 콜록!"
케이크를 먹자마자 노아오빠는 갑자기 기침을 하였다.
"오빠? 괜찮아??"
"..."
"? 왜그러는데? 나도 먹어본다?"
노아오빠가 말이 없자 이번에는 에단오빠가 케이크를 한입 먹었다.
"살...려..."
'응? 오빠? 언니가 준 케이크 맛있어??"
에밀리는 포크를 가져와서 케이크를 한입 떠먹었다.
"악!! 너무 짜!!!"
응? 짜다고? 케이크가? 에밀리의 말에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케이크를 먹었다.
"우웩!!"
너무나도 짜서 저절로 헛구역질이 나왔다. 케이크가 이렇게나 짠 것은 처음이다. 아니, 정확히는 생크림이 짰다.
난 소금을 넣은 기억이....
"주방에 있던 하얀 가루는 설탕 아니였어?!?!"
설탕인줄 알고 그 가루로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소금이였나보다.
"오빠... 미안해..."
황급히 물을 마시던 노아오빠가 나를 돌아보더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에단 오빠가 말했다.
"벨라. 고압다."
"고마워. 만들어 줘서"
노아오빠는 자상하게 웃으며 나를 안아 주었고, 오빠들의 생일 파티는 즐겁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