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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선택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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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의 생일
작성일 : 18-02-13     조회 : 639     추천 : 2     분량 : 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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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기도 지루한데 이번에는 내가 먼저 전화할까?'

  이때 영희는 철수의 전화만 눈빠지게 기다리다 지쳐 먼저 전화할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었다.

  '내가 먼저 전화하는 건 모양새가 안 좋을 것 같은데......'

  바로 이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철수다!'

  철수의 전화임을 확신한 영희는 전화를 받으려다 멈칫했다.

  '곧바로 받으면 내가 철수 전화 눈빠지게 기다린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 영희는 벨소리가 몇 차례 울린 후에서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너무도 반가운 영희의 목소리였다.

  "나야, 잘 지냈어?"

  "응, 너도 잘 지냈니?"

  "잘 지냈어. 공부하면서 니 생각하면서......"

  영희는 '킥'하고 웃었다.

  "공부하면서 내 생각했어? 그래도 공부 잘 돼?"

  "난 니 생각하면 공부가 더 잘되거든. 염려 붙들어 매셔."

  "그럼 다행이고."

  "설연휴 동안 뭐하고 지냈어?"

  "그냥 집에 있었어. 실은 그날 밤에 몰래 나갔다고 아버지께 혼났어. 앞으로 당분간 만나기 힘들 거 같아. 외출금지야."

  "그랬구나. 미안해. 나 때문에......"

  철수가 미안해할까봐 영희는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아니야, 전에도 아버지 몰래 많이 소영이를 만났는데, 운이 나빠 걸린거지, 뭐."

  "나중에 통금 풀리면 다시 보자."

  영희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아마, 내 생일 전에 풀릴 거야. 그때까지 잘 있어. 공부 열심히 하고."

  "그럴게. 너도 잘있어."

  "잘 있어."

  철수는 당분간 영희를 만나기 힘들 것 같아 크게 실망했지만, 생일에는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그날 영희는 소영이를 집으로 불렀다.

  "넌 남자친구 고백받을 때 뭐라 말했어?"

  영희가 묻자 소영이가 말했다.

  "그게 중요해? 난 기억도 안 나. 생각해본다 말했으면 말 안해도 상관없어. 누가 요즘 사귄다고 말하고 사귀는 줄 아니?"

  "그래도 될까? 사실은 뭐라고 말할지 몰라서......."

  "영화보면 그러잖아. 남자가 고백하면, 여자가 '생각해볼게'라고 말하고 영화 끝나는 거 못 봤어? 그 정도는 센스야. 철수가 그 정도 센스도 없다면 차라리 사귀지마. 센스없는 남자는 복장터질 정도로 답답해."

  사실, 소영이는 질투하고 있었다.

  '넌 좋겠다. 철수 딱 내 스타일인데, 난 왜 그런 남친 안 생기는지 모르겠어.'

  영희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센스없는 남자도 여자친구가 생기면 센스가 생기지 않을까?"

  "뭐, 그럴 수도 있지만, 처음엔 좀 답답하겠지."

  "센스가 없어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나를 아껴준다면...... 괜찮을 거 같아."

  "하긴, 마음이 중요하지. 나도 철수처럼 나만 좋아해주는 남친있으면 좋겠다."

  자신도 모르게 은근히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영희는 소영이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나 싶어 물었다.

  "넌, 남자친구 요즘 안 만나니?"

  "안 만나. 남친 어머니께서 내년에 만나라 말씀하셔서, 한동안 만나지 않기로 했어. 수능 끝나기 전에는 만나기 힘들 것 같아."

  "나도 그래서 좀 부담스러워. 나야 내신만 잘 받으면 상관없으니까 무늬만 고삼이지만, 철수는 아니잖아. 나도 수능 끝나고 만날까?"

  "넌, 내년에 유학가니 나와 다르잖아. 적당히 만나면 서로 좋을 수도 있어. 고삼 때 사귀어 같은 대학에 들어가는 애들도 있더라."

  "그렇구나. 성적 떨어지면 당분간 만나지 않겠다고 철수한테 말해야겠어."

  "좋은 생각이야. 사귀면서 성적 오르면 일석삼조지."

  "일석삼조? 어떻게?"

  "애인있어 좋구. 성적 올라서 좋구. 성취감 생겨서 좋구."

  "그러네. 근데, 소영아, 철수한테 니 삐삐 번호 가르쳐줘도 되니? 내가 삐삐가 없어서."

  "좋아. 가르쳐줘."

  소영이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영희가 유학가고 나면 내가 철수 만나도 상관없겠지?'

  "고마워."

  "고맙긴, 우리 사이에, 뭐 그런 걸 가지고....."

  영희는 문득 몇시인지 궁금해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10시 15분 전이었다.

  영희가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머, 약속시간 다 갔네. 너 먼저 가있어. 난 부모님 몰래 나가야 되서. 철수는 항상 약속시간보다 일찍 오니까 지금 나가자."

  "너희 부모님께 인사 드리지 않고 가도 될까?"

  "인사드리면 못나갈 거야."

  "알았어."

  소영이가 방에서 나가자 영희는 옷걸이에서 옷을 골랐다.

  '어느 치마가 더 예쁠까?'

  영희는 철수에게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보이고 싶어 옷걸이에 걸린 치마 중 가장 예쁜 치마를 골랐다.

  맵시나게 입으려고 가죽잠바를 입은 영희는 방에 불을 켜 놓은 채 살금살금 걸어나갔다.

  영희의 부모님은 드라마에 푹 빠져 영희가 현관문을 열쇠로 잠그고 나가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성공이다! 살짝 돌아오면 되겠지.'

  무사히 집을 빠져나간 영희는 다시 돌아올 일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철수와 헤어진 영희는 살며시 현관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왔지만, 이미 아버지는 현관문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영희야, 너 어디갔다 왔니? 한겨울에 가죽잠바 입고 춥지 않았어?"

  영희는 아버지한테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얼버무렸다.

  "저, 바람쐬러 나갔다 왔는데요, 별로 안 추웠어요......"

  한겨울에 가죽잠바 입고 나갔다 온 것부터 수상 쩍었지만, 아버지는 자세한 것은 묻지 않았다.

  "너, 당분간 외출금지다. 알았어?"

  "네."

  영희는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란 생각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다. 통금이 내 생일까지는 풀리겠지.'

 

  철수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가에서 솔솔 부는 바람이 더할 나위없이 상쾌했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사람의 목소리조차 아름답게 느껴졌다.

  기분이 너무 좋아 공부를 해도 행복했고, 그토록 어려워했던 수학 문제조차 재미있게 술술 풀렸다.

  어느덧 1월 24일.

  영희의 생일 하루전 날.

  "엄마가 용돈 줄 테니, 내일 니 생일에 친구들이랑 저녁 사먹어라."

  "우리 엄마 최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용돈을 받은 영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일 철수랑 저녁 사먹어야지.'

  영희는 학창시절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보낼지 모르는 생일을 철수와 함께 보낼 계획을 세우고 연락을 기다렸다.

  어쩐 일일까.

  오후가 늦도록 철수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었다.

  '설마 내 생일이 내일인가 잊은 건 아니겠지?'

  바로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영희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철수임을 확신한 영회는 전화기에다 대뜸 물었다.

  "철수야?"

  "어, 나야, 그동안 잘 있었니?"

  '역시 철수가 내 생일을 잊을 리가 없지!'

  영희는 말할 수 없이 반가웠다.

  "응, 잘 있었어. 넌 어때?"

  "나도 잘 있었어. 근데, 외출금지는 풀렸니?"

  "어, 풀렸어. 너, 내일 일곱시 시간있어?"

  "당연 있어. 어디서?"

  "현대백화점 정문에서."

  "좋아. 그럼, 그때 거기서 보자."

  "그럼 내일 봐. 안녕."

  철수는 내일 영희를 만날 것을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설레였다.

  '우와! 드디어 영희의 생일에 나랑 영희와 단둘이 보내는구나!'

  1월 25일 저녁 6시 30분.

  철수는 약속시간보다 30분 일찍 와 영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희를 조금이라도 일찍 만나고 싶은 마음에 15분 정도 일찍 온다는 것이 30분이나 일찍 왔다.

  철수가 혹시라도 영희가 오는지 보기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어디선가 영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수야!"

  철수는 말할 수 없이 반가웠다.

  "벌써 왔니?"

  "너야말로 왜 이렇게 일찍 왔니? 난 책방에 볼일이 있는데..."

  "그럼 책방에 같이 가도 되니?"

  "당연하지. 같이 가자."

  영희는 코엑스몰에 있는 대형서점에서 영어 원서 한 권을 구입했다.

  "내 가방에 넣자."

  영희는 웃으면서 철수에게 책을 넘겨 주었다.

  "가방은 왜 가져왔니?"

  "고삼이 가방없이 나가면 의심받잖아. 넌 괜찮니?"

  영희는 자신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야 무늬만 고삼이라서, 좀 놀다가도 상관없어."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게다가 오늘은 내 생일이잖아."

  이때 철수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예쁜 포장지로 싼 작은 직사각형 상자였다.

  영희는 철수의 생일 선물임을 알 수 있었다.

  철수는 수줍은 얼굴로 생일 선물을 영희에게 내밀었다.

  "내 생일 선물이야."

  철수는 어머니 몰래 준비한 변변치 못한 선물이라 내밀기가 수줍었다.

  영희는 이러한 철수의 마음을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철수의 선물이 뭘까?'

  작은 직사각형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했지만, 나중에 뜯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냥 주머니에 넣었다.

  "고마워. 난 항상 받기만 해서......"

  "무슨 소리야. 네가 준 미니 피아노는 내가 여태까지 너한테 준 선물을 모두 합쳐도 더 비싼데."

  철수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영희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너 그거 가끔 듣니? 음악 좋지?"

  철수는 왠지 어색하게 대답했다.

  "어, 너무 좋아."

  영희는 철수의 대답이 어색한 것을 눈치채고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배터리가 나갔구나. 아참, 그걸 생각 못했네. 배터리는 우리 집에 더 있어. 나중에 줄게."

  철수는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아, 고장난 게 아니라 배터리가 다 되어서 그런 거구나.'

  초미니 피아노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철수는 안도했다.

  영희는 철수에게 손짓하며 어디론가 앞장서 갔다.

  영희가 철수를 데려간 곳은 현대백화점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지갑에 전철 정기권과 천원 밖에 없는 철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생각했다.

  '난 돈이 없는데. 영희가 사려는 걸까?'

  영희가 이러한 철수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 미소지었다.

  "저녁 내가 살게. 어머니가 친구들과 사먹으라 돈을 주셔서 주머니 사정이 좋아."

  그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우리 집에서 생일 파티하는 것이라 생각해줘."

  영희는 생일에 철수를 집에 초대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에 말한 것이다.

  자리에 앉은 영희는 코트를 벗어 옆자리에 걸쳤다.

  영희는 마치 대학생처럼 화사하게 차려 입고 있었다.

  "옷이... 새로 산 거야?"

  "이거 오늘 생일 선물로 받은 거야. 오늘 처음 입었어. 어때, 예뻐?"

  "당연하지. 정말 모델같아. 아니, 슈퍼모델 같아."

  철수의 칭찬에 수줍어진 영희는 화제를 돌렸다.

  "고마워. 근데, 우리 뭐 먹을까?"

  "난 이런 곳이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어. 니가 알아서 시켜."

  "알았어. 저기요."

  영희는 종업원 아가씨를 불러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을 주문한 후 영희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공부는 열심히 했니?"

  "학생이 할게 공부 밖에 더 있니? 공부하면서 오늘 이 순간을 기다렸지."

  철수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영희는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 잘했어. 난 니가 공부 열심히 하고 있을까, 궁금했어."

  "그건 걱정마. 나 요즘 공부가 너무 잘돼 이렇게 쭈욱 나가면 어느 대학이라도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거든."

  "그거 정말 다행이다. 우리 하이파이브 하자."

  짝!

  영희와 철수는 손바닥을 마주쳐 하이파이브를 했다.

빌리이브 18-02-13 11:57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희와 철수 화이팅!
  ┖
조정우 18-02-13 21:59
 
빌리이브님, 영희와 철수 화이팅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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