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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선택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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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작성일 : 18-02-21     조회 : 606     추천 : 1     분량 : 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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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시계가 7시를 가리키자 영희는 어머니를 살짝 쳐다보았다.

  마치 '먼저 가면 안 돼요?'하는 표정이었는데, 어머니는 '안 돼'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저어보였다.

  현철이 손목시계를 보더니 영희에게 말을 걸었다.

  "약속 시간이 됐지? 장소가 어디지? 내가 태워줄까?"

  어머니가 영희에게 눈짓했다.

  "아니예요. 애들 약속은 신경쓰지 마세요."

  영희는 어머니의 눈짓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철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걸어도 되는 거리라. 여기서 십분 정도 걸리니 일곱시 이십분에 나가면 돼요."

  어머니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 이십분 남았네."

  어머니가 다시 영희에게 눈치를 주었다.

  현철과 이야기를 좀 나누어 보라는 뜻이었다.

  계속되는 어머니의 눈치에 영희가 현철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잘 먹었어요. 근데, 제가 어떻게 불러야......"

  "그냥 현철 오빠라고 불러."

  영희는 이미 현철을 현철 오빠라 불렀지만, 오빠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잘 먹었어요. 현철...... 오빠......"

  영희가 어색한 목소리로 현철 오빠라 부르자 현철이 미소를 지었다.

  "영희가 날 오빠라고 부르니 대학생이 된 기분이 드네. 나한테 물어볼 거 있니?"

  "그냥, 궁금한게 있는데...... 현철 오빠는 여자친구 없으세요?"

  재벌 아들은 어떤 여자를 만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영희의 물음에 현철이 곧바로 대답했다.

  "나? 지금은 없어. 헤어졌거든."

  영희의 부모님은 영희가 현철과 말을 시작하자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영희는 헤어졌다는 말에 당황했다.

  "죄송해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니야. 넌 남자친구 없니?"

  현철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영희는 당황하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고삼이...... 무슨 남자친구가 있겠어요......"

  "영희는 학교에서 인기 많겠는데,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영희는 예쁘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지만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예쁘긴요...... 공부도 내신만 겨우 유지할 정도예요."

  현철은 말을 잘했다.

  영희는 말 잘하는 현철과 대화하다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영희가 다시 손목시계를 쳐다보았을 때는 이미 7시 25분이었다.

  당황한 영희는 어머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 약속이 있어서. 이만......"

  이때 현철이 끼어들었다.

  "가는 건 좋은데, 내일 모래 유학생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내 여동생도 오니 너도 꼭 왔으면 좋겠어."

  어머니가 말했다.

  "이제 방학이니 휴식도 할 겸 다녀 와라."

  "꼭 와야되. 내 여동생도 널 좋아할 거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꼭 갈게요. 아버지, 어머니, 저 가볼게요."

  영희가 이러다 못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표정으로 눈치를 보며 말하자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친구한테 가봐라. 너무 늦지 말고......"

  영희는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 어머니, 전 이만 먼저 갈게요. 현철 오빠, 만나서 반가웠어요. 나중에 또 뵐게요.“

  영희가 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7시 30분이었다.

  '늦었네.'

  영희는 철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힘을 다해 뛰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철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철수는 없었다.

  '벌써 갔구나.'

  헐떡거리며 뛰어온 보람이 사라지자 영희는 다리에 맥이 풀려 지난번에 철수와 앉았던 자리에 털썩 앉았다.

  '오늘 왜 이리 일이 꼬이지. 카드도 안 가져 오고, 철수도 못 만나고......'

  바로 이때였다.

  "영희야!"

  철수의 목소리였다.

  영희가 고개를 돌려보니 철수가 서 있었다.

  영희는 철수를 보자 너무도 반가운 표정으로 외쳤다.

  "철수야! 아직 가지 않았구나!"

  "소영이한테 전화하고 오는 길이야."

  철수는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이제서야 소영이로부터 약속시간이 30분 늦춰졌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미안해. 소영이한테 들었니?"

  "어."

  "미안해.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아니야, 근데, 너 뛰었니?"

  "어. 조금...... 뛰었어."

  영희는 정말 반가운 표정으로 철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철수야, 나 잠깐만 다녀올게. 넌 음식 주문해. 배고프지?"

  "글쎄, 네가 먹었으면......"

  "아니야, 시켜. 나도 좀 먹을게."

  철수는 영희의 말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잠깐만 다녀올게."

  식당 근처의 대형서점으로 카드를 사러 가는 것이다.

  카드를 산 영희는 재빨리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철수야, 내가 사과하는 뜻에서 오늘 저녁 내가 살게."

  "아니야. 이때까지 네가 많이 샀잖아. 항상 네가 낸다고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른 커플들은 남자가 내거든."

  "그게 뭐 중요하니. 오늘은 내가 낼게. 그래야 널 기다리게 한 걸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괜찮은데......"

  영희와 철수가 대화하는 동안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영희가 철수에게 말했다.

  "나, 실은 배부르게 먹고 와서 더 못먹어. 그러니 너 다먹어. 그동안 난 이거 쓸게......"

  영희는 철수에게 방금 전 서점에서 산 카드를 보였다.

  "나도 너한테 줄 카드있어."

  철수는 가방에서 예쁜 카드를 꺼내 영희에게 보여주었다.

  "정말 고마워. 실은 아까 내가 너한테 전화했는데...... 이것 때문에 없었구나?"

  "미안...... 내가 준비성이 없어서 카드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어. 따지고 보면 다 내 잘못이야."

  "아니야, 오늘은 일이 좀 꼬였어. 아버지께서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가 손님을 데려 오셨거든."

  "그래도 내가 미리 카드를 준비했다면 엇갈리지 않았을 거 아니야...... 미안해."

  철수가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하자 영희가 손사래를 쳤다.

  "아무튼 내 잘못이 크니, 그만 미안해 하고 식사나 하셔......"

  영희는 철수에게 식사하라는 시늉을 한 후 미소를 지으며 카드를 펼쳤다.

  카드 안에 편지 한 장이 있었다.

 

  -나의 천사 영희에게

 

  '영희야, 우리가 만난지도 어느새 7개월 째가 되었구나.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7개월 밖에 남지 않아 섭섭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시험이 끝나면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레는구나.

  기대반 걱정반이라고 할까. 시험이 끝나는 그날이 기다려지면서도 네가 떠나는 그날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런 걸 모순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지.

  하지만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 최소한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네가 지금은 나와 함께 있고 네가 떠난다고 해도 그것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너의 연인이자 영원한 친구 철수가-

 

  영희는 철수의 편지를 다 읽자 웃으면서 말했다.

  "호호호... 내가 언제부터 너의 천사가 되었지? 난 농담인 줄 알았는데...... 난 처음에 네가 나를 천사라고 해서...... 천사가 아름다운 것만 생각하고 기분 좋아했더니 어느새 너의 천사가 되었네. 부담되는데......"

  "부담스러워 할 필요없어. 천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니까."

  "항상 나를 좋게 봐줘서 고마워."

  영희는 만면에 미소를 짓더니 서점에서 산 카드를 봉투에서 꺼냈다.

  "나, 이거 좀 쓸게. 넌 식사하고 있어."

  "너도 맛 좀 볼래?"

  "난 정말 괜찮아. 너나 식기 전에 많이 먹어. 난 오늘 정말 맛난 거 많이 먹었는데...... 니 생각나더라. 언제 한번 같이 갔으면 좋겠어."

  영희는 현철과 함께 간 레스토랑이 얼마나 비싼 곳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철수는 영희와 함께라면 무엇을 먹어도 상관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무 음식이나 다 맛있게 먹기 때문에 상관없어."

  "그러니?"

  철수가 갑자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네가 좀 맛이라도 보면 음식이 더 맛있어 질 것 같은데......"

  "왜?"

  "나 혼자 먹으니까 입맛이 좀 떨어지는데....."

  "그럼 내가 입맛 돌게 해줄까?"

  영희는 갑자기 장난스럽게 철수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영희에게 꼬집힌 철수는 문득 초등학교 시절 영희에게 꼬집혔던 추억이 떠올랐다.

  영희는 피아노를 쳐서 그런지 손가락이 보통 남학생의 손가락보다 더 길었다.

  철수는 영희와 짝이였을 때 영희의 손가락이 긴 것을 보고 놀렸는데, 화가 난 영희는 철수가 '악'소리가 날 정도로 꼬집었다.

  철수는 그동안 여학생들에게 자주 꼬집혔지만, 이처럼 아프게 꼬집힌 것은 처음이었다.

  그때 철수가 영희에게 말했었다.

  "잘못했어...... 그만......"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자 철수가 영희에게 말했다.

  "갑자기 초등학교 때 너한테 꼬집힌 일이 기억나네...... 너도 기억나니?"

  철수를 꼬집었던 추억이 기억난 영희가 장난스럽게 꼬집는 시늉을 했다.

  "그래, 기억한다. 또 그때처럼 꼬집히고 싶어?"

  철수는 6년 전에 꼬집혔을 때처럼 아픈 시늉을 했다.

  "아니, 잘못했어...... 그만......"

  영희는 철수가 6년 전처럼 '잘못했어...... 그만......'하자 웃으면서 말했다.

  "호호... 너, 그때 많이 아팠지?"

  당시 철수의 입에서 '악'소리가 날 정도로 꼬집은 기억이 떠오른 영희는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마음이 아팠어."

  "왜?"

  "내가 네 마음을 아프게 한 거 같아서...... 난, 사실, 널 놀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신기해서 그만......"

  영희가 철수의 말을 잘랐다.

  "나도 알아."

  "안 다고?"

  "네가 그때 날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어."

  영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철수의 고백을 받기 전부터 철수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었다.

  "어떻게?"

  "그냥...... 이제 옛날 이야기는 그만하고 어서 먹기나 해. 난 이거 쓸게."

  영희는 철수에게 카드를 보이면서 말했다.

  "자꾸 말시키면 정신이 산만해서 글을 쓸 수 없잖아. 그러니 어서 드시기나 하세요."

  "알았어."

빌리이브 18-02-21 14:16
 
꼬집으면 좋아한다는 듯 맞죠? ^^ 기염.
  ┖
조정우 18-02-21 16:17
 
빌리이브님, 오늘도 소중한 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빌리이브님의 댓글이 귀여운 것 같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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