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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선택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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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너
작성일 : 18-02-22     조회 : 546     추천 : 1     분량 : 8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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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희는 철수가 보지 못하게 가리면서 썼다.

  '좀 있다 보여줄거면서......'

  철수는 영희의 행동이 못 마땅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철수가 식사를 거의 다했을 쯤에 영희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식사 다 끝난거니?"

  "거의......"

  "나 잠깐만......"

  영희는 어디간다는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철수는 영희가 어디가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잠시 후 영희가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식사 다 했니?"

  "어."

  "자, 내 카드......"

  철수는 영희가 주는 예쁜 카드를 펼쳤다.

 

  -나의 연인이자 친구인 철수에게

 

  '철수야, 네가 말한 대로 우리가 만난지도 7개월째가 되었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도 7개월이야.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7은 행운의 숫자잖아. 우리는 만남도 7개월 째고 남아있는 시간도 7개월이니 행운이 있을 거야.

  그러니 미래는 걱정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겠어?

  우리는 헤어져도 다시 만나게 될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니?'

 

  너의 천사 영희가-

 

  철수는 카드의 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철수도 카드에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 행복하다'는 글을 썼다가 영희가 부담스럽게 생각할까봐 지웠는데, 이렇게 영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글을 써준 것을 보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철수가 카드에서 눈을 뗀 후 쳐다보자 영희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영희는 철수가 자신을 응시하자 수줍어하면서도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철수는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천사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영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래, 영희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천사야!'

  철수의 눈엔 영희는 보면 볼수록 예쁜 것이 미의 천사가 따로 없었다.

  철수는 마침내 용기를 내서 말했다.

  "영희야,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천사야! 한마디로, 넌 나의 미의 천사지."

  철수의 말에 영희는 하늘을 날아갈 듯 기뻤지만, 말없이 수줍은 미소만 지었다.

  '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사로 봐주서 정말 고마워.'

  바로 이때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서 영희와 철수를 바라보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다.

  '철수 오빠만 아니면 우리 오빠가 영희 언니랑 함께 있을 텐데......'

  이때 여학생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다른 여학생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혜정아, 가자."

  "너 먼저 가. 난 좀 이따 갈게."

  영희와 철수를 바라보고 있는 여학생은 혜정이었다.

  "어머! 저기 영희 언니잖아! 남친 생긴 거 우리한테 딱 걸렸네. 근데, 저 오빠 누구야?"

  "철수 오빠라고, 우리 오빠 친구야."

  "그럼, 저 오빠가 니 오빠 뒤통수친거네! 니 오빠가 영희 언니 좋아하잖아."

  "너, 복창 터지는 소리 할래?"

  "미안...... 내 밦갑만 내고 갈게, 내일 보자."

  "그래, 내일 봐."

  혜정이 화를 내자 여학생은 가버렸다.

  이때 영희와 철수가 테이블에서 일어나자 혜정도 따라 일어났다.

  영희는 철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후 먼저 나갔다.

  '철수 오빠랑 사귀는 거 티 안나게 하려고 먼저 나간 모양인데, 내가 있는 줄도 모르고.'

  혜정은 영희가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자 철수가 앉은 테이블 쪽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철수 오빠......"

  "어라? 혜정이, 너 우리 미행했냐?"

  "피, 제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인 줄 아세요?"

  "그럼, 여긴 혼자 왜 왔어?"

  "저랑 같이 온 친구는 갔어요."

  철수는 자신이 오해했다는 생각에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 내가 영희랑 함께 있을 때 너랑 자꾸 마주치니까 오해했지, 뭐."

  "겨우 두 번 마주쳤을 뿐인데요."

  "우리 학교 앞에서 마주친 거 포함해 세 번이다."

  철수는 손가락 세 개를 펴보이며 마주친 것이 세 번째임을 강조했다.

  "다 우연히 마주친 거란 말이예요!"

  혜정이 삐진 목소리로 반박하자 철수는 그만 하자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래, 알았다. 근데, 나 지금 가야하거든. 나중에 보자."

  철수가 손을 흔들어 인사한 후 가려하자 혜정이 손을 들며 철수를 불러세웠다.

  "철수 오빠! 잠깐만요! 할 말이 있단 말이예요!"

  "야, 나 고삼인데, 수능 끝나고 하면 안 되냐?"

  "오분만요."

  "지금 가야된다니까."

  "오빠 여기 두 시간 넘게 있었으면서 오분도 없어요?"

  "야, 니가 내가 두 시간 넘게 있었던 거 어떻게 알아?"

  미행하지 않았느냐는 말이었다.

  "저도 여기 두 시간 넘게 있었으니까요."

  철수는 혜정과 입씨름하는 시간에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오빤 친구 여동생한테 왜 그렇게 불친절해요? 매너 꽝이다, 진짜."

  철수는 기가 막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생각했다.

  '나 참, 후배한테 별 소리를 다 듣네. 지가 버릇없다는 생각은 안 하나 보지. 나중에 희성이 만나면 얘 버릇 좀 가르치라고 말해야겠어.'

  "그래, 나 매너 꽝이니까 할 말이나 빨리 해라."

  "오빠 정말 너무해요!"

  갑자기 혜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너무하다며 우는 거야! 내가 혜정이 울린 거 희성이 알면 안 되는데......'

  난감해진 철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혜정을 달랬다.

  "미안...... 내가 빨리 가야해서...... 천천히 말해도 좋으니까 그만 울래?"

  철수의 말이 통했는지 혜정은 거짓말처럼 눈물을 뚝 그쳤다.

  "우리 자리에 앉아서 얘기해요."

  혜정이 먼저 테이블에 앉아 철수도 어쩔 수 없이 테이블에 앉았다.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데?"

  혜정은 입을 꾹 닫은 채 철수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았다.

  "나한테 할 말 있다며."

  그래도 혜정은 입을 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휴, 답답해 죽겠네. 이미 천천히 말해도 좋다 말한 터라 재촉할 수도 없고. 뭐 어쩌겠어, 기다려야지. 남아일언중천금인데.'

  혜정은 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철수 오빠 지금 보니 귀엽네. 영희 언니 유학떠나면 내가 철수 오빠 만나야지.'

  혼자 착각에 빠진 혜정은 철수가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했다.

  "영희 언니 유학 떠나면 오빠는 어쩔 셈이세요?"

  철수는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거 물어보려 한 거야?"

  "아뇨. 그것도 궁금해서요."

  "본론부터 말해주면 안 되겠니?"

  철수의 다그침에 토라진 혜정은 입을 삐쭉거리며 대꾸했다.

  "좋아요. 본론만 말하죠, 뭐."

  이 말을 하고서도 한 차례 뜸을 들이고 나서야 운을 뗐다.

  "오빠랑 영희 언니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요."

  철수는 혜정이 계속 자신을 오빠라 부르자 속으로 의아했다.

  '혜정이 얘가 나랑 언제부터 친했다고 오빠라 부르지?'

  "뭔데?"

  "오빠랑 영희 언니랑 만나는 거, 우리 오빠가 절대 모르게 해주세요. 부탁해요."

  철수는 혜정이 왜 이런 부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철수가 대답할 새도 없이 혜정의 말이 이어졌다.

  "어차피 영희 언니는 반년만 지나면 유학떠날 거 잖아요. 우리 오빠가 영희 언니가 오빠 만나는 거 알면 상처받을 텐데, 친구 좋다는 게 뭐예요."

  철수는 생각해보더니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랑 영희랑 만나는 거 희성이 모르게 할게."

  "오빠 정말 고마워요."

  자신의 뜻대로 되자 함박 미소를 지은 혜정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기왕이면 약속해 주시겠어요?"

  "좋아."

  철수가 새끼손가락을 걸자 혜정이 철수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머, 오빠 손, 여자 손처럼 고우세요."

  민망해진 철수는 손을 빼내며 말했다.

  "할 말 다했으면, 이제 가도 되지."

  "네."

  "잘 있어. 나중에 보자."

  철수는 손을 흔들어 인사한 후 떠났다.

  철수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혜정은 생각했다.

  '내가 철수 오빠랑 만나고, 영희 언니는 우리 오빠랑 만나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해결될 거야.'

 

  오늘 영희는 저녁에 현철이 초대한 파티에 갈 예정이었다.

  어머니는 영희를 아침부터 미장원에 데려가 파티에 입고 갈 옷과 구두까지 사주었다.

  오랜만에 어머니와 쇼핑을 다녀온 영희는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지금 친구 좀 만나면 안 돼? 지금 네시인데 파티는 여섯시라,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네가 알아서 해라. 하지만 파티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람이란 첫인상이 중요하다. 오늘 만나게 될 사람은 모두 처음 만나는 사람이니 미리 가서 기다린다는 생각으로 일찍 가거라."

  "나도 그럴 생각이야."

  "너도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되었으니 정장을 하고 파티에 가야지. 가서 말이나 행동도 조심해서 하고......"

  "내가 어린애인가? 나도 알건 다 아니까 걱정하지마."

  영희는 방에 들어가 쇼핑백에 있는 새옷을 꺼내 입은 후 철수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나야."

  "웬일이야?"

  "웬일이긴? 전화하면 안 돼?"

  "아니, 너무 반가워서."

  "너 지금 시간있어?"

  "당연하지. 지금 나 휴가중이거든."

  "고삼이 무슨 휴가야?"

  "고삼도 쉬어야 공부하지. 사실은 오늘까지 특별 휴가야. 어머니께서 오늘까지 쉬고 내일부터 공부하라 하셨거든."

  "그럼 어디서 만날까?"

  "우리 집 앞 커피숍은 어때?"

  "좋아. 십분 이따 보자."

  "좋아. 끊을게."

  "어."

  전화를 끊은 영희가 거울을 쳐다보며 머리를 빗을 때 어머니가 방에 들어왔다.

  "영희야, 오늘 아침에 아버지께서 파티 끝나고 널 데리러 가겠다고 하셨으니, 거기서 아버지를 기다려라."

  "지하철타고 오면 되는데."

  "시키는 대로 해."

  "알았어. "

  영희는 오늘 산 구두를 신은 후 어머니에게 인사했다.

  "엄마, 다녀올게."

  "조심해서 다녀와라.“

  영희가 오늘 산 구두는 하이힐이었다.

  영희는 그동안 하이힐을 신는 연습을 해와서 아무 불편없이 걸을 수 있었다.

  커피숍에 도착한 영희는 철수를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며 자리에 앉았다.

  철수는 영희가 처음보는 예쁜 옷을 입고 나타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희가 입은 하얀 원피스는 영희의 하얀 피부와 조화를 이루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았다.

  영희는 철수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쳐다보자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옷 새로산 거니? 전에 못보던 건데? 너 그렇게 입으니까 정말 천사같다."

  "좋게 보여서 다행이야. 나한테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오늘 어디 가니?"

  "어. 오늘 저녁에 파티에 가. 유학생들 모임이 있거든."

  영희는 말끝이 흐려졌다.

  자신을 초대한 사람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현철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 것이 왠지 꺼림직했다.

  "아...... 몇시에?"

  "여섯시."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네."

  "아니야, 여기서 거기까지 삼십분 정도 걸리니까 다섯시 삼십분에 가야해."

  철수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팔십분이나 남았네."

  "맞아. 근데, 요즘 공부는 잘 되니? 괜히 공부하는 너를 불러낸 것 같아서......"

  "아니야, 나 정말 쉬고 있었어. 그리고 나는 너를 쳐다보기만 해도 피로가 풀리니 정말 잘 불러줬어."

  "그렇다면, 다행이고. 이제 수능도 백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네."

  철수는 영희의 말에 손목시계의 날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영희는 뭔가 생각하더니 생뚱맞은 소리를 했다.

  "가끔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깊은 잠에 빠져서 수능이 끝난 후에 깨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어."

  영희의 말에 철수가 손뼉을 치며 장난스럽게 맞장구쳤다.

  "그럼, 정말 좋겠다. 네가 깊은 잠에 빠지면 나는 너의 왕자님이 되어 키스로 깨우면 되니까."

  영희는 키스로 깨우겠다는 철수의 말에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게졌다.

  "농담 아니야. 수능 끝날 때까지 깊은 잠이 들었으면 좋겠어."

  "이학기 시험은 안 보고?"

  "그러니까 안 되는 거지. 내신은 받아야 되니."

  철수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영희, 너 지쳤구나."

  "아니, 난 지치지 않았어. 하지만...... 기다리는 것이 너무 지루해서. 시험만 끝나면 모든 걸 할 수 있는데......"

  "그래, 영희야. 시험만 끝나면 모든 걸 할 수 있으니 조금만 참자."

  "맞아. 내가 너무 나약한 소리해서 미안해."

  "근데, 영희야. 네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를 하니까...... 너 정말 오로라 공주처럼 예쁘다."

  "정말? 나 오로라 공주 정말 좋아하는데...... 나 오로라 공주만큼 예뻐?"

  "아니, 오로라 공주보다 훨씬 더 예뻐. 영희 넌 세상에서 가장 예뻐. 셰익스피어가 살아있다면 너를 위해서 정말 아름다운 시를 썼을 거야. 이렇게......"

  철수는 생각나는데로 읊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대여, 그대의 아름다움이 나의 영혼의 깊은 잠을 깨웠도다.

  그대의 아름다움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내가 어찌 인간의 언어로 그대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대의 아름다움을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트로이의 헬레나가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어찌 그대의 아름다움을 따라올 수 있겠는가?

  그대는 하나님께서 이때까지 만든 모든 피조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존재이니 내 어찌 그대의 아름다움을 기리는 시를 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생각나는데로 읊은 것이 제법 그럴싸했다는 생각에 철수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너에게 바치는 시야, 어때?"

  영희는 철수의 시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튼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말이니 기분이 정말 날아갈 듯 좋아졌다.

  "내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니?"

  "당연하지. 영희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철수의 말은 진심이었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이 아닌가!

  게다가 영희는 누가 봐도 예쁜 것이 사실이었다.

  영희는 철수가 그럴 듯한 시까지 지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하자 부끄러워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그렇게 예쁘게 봐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론 더 예쁘고 더 착한 여자가 될게."

  철수는 영희의 미소를 보자 신이 났다.

  "사실, 넌 만날 때마다 더 예뻐지는 것 같아. 넌 매일매일 더 예뻐지니까 십년이 지나면 미의 천사가 될거야."

  미의 천사라는 말에 영희는 날아갈듯 기분이 좋아졌다.

  "어머,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니. 난 솔직히 십년 후에도 지금처럼 예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아니야, 넌 십년 후에도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질거야. 난 확신해."

  "어째서?"

  "그건 내가 알기 때문이지. 내가 아는 영희는 볼 때마다 아름다워지니까."

  영희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내 나이가 스무 살이 안 되니까 그렇지."

  "다른 여자는 몰라도 영희 너는 서른 살이 되도, 마흔 살, 아니 쉰 살이 되도 계속 아름다워질거야."

  영희는 쉰 살이 되도 계속 아름다워질 거라는 철수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기분이 좋아져 10년 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계속되는 철수의 칭찬에 영희는 기분이 너무 좋았지만, 표정관리를 하기 위해 부끄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영희와 철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영희는 손목시계가 5시 30분을 가리키자 철수에게 말했다.

  "철수야, 미안하지만 나 그만 가봐야되. 나중에 보자."

  "모임은 어디서 하는데?"

  "잠실역에 있는 롯데호텔."

  철수는 어려운 부탁이라도 하듯 뜸을 들이다 물었다.

  "나...... 지하철 역까지만이라도 따라가면 안 될까?"

  영희는 잠시 생각하더니 미안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안 될거야 없지만...... 내가 미안해서......"

  "미안하긴...... 내가 그러고 싶은데......"

  "괜찮겠니?"

  "괜찮아."

  "그럼 같이 가자."

  영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철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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