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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선택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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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카리스마
작성일 : 18-02-27     조회 : 556     추천 : 1     분량 : 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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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영희는 아침을 먹자마자 집 근처의 휴대폰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개통했다.

  휴대폰 개통으로 들떠 집으로 돌아온 영희에게 어머니가 물었다.

  "아침부터 어디 갔다 왔어?"

  "어제 선물받은 휴대폰 개통하고 왔어."

  "너, 그거 많이 쓰면 뺏어 버릴 거다. 알았어?"

  "알았어."

  "수능 끝나면 아무 말하지 않으마."

  "알았어."

  방에 들어간 영희는 제일 먼저 철수의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철수는 지금쯤 학교에서 보충수업받고 있겠지? 그래, 연주 언니한테 전화하자.'

  영희는 철수에게 전화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연주의 전화번호를 입력해 눌렀다.

  "여보세요?"

  "저예요, 언니."

  "영희? 아, 휴대폰 개통했구나?"

  "주무셨나요? 아침부터 전화드려 죄송해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오늘 너한테 전화하려 그랬어."

  "저한테 하실 말이라도 있으세요?"

  연주의 목소리가 갑자기 장난스러운 톤으로 바뀌었다.

  "내 휴대폰이 영희 번호를 알고 싶어해서...... 내가 가르쳐 줄려고......"

  영희도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맞짱구쳤다.

  "제 휴대폰도 언니 목소리를 듣고 싶어해서요."

  "내 휴대폰도 영희 목소리를 듣고 싶어했는데... 근데, 영희야,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맞춰봐?"

  영희가 휴대폰에 귀를 기울이니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이 들렸다.

  "아, 음악감상 하시는구나. 맞지요?"

  "글쎄, 절반만... 연주자가 너거든."

  "어떻게......"

  "어제 니가 피아노 치는 장면을 녹화한 거야. 지금 그거 보고 있어."

  "언니, 저도 볼 수 있나요? 너무 궁금해요."

  "당연하지. 내가 나중에 카피해서 보내줄게."

  "언니, 정말 감사해요."

  "영희야, 그만 끊어야 되겠다. 아버지께서 내 방에 들어오셔서..."

  "네, 언니. 안녕히 계세요."

  "그래, 안녕."

  전화를 끊은 영희는 자신이 피아노 치는 모습을 당장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바로 이때 어머니가 방에 들어왔다.

  "영희야, 지금 나하고 같이 나가서 니 옷 좀 사야겠다. 오늘 저녁에 회장님께서 오신데."

  "회장님이 우리 집에 왜요?"

  "글쎄다, 아무튼 회장님께 좋은 인상을 주려면 옷을 좀 사야되겠다."

  "좋아요."

  영희는 기쁜 마음으로 어머니를 따라 나갔다.

  백화점에 진열된 예쁜 옷들을 보자 영희는 기분이 좋아 피곤함이 사라질 정도였다.

  영희는 어제 파티에서 옷이 날개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철수도 예쁜 옷을 입은 영희의 모습을 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찬사를 보내지 않았던가!

  백화점에서 어머니와 함께 예쁜 옷을 고르는 영희는 기분이 좋아 날아갈 듯했다.

  사춘기 소녀가 옷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옷을 고르면 다른 옷이 더 예뻐보이고, 그 옷을 고르면 다른 옷이 더 예뻐보였으니까.

  한참을 골라 영희가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하나 고르자 어머니가 말했다.

  "마음에 드는 옷 한 벌 더 골라라."

  '어제 산 옷을 포함해 새옷이 세 벌이 생겼네. 이게 웬일이야.'

  영희가 새옷 두 벌을 사서 어머니와 함께 집에 돌아왔을 때는 4시가 되어 있었다.

  아침 10시경에 나갔다 돌아온 것이니 6시간이나 지난 것이다.

  영희는 방에 들어가 오늘 산 새옷 두 벌을 번갈아 가면서 입어 보며 생각했다.

  '이따 저녁에 철수 만나야지.'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철수에게 말했지만, 어제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오늘 산 새옷 중 하나를 고른 영희는 휴대폰에 입력된 철수의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나야."

  "웬일이야?"

  철수는 어제 당분간 만나지 말고 개학 후에 보자고 말했던 영희가 전화건 이유가 궁금해졌다.

  "나, 휴대폰 생겼어. 내 휴대폰이 너한테 번호를 가르쳐 주고 싶어서......"

  영희의 장난스러운 말에 철수도 장난스러운 말로 화답했다.

  "참 기특한 휴대폰이네. 고맙다고 전해줄래?"

  "알았어. 내 번호는 011 - 000 - 0000."

  "알겠어. 이젠 마음 놓고 전화할 수 있겠구나."

  영희는 철수가 수능이 끝나기 전에 자주 전화걸면 어쩌나 싶었다.

  "근데, 자주 전화해서 공부하는데 방해되면 안 돼. 자주 전화하지 말고 꼭 필요할 때만 해야되. 알지?"

  "당연하지. 근데, 어제 파티는 어땠어?"

  "굉장했어! 너한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오늘 볼 수 있니?"

  "어, 학원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이라서 오늘은 시간이 있어."

  "오늘 아버지 회사 회장님께서 우리 집에 오신데. 아마 저녁에 시간이 생길 거 같아. 시간나면 전화할게."

  "고마워. 기다릴게."

  "내가 전화할 때까지 공부 열심히 하는 거 알지?"

  "알아."

  "그럼 끊어. 이따 전화 줄게."

  "이따 보자."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렸다.

  초인종 소리가 나자마자 어머니는 묻지도 않고 재빠르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회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버지와 함께 들어왔다.

  예순 살 쯤 되어 보이는 회장을 보자마자 영희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산 화사한 옷을 입은 영희의 인사를 받은 회장은 영희를 보자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이과장, 자넨 참 예쁜 딸을 두었군."

  회장의 말에 아버지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제 딸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희는 뭐라고 말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녁 시간이 되자 어머니가 영희를 불러 속삭이듯 말했다.

  "나와 아버지는 회장님과 사모님과 식사하고 올 테니까 너는 나가서 저녁 사먹어라. 미안하구나."

  영희는 철수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몹시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뭘요, 제 걱정 마시고 아버지와 잘 다녀오세요."

  영희는 주차장까지 부모님과 회장님을 배웅했는데,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주차장에 깔려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희는 부모님이 회장님 일행과 떠나자 휴대폰으로 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지금 만날 수 있니?"

  "어디서?"

  "지난 크리스마스에 갔던 식당에서 보자."

  "좋아."

  약속 장소에 도착한 영희는 철수를 보자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영희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자 철수는 넋이 빠진 듯이 쳐다보았다.

  새로 산 화사한 원피스를 입은 영희는 만화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철수가 자신을 넋빠진 듯이 쳐다보자 기분이 좋아진 영희는 자리에 앉으면서 물었다.

  "나 어때?"

  새옷을 입은 영희가 만화의 여주인공처럼 예쁘다는 생각에 철수는 황홀하여 말을 더듬거렸다.

  "새옷... 이니? 너무... 예뻐."

  "오늘 산거야."

  철수는 계속 말을 더듬거렸다.

  "영희... 넌 원래 아름답지만... 예쁜 옷을 입으니 훨씬 더 아름다워. 너처럼... 예쁜 여자를 여자친구로 둔 나는 정말 복이 많은가봐."

  영희가 오늘 철수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새로 산 옷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지만, 막상 칭찬을 들으니 부끄러워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

  "예쁘게 봐줘서 고마워. 근데, 뭐 먹을래? 난 상관없으니 네가 알아서 시켜."

  "아니, 공주님께서 시키셔야죠."

  '공주님'이라는 철수의 말에 영희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호호호......"

  오늘 따라 더욱 예쁜 영희가 활짝 웃으니 평소보다 두배는 더 아름다워 보였다.

  영희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여기는 철수에겐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영희는 정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철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공주님이라는 말을 들으니... 나 어제 진짜 공주님 같은 언니 만났어. 연주 언니라고 우리 아버지 회사 회장님 따님인데, 정말 공주의 카리스마가 느껴졌어."

  "내가 보기엔 영희처럼 공주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여자는 없는데......"

  영희는 '공주의 카리스마'라는 말을 듣자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

  "칭찬하는 거니? 아니면, 비꼬는거니?"

  "사실인걸. 영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님이야. 신데렐라보다, 백설공주보다, 오로라 공주보다......"

  영희는 디즈니가 만든 만화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좋아했다.

  철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영희가 메뉴를 보면서 말했다.

  "좋아, 오늘은 내가 음식을 주문할게.”

  영희는 마치 자신이 공주라도 되는 것처럼 득의양양하게 식당의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했다.

  "오늘따라 영희, 정말 공주같네. 어제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맞어. 철수야, 이거봐."

  영희는 어제 현철에게 선물받은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철수는 부러운 표정으로 영희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실수로 연주의 전화번호가 입력된 채로 통화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여보세요?"

  연주의 목소리가 들리자 당황한 철수는 휴대폰을 영희에게 넘겨주었다.

  "언니......"

  "영희야?"

  "네......"

  "무슨 일이야?"

  영희는 당황스러운 나머지 침착하게 말하려 했지만 자꾸 더듬거렸다.

  "언니...... 저기, 실은...... 실수로 통화버튼을 눌렀어요. 저 친구랑 있으니 이만 끊고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잘있어."

  "안녕히 계세요."

  전화를 끊은 영희는 장난스럽게 화난 표정을 지으며 철수를 꼬집는 시늉을 했다.

  "통화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미안...... 그래도 뭐 잘못된 건 없었잖아."

  영희는 이번에는 애교스럽게 때리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그래두...... 당황했단 말이야."

  철수가 영희에게 혼나는 동안에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왔다.

  주문한 음식이 오자 영희는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미소를 지었다.

  "식기 전에 먹자."

  영희와 철수 둘 다 맛있는 냄새를 맡자 배가 고파져 식사를 시작했다.

  영희는 식사를 하면서 철수에게 어제 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재미나게 이야기해주었다.

  특히 피아니스트가 오지 않아 피아노를 치게 된 이야기를 실감나게 말했다.

  철수는 영희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 치는 모습이 떠오르자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이게 되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영희는 철수가 다 먹기를 기다리면서 테이블이 마치 피아노 건반이라도 되는 것처럼 피아노를 연주하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철수는 영희의 손이 피아노를 치듯 현란하게 움직이자 어제 영희의 손을 꼭 잡았던 일이 기억나서 가슴이 더욱 설레였다.

  희고 늘씬한 영희의 손이 철수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영희는 철수가 자신의 손을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흥겨운 얼굴로 피아노 연주하듯이 계속 손가락을 움직였다.

  바로 이때 영희의 입에서 외마디가 튀어나왔다.

  "어머!"

  철수가 테이블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영희의 왼손을 잡았다.

  철수가 영희의 손을 잡은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자신의 손이 철수에게 잡히자 당황한 영희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손을 잡은 철수의 오른손을 힘껏 때렸다.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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