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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선택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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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작성일 : 18-02-28     조회 : 556     추천 : 1     분량 : 5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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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왜 그래?"

  "어제......"

  "어제 뭐?"

  "아니야...... 미안해."

  철수가 기는 목소리로 사과하자 영희는 화가 풀리면서 오히려 철수의 손을 힘껏 때린 일이 미안해졌다.

  "괜찮아. 신경쓰지마."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철수가 기죽은 모습으로 말하자 영희는 미소를 띠운 채 철수를 살짝 꼬집었다.

  "아야, 그만...... 잘못했다니까."

  살짝 꼬집었으니 아플 리가 없었지만, 철수는 미소를 띤 영희를 웃게 만들려고 아픈 척하면서 장단을 맞췄다.

  영희는 이러한 철수가 귀여워 애교스럽게 때리는 시늉을 했다.

  "너, 좀 혼나야 정신 차릴래?"

  "잘못했어요. 공주님."

  "피, 공주님, 그러면 내가 무조건 봐 줄거 같아?"

  "공주마마!"

  '공주마마'라는 말에 영희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호호호......"

  영희가 철수의 손을 때린 것은 화가 나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제 철수가 영희의 손을 잡았던 지하철이야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지만, 동네식당에서 철수가 자신의 손을 잡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철수의 손을 때린 것이었다.

  철수도 영희에게 손을 맞은 후에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왠지 모르게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영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철수는 조심스럽게 영희에게 물었다.

  "영희야, 아직도 화났니?"

  "그래, 나 화났어."

  영희가 장난스러운 톤으로 대답하자, 철수는 이제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 너 또 그러면 나...... 수능시험 끝날 때까지 너 만나지 않을 거야."

  영희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톤으로 말했지만, 철수는 '수능시험 끝날 때까지 너 만나지 않을 거야.'라는 영희의 말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안......"

  영희는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철수에게 말했다.

  "미안하다면 다 되는 일이 아니야. 요즘...... 너 조금 이상했어. 어제 일도 그렇고......"

  철수는 영희가 어제 자신이 영희의 손을 잡았던 일까지 거론하자 당황하며 물었다.

  "어제 일도...... 내가 잘못한 거니? 미안해......"

  "지금...... 나, 잘못하고 잘못하지 않고를 말하는게 아니야. 공부하는데...... 방해되잖아...... 그런 행동......"

  "미안해......"

  "철수야, 난 네가 나를 정말 아끼는 줄 알아. 하지만...... 우린 고삼이니 공부에 방해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하면 안 돼."

  "알았어."

  "이제 백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지. 안 그래?"

  "맞아."

  영희는 철수가 자신의 말을 알아 듣자 안심이 되었다.

  손목시계를 쳐다보니 지금쯤 부모님이 돌아왔을 것 같아 철수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 가봐야 되겠어."

  "벌써?"

  "벌써라니, 시간이 꾀 지났어."

  "나 아직 덜 먹었는데......"

  "음식이 조금 식었겠네...... 그래, 기다릴게. 다 먹어."

  "밥 한공기 더 시켜도 되니? 밥값은 내가 낼게."

  "아니야, 내가 낼게. 오늘 어머님이 식사하라고 돈을 주시고 가셨어."

  철수는 종업원을 불러 밥 한공기를 더 시켰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조금이라도 더 영희와 있고 싶어 밥 한공기를 더 시킨 것이다.

  영희는 철수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전에 철수의 손을 힘껏 때린 일로 철수가 상처받았을까 걱정되었는데, 잘 먹는 모습을 보자 안심이 되었다.

  영희가 철수를 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초등학교 때 철수를 꼬집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때린 적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철수에게 손을 잡힌 일은 어제가 처음이었고, 철수를 때린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철수는 영희를 난처하게 만드는 행동을 했고, 영희는 반사적으로 철수를 때린 것이다.

  영희가 철수가 다 먹기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철수는 식사를 마치고 영희를 바라보았다.

  오늘 비록 영희에게 맞기는 했지만, 영희가 누나처럼 자신을 타이르자 오히려 영희의 사랑이 느껴졌다.

  철수는 영희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희는 철수가 식사를 다 마치고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말했다.

  "나... 그만 가봐야겠어. 오늘 정말 즐거웠어. 나중에 연락할게."

  "나도 정말 즐거웠어. 게다가 영희에게 맞을 때 영희의 사랑이 느껴졌어."

  철수를 때린 것이 마음에 걸렸던 영희는 철수가 맞으면서 사랑이 느껴졌다고 말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호호호...... 좋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사랑의 매를 맞은 셈이지. 사랑의 매를 맞는 사람은 때린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된데. 그러니 앞으로 나는 영희를 더 사랑하게 될거야."

  영희는 사랑의 매란 말이 우스운 듯 계속 웃어댔다.

  "호호호...... 사랑의 매를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드니?"

  이 말을 하고서 철수가 정말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좋지..... 잘있어, 철수야, 나 이제 가봐야겠어."

  영희는 철수에게 미소를 지은 채 오른손을 내밀었다.

  영희가 오른손을 내밀자 철수도 오른손을 내밀었다.

  철수와 영희는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악수를 나누게 되었다.

  서로의 손을 잡은 영희와 철수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피아노 학원에 간 영희는 소영이로부터 자신에 대한 소문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파티가 있었던 날 영희가 현철, 연주 남매와 한 테이블에 앉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희가 현철과 만나는 사이라는 소문이 생긴 것이다.

  더욱이 어제 현철의 아버지인 회장이 영희의 집을 찾아오는 바람에 소문이 학교 전체로 급속도로 퍼지고 말았다.

  "나 어떻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졌네."

  "신경쓰지마. 사실, 다들 소문에 대해 반신반의해. 설마하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영희야, 너무 신경쓰지마. 소문은 대개 오래가진 않더라."

  "하지만......"

  "난 그런 소문 한번 나봤으면 좋겠다. 생각해봐. 니가 예쁘지 않으면 소문은 나지도 않아."

  "그래도......"

  "좋게 생각해. 니가 그 사람 안나면, 조금만 지나면, 소문은 잠잠해질거야."

  "어떻게 안 만날 수 있어? 연주 언니 오빠인데...... 소문이 무서워서 연주 언니를 만나지 않을 수는 없어."

  "그것도 그러네. 영희야, 그럼... 그냥 신경끊어. 그게 정답이다."

  "그래...... 근데, 철수한테 미리 말해야겠네."

  소영이와 대화를 마친 영희는 휴대폰을 꺼내 철수에게 전화걸었다.

  "여보세요?"

  "나, 영희야."

  철수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형식적으로 물었다.

  "영희구나, 어제 잘 들어갔지?"

  "어. 근데, 철수야, 나 큰일 났어."

  영희의 목소리는 장난스러운 톤이라 철수는 농담조로 물었다.

  "뭔 큰일? 걱정마.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

  "정말? 해결 못하면?"

  "해결 못하면...... 네가 원하는 건 모두 해줄게."

  영희는 그제야 운을 뗐다.

  "좋아. 파티장에서 연주 언니하고 같이 앉았었는데...... 연주 언니 오빠하고...... 내가 사귄다는...... 그런 이상한 소문이 있데. 나 이제 어떻하니? 소문나면......"

  영희가 장난스럽게 말하니, 철수도 장난스럽게 말했다.

  "뭐, 그 정도 가지고...... 걱정마라. 시집갈 때 없으면, 나한테 와. 내가 공주님으로 평생 모시고 살게."

  "뭐야, 갈 때 없으면? 내가 잘못되길 바래?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난, 영희가 항상 행복하기를 바라는데......"

  "고마워."

  "고맙긴...... 남자친구 좋다는게 뭐니?"

  영희는 철수가 공주님으로 평생 모시고 살겠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져 말했다.

  "근데, 너, 내 문제 해결해 주겠다며 큰소리 치더니...... 해결 못했잖아. 자, 각오는 되있지?"

  "어. 뭐든 말해봐.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할게."

  "뭘 시키지? 근데, 이것도 못하면?"

  "다 할게. 말만 해봐."

  "큰소리만 치면 다야? 못하면?"

  "글쎄, 니가 원하는 건 뭐든 할게."

  "뭐든?"

  "응, 뭐든......"

  '난 네가 나를 변함없이 사랑해주기 바래. 영원히......'

  영희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영희는 고민 끝에 지금은 고3이라는 생각이 나서 말했다.

  "좋아. 내가 너에게 원하는 것은, 공부 열심히 해. 알았지?"

  "그거야, 뭐, 니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건데."

  "아무튼, 열심히 해."

  "알았어."

  영희는 '나를 영원히 지금처럼 사랑하겠다고 약속해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결국 '공부 열심히 해' 이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영희가 문득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철수야, 내가 요즘 너한테 미안한게 많아. 너무 자주 만나자 하고, 전화도 자주 걸고, 또......"

  "괜찮아. 니가 몰라서 그러는데, 나 어차피 요즘 휴가중이었거든. 널 만나지 않았다면 잠이나 잤을 거야."

  "잠자는 것도 공부의 연장이잖아. 휴식해야 공부하니."

  "휴식, 했잖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하고, 달콤한 휴식을 보냈지."

  "정말?"

  "정말이야. 널 요즘 자주 만났더니 기분이 좋아서 힘이 펄펄 넘친다. 걱정마. 내일부터 이 넘치는 힘으로 공부에 올인 할 테니까."

  "그러면 좋지. 나 조금 걱정됬어. 내가 너 공부를 방해하는 것 같아서..."

  "아니래두. 두고봐. 구월 모의고사에서 점수를 확 올릴 테니까."

  "좋아. 우리 모두 열심히 하자."

  "좋아."

  전화를 끊은 영희는 온 정신을 피아노 연주에 쏟았다.

  피아노 연주에 모든 정신을 집중시키니 소문으로 산란했던 영희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

  피아노 레슨을 마친 영희는 소영이와 함께 학원 건물을 나섰는데, 누군가 영희를 불렀다.

  "영희야!"

  '아니, 희성이가 웬일이지?'

  영희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좋아했던 반장 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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