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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선택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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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날
작성일 : 18-03-16     조회 : 545     추천 : 1     분량 : 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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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희는 카운터로 가서 진열장에 있는 케이크를 가리켰다.

  "저기요, 케이크, 이걸로 주세요. 초, 세 개하고요."

  "여기 있습니다."

  영희는 케이크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웬 케이크야?"

  "내 생일 육개월 땡겨서 지금 할래?"

  철수는 느닷없는 생일 케이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 그래. 니가 좋다면......"

  "아니, 농담이야. 수능 디데이 백일 기념으로 샀서. 소원있으면 빌어봐."

  영희는 케이크에 초 3개를 꽂은 후 불을 붙였다.

  "자, 어서."

  "응, 좋아."

  철수는 촛불을 든 후 소원을 빌었다.

  "첫번째 소원은 영희가 유학가서 공부 잘 하고 돌아오는 거야."

  영희는 철수의 소원을 듣자 웃음이 나왔다.

  "호호호... 고마워. 그치만 니 소원을 빌어야지."

  "그게 내 소원인걸."

  "좋아, 다음 소원......"

  철수는 두번째 촛불을 들고 소원을 빌었다.

  "두번째 소원은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거야."

  "넌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꼭 붙을 거야."

  철수는 세번째 촛불을 들고 소원을 빌었다.

  "세번째 소원은......"

  영희는 철수가 세번째 소원을 말하지 않자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뭔데?"

  "세번째 소원은...... 나의 공주님께 빌게."

  "나한테? 뭔데?"

  "세번째 소원은......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만났으면 좋겠사옵니다. 공주마마."

  "호호호......"

  '공주마마'라는 말에 영희는 배를 잡고 웃으며 생각했다.

  '내 첫사랑이자 이상형이었던 희성이까지 거절했는데, 유학간다고 철수와 끝낼 순 없지.'

  영희가 처음 철수를 만났을 때는 유학가기 전까지만 만나기로 했었지만, 영희는 이제 철수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희는 미소를 지었다.

  "글쎄... 너 하는거 봐서."

  "보긴 뭘 봅니까, 공주마마. 안 봐도 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앞으로도 계속 만나요. 오케이?"

  철수는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만들며 영희의 대답을 기다렸다.

  영희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글쎄, 너 하는거 봐서...... 생각해 볼게."

  영희는 확실한 대답을 주지 않았지만, 철수는 영희가 긍정적으로 말하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오케이, 공주마마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영희는 사극을 흉내낸 철수의 말투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호호호...... 너, 정말 웃기다. 개그맨해도 되겠어. 호호호......"

  "공주마마께서 명하신다면, 개그맨이 되어 공주마마를 항상 웃겨 드리겠나이다."

  "호호호...... 너무 웃긴다. 개그는 그만하고 우리 케이크 먹자."

  영희와 철수에게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날이었으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여름방학이 이제 오일 밖에 남지 않았구나."

  아침 일찍 일어난 영희는 방학이 5일 밖에 남지 않은 것이 무척이나 아쉬워 중얼거렸다.

  "뭐, 개학하면 철수 만날 수 있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아쉽네."

  철수를 만난 후부터 몹시 행복해진 영희는 철수를 만나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처럼 행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철수를 만난 후부터 행운이 따르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

  이때 핸드폰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려왔다.

  행복한 생각에 빠진 채 침대에 누워 있던 영희는 몇 차례나 전화벨 소리가 올린 후에서야 들을 수 있었다.

  영희가 한 타이밍 늦게 핸드폰을 받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잠자고 있있니?"

  연주의 목소리였다.

  "아뇨, 저 깨어 있었는데, 늦게 전화받아 죄송해요."

  "아니, 난 니가 자고 있는 걸 깨운 줄 알고 미안해서......"

  영희는 연주가 아침 일찍 전화건 이유가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미안하긴요, 저 일어난지 오래되요. 근데, 무슨 일이세요?"

  연주는 갑자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긴, 영희보고 싶어 전화했지."

  영희도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언니 보고 싶어요."

  연주의 목소리는 점점 애교스러워졌다.

  "내 귀여운 동생, 우리 오늘 만날래?"

  영희는 이런 연주가 너무 보고 싶어 단 1초도 지체없이 대답했다.

  "좋아요."

  "오후 세시 어때?"

  "어디서요?"

  "언니가 픽업하러 갈게. 어디가 좋겠니?"

  "피아노 학원요."

  영희는 어머니 모르게 연주를 만날 생각이었다.

  평소의 어머니라면 아마도 잠시만 만나라는 전제를 붙여 허락해줄 것이 뻔했다.

  이때 연주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너 고삼인데, 괜찮겠어?"

  "전 무늬만 고삼이라 괜찮아요."

  "그럼 잠시만 만나자. 내가 맛난거 사줄게. 너, 어머님께 허락받고, 이따보자."

  영희의 어머니가 허락해줄지 몰랐지만, 그것은 나중의 문제였다.

  "네, 언니, 이따 뵐게요."

  전화가 끝나기 무섭게 영희의 어머니가 방문을 확 열어젖혔다.

  "누구 맘대로 연주 만나?"

  영희와 연주의 통화를 어머니가 들었다.

  영희는 애원조로 두 손을 모아 비벼댔다.

  "제발... 벌써 연주 언니하고 약속했단 말이야."

  어머니는 나무라듯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너, 아주 엿장수 맘대로구나."

  "제발..."

  영희는 애원하듯 계속 두 손을 비벼댔다.

  어머니는 딸의 애원을 외면할 수가 없었는지 검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이번 한번만이다. 앞으로 또 이 엄마 몰래 약속하면 안 돼. 알았지?"

  영희가 재빨리 물었다.

  "그럼, 엄마 허락받고 연주 언니 만나면 돼?"

  어머니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 수능 안 볼 거야? 시험삼아 보기로 했잖아."

  유학 준비 중인 영희는 수능시험을 볼 필요가 없지만 시험삼아 보기로 했는데 어머니는 영희가 중간 성적도 안 될까봐 걱정되었다.

  영희가 항변하듯 말했다.

  "시험삼아 보는 거 잖아!"

  "시험삼아 봐도 최소한 중간은 되야 할거 아니야!"

  "중간은 문제없어!"

  영희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그것이 오히려 어머니의 화를 돋구었다.

  어머니가 가볍게 꿀밤을 때렸다.

  "중간이 자랑이냐? 최선을 다해야지!"

  영희는 난데없이 꿀밤을 맞자 머리를 매만지며 엄살을 떨었다.

  "아야, 고삼인데 머리를 때리면 어떻해."

  영희의 말을 듣고 보니 어머니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꿀밤을 때린 부위를 만져주었다.

  "아팠니?"

  영희는 솔직히 말했다.

  "아니... 사랑의 매라 별로 안아팠어."

  영희의 솔직한 말에 안도한 어머니가 영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영희가 벌써 철이 들었네. 이 엄마가 사랑의 매로 때린 줄 아는 걸 보니."

  "나, 밥줘. 아침 먹고 피아노 학원에 갈게."

  아침부터 꿀밤을 맞은 영희는 기분이 영 좋지 않아 피아노 학원에 가서 피아노로 기분을 풀 생각이었다.

  영희는 아침을 먹자 곧바로 피아노 학원으로 향했다.

  피아노 학원에 이른 영희의 귀에 피아노 멜로디가 들려왔다.

  6년 전 영희가 희성이 남매와 듀엣으로 불렀던 가요였다.

  혜정이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피아노를 치던 혜정은 인기척 소리가 나자 피아노 치기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언니, 일찍 오셨네요. 저도 지금 막 왔어요."

  "너도 일찍 왔구나. 선생님은 어디 계시니?"

  "제가 올 때부터 안 계셨어요. 문은 그냥 열려있었구요."

  이때 피아노 선생님이 들어왔다.

  "어머, 영희, 혜정, 니들 아침 일찍부터 웬일이니? 희성이만 있으면 육년전처럼 듀엣해도 되겠다. 니들 기억하니? 니들 아침에 내가 학원에 오기 전에 몰래 듀엣으로 가요 불렀잖아. 우리 희성이와 혜정이가 노래를 너무너무 잘 불러서 남매 듀엣 가수로 데뷰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희성이가 없구나."

  피아노 선생님은 밖에서 혜정이가 치던 가요를 듣고 있었다.

 

  6년 전, 여름방학 아침마다 피아노 학원에서 영희는 피아노를 쳤고, 희성과 혜정은 듀엣으로 가요를 부르곤 했었다.

  영희와 혜정은 6년 전의 추억이 떠오르자 서로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피아노 선생님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 노래가 이 노래였지?"

  혜정은 피아노 선생님이 6년 전의 일을 기억하는 것이 신기한듯 손뼉을 쳤다.

  "맞아요."

  "맞아. 이 노래였지. 한번 불러 볼래?"

  혜정이 손사래를 쳤다.

  "영희 언니가 저보다 더 잘 불러요. 영희 언니 불러 보라 그러세요."

  "아니예요. 저, 노래 잘 못불러요. 게다가 듀엣곡이잖아요."

  "듀엣이면 어때? 선생님이 반주할 테니까 니들이 한번 듀엣으로 불러보렴."

  피아노 선생님은 혜정과 영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의자에 앉아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혜정은 영희에게 눈짓한 후 여자 가수가 부른 부분을 부르기 시작했다.

  영희는 혜정이 노래 부르기 시작하자 혜정을 따라 남자 가수가 부른 부분을 불렀다.

  혜정과 영희는 노래를 부르며 6년 전의 추억에 잠겼다.

  그때는 영희가 피아노를 치고 혜정과 희성이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지금은 희성이 빠지고 없었다.

  희성이 노래 부르던 모습이 생각난 영희는 왠지 모르게 서글픈 느낌이 들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혜정은 영희가 눈물을 흘리자 노래 부르는 것을 멈추고 영희에게 다가갔다.

  "언니, 괜찮으세요?"

  "어, 괜찮으니, 신경쓰지마."

  피아노 선생님은 영희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자 호기심이 들어 물었다.

  "영희, 울었어? 왜? 희성이 보고 싶어서? 혜정아, 안 되겠다. 니 오빠 좀 학원에 데려와라. 영희가 보고 싶어하잖아."

  영희는 얼굴이 새빨게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생님, 그런 게 아니예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얼굴에 써있는데."

  영희는 정색했다.

  "아니예요."

  "영희, 표정봐. 심각하기는...... 선생님이 그냥 농담으로 해본 소리야. 자, 레슨 시작하자. 누가 먼저 시작할래?"

  눈물을 훔친 영희가 혜정에게 물었다.

  "혜정아, 니가 먼저 할래?"

  "네, 언니, 그럴게요."

  혜정은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영희는 피아노 학원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로 간 영희는 희성이 생각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직도 희성이를 못 잊은 것일까? 철수야, 미안해.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희성이 때문에 울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영희는 입술을 꼭 다문 채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희성이 생각으로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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