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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선택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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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에서 진 현철
작성일 : 18-03-20     조회 : 565     추천 : 1     분량 : 5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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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셋이서 농담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연주야, 우리 온지 꽤 됐는데, 어디 있었어? 어, 연주 옆에 현주 언니다! 현주 언니, 싸인 좀 부탁해요."

  이미 현철의 집안에 들어온 연주의 친구들이 연주를 찾다가 미스코리아인 현주를 보자 싸인을 받기 위해 우르르 몰려왔다.

  연주의 친구들은 현철에게 줄 카드를 쓰기 위해 준비했던 펜을 꺼내 현주에게 내밀며 싸인을 부탁했다.

  현주가 얼떨결에 연주의 친구들이 내민 펜을 받아 싸인해 주려 하자 연주가 현주의 손에서 펜을 낚아채 돌려주며 말했다.

  "야, 너희들, 현주한테 싸인 받으러 왔어?"

  그러고는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어머, 오빠가 올 시간이 다 됐네."

  이때 이미 현철이 집에 돌아올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연주는 고민이 있어 보이는 현주와 잠깐만 이야기를 나누려 했던 것인데, 영희가 연주와 현주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바람에 일이 꼬인 것이다.

  연주가 자신이 초대한 친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이거 서프라이즈 파티니까, 오빠가 오기 전에 오빠한테 줄 글 다 써놔. 조금 있으면 오빠가 돌아올 테니 서둘러야해!"

  연주가 곧 유학을 떠날 현철을 위해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준비한 것이다.

  연주의 재촉에 연주의 친구들은 물론 영희와 현주까지 각자 가져온 카드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띵동!"

  이때 갑자기 초인종이 올리자 연주가 다급하게 손짓하며 재촉했다.

  "카드에 글은 나중에 써도 되니까 어서 모두 방에 숨어!"

  연주가 재촉하자 모두 쓰던 펜을 멈추고 후닥닥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철이 현관 안으로 들어와 연주를 보자마자 물었다.

  "아직 아무도 안 왔어?"

  연주는 오빠를 깜짝 놀래주려고 깜빡한 것처럼 손뼉을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사람들 부르는 걸 깜빡 했어! 현주가 왔다가 경비 아저씨가 안 들여 보내준다며 삐져 그냥 돌아가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어!"

  현철은 어의가 없는 듯 혀를 찼다.

  "하, 참, 오빠가 내일 떠나는데 그걸 어떻게 깜빡 하냐?"

  연주는 걱정말라는 듯 손짓했다.

  "걱정마. 오빠 친구들 모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사니, 지금이라도 부르면 금방 올 테니까."

  그러고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현철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시늉을 했다.

  바로 이때 현철의 입에서 연주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내 친구들한테는 내가 문자칠 테니까 넌 영희나 빨리 불러."

  연주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톡 쏘아붙이며 대꾸했다.

  "영희는 내 동생인데, 오빠가 왜 찾아? 누가 들으면 오해하게 시리......"

  방 안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들으라 한 소리였지만, 현철은 그것도 모르고 연주를 재촉했다.

  "영희나 빨리 부르라니까!"

  연주는 이때서야 더이상 안 되겠다 싶어 현철의 귀에 속삭였다.

  "오빠, 영희 좀 그만 찾아! 서프라이즈 파티하려고 오빠 친구들 모두 방 안에 숨겨 놨단 말이야!"

  현철은 이때서야 어찌된 상황인지 깨닫고 연주의 귀에 속삭였다.

  "그걸 이제 말해주면 어떻게?"

  "이제와선 어쩔 수 없으니까, 서프라이즈 파티나 하자."

  연주는 이 말을 하고서 재빨리 사람들이 숨어 있는 방안을 향해 소리쳤다.

  "오빠, 서프라이즈!"

  이 말을 신호로 방 안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나와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해피 버스데이, 현철!"

  영희도 혜정이와 함께 방 안에서 나와 "해피 버스데이, 현철 오빠!"하고 소리쳤지만, 얼굴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현철의 친구들은 입으론 "해피 버스데이, 현철!"을 외쳤지만, 시선은 현철과 영희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어 영희가 얼굴을 돌린 것이다.

  영희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아무도 말을 꺼내진 못했지만, 모두 현철과 영희가 사귄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현철은 사람들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박수를 쳤다.

  "야, 모두들 고맙다. 난 너희들이 안 올 줄 알고 연주 친구들이나 불러 놀려고 했는데......"

  두 번이나 연주에게 영희나 빨리 부르라 말한 이유를 친구들에게 변명한 셈이다.

  "현철 오빠, 우린 벌써 다 와 있는데, 왜 영희만 찾았어요?"

  연주의 친구 중 현철을 좋아하는 지혜가 호기심을 참지 못해 물은 것이다.

  현철은 영희와 아무 관계가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얼버무렸다.

  "영희만 찾기는...... 영희가 연주 절친이라 제일 빨리 온 것 같아 부른 건데......"

  지혜가 현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현주야, 연주 절친은 너 아니었나?"

  현주는 사람들의 관심이 영희에게 쏠리는 걸 막기 위해 손짓까지 해가며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나, 이제 아니거든! 의리없는 연주가 날 차버리고 영희로 바꿨어. 오늘 통보 받았거든!"

  그러고는 사람 키만한 케이크가 있는 주방을 가리켰다.

  "현철 오빠, 나 배고파 죽겠는데, 주방에 있는 케이크나 잘라줄래?"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절호의 기회라 현철이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도 배고파 죽겠는데, 케이크나 먹자."

  현철이 따라오라 손짓하며 주방 쪽으로 앞장서 걸어가자 현주가 현철을 뒤따라갔다.

  "현철 오빠, 케이크가 사람 키만하던데, 우리 누가 더 많이 먹는지 내기할래? 나 혼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러고는 현철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현철은 현주가 건넨 하이파이브를 받으며 말했다.

  "내기 좋지! 무슨 내기할까?"

  현주는 손으로 턱을 궤고 생각해 보더니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손뼉을 쳤다.

  "내기에서 진 사람이 엉덩이로 이름 쓰기, 어때?"

  현철은 동의하듯 현주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좋아!"

  이렇게 되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현철과 현주를 향하게 되었다.

  연예인 뺨치는 꽃미남 현철과 한국을 대표하는 미스코리아 현주, 둘 중 누가 내기에서 지더라도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현철은 여자들 먼저 케이크를 주겠다는 듯 여자들에게 손짓했다.

  "너희들 배고프지? 자, 레이디 퍼스트! 젠틀맨들, 어그리?"

  '어그리?'는 동의하냐는 말로 미국의 유명한 영화에 나오는 대사였다.

  "어그리."

  남자들이 동의하자 현철은 사람 키만한 케이크를 위에서부터 잘라 접시에 담아 한 접시씩 여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영희 차례가 되자 현철이 케이크를 잘라 접시에 담으며 말했다.

  "영희야, 많이 먹어라."

  현철은 영희에게 딱히 할 말이 없어 이 한마디를 한 것이다.

  "네, 많이 먹을 게요."

  현철은 여자들에 이어 남자들에게도 케이크 한 접시씩 나누어준 후 현주에게 말했다.

  "현주, 각오는 되어 있겠지? 나중에 내기 지고 울지 말고, 지금이라도 포기하면 중간은 될 텐데......"

  현주는 현철을 이길 자신이 있는 듯 팔짱을 낀 채 말했다.

  "현철 오빠, 벌써 겁먹었어? 나 먹는 내기 진 적 없거든. 이래뵈도 내가 먹는 내기에 한해서는 동서방불패인데, 몰랐지?"

  동서방불패란 말에 사람들이 깔깔 웃었다.

  "킥킥킥, 미스코리아가 예뻐서 뽑힌 미스코리아가 아니라 먹기 대회 미스코리아인가보군."

  현철이 깔깔 웃으면서 하는 말에 현주가 맞짱구쳤다.

  "먹기 대회 있으면, 내가 싹슬이 우승할 텐데, 아쉽게도 없네. 현철 오빠가 먹기 대회 하나 만들어줄래?"

  현철이 좋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좋아, 하나 만들지, 뭐."

  그러고는 손목시계를 풀더니 식탁 위에 올려놓고 현주에게 말했다.

  "먹기 대회 우승 상금으로 내 손목시계 걸 테니까 니 먹기 실력을 보여봐."

  현주는 현철이 식탁에 올려놓은 손목시계를 손목에 차보더니 다시 손목시계를 풀어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오빠, 이거 내 손목에 잘 맞는데, 내기에서 지고 딴소리하면 안 돼요."

  "내기인데 당연하지. 대신, 난 내기에서 져도 엉덩이로 글씨쓰기 면제해주는 걸로. 어그리?"

  "좋아요, 어그리."

  현철의 호감을 알고 나서 마음이 혼란해진 영희는 마음 같아서는 케이크도 먹지 않고 그냥 가고 싶었지만, 혜정이 케이크를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누가 내기에서 이길지 궁금해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먹는 건 여자가 남자 당할 수 없을 텐데, 현철 오빠가 현주 언니한테 져주겠지?'

  현철은 아직도 사람 키만한 케이크를 얼굴 크기로 커다랗게 한 조각 잘라 반으로 나누어 하나를 큰 접시에 담아 현주에게 주었다.

  '저 커다란 케이크 조각 다 먹으면 배탈날 것 같은데, 현주 언니 괜찮으실까......'

  영희는 누가 내기에서 이길지 궁금하기 보다는 현주가 커다란 케이크 조각을 다 먹고 배탈이 날까봐 걱정되었다.

  이때 연주가 나섰다.

  "오빠, 내가 심판할게. 무리하다 싶으면 기권하는 거 알지."

  연주 역시 현주가 무리하게 커다란 케이크 조각을 다 먹다 배탈이 날까봐 니선 것이다.

  "자, 시작!"

  연주가 시작을 선언하자 현철과 현주가 포크를 들어 커다란 케이크 조각을 떠먹기 시작했다.

  영희는 현철과 현주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장난으로 내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현철과 현주는 절대 내기에서 질 수 없다는 듯 쉬지 않고 케이크를 먹어댔다.

  이때 영희의 귀에 사람들이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철 오빠 손목시계 오천 정도 하겠지?"

  "오천이 뭐야, 일억은 할 걸?"

  영희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나! 현철 오빠 손목시계가 일억이야!'

  먹기 내기에 한해서는 진 적이 없다는 현주의 말은 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현주는 정말 케이크를 잘 먹었다.

  현주가 커다란 케이크 조각을 거의 먹어 치웠을 무렵, 현철이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내가 졌다, 졌어. 현주, 완전 먹기 여왕 미스코리아였네."

  현철이 손목시계를 내밀자 현주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애이, 현철 오빠, 농담으로 내기하자 한 건데...... 손목시계는 필요없고, 엉덩이로 이름써봐."

  현주의 말에 여기저기서 손뼉을 치며 현철에게 화이팅을 보냈다.

  "현철 오빠, 화이팅!'

  "현철이 화이팅!"

  현철은 마지 못하는 척 일어나더니 정말 엉덩이로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와! 대박! 이거 동영상 촬영해서 돌리면 대박날텐데......"

  "남자 동영상을 누가 돈내고 보냐?"

  "우리가 돈내고 보면 되지, 뭐."

  여기저기서 짖궂은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영희는 혜정이의 손을 잡고 연주의 귀에 속삭였다.

  "연주 언니, 저랑 혜정이는 이만 가볼게요."

  "알았어.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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