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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하루에 세 시간
작가 : 제이미르
작품등록일 : 2018.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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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성일 : 18-02-21     조회 : 424     추천 : 1     분량 :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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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뭐?"

 

 그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내놓은 첫마디였다. 내 반응을 마주한 그의 얼굴이 빠르게 당황으로 물들었다.

 벙찐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난 결국 바닥에 시선을 내리꽂았다.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그의 손이 올라오기에 애써 매정하게 쳐냈다. 다시 그의 표정을 마주하고 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주체 없이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멀쩡히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흔들리는 숨을 뱉으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아야."

 "부르지 마."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드니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선명히 보였다.

 그의 기분이 짐작이 가지 않는 게 아닌데.

 방금 내 대답으로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아는데.

 그는 오로지 나를 걱정하는 표정만을 담고 있었다. 그 표정에 지금까지 다잡고 있던 마음이 부질없이 흔들렸다.

 말하면 안 되는데.

 더 참아야 하는데.

 여기서 이것까지 말해버리면 진짜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데.

 

 “내가,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참았는지 알기나 해?”

 

 진짜,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나도 너 좋아해.”

 

 항상 마음속에만 있던 말.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놓자 눈물이 뺨을 타고 주룩 흘러내렸다.

 

 “진짜 많이 좋아해.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좋아.”

 

 너에게 항상 말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만 삭혀야 했던 말들. 그 말을 지금에서야 내뱉는데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난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근데,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시아야…….”

 “우리가 서로 좋아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뭐가 더 좋아지는데.”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난 결국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넌… 이미 죽은 사람이고 난 이렇게 살아있는데…….”

 “…….”

 “그걸 너무 잘 알아서, 아무리 말하고 싶어도 힘들게 참았는데……”

 

 근데 네가 그러면 어떡해.

 입술을 깨물었지만 흐느낌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날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그의 앞에서 그저 울기만 하다가, 다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이렇게나 널 좋아하는데, 너도 날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나보고 뭐 어떡하라는 거야…….”

 “시아야, 잠깐 진정하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얼마나, 버텨왔는데…….”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호흡이 가빠왔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잠깐 이마를 짚었다가, 퍼뜩 고개를 들며 물었다.

 

 “어떡할까, 나도 그냥, 너 따라서 죽을까?”

 “뭐?”

 “사는 것도 힘든데 그냥, 그냥 너 따라 죽어서 유령이나 되어버릴까?”

 “윤시아! 너 대체 그게 무슨-”

 “-그게 아니면!”

 

 그가 소리를 지르기에 나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고요한 방 안에, 둘의 숨소리만이 메아리쳤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난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짰다.

 

 “네가 다시 살아나 볼래?”

 

 눈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이 굳었다는 걸.

 난 떨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안 되는 거잖아. 불가능하잖아…….”

 “…….”

 “우린 이제, 이제 어떡해야 하는 건데…….”

 

 난 평생 흘릴 눈물을 그날 다 쏟아낼 것처럼 울었고, 그는 그저 내 곁을 지켰다. 평소와 달리 나를 위로해주지도, 달래주지도 않고 그냥 멍하니 서서.

 그의 속도 말이 아닐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원망하지 못했다.

 우리는 잘못이 없었다. 그냥, 그가 나보다 일찍 죽었다는 것과, 내가 그를 만난 것이 하필이면 그가 죽은 후였다는 것. 그게 너무 비참할 뿐이었다.

 그의 앞에서 주저앉아 내 모든 것을 토해낼 듯 그렇게 울면서, 내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그를 보면서, 난 그날 처음으로 후회했다.

 내가 그때,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내가 너를 보지 않았다면.

 우리가 서로를 알지 못해서,

 네가 내 곁에 머물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이렇게 아프지 않아도 됐을까.

 

 “……아니라면.”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난 숨을 삼키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고요히 가라앉은 그의 눈동자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죽은 게 아니라면,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뭐……?”

 “내가 살아있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낮은 그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새하얗게 비어버린 머릿속은, 그와 처음 만났던 날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도무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그 날로.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제이입니다! 항상 네이버쪽에서만 연재하다가 다른 플랫폼으로 건너오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ㅎㅎㅎ 시작한 거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시아와 성원이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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