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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나의 새벽이었다.
작가 : 마멜
작품등록일 : 201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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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내리쬐는 햇빛
작성일 : 18-11-09     조회 : 355     추천 : 0     분량 : 7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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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는 나의 새벽이었다.

 

 

 

  -째깍째깍

 

  의미 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인가 시간이 흘러가는게 빨랐으면 좋겠다 가도 더디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가도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내려온 서하는 커튼을 키며 내리쬐는 햇살을 멍하니 바라본다. 또 아침이구나.. 머리를 긁으며 창문 앞 소파에 앉아 또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

 

  봄이 오려는 겨울이 였던거 같다. 프라하에 온 것은.

 

 

 

 01. 내리쬐는 햇빛

 

 

  활기찬 꽃시장에 서하가 자전거를 밟으며 열심히 들어온다. 눈에 익은 손님들도 여행객도 많이들 보인다.

 한 상점 앞에 자전거를 세운 서하는 앞바구니에 담긴 가방을 잽싸게 꺼내어 상점 안으로 들어선다.

 

 “일찍 왔네?”

 

  꽃을 다듬고 있던 정아가 인사를 건넨다. 눈인사를 한 서하가 앞치마로 갈아입고 나오며 새로 들어온 꽃들을 살펴본다. 난 핑크 로즈가 좋은데, 꽃바구니 앞에 앉아서 이래저래 살피더니 이내 파란색 장미를 집어든다.

 

 “참 인생은 웃겨요, 끌리는 거 따로 손 가는 거 따로~”

 

 

  그게 인생이니까 여기 있지 너도 나도. 중간에 길게 놓인 테이블로 정아가 꽃을 한아름 들고 나온다. 파란장미를 집어든 서하와 마주앉아 꽃을 다듬는다. 가을이 다가와서 그런지 아침햇살에 눈이 부신다.

 

 

 “오늘은 이거 가지고 어디 가는데?”

 “오늘요? 저희 집 밑에 식당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에 이 꽃 선물하려구요.”

 

 꽃을 다듬고 있는 서하를 빤히 보는 정아.

 

 “하여간..”

 

  정아가 뭐라하던말던 열심히 꽃을 다듬고 신문지에 돌돌 마는 서하이다. 진짜 프라하같죠? 신문지에 돌돌 말린 파란장미를 보여주며 싱긋 웃는다. 내일 또 올게요~ 자전거 앞바구니에 꽃을 담으며 손을 흔든다. 관광객과 손님이 뒤섞인 인파 사이로 서하가 사라진다. 십오분정도 달렸을까.

 

  익숙한 듯 문을 열고 들어간 서하는 웨이터와 눈인사를 하고 창가에 앉는다. 다니엘, 나 꽃병 좀. 오픈키친에서 서하의 행동을 지켜보던 다니엘이 어깨를 으쓱이며 투명하고 길쭉한 화병을 가지고 나온다. ‘오늘은 블루?’ 탁자에 화병을 놔두며 맞은 편에 앉는다. 응 블루 이쁘지? 물도 좀 자주주고.. 화병에 꽃을 꽂고선 다니엘의 어깨를 팡팡 치며 평소에 읽던 책을 꺼내든다. 그렇게 30분쯤 흘렀을까. 멍하니 서하 맞은 편에 앉아있던 다니엘이 직원의 오픈 시간 알림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선다.

 

 

 “ 알리오 올리오?”

 “응.”

 

 

  금새 맛잇는 냄새로 레스토랑이 가득 차고, 하나 둘 손님들이 들어선다. 오늘 읽을 구절이 어디 더라.. 책을 펴서 뒤적 거리던 서하가 뭔가 생각난 듯이 노트북을 꺼내든다. 남들은 모르게 혼자 지니고 있던 취미생활, 글이다. 무언가 글귀가 생각났는지 메모장을 켜고 적어내려간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것저것 기획하는 것이 좋아 기획쪽으로 입사를 하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일은 서하와 잘 맞았고, 지루할 정도로 적응을 빨리 해나갔다. 그렇게 3년. 29살이 되었을 때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서 이렇게 프라하에 오게 되었다. 25살 5년의 다사다난 했던 연애가 끝이나고 사회에 발을 들이기 전에 여행왔던 프라하. 그 때의 기억에 이끌려 낭만적인 프라하에서 낭만적으로 살고 싶었던 서하는 6개월째 취미생활인 글을 쓰며 이 곳에서 지내고 있다.

 

 “맛잇게 먹어. 남기지 말고.”

 

  다니엘이 직접 가져가준 파스타에 함박웃음을 지어본다. ‘나 진짜 이건 하나도 안 질려 다니엘.’ 웃으며 돌아서는 다니엘을 보고 서하는 포크에 돌돌 말아 파스타를 입에 넣는다. 역시..다니엘. 자신의 글 주인공은 쉐프로 해야겠다며 다짐한다. 내리쬐는 가을 햇빛,파란장미와 하얀테이블 , 알리오 올리오. 오후 1시반.

 모든 것이 낭만적인 서하다.

 

  그러다 문득, 오늘이 10월의 마지막날인 것을 깨닳은 서하는 팁과 함께 파스타값을 그릇 밑에 끼어 놓고 다니엘에게 손인사를 하고는 자전거 폐달을 밟으며 구시가지 광장 쪽으로 향한다.

 

  가는 길목마다 여행객들과 아이들이 붐빈다. 그 중에 한국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한국말이 반갑기도 하면서 아련하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한적한 카페. 이 곳은 현지인이 주로 이용하는 카페라 뷰는 좋지만 한적하다. 주인과 인사를 하고 난 뒤 서하는 이곳저곳 둘러보며 빈자리를 찾는다. 어쩐일이야? 반갑게 물어오는 주인의 말에 서하가 싱긋 웃는다. ‘운명에 기대볼까하구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든 서하가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카를교가 한 눈에 보이는 이 곳은 왜 여행객들이 모르는지 이상할 정도로 예쁘다. 벌써 가을인지 눈에 보이는 나무들이 노랗고 빨갛다. 예뻐라. 문득 코 끝이 찡하다.

 

 

 *

 

  딱 4년만이다. 군 입대 전 객기로 홀로 배낭여행을 오고 나서 딱 4년만. 윤은 프라하 공항에서 짐을 찾고 나와 공기를 들이마셔본다. 역시 다르네- 시가지로 이동하는 방법을 찾기위해서 폰을 키자 문자와 메신저가 우수수 쏟아진다. 프라하에 도착한 걸 실감나게 하는 통신사 문자와 부럽다는 친구녀석들의 연락. 엄마의 걱정어린 문자. 2년 전 제대 후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대학교에 복학을 해서 전공수업도 듣고 치열하게 살아갈때 쯤 문득 입대 전 다녀왔던 유럽이 생각나 2학기 휴학신청을 한 후 무작정 여행계획을 세웠다. 뭐에 이끌린 듯 당연하게 프라하를 선택 했던 윤은 정신차려 보니 비행기에 올랐고 , 프라하다.

 

 

 “30일..”

 

 

  달력을 보니 10월 30일. 뭔가 아련해지는 느낌이지만 가을타나보다 라고 생각한다. 기다리던 버스가 오고 윤은 설레는 마음으로 올라탄다. 낯이 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도시가 창문 너머로 펼쳐지고 곧 야경이 멋지게 펼쳐진 시내가 눈에 보인다. 내가 저 길을 걸었었지. 잠시 아득해지는 윤이다. 떠올랐다,또.

 

  21살이었던 윤이에게는 마치 어려운 문제 같았던 사람. 너무 설레기도 너무 두렵기도 하였던 사람. 잠시 생각에 빠졌던 윤은 중앙역을 알리는 안내에 내릴 준비를 한다. 어떤 느낌일까. 뭣 모르고 밟았던 그 때의 프라하와 지금은 또 다르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윤은 캐리어를 번쩍 들고 내린다. 울퉁불퉁한 돌에 캐리어가 비틀비틀 거리자 웃음이 새어나온다. 진짜 왔구나.

 

  한 달을 미리 예약한 숙소에 들어온 윤은 캐리어를 열어두곤 커튼을 켜본다.

 

 

 “와 , 예쁘다.”

 

 앞으로 한달 간 자신의 희노애락이 되어 줄 프라하를 내려다보며 윤은 싱긋 웃는다. 여기저기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창틀에 기대어 쳐다보고 있기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 벨이 울린다.

 

 “응. 엄마”

 “도착했어? 여긴 새벽이야.”

 

  그 뒤로도 쭉 이어지는 엄마의 잔소리에 윤은 잠시 폰을 귀에서 뗀 채로 듣고 있는다. ‘엄마 잠깐. 나 기분 되게 좋으니까 그만 주무세요~’ 끊을 때 까지 이어지던 잔소리 끝에 사랑해 아들-이 들려온다. 네-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대답을 한 윤은 얼른 전화를 끊고 소파에 던져 놓는다. 책이나 읽어볼까- 프라하에 도착하자마자 짐 정리도 안 한 채 챙겨왔던 책 한권을 백팩에서 꺼내든다. ‘끌림’ 추천 받았던 산문집이다.

 

 “이제는 이해가 가려나..”

 

 

  콧등을 긁으며 책을 펴보는 윤이다. 너덜너덜 해 질 정도로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어렵다. 이 책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책을 던져놓은 윤은 내일을 위해 하루를 정리한다.

 

 

 -째깍째깍

 

 

  알람없이 눈을 뜬 윤은 가만히 침대에 누워 초침 소리를 듣고 있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폰을 집어든 윤은 날짜를 확인한다. 31일.. 텁텁한 입으로 담배를 꺼내물다가 이내 뱉고 휴지통에 버린다. 끗차- 일어나서 기지개를 피며 창문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벌써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참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느 한 곳에 시선이 멈춘다. 어? 꽃집..저녁에 왔을 땐 몰랐던 꽃 집이 예쁘게 빛이 나고 있다.

 

  씻고 나온 윤은 이리저리 옷을 보다가 많이 걸을 것을 대비해 편한 옷을 입고 백팩을 매고 나서기 전 거울을 본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에 가지고 온 자켓을 쳐다보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집을 나선다. 21살 때 왔던 여행은 갈 곳을 정해놓고 스파르타 식이었다면 지금의 여행은 여유다. 현실에 쫓겨 이리저리 치여 여행 와서 까지 힘들고 싶지 않은 것이 그 이유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윤은 배가 고파져 길거리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사먹으며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저 사람은 여행객, 저 사람은 학생, 저 사람은 직장인. 각자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햇빛이 내리쬔다. 순간 눈이 부신 윤은 눈을 감았다가 뜬다. 그리곤 시선이 멈춘다.

 

 “어..”

 

  찰나의 순간이라 잘 못 봤겠거니 하면서도 윤은 다시 한 번 오늘의 날짜를 되새겼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구시가지 광장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잊고있던 잔상에 심장이 요동치며 헛구역질이 나올 거 같다. 야상을 펄럭이며 머리를 땋았던 뒷모습. 찰나의 순간에 놀라 뒤돌아봤을 때의 모습이다. 점점 발걸음이 빨라진다.

  계속해서 기억을 더듬어 걸어가본다. 구시가지 입구인 탑을 보고 무언가 울렁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약속했었다. 오늘을. 기억을 더듬으며 재빠르게 카를교 근처까지 간 윤은 그 근방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카페를 찾는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 자신이 너무 답답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웃거리던 윤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지금 내가 뭐한거지. 울렁거렸던 속이 민망할 정도로 차분해졌다. 손에 들린 샌드위치를 길가에 놓은 쓰레기통에 버리며 담배를 꺼낸다. 텁텁하다. 그렇게 한참 지났을까 노을이 지려고 하는 것을 본 윤은 천천히 카를교를 건넌다. 악사들이 내뿜는 노래도 노을과 함께 서서히 밝혀지는 성곽들도 낯설면서도 낯익다.

  카메라로 이것저것을 찍던 윤은 감탄하며 슬퍼졌다.

 시간이 이렇게도 많이 흘렀구나. 21살이었던 나는 25살이 되어 포기가 쉬어졌구나 생각했다.

 

  카를교를 다 건넌 윤은 다시 이내 뒤돌아 왔던 길을

 걷는다. 한 걸음 두걸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제야 눈에 보인다. 사람들이 다르다는 거, 나와 같지 않다는 거. 한참을 걷다가 중간에 멈춰서 강을 바라본다.

 이쯤이었던 거 같은데. 콧등을 긁적인 윤은 다리에 기대어 빛이 반사된 강을 바라본다. ‘누나 번호 궁금해요.’ 지금 생각하면 21살 객기다. 하얀 얼굴이 추워서 그런지 더 하얗게 되어 나를 쳐다봤었지. 윤은 이 내 민망함에 어깨를 부르르 떨며 발걸음을 뗀다.

 

  야경을 감상하며 돌아가던 윤은 뭔가를 발견한 듯 웃으면서 뛰어간다. 저기다. 카페를 찾았다. 다급하게 계단을 올라간 윤은 여기저기 카페를 뒤져보지만 아까 그 뒷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허탈한 윤은 주인장에게 눈인사를 하고 나와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너 나 찾아?”

 

 

 발걸음이 멈췄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야상을 입고 머리를 땋아 묶은 모습. 윤이 아까 보았던 그 뒷모습이 맞다. ‘신기하다, 너 맞지?’ 다시 한 번 물어보는 말에 윤은 홀린 듯 계단을 내려간다. 한 손으로 자전거를 잡고 한 손으론 테이크아웃잔을 들고있는 서하. 맞다. 만났다.

 

 *

 

  세 네시간을 창가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쓰던 서하은 이내 지루해졌는지 턱을 괴고 창 밖을 본다. 주인이 다가와 커피 한 잔을 더 내어준다. ‘추우니까.’ 눈으로 고마움을 표시한 서하가 커피 잔을 들며 노을 지는 카를교를 바라본다.6개월 동안 프라하에 있으면서 노을 지는 카를교를 수 없이 보았지만 오늘은 심장이 뛴다. 카페인 때문이겠거니 생각하며 노트북을 정리한다. ‘저 가려구요. 일회용 잔으로 부탁해요.’ 주인에게 커피를 맡긴 서하는 노트북을 정리하며 앉았다가 멍하니 노을이 점점 어두워지며 야경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운명은 개뿔- 툴툴 거리며 정리하다가도 야경이 비치는 강물이 예뻐 또 한참을 보고있다. 주인이 와 어깨를 톡톡 치며 잔을 건네어준다. ‘오늘 유독 예쁜 날이야 강물이.’ 주인의 말에 그렇다고 생각하며 카를교를 보는 그 때 자기 쪽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는 남자를 보았다.

 

 “설마..”

 

  눈이 동그래졌다. 확인을 해봐야 할 거 같았다. 주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 옆쪽에 놔두었던 자전거 바구니에 짐을 싣고 가려는 찰라, 그 남자가 자신을 지나쳐 계단으로 빠르게 올라간다.

 윤이다. 심장이 요동친다. ‘누나 4년후면 나는 누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마치 어제 들은 말 처럼 생생히 기억난다. 다시 올라갈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다시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너 나 찾아?”

 

 내려오던 발걸음이 멈추고 서하를 빤히 본다. ‘신기하다, 너 맞지?’ 서하의 말을 끝으로 윤이 무언가 이끌린 듯 계단을 내려온다.

 

 “누나”

 

  눈이 동그래진 윤이 서하와 마주본다. 테이크 아웃잔이 들인 서하의 손을 보곤 이내 난처한듯 이마에 손을 얹는다. ‘오랜만이다, 누나.’ 나 사실 여기 되게 헤맷어. 그래서 엄청 돌다가 방금 발견했어. 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었지만 애써 덤덤하게 내뱉는 윤이다. 볼이 빨개진 윤을 보며 서하가 어색하게 웃는다.

 

 “응 오랜만이다. 너 오늘 많이 돌아다녔구나 볼이

 빨개.”

 

  오랜만에 만난 윤이를 앞에 두고 무슨 말을 해야할까 망설여지는 서하다. 난 무슨 말을 하려고 이 아이를 오늘 기다린걸까. ‘누나 걸을까? 나 아직 얼떨떨해.’ 윤이 서하가 잡고 잇는 자전거를 끌며 앞으로 간다.

 

 “어...어디로 가?”

 

  서하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며 자전거를 끌며 물어온다. ‘응? 어..나 따라서와..’ 머뭇거리며 윤이 옆에 선 서하는 온 몸이 떨리는 것 같았다. 잘 지냈는지 뭐하고 지냈는지 요즘 어떤지 묻고 싶은 것이 엄청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얼떨떨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겠다.

 

 “이런 질문 웃기긴 한데..여긴 웬일이야?”

 

 

 멋쩍은 듯한 서하의 질문에 윤은 앞만 보며 걷던 시선을 잠시 서하로 옮겼다가 이내 거둔다. ‘ 휴학하고 어제 왔어 프라하로.’ 윤이 대답하자 마자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왔는지가 궁금한데 못 묻겠다. 순간 어색하고 서글퍼진 서하는 윤이 손에 있던 자전거를 멈춰세우고 자기가 잡는다.

 

 “윤아 너무 반가운데..너무 궁금한 것도 많은데. 일단 오늘은 각자 가자. 나 지금 너가 너무 반가운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그래.”

 

 

 서하의 말에 윤의 눈은 이해가 안가는 듯한 눈빛이었다. 여전히 어렵구나, 누나.

 

 “안 궁금해? 내가 왜 프라하로 왔는지?”

 “어..?”

 “물어볼 줄 알았는데. 왜 프라하로 온건지. 왜 이 카페로 찾아온건지. 약속을 계속 기억하고 있었는지..”

 

 

  궁금했던 부분이면서 두려웠던 부분을 윤이 말하자 아찔해진 서하는 눈을 한번 감았다 뜬다. 또 요동이 친다. ‘너는?’ 서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윤이 짧게 한 숨을 쉰다.

 

 “나? 나 궁금해. 누나가 왜 여기 있는지, 나를 기다린거 같은데 왜 이렇게 또 도망치려고 하는지.. 다 궁금해. 근데 참고 있어.”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윤은 반가움이 큰 만큼 당혹스러움도 컸다. 자신이 생각했던 재회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얼싸 부둥켜 안는 것은 아니더라도 서로 환하게 웃으며 재회할 줄 알았다. 어색함도 잠시 예전 얘기를 하며 밤을 새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여기 온 지 6개월쯤 됐어..”

 

 탁 하며 갈라져 나온 소리에 윤이 서하를 빤히 본다.

 

 “반갑더라. 카를교에서 뛰어오는 너 보는데 반가웠어 나도.”

 

 

  자전거 핸들을 쥐고 있는 서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윤은 서하의 말을 더 듣기 원하는 듯 가만히 서하를 응시한다. ‘근데 막상 보니까 혼란스러워.’ 진짜 만나면 운명이겠지. 호기롭고 가볍게 생각한 내 자신이 바보스러울 만큼. 널 보면 어쩌려고 난 널 기다렸을까.

  다시금 입을 다문 서하를 보며 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어쩌자는 건지. 이대로 헤어지면 또 우린언제 볼 수 있는건지. 볼 수 있긴 한건지. 또 얘기를 나눌 수는 있는건지. 서하가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숨을 크게 쉰다.

 

 “그래 내가 진짜 나타날 지 몰랐겟지. 나도 마찬가지니깐. 누나 편할대루 해.”

 

 

 윤이 서하의 테이크아웃잔을 본다.

 

 “그래도 나 기다린건 맞는거 같은데..”

 

 콧등을 살짝 긁고 멋쩍게 웃는 윤이다. ‘번호 바꼇던데..’ 윤의 혼잣말에 서하가 쳐다보자 윤이 어깨를 으쓱인다.

 

 “누나 번호 궁금하니까 그럼 알려주고가.”

 

 

 

작가의 말
 

 제 실화가 바탕이 된 소설입니다. 부족하지만 같이 설리고 함께 절절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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