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江)
우리 마을의 끝에는 강이 하나 흐른다.
서천과의 연결을 가로막는 그, 강
마을사람들은 모두 그, 강을 그저 그, 강이라고 부른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그저 그, 강 이라고 부른다.
그, 강은 그렇게 넓지 않다.
우리 마을에서 강건너를 쳐다보면 서천의 끝집이 보일정도 이니깐.
난 어릴적부터 그, 강의 근처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 강의 근처에서 부는 잔잔한 바람에 콧등이 스칠 때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강 내음이 콧등을 타고 몸 속 까지 들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변의 잔잔함, 낮게 들려오는 나뭇잎 소리, 맨발로 밟을 때 느껴지는 잔디들의 푸석함.
이 모든 것들은 수만가지의 걱정을 지우게 하고 알 수 없는 설레임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요즘은 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이 느낌을 확 마주할 수 없어졌다.
그, 강 바로 건너편, 강과 가장 가까운 서천마을의 집에 사는 그 때문이다.
그는 어릴 적 부터 오랫동안 봐왔다.
마주칠 때 마다 나에게 항상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항상 별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 강에 가서 강 내음새와 주변환경을 느끼다 보면 모든 생각이 말끔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몇달 전 부터 그의 눈빛을 보면 모든 생각을 말끔히 없앨 수 없게되었다.
어릴적 부터 봐온 그의 눈과는 다른 모습이 풍겨져 나온다.
그의 눈빛에서 나오는 신비감과 갑자기 사로잡히게 되는 알 수 없는 공포감에 난, 강에 가는 것이 마냥 즐겁지는 않게 되었다.
오래 된 조립식 주택에 사는 그는 내가 그, 강에 갈때마다 항상 지붕을 보수하고 있는다.
그의 눈빛이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바뀐 후 부터 시작 된 것 같다.
그 전에는 보통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강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이 다였는데..
가끔은 그의 뒷모습만 보아도 소름이 끼칠 때가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런데 몇일 전 부터는 그런 느낌이 서천마을을 쳐다보기만 해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에서, 혹은 그의 모습에서 풍겨져 나오는 무언가를 통해서만 마주했던 그 느낌말이다.
서천마을이,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