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패터슨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활용이 가능했고, 헨리 란스버리는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뛰는 선수였다.
제이미 패터슨은 리그1 소속인 월설에서 14억 원의 이적료로 노팅엄 포레스트에 이적해왔다. 그에 비해 헨리 란스버리는 아스널 유스 출신으로 이 구단 저 구단 임대를 다니다가 역시 이번 이번 시즌 18억 원에 이적해 왔다. 둘 다 잉글랜드 선수로 제이미 패터슨은 축구선수로서는 다소 작은 176센티미터인 데 반해, 헨리 란스버리는 183센티미터의 당당한 체격이었다.
둘 다 개인기 14, 드리블 15, 패스 13으로 공격 능력치는 비슷했지만 헨리 란스버리의 크로스가 14인 데 비해 제이미 패터슨은 10밖에 안 됐고, 헨리 란스버리의 주력이 15, 민첩성이 12인 것과 달리 제이미 패터슨은 주력이 12, 민첩성이 8밖에 안 됐다.
아스널 유스 출신인 헨리 란스버리는 잉글랜드 U-21팀에 선발되어 16경기에서 5골을 넣었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유망주였다.
나는 200포인트를 써서 두 사람의 잠재 능력치와 숨겨진 능력치를 봤다.
헨리 란스버리는 잠재 능력치는 100점 만점에 74, 제이미 패터슨의 75. 둘 다 상당한 포텐이 있는 유망주였다. 앞으로 어떻게 훈련하고 경기하느냐에 따라 슈퍼스타까지는 아니어도 EPL 주전까지는 발돋움할 수 있는 잠재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둘 다 키워 볼 만 하겠어.’ 그런데 제이미 패터슨의 숨겨진 능력치 중 성격에서 야망이 18인데 비해 충성심은 7밖에 되지 않았다.
‘이건 그러니까 야망이 큰데 팀이 별로면 이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인가?’
프로의 세계이기에 이적과 방출은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런 멘탈의 소유자라면 너무 공들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헨리 란스버리는 야망이 16이지만 충성심이 17이었다. 야망이 크지만 그보다 더 충성심이 높으니 제의가 들어와도 쉽게 이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인지 레귤러 팀에서 등번호 10번을 주어 에이스로 내세울 정도로 가능성과 충성심을 인정받고 있었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리빌딩은 헨리 란스버리를 중심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어쨌든 두 선수가 노팅엄 포레스트 U-21팀에서 가장 유망하고 현재 능력치도 뛰어난 선수들임에는 틀림없었다. 노팅엄 포레스트 U-21팀은 두 선수를 미드필더의 중심에 놓고 운영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헨리 란스버리를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하고 제이미 패터슨을 좌우 윙으로 기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U-21팀의 다른 선수들은 1군 선수들에 비하면 실력이 많이 떨어졌다. 명목상으로는 U-21팀이지만 U-19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8, 19세인 선수들이 많았고, 17세 선수들까지 몇 포함되어 있었다.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키울 수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품어도 자금력이 부족한 노팅엄 포레스트 구단이 얼마나 좋은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 고작 U-21팀 감독인 나에게 그런 권한이 주어질지도 회의적이었다.
‘스카우트 팀도 갈아치우고 선수 영입에 대한 전폭적인 권한도 받을 수 있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일개 U-21 팀 감독에게 선수 영입 권한을 주는 구단은 없었다.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주어지는 한정적인 자원을 가지고 짜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제이미 패터슨과 헨리 랜스버리 정도의 유망주를 데려올 정도면 노팅엄 포레스트의 스카우트팀이 아주 무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우선 전체적인 시스템은 이미 전 감독이 사용하던 4-4-2를 기반으로 그때그때 수정하기로 했다.
투 톱으로 매트 더비셔와 제임스 디미트리오를 세우고, 중앙 미드필더로는 제이미 패터슨, 헨리 란스버리를 기용했다. 왼쪽 미드필더는 스테픈 맥라울린, 오른쪽 미드필더는 윌프레드 기나호어, 중앙 수비수로 자말 라스셀레스와 로렌스 고만, 오른쪽 수비수는 에드아르드 스코엔넥커, 왼쪽 수비수는 제이크 후레이를 세웠다. 골키퍼는 불가리아 출신인 드미타르 에티모브가 주전이었다.
나이가 27세인 포워드 매트 더비셔를 빼면 모두 21세 이하로 선수들의 전체적인 실력은 낮았다. 결국 수비를 단단히 하다가 카운터 어택으로 득점하는 패턴이 기본적인 공격 방식이 됐다.
이러한 공격 방식은 단순한 패턴 연습만으로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돌발상황을 매일매일 경험해야 대응력을 키울 수 있었다.
처음엔 하프 코트를 만든 후 골키퍼를 세우고 5대 5 축구를 했다. 코너킥과 드로잉 없이 수비수가 공뺏기를 성공하면 바로 공격진에 연결하고 그 패스를 다시 넘겨받아 역습을 시도하는 훈련이었다. 3번 이내의 패스로 골을 넣어야만 골로 인정됐다.
흡사 농구를 하는 듯한 이 훈련을 통해 선수들은 빠른 축구에 익숙해질 수 있었고, 또한 체력훈련도 겸할 수 있었다. 상황에 따라 숫자를 늘리거나 줄이기도 하고, 항상 공격에 참여하는 프리맨을 설정해 연습하기도 했다.
이 연습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건 당연히 헨리 란스베리와 제이미 패터슨이었고 두 선수가 양 팀의 주축 역할을 했다.
나는 계속 두 선수를 칭찬하면서 보다 간결하게 플레이할 것을 주문했다.
“미리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면서 플레이하고, 본능적이며, 감각적으로 플레이하라고. 생각하고 난 다음에 플레이하면 이미 늦어!”
그리고 롱 카운터 공격과 함께 쇼트 카운터도 필요했다.
수비수가 공을 뺏어서 역습을 하는 롱 카운터와 달리 쇼트 카운터는 팀 전체가 라인을 밀어 올려서 높은 위치에서 공을 빼앗은 후 골을 노리는 공격 방식이다.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효과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 진영에서 상대 수비진이나 미드필더의 공을 빼앗아 골을 노리는 카운터다.
이 쇼트 카운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격수의 위치 선정이었다. 자기 편이 공을 뺏은 순간 바로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수비수의 압박으로부터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 2 대 1 연습을 통해 빠르게 압박하거나 압박을 벗어나는 연습을 했고, 3 대 3, 6 대 6 대인 방어 게임과 압박 게임도 병행했다. 이는 선수들이 압박하는 타이밍과 압박을 벗어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카운터 공격 방법 중 하나인 크로스도 매우 중요했다.
나는 골을 넣기 좋은 크로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크로스는 앞에 있는 수비수의 머리 위를 넘겨서 2미터 거리에 있는 동료에게 50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높이로 전달되도록 크로스하는 게 이상적이다.”
물론 말이 쉽지 이런 크로스를 날리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공격수, 좌우 미드필더, 좌우 측면 수비수들을 지속적으로 훈련시켜 이런 크로스를 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셋트플레이를 통한 득점이었다. 현대 축구에서 세트플레이를 통한 득점의 비중은 날로 증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U-21팀에는 세트플레이 능력치가 높은 선수가 없었다. 기존 선수 중에서 가장 능력치가 뛰어난 건 역시 헨리 란스버리로 코너킥이 12, 프리킥이 11이었다.
그래서 나는 헨리 란스버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셋트플레이 패턴을 연습시켰다.
그리고 나는 팀의 최고 유망주인 헨리 란스베리에게 남몰래 특수 능력을 부여했다. 그것은 바로 ‘키 플레이어’로 팀의 중심으로 출전하면 능력치가 상승하는 특수 능력이었다.
헨리 란스베리는 스타 기질을 타고난 선수로 경기를 자신이 중심이 되어서 풀어나가야만 직성이 풀리고 능력치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였다. 이미 능력치 자체가 노팅엄 포레스트 레귤러팀의 주전으로서 뛰어도 손색이 없었지만 제대로 성장하면 챔피언십 무대에서는 크게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선수였다.
내가 포인트 5000을 써서 헨리 란스베리에게 ‘키 플레이어’를 부여하자 그의 잠재 능력치가 79로 확장되었다. 79의 능력치를 모두 발전시키면 EPL 중하위권 클럽의 주전 한 자리는 충분히 차지할 수 있을 잠재 능력치였다. 5000포인트라는 큰 지출이 있었지만 헨리 란스베리는 그 정도 투자를 해도 아깝지 않을 유망주였다.
내가 U-21팀의 정식 감독이 되어서 처음으로 치르는 경기는 바로 로더럼 유나이티드 U-21팀과의 홈경기였다. 로더럼은 3부 리그인 리그 1에 머물고 있는 약팀으로 1884년에 설립된 팀이었다.
그러나 유러피언 컵을 2연패 한 노팅엄 포레스트와 1부 리그에 한번도 올라와 본 적이 없는 로더럼의 지명도 차이는 엄청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위상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사실 당장 노팅엄 포레스트가 몇 번 더 패배하면 강등당하여 다음 시즌엔 리그 1에서 로치데일과 순위 다툼을 할 판국이었으니까. 그래서 U-21팀의 수준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상대가 3부 리그 U-21 팀이라고 해서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U-21 팀의 경기는 주말에 경기하는 1군과의 일정이 겹치는 걸 피해 항상 수요일에 열렸다.
이번 경기는 노팅엄 포레스트의 홈 구장인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렸다.
감독대행이지만 감독으로서 내가 처음 치르는 공식전이었다.
경기가 있는 아침이었다.
나갈 채비를 마치고 방문을 나서니 식탁에 왠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비프 로스트와 구운 감자. 푸딩. 집에서 만든 파이까지.
“이게 뭔가요?”
주인 할아버지인 잭에게 물어보니 계면 쩍은 얼굴로 말했다.
“오늘이 감독으로서 데뷔전이라면서? 한번 만들어 봤어.”
이런 내숭쟁이 같으니라고!
맨날 지는 팀 뭐 하러 응원하냐면서 꽤 신경 쓰고 있었구나!
“감사합니다. 꼭 이기고 돌아올게요.”
나는 데뷔전 승리와 함께 조만간 맛있는 한국요리를 해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경기가 벌어지는 더 시티 그라운드.
최근 강등권으로 떨어진 레귤러 팀의 성적 때문인지 평소에도 많지 않은 관중이 더욱 적어진 상태였다.
얼마 안 되는 노팅엄 포레스트의 서포터들이 홈팀 응원석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을 술집으로 개조한 가게의 주인 아저씨도 보였다.
본부석엔 노팅엄 포레스트의 신임 감독인 스튜어트 피어스가 구단주인 알 하샤위와 함께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U-21팀 선수들 중에서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1군에 올려 테스트를 해볼 생각인 게 분명했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도 문제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어차피 1군 팀이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인 만큼 최선을 다해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하고 성장을 하도록 돕는 것이 U-21팀 감독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자, 나가서 맘껏 휘젓고 오라고!”
나는 그라운드로 뛰어드는 선수들의 선전을 독려했다.
로더럼 유나이티드 U-21팀의 선수 구성도 노팅엄 포레스트 U-21팀과 비슷했다. 만 18~20세인 어린 선수들과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노장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그 팀에 노팅엄 포레스트의 제이미 패터슨, 헨리 란스베리 같은 유망주들은 없었다.
두 선수가 팀의 공격을 이끌자 로더럼 유나이티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노팅엄 포레스트 U21팀은 두 선수가 3골을 합작하는 맹활약을 펼친 끝에 로더럼 유나이티드에 5 대 0 완승을 거뒀다.
나의 챔피언십 데뷔 경기는 그렇게 승리로 막을 내렸다. 포인트는 550점이 더해졌다.
그날 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 펍에선 나의 첫 승전을 축하하는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파티라고 해봤자 나와 마이크와 펍 주인 아저씨, 서포터즈 일부가 함께 맥주 한 잔 하는 자리였지만 오래간만에 타국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술 한 잔 걸치는 자리였다.
“자, 이 감독의 데뷔전 승리를 축하하며 치어 업! 오늘은 공짜야!”
펍 주인 아저씨가 한껏 기분을 내며 건배를 제안했다.
“고작 리저브 팀 승리인데 너무 오버하시는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야. 리저브 팀 승리는 승리가 아닌가? 근데 리저브팀이든 레귤러팀이든 5대 0으로
이긴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한 5년 만인가?”
서포터즈 회장의 말만 들어도 이 팀이 얼마나 죽을 써왔는지 알 수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앞으로 제가 키운 선수들이 노팅엄 포레스트의 전성기를 다시 가져올 겁니다.”
“좋아, 좋아. 이 감독만 믿겠어.”
영국의 펍은 11시까지 영업을 했다. 덕분에 한국처럼 고주망태가 되어 물불 못 가리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마이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승리한 것은 승리한 거지만 리저브팀 승리가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이크가 내 얼굴을 보더니 물었다.
“뭔가 걱정 있어? 얼굴이 왜 그래?”
“아마도 스튜어트 감독이 우리 선수들 다시 콜업하겠지?”
“그렇겠지. 너무 잘했으니까.”
“휴, 너무 잘해도 문제군.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