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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즈
작가 : 파란혜성
작품등록일 : 201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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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감독 교체
작성일 : 18-12-30     조회 : 313     추천 : 1     분량 : 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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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팅엄 포레스트 레귤러 팀은 이전과 다르게 공격적인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은 어웨이 경기일 경우 수비적인 4-4-2로 두 명의 중앙미드필더로 수비적인 성향의 선수를 기용하고,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을 최대한 억제했는데 본인의 목줄이 달린 경기이니 중앙 미드필더 중 한 자리에 라도슬라프 마예브스키를 기용하여 경기 조율을 맡기고 데이비드 본이 뒤를 받치게 했다.

 라도슬라프 마예브스키는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 선수로 170cm의 왜소한 체형이지만 개인기와 패스 14로 노팅엄 포레스트의 중앙 미드필더 중에선 좋은 편에 속했다. 선더랜드에서 임대해온 데이비드 본도 170cm의 작은 키에 개인기 14, 패스 16으로 패스 능력치는 노팅엄 포레스트 미드필더 중 최고 수준이었다.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은 두 발 빠르고 패싱력 좋은 중앙 미드필더 기용을 통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활발한 공격으로 많은 골을 넣을 생각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해. 중앙 미드필더로 똑같은 성향의 왜소한 두 선수를 기용하면 상대방의 거친 플레이에 말려들 위험이 있어. 주도권을 잡기는커녕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대패할 수도 있다고.’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이 무능한 감독으로 꼽히긴 해도 나름 경기 경험이 많은 감독인데 어째서 저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최후 통첩을 받고서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도박을 건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도박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확률이 낮은 도박이었다.

 

 “자기 딴에는 승부수를 던진 거겠지만 자충수가 되겠군.”

 내 말을 들은 마이크가 대꾸했다.

 “그러게. 마지막까지 친정 팀에게 큰 엿을 선사하고 가겠네.”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왜소한 중앙 두 미드필더, 라도슬라프 마예브스키와 데이비드 본을 상대하는 블랙풀의 중앙 미드필더 이사이아 오스본과 파리스 하룬은 둘 다 신장이 188cm에 달하는 장신 선수들이었고, 수비형 미드필더 제임스 윌리스가 10cm 더 작은 178cm였지만 역시 노팅엄 포레스트 선수들에 비하면 장신이었다.

 세 선수 다 기술적인 능력치는 노팅엄 포레스트의 미드필더들에 비하면 떨어졌지만 신체적 능력치와 피지컬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나 이사이아 오스본과 파리스 하룬의 몸싸움 능력치는 15로 고작 8과 10에 머무는 라도슬라프 마예브스키와 데이비드 본을 압도했다.

 

 “미드필더를 다 잡아먹히겠군.”

 예상대로 라도슬라프 마예브스키와 데이비드 본은 아무것도 못해보고 블랙풀의 미드필더들에게 압도당했고, 공중볼을 다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번번이 돌파와 패스를 허용하기 일쑤였다.

 

 ‘이거 엄청난 대패를 당하겠어.’

 아니나 다를까, 전반 20분 잭 로빈슨의 크로스가 골대를 맞고 나오자 블랙풀의 원 톱 스티븐 데이비스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전반 내내 계속 밀린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게 먹혔다 싶을 정도로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그래도 노팅엄 포레스트엔 내가 찍은 선수 중 하나인 제임스 패터슨이 있었다.

 왼쪽 미드필더로 기용된 제임스 패터슨이 센터 서클 부근에서 길게 찔러준 볼을 라픽 제부르가 가볍게 받아서 상대편 골키퍼를 제끼고 넣었다.

 

 골을 허용하고 7분 만에 동점골을 넣은 것이기에 노팅엄 포레스트에도 승리의 희망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빨리 중앙미드필더 구성을 바꾸고 역습 위주로 진행하라고!’

 나는 텔레파시라도 보내는 심정으로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을 향해 맘속으로 외쳤지만 노팅엄 포레스트 벤치에서 선수 교체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반에 선수를 교체하는 것은 자신의 전략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고, 또한 팀이 지금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저 똥고집이 자기 신세를 망친 거지.’

 

 예상대로 노팅엄 포레스트의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4분 후인 전반 31, 노팅엄 포레스트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스티븐 데이비스가 쇄도하는 이사이아 오스본에게 공을 밀어주자 골대로 돌진한 이사이아 오스본은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날려 골인했다.

 

 그리고 2분 뒤 이번엔 파리스 하룬의 찔러주는 패스를 받은 스티븐 데이비스가 골대 앞에서 논스톱으로 차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승부는 났어. 더 이상 볼 것도 없겠군.”

 마이크와 나는 홈팀의 연이은 골로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는 블룸필드 로드를 빠져나왔다. 중앙 미드필더를 교체한다고 해도 이미 기울어버린 전세를 뒤집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감독이 교체되겠지?”

 마이크의 질문에 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것을 강한 긍정이라고 생각한 마이크는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럼 누가 다음 감독이 될까? 고작 10경기 남았는데 강등권 탈출은커녕 꼴지가 되어 점점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거 같은데…. 이 상황에서 이 팀에 올 명장이 있을까?”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아냐? 대표이사와 보드진이 알아서 할 일이지.”

 마이크는 운전하다 말고 내 얼굴을 빤히 보며 말했다.

 “글쎄, 내 생각엔 전혀 예상 외의 인물을 감독으로 선임할 수도 있어. 이왕 이렇게 된 거 구단주도 도박을 하는 거지. 명장이 와서 강등을 시키나 무명 감독이 강등을 시키나 그게 그거잖아.”

 “뭔 소리야? 명장이면 그래도 강등을 막을 확률이라도 높지만, 무명 감독이면 100% 강등시킬 텐데 조금이라도 해볼 만한 사람을 뽑아야지.”

 “그건 무명 감독을 전혀 모를 때 하는 얘기고, 유능한 걸 잘 아는 무명감독이 현재 자기네 팀에 있다면? 한번 선임을 고려해 보지 않을까? 그것도 바로 얼마전 강등을 막아낸 사람이라면…?”

 “뭐? 그건 날 두고 하는 소리야? 꿈도 크다. 구단주가 머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나를 감독으로 선임하겠어? 이미 망친 시즌 완전 망치겠다고 맘 먹지 않는 이상.”

 “이미 망쳤으니까 도박을 할 수 있는 거지.”

 “됐다. 됐어. 리저브 팀 관리하기도 힘든데 갑자기 레귤러 팀이라니 나부터가 거절하겠어.”

 “어차피 리저브 팀 감독도 대행인데, 레귤러 팀 감독 대행을 못 하겠어? 내일 구단주가 부르면 면접 잘해 봐.”

 “하여간 꿈도 크다니까.”

 

 돌아오는 길에 어플로 확인하니 노팅엄 포레스트는 이후 4골을 더 먹고 한 골을 만회하여 7:2로 대패했다. 전반에만 이미 두 골을 넣은 스티븐 데이비스에게 한 골 더 먹어 해트트릭을 허용한 건 보너스였다.

 

 하숙집으로 돌아가니 주인 할아버지는 위스키를 들이키며 혼술을 하고 있었다.

 “뻑킹 풋볼, 뻑킹 노팅엄 포레스트.”

 말 한 마디 잘못하면 밤새 시달릴 것 같아서 조용히 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밤 노팅엄의 펍 곳곳에서는 홧술 퍼마시는 남자들이 많을 것 같았다.

 방 안에서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문제가 많고 위기에 빠진 팀을 맡아서 강등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나에겐 K리그 강등 전쟁에서 이겨낸 경험과 다른 이들의 축구 관련 능력을 볼 수 있는 능력, 또 특수한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물론 이것들을 잘 활용한다고 해도 이 팀을 강등시키지 않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이들보다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건 확실하고, 한국인, 아니 동양인으로선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구단의 감독이 되는 영예까지 얻을 수 있었다.

 이 경력은 내가 감독 생활을 계속하는 한 훈장처럼 따라다닐 명예였다.

 ‘그래, 욕심은 내지 않겠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피하진 않겠다.’

 만약 제안이 오면 수락하겠다고 결심했다.

 

 다음 날 역시 아카데미에 일찍 나가 이것저것 점검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Hello?”

 “Hi. Mr, Lee. 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시간 좀 내주겠소?”

 “누구신대요?”

 “노팅엄 포레스트 구단주 알 하샤위이오.”

 “네?”

 “제 번호를 모르시는군. 앞으로 통화할 일이 많을 듯하니 저장해 놓도록 하시오.”

 “아, 알겠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오늘 점심 어떻소?”

 “네, 괜찮습니다. 별다른 약속은 없습니다”

 “그럼 차를 보낼 테니 시내 레스토랑에서 만납시다.”

 “네네. 알겠습니다.”

 

 이 말을 마이크에게 했더니 마이크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 봐. 내가 뭐랬어? 브라더가 다음 감독 대행이 될 거라니까.”

 “아직 몰라. 그런 거 아닐 수도 있어.”

 “그럼 뭐야?”

 “리저브 팀 감독이니까 만나서 팀의 운영 방향을 같이 의논할 수도 있는 거 아냐?”

 “그런 걸 말하려면 진작에 했지. 왜 레귤러 팀 감독을 자르고 새 감독을 임명하려는 판국에 하겠어?”

 

 정말 그런가 싶나 하는 마음이 들긴 한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가슴 두근두근한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일을 하다가 자꾸 시계만 쳐다보는데 생각만큼 시간이 흘러 있지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11시 반쯤이 되어 알 하샤위 구단주의 벤츠 자가용이 왔다.

 

 난생 처음 타는 벤츠였다.

 자가용에 올라타니 운전사가 부드럽게 커브를 틀어 노팅엄 시의 다운타운으로 간다.

 

 운전사가 내려준 건물은 여지껏 가본 적 없는 최신식 고층 건물이다.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많은 노팅엄 시내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물이다.

 

 최신식 엘리베이터에 올라 레스토랑이 있는 층에서 내리니 웨이터가 대기하고 있다가 안내한다.

 

 알 하샤위 구단주는 정장을 입고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굿 에프터 눈.”

 내가 인사하니 알 하샤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와인도 한 병 주문했다.

 메뉴판을 언뜻 보니 내 일주일 주급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긴장 속에 맛도 못 느끼며 스테이크를 먹으며 알 하샤위 구단주의 질문에 답했다.

 알 하샤위는 나의 가족관계, 국가대표 시절 이야기, 한국에서의 코치, 감독 생활에 대해 질문했고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대답하려고 애썼다.

 

 우리 두 사람은 어느새 와인 한 병을 거의 다 마셨다.

 알 하샤위 구단주는 지금까지의 편안하고 가벼운 태도를 일순 바꿔서 정색을 하고 말했다.

 “미스터 리,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제 경기에서 레귤러 팀이 대패하면서 챔피언십 리그 최하위가 됐을 뿐 아니라 강등권 탈출에서도 한 걸음 더 멀어졌소.”

 그의 말대로 강등권 경쟁팀들이 모두 승리함으로써 노팅엄 포레스트와 경쟁팀들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게다가 패배를 해도 최악의 모양새로 5골 차 대패를 함으로써 감독 경질에 더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 노팅엄 포레스트 이사회는 임시 감독이었던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을 해임하고 리저브 팀 코치이자 감독으로 많은 성과를 거둔 당신을 노팅엄 포레스트의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하였소. 이 팀을 맡아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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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10화 스튜어트 피어스 12/30 312 1
11 9화 U21팀 감독 대행 12/30 326 1
10 8화 수비 강화 (1) 12/30 346 0
9 제8화 수비 강화 12/30 340 1
8 7화 베테랑 부활 2 12/30 324 1
7 6화 베테랑 부활 1 (1) 12/30 353 1
6 제5화 아카데미 12/25 325 1
5 제4화 노팅엄 12/25 306 1
4 제3화 영국에서 12/25 309 1
3 제2화 한국에서 12/23 309 1
2 제1화 특수능력 12/9 341 1
1 프롤로그 12/2 50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