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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즈
작가 : 파란혜성
작품등록일 : 201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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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제안과 승낙
작성일 : 18-12-30     조회 : 335     추천 : 1     분량 : 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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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해서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정말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자 놀라지 않을 수 없긴 했다.

 아무리 팀이 어렵다고 해도 축구의 불모지인 동양에서 온 무명 코치에게 레귤러 팀 감독을 맡기다니….

 하긴 알 하샤위 구단주도 동양에서 온 사람이고, 특히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계속 본 쿠웨이트 출신이어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기는 해도 이사진 중에 보수적인 성향의 임원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설득이 됐는지 궁금하긴 했다.

 

 얼떨떨했지만 크게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잉글랜드에 건너올 때 언젠가 이런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상상은 했으니까.

 다만 그 시간이 너무 빨리 왔을 뿐.

 

 “네. 한 번 해보겠습니다.”

 

 내가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이자 알 하샤위는 조금 놀라는 듯했지만 이내 반겼다.

 

 “굿. 그럼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이런 곳에서 바로 조건을 내미는 건가?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 레귤러 팀은 챔피언십 꼴지요. 생존권과는 6점 차, 강등권 다른 팀과는 3점 차라 기적이 아니면 강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오. 그래서 계약 조건은 1년 3개월. 강등되어도 리그 1에서 레귤러 팀을 맡아주길 바라오.”

 

 1년 3개월이면 예상보다 훨씬 호조건이다.

 그저 10게임 맡겼다 강등당하면 자를 줄 알았는데….

 

 “하지만 리그 1에서의 성적이 좋지 않거나, 챔피언십에서 남은 경기의 성적이 너무 나쁘면 계약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소.”

 

 그러니까 어차피 성적이 나쁘면 자르겠단 소리잖아?

 하긴 감독이란 자리가 언제나 성적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지. 감독의 숙명 아니겠어?

 

 “좋습니다. 그 정도야 당연히 각오하고 있습니다.”

 

 “좋아. 이 감독의 주급은 이전 주급의 5배인 6,000파운드가 될 것이오.”

 

 6,000파운드라고?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국돈으로 하면 900만 원 정도 되는 돈이다.

 그러니까 한 달에 4,000만 원. 1년이면 6억 원.

 역시 대한민국에서 감독 대행으로 받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때는 코치 월급에서 조금 더 성과급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잉글랜드에선 어마어마한 세금이 붙는다는 것. 대략 42%의 세금이 붙으니 실제로는 3억 5천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는 얘기다.

 물론 그건 내가 감독으로서 계속 목숨을 이어나갈 때의 얘기다.

 

 “감독으로서 낮은 주급인 건 맞소. 하지만 강등을 모면할 경우 200% 인상함은 물론이고 별도의 성과급을 주겠소.”

 

 역시 기름국 갑부답게 화끈하군.

 사실 난 이런 조건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실력으로 입증하면 되지 다른 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돈이야 성과를 거두면 따라오는 것 아닌가?

 

 “연봉은 얼마를 주시든지 별 상관 없습니다. 다만 리저브 팀 운영은 어떻게 됩니까?”

 

 알 하샤위는 내가 돈 문제에 초연한 태도를 보이자 약간 놀랍다는 표정을 짓더니 나의 질문에 답했다.

 

 “그 부분도 생각했지만 시즌 종료까지 시간이 너무 없소. 지금 시점에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고…. 면목이 없지만 마이크 코치가 리저브 팀 감독 대행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팀의 통일성과 연속성을 위해서도 그렇고….”

 

 맞는 말이다. 당장 강등이 유력한 팀에 누가 코치로 오겠나 생각해 보면 당연한 얘기다. 어찌 될지 모르지만 내가 감독으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제대로 된 리저브 팀 감독을 임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마이크 코치가 저를 보좌해야 하긴 하지만 충분히 일인이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우를 확실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이크 이 녀석, 안 그래도 바쁘고 피곤해 죽겠다고 난리인데 진짜 과로사할지도 모르겠군.

 

 “좋소. 그 부분은 확실히 배려하겠소. 그럼 발표는 빠를수록 좋으니 내일 바로 하겠소. 계약서는 그때 사인하는 걸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알 하샤위와의 면담은 그렇게 끝났다.

 설마 하면서 나간 자리였는데 그렇게 모든 게 일사천리로 결정되니 얼떨떨해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하지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이제는 진짜 생존 경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팀을 생존시켜서 내가 살아남느냐, 아니면 강등시키고 나도 퇴출되느냐의 전쟁이 시작됐다.

 

 알 하샤위의 벤츠를 타고서 아카데미로 가는 길에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브라더, 어떻게 됐어?”

 “하기로 했어.”

 “그것 봐! 내가 뭐랬어?”

 “자세한 건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근데 레귤러 팀 전력 분석해 놓은 거 있지?”

 “물론이지. 이미 다 준비해 놨다고.”

 “허 참.”

 

 이래서 내가 녀석을 신뢰한다니까.

 

 사무실에서 나와 마이크는 전력분석 자료를 놓고 함께 의논을 시작했다.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은 4-4-2 전술을 주로 썼어.

 주전 골키퍼로는 칼 다로우, 중앙 수비수는 켈빈 월슨과 잭 홉스, 좌우 풀백은 곤잘로 자라와 크리스 코헨, 중앙 미드필더로 앤디 리드, 데이비드 본, 좌우 미드필더로는 제이미 패터슨과 자멜 압둔, 중앙 공격수로는 라픽 제부르와 사이먼 콕스를 베스트 일레븐으로 기용했지.”

 “저번 블랙풀 전에 나온 선수들이 베스트 일레븐이라고 보면 되겠군.”

 “그렇지, 중앙 미드필더로 앤디 리드 대신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라도슬라프 마예브스키를 기용했다가 미드필드를 완전히 장악당하면서 대패하고 만 거지.”

 “앤디 리드도 키는 작잖아?”

 “키가 작아도 체격이 단단해서 좀처럼 몸싸움에 밀리지 않는다고. 아일랜드 대표로 27경기나 출장했을 정도로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친구고.”

 “그렇군. 중앙미드필더로 이 친구 이름은 적고 시작해야겠군.

 그런데 자네가 보기에 노팅엄 포레스트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은 어디야?”

 “아무래도 왼쪽 풀백이야. 레프트 백인 댄 하딩이나 에릭 리카이의 실력이 떨어져서 주장 크리스 코헨을 대신 기용하는데, 크리스 코헨은 활동력과 지구력이 좋아서 중앙 미드필더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거든.

 팀의 주장으로서 좀 더 활약할 수 있는 포지션이기도 하고. 그런데 워낙 왼쪽 수비가 약하다 보니 그쪽 땜빵하느라고 미드필더로 기용되지 못하고 있어. 팀은 물론이고 본인에게도 마이너스인 상황이지.”

 “그렇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럼 말이야. 혹시 자유계약 선수 중에 레프트 백으로 괜찮은 선수가 있는지 좀 알아봐 줄 수 있어?”

 “뭐? 설마 팀 없는 선수를 데려오려고?”

 “현재로선 팀을 보강하려면 그거밖에 방법이 없잖아?”

 

 EPL은 여름과 겨울 두 번의 이적 시장이 열린다. 그때는 팀 간 선수 판매는 물론이고 소속팀과의 계약이 끝난 자유 계약 선수의 영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적 시장이 닫힌 후. 3월 말까지는 자유 계약 선수의 영입만이 가능하다. 물론 시즌 막바지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아직까지 팀을 못 구한 선수 중에 좋은 선수가 과연 있을까 싶지만, 은퇴를 앞둔 선수 중에서 의외의 보석이 남아 있을 수도 있었다.

 

 “흐음. 그래 한번 알아볼게.”

 “기왕 알아보는 거 레프트백에 한정하지 말고 여기저기 알아보라고. 한두 명 정도는 더 영입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무슨 선수 스카우터야? 레귤러 팀 감독이 됐으니 팀의 스카우터들을 활용하지 그래?”

 “시간이 너무 촉박하잖아? 1주일밖에 안 남았다고.”

 “그래도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 정보통이 있어서 괜찮은 선수들을 물어올지 몰라.”

 “그래, 내일 취임한 후에 한번 의뢰해 보지.”

 사실 노팅엄 포레스트 내 유망주들을 봤을 때 팀 내 스카우터들의 능력은 의심스러웠다.

 아니 사실 나의 특수능력으로 팀의 스카우터들을 한번 스캔해 봤을 때 이미 별 볼 일 없다는 걸 한눈에 간파했다.

 그래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단 한 명의 선수도 아쉬운 나로서는 그들의 능력과 인맥에라도 기대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존 선수들과 이번에 이적해 온 선수들 간의 불화가 심각하다고 하던데?”

 “맞아. 구단주가 수백 억을 쏟아부어 대대적으로 선수단을 보강하면서 많은 선수들이 떠났고

 그나마 남은 선수들은 후보로 밀려서 불만이 많아. 그래서 두 파벌 간에 알력이 끊이지 않고 주장인 크리스 코헨이 중간에서 중재하려고 애쓰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하더군.”

 “하나로 똘똘 뭉쳐도 시원치 않을 판에 서로 싸움박질이라니, 강등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강등권 탈출은 어려울지 몰라.”

 “글세, 과연 방법이 있을까? 근데 말썽을 일으키는 선수들이 누구야?”

 “내가 파악한 바로는 기 무시, 라도슬라프 마예브스키, 제이미 매키, 덱스터 블랙스톤, 데이비드 본. 이 다섯 선수가 특히 불만이 많다더군.

 내가 말한 대로 지난 시즌까지 주전으로 뛰다가 후보로 밀려난 선수들이야.”

 “그렇군.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겠어.”

 

 나와 마이크는 밤늦게까지 선수들에 대해 분석하고 대책을 준비했다.

 마이크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노팅엄 포레스트 레귤러 팀의 골키퍼들, 특히 칼 다로우는 볼 핸들링과 페널티 박스 장악력이 좋아. 반사신경도 뛰어나고. 중앙수비수들도 수비 위치 선정이 좋지만 대인마크 능력은 떨어지고 민첩성과 순간 속도도 느려. 중앙 미드필더들은 체격이 작아서 몸싸움에 취약하고 개인기와 패스 능력은 뛰어나지만 창의력은 떨어져. 공격수들의 체격이 좋아서 몸싸움도 잘하는 편이지만 골결정력은 많이 떨어질뿐더러 결정적인 순간에 승리를 가져올 해결사가 없어. 전체 평균 연령이 20대 후반이라 챔피언십 평균보다 많이 높고 그래서 선수들의 체력도 좀 떨어지는 편이야.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내세울 만한 유소년 유망주가 없다는 점이지. 유소년 유망주뿐만 아니라 선수 구성도 문제가 많아. 몸값과 주급은 비싼데 제대로 활약하는 선수가 없어. 스카우트 팀이 책임져야 할 문젠데…. 문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거지.”

 

 “그걸 잘 아는 사람이 나더러 팀의 스카우트들을 활용하라고 해?”

 “그래도 없는 거보단 낫잖아?”나는 손사래를 쳤다.

 “됐어. 됐어. 그 문제는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고. 우선 선수들을 어떻게 융화시킬지부터 생각해 보자고.”

 “그래, 그건 참 어려운 문제지.”

 “당장 확 떠오르는 방법은 없군. 당장은 선수 기용 폭을 넓히고 공통의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수밖에….”

 “그것도 그거고 프로선수들의 자존심을 확 건드는 건 어때?”

 “무슨 얘기야?”

 “지금 레귤러팀과 리저브팀이 붙으면 누가 이길 거 같아?”

 “글세, 레귤러팀이 당연히 우세하긴 하지만, 훈련 상태가 저 모양이고, 팀 간에 불화도 심하면….”

 “그래, 한번 자기들끼리 베스트 11 짜서 한번 나와보라고 해. 브라더가 리저브팀에게 작전을 잘 짜주면 이기진 못해도 비기는 건 가능하지 않겠어?”

 “이게 무슨 PC게임인 줄 알아?”

 “하지만 해볼 만하잖아?”

 “글세, 어쨌든 레귤러 팀과 리저브 팀의 연습 경기는 해볼 만하지.”

 “그래, 한번 붙여보자고.”

 

 그렇게 취임도 전에 노팅엄 포레스트 레귤러 팀과 리저브 팀의 연습 시합은 결정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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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12화 기초부터 다시 12/30 331 1
13 제11화 공격 전술 12/30 339 1
12 제10화 스튜어트 피어스 12/30 312 1
11 9화 U21팀 감독 대행 12/30 326 1
10 8화 수비 강화 (1) 12/30 346 0
9 제8화 수비 강화 12/30 340 1
8 7화 베테랑 부활 2 12/30 324 1
7 6화 베테랑 부활 1 (1) 12/30 353 1
6 제5화 아카데미 12/25 325 1
5 제4화 노팅엄 12/25 306 1
4 제3화 영국에서 12/25 309 1
3 제2화 한국에서 12/23 309 1
2 제1화 특수능력 12/9 341 1
1 프롤로그 12/2 50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