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와의 어웨이 더비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노팅엄 포레스트는 잔류권인 21위로 올라갔다.
21위였던 밀월이 위건에게 2대 1로 패배하면서 노팅엄 포레스트와 같은 승점인 43점이 됐지만 골득실에서 압도적으로 앞선 노팅엄 포레스트가 21위가 된 것이다. 23위였던 여빌도 승리를 거두며 역시 43점이 됐지만 골득실에서 1점이 뒤져 22위가 된 것이다.
팀을 맡은 지 네 경기 만에 강등권 탈출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세 팀의 승점이 같고 골득실차에서 순위가 갈릴 정도로 차이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바로 윗 순위인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하여 셰필드 웬즈데이를 끌어내리고 올라간다면 이후 강팀들과의 대결에서 승점을 많이 따지 못해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셰필드 웬즈데이와이 어웨이 경기가 무척이나 중요했다.
《더 풋볼 리그 페이퍼》의 숀 블랙월 기자가 훈련장을 방문했다.
“지난 레스터시티 전에서 노팅엄 포레스트 선수들은 매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는데요. 이번 경기에서도 그런 경기력이 또 나올 수 있을까요?”
나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사령탑이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지난 경기를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강등권을 탈출하는 성과까지 거뒀습니다. 또 더비전에서 승리하는 과외 수입까지 얻었고요. 다음 경기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나의 인터뷰가 선수들에게 어떤 효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한편 전임 감독이었던 스튜어트 피어스는 신문 기고를 통해 셰필드 웬즈데이의 글렌 루벤스를 조심하라고 썼다. 글렌 루벤스는 셰필드의 주전 중앙 수비수로 190cm의 당당한 체격으로 상대 공격수를 요리하는 수비수였다. 승리하려면 노팅엄 포레스트의 선수들이 글렌 루벤스를 뚫고 많은 골을 넣어야 했다.
쉐필드 웬즈데이의 홈구장인 힐스브로우에서 4월 8일 화요일 저녁 8시에 20위와 21위 팀의 혈전이 벌어졌다.
초반부터 활발한 공격을 펼친 노팅엄 포레스트는 전반 10분 오른쪽 미드필더 제이미 패터슨과 라픽 제부르가 2 대 1 돌파하여 제이미 패터슨이 다시 준 공을 라픽 제부르가 강하게 골대 안으로 차넣었다.
승리를 갈망하며 원정 응원 온 노팅엄 포레스트 응원단 쪽에서는 난리가 났다.
기세를 이어 15분 사이먼 콕스가 헨리 란스버리의 슛이 골키퍼 맞고 튀어나온 것을 다시 집어넣었지만 오프 사이드 판정이 났다.
아쉬워하며 다시금 공격의 고삐를 재촉하는데 셰필드 웬즈데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반격의 선봉에는 아스널에서 임대 온 스트라이커 베닉 아포브가 있었다. 순간 속도 15에 주력 14, 빠른 발을 이용해 역습을 펼친 아포브는 전반 27분경 노팅엄 포레스트 수비진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2 대 1패스로 수비 진영을 돌파하여 골키퍼와 1 대 1 상황에서 슛을 날렸다.
거미손 칼 다로우가 간신히 옆으로 쳐내서 코너킥을 만들었지만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키에런 리의 크로스를 다이렉트로 때려 바로 동점골을 넣었다.
이후 상황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두 팀 다 비기면 끝장인 상황이라 수비진을 바짝 끌어올려 공격을 강화했고, 좋은 찬스를 여러 번 만들었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상대 골키퍼에게 막히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런데 반전의 찬스가 후반 35분에 찾아왔다.
나는 경기 내내 부진했고 옐로 카드까지 받은 사이먼 콕스 대신 덱스터 블랙스톤을 투입했다.
교체 카드 세 장 중 마지막 카드였다.
그런데 라픽 제부르의 패스를 받은 덱스터 블랙스톤이 셰필드의 마지막 수비수인 오구치 온예우를 제치고 돌파하는 순간 오구치 온예우가 강한 태크를 가해 결국 덱스터 블랙스톤이 잔디 위를 뒹굴게 되었다.
심판은 지체없이 옐로카드를 꺼냈다.
오구치 온예우는 이미 전반에 옐로카드를 받은 바 있었기에퇴장 당할 수밖에 없었다.
노팅엄 포레스트가 수적 우위를 점하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덱스터 블랙스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 무릎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부상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상태를 보러 갔던 팀 닥터도 손으로 엑스자를 그려 보이며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 씨 미치겠네! 떠먹여 주는데 왜 먹지를 못 하니! 왜!’
교체 카드를 다 써버려서 상대방의 퇴장으로 조성된 유리한 상황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셰필드 웬즈데이도 이미 교체 카드를 모두 써 버려서 수비수를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셰필드 웬즈데이 역시 승리가 급한지라 미드필더를 내리지 않고 3-4-2 진형으로 남은 경기를 뛸 요량으로 나왔다.
‘왔다. 승리할 수 있는 찬스가 왔다!’
상대가 미드필더를 내려서 수비를 강화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맞불로 나오자 승리의 여신이 노팅엄 포레스트를 향해 미소 짓기 시작했다.
83분 상대 왼쪽 측면을 돌파한 헨리 란스베리가 크로스를 올려주자 라픽 제부르가 받아서 강하게 골대 왼쪽을 향해 찼다.
2 대 1로 앞서 나가면서 셰필드 웬즈데이를 챔피언십 리그 순위에서도 1점 차로 앞서나갔다.
그리고 87분, 두 번째 골과 유사한 과정으로 헨리 란스베리가 밀어준 스루 패스를 라픽 제부르가 강하게 찼는데 상대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가 쳐낸 공이 하필이면 교체로 들어간 라도슬라프 마예브스키 앞에 떨어졌다.
라도슬라프 마예브스키는 왠 떡이냐 싶어서 낼름 주워먹었다.
3 대 1!
완벽한 쐐기골을 넣으며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추월한 것을 다시금 확인사살하였다.
경기는 그렇게 끝났고 승리한 노팅엄 포레스트 선수단은 원정 응원 온 팬들 앞에 가서 함께 응원가를 부르며 기뻐했다.
그리고 벤치로 알 하샤위 구단주가 찾아왔다.
“이 감독, 훌륭한 경기였소. 강등권 탈출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선수단에게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겠소.”
“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축하하기엔 이르다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앞으로 만나야 할 팀들은 모두 우리보다 순위가 높은 강팀들입니다. 특히 다음 경기인 번리 전은 반드시 이겨야 할 더비 팀이기 때문에 축하와 보너스는 그때까지 보류해 두셨으면 합니다.”
“그렇군. 알겠소. 그때 이기면 두 배로 주겠소.”
셰필드 웬즈데이 전을 승리함으로써 노팅엄 포레스트는 승점 46점으로 챔피언십 20위에 올랐다.
셰필드 웬즈데이는 승점 45점이었고, 홈에서 입스위치와 비긴 여빌은 승점 44점이었다. 왓포드에게 지면서 3연패에 빠진 밀월이 43점으로 23위, 더비와 비긴 미들즈브러가 39점으로 24위로 처졌다.
현실적으로 미들즈브러는 사정권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지만 여빌과 밀월은 한 경기만 져도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밀월보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골득실이 월등히 좋아서 사실상 승점 4점 차고, 다음다음 경기가 밀월과의 홈경기라는 점이었다.
만약 번리와의 홈경기를 이기고 밀월까지 잡는다면 밀월도 사정권 바깥으로 떨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그 4위 번리를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1882년 설립된 번리는 승점 64점으로 6위 Q.P.R과 승점이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뒤져 7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승격 플레이오프의 마지노선인 6위를 차지하고 노팅엄 포레스트를 강등권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게 분명했다.
번리의 감독은 션 다이체 감독으로 왓포드 감독을 거쳐 번리 감독을 맡고 있었다.
번리의 핵심 선수는 미드필더인 마이클 카이틀리로 스토크시티에서 임대온 선수인데 이번 시즌 4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었고, 또다른 미드필더 데이비드 존스는 5골 1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었다. 두 선수를 어떻게 막느냐가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 분명했다.
포메이션은 4-4-2였고, 공수간의 균형이 잘 맞는 팀이었다.
다만 패스 성공률이 떨어지는 점이 최대 약점이었다.
결국 미드필더에서의 압박을 통해 상대 패스를 많이 인터셉트해서 골을 노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여러 가지 압박 패턴을 선수들에게 연습시켰다.
레스터 시티와 셰필드 웬즈데이 전의 연승으로 사기가 크게 오른 선수들은 나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준비하는 중에 번리와의 결전의 날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 나오는데 주인 아저씨가 불렀다.
“미스터 리.”
“네. 선생님.”
“번리 전은 꼭 시원하게 이겨주게나. 그놈들한테 지면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이야. 이건 내 성의야.”
그것은 정성스럽게 만든 샌드위치였다.
“감사합니다.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2013년 4월 11일 토요일.
가랑비가 내리는 시티 그라운드에선 번리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출전 선수 명단을 제출하기 전 나는 고민에 빠졌다.
투 톱 중 한 명인 사이먼 콕스가 8경기째 골이 없었다.
“사이먼 콕스를 출전 명단에서 빼야 할까?”
마이크에게 물으니 마이크는 고개를 젓는다.
“지난 경기에서도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어.
내 감을 믿고 한번 더 기용해 보는 건 어때?”
“이번 경기 진짜 중요한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 한번 속아보지.”
승격과 강등이 걸린 경기답게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전력상 우위에 있는 번리가 어웨이 경기인데도 맹공을 가했다.
총 슈팅이 14번에 유효 슈팅이 7번이며 완벽한 득점 기회만도 다섯 번이었지만 그때마다 노팅엄 포레스트의 골키퍼 칼 다로우가 거미손을 과시하며 번번이 막아냈다.
전반전이 끝나고 나는 선수들에게 말했다.
“이 경기를 이기면 잔류 가능성은 50% 이상이 된다. 게다가 절대 질 수 없는 상대지 않은가?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승리를 거두고 와라.”
그리고 마침내 찬스가 왔다.
79분, 사이먼 콕스가 번리 진영 왼쪽을 돌파하다가 상대 수비수인 제이슨 샤크렐에 걸려 넘어졌다.
프리킥 상황에서 마커스 투가이가 크로스를 날렸고 패널티 박스 외곽에서 그 공을 받은 고미스가 패널티 박스 중앙에 있는 패터슨에게 짧은 패스를 줬다. 패터슨은 지체 없이 프리 상태로 있던 사이먼 콕스에게 패스했고, 사이먼 콕스가 강한 슛을 날렸다.
경기를 보러 온 노팅엄 포레스트의 팬들이 모두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다.
기쁨의 외침이 시티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번리의 필사적인 공격을 모두 막아낸 노팅엄 포레스트는 결국 1 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심판이 종료 휘슬을 불자 팬들이 모두 나와 사이먼 콕스의 이름을 연호하는 가운데 나는 결정적인 수훈을 세운 칼 다로우를 격려했다.
“자네의 선방 덕분에 이겼다.”
승리의 함성이 시티 그라운드에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