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끝이 아니다.
톡, 톡.
치현은 오래전 교육 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자연사부터 살인까지, 모든 종류의 죽음을 처리하는 행정절차와 접근방법에 관한 교육 때 교관이 한 말이었다. 맞는 말이다. 정말로.
톡.
심문실의 에어컨이 차가운 냉기를 뿜어냈다. 청소하지 않은 필터에서 나오는 먼지와 축축한 곰팡이 냄새. 4월에 에어컨이라. 누군지는 몰라도 아주 단단히 작정을 한 모양이다. 에어컨의 맞바람을 피하고 싶었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강제로 맞춘 갈비뼈 자리가 찢어지는 듯 했다.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피로가 몰려왔다. 치현은 눈을 감았다.
톡톡톡.
서로 복귀할 때, 치현은 철민 대신 팀장 유승태와 함께 차를 탔다. 팀장은 어쩌다가 그렇게 됐느냐, 제정신이냐 따위의 말을 하지 않았다. 치현은 그 침묵의 저의를 알았기에 더욱 입을 열 수 없었다.
팀장은 평소대로였다. 자식이 둘에 배도 나온, 진급 따위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긍지로 삼은 사람.
팀장은 치현이 차에서 내리기 직전에 입을 열었다.
“뒤는 걱정마라.”
톡, 토톡, 톡, 톡.
“이치현 경장?”
치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제법 살집도 있고, 연륜도 느껴지는 중년의 사내가 서있었다. 그는 활짝 웃고 있었지만, 치현은 긴장을 풀지 못했다. 눈이 웃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누굴까. 가끔 마주치던 서 감찰관이 아니었다.
“피곤하신가보네. 아, 앉아계세요. 우리 구면이죠?”
“처음 뵙습니다.”
“아 실수. 어디서 뵌 거처럼 친숙하게 느껴져서.”
사내가 자신의 명함을 주었다. 감찰관 주인태. 본청 소속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았고, 초동 보고서는 아직 작성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서를 건너뛰고, 본청에서 바로 내려온다고? 기분 나쁜 감촉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인적사항 확인은 간단하게 끝났다. 치현은 감찰관의 질문에 대비했다. 하지만 주인태의 질문은 치현의 예상과 달랐다.
“형수파, 맞죠? 이번에 급습했던 불법 도박장 운영 주체가.”
거슬러 올라가도 너무 거슬러 올라갔다. 혹시 나름의 압박전술인걸까. 치현은 감찰관의 냄새를 맡았다.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을 애처롭게 연기하고 있는 겉모습과는 달리, 짜증과 분노, 확신의 냄새가 났다. 도대체 뭘 확신하고 있으며, 무엇에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있는 걸까. 조심스럽게, 살살 피하면서 가야
뒤는 걱정마라.
“이치현 경장?”
“네 맞습니다.”
“언제부터 수사를 시작했습니까?”
“올 초, 그러니까 2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오늘까지 꼭 2달이 걸렸네요. 원래 이정도 걸립니까, 아니면 평소보다 더 시간이 걸린 겁니까?”
“통상적인 수사보다는 빠르게 진행된 축입니다.”
대화를 거듭할수록, 감찰관의 냄새는 가뭄 때의 멧돼지만큼이나 독해졌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형수파는 언제든지 전부 낚아 올릴 수 있는 흔하디흔한 조폭들에 불과했다. 잡기도 쉬우니, 살도 적고, 그래서 썩을 것도 적은 송사리들. 감찰관이 확인할 건더기도 없다.
딸깍.
“사망한 용의자, 그러니까 이름이?”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김원규. 김, 원, 규.”
감찰관은 기대하고 있었다. 그의 냄새가 진심을 말했다. 어차피 서로 알거 다 아는데, 피곤하게 질질 끌지 말고 여기서 끝내죠? 치현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아주 거슬리고, 시끄러운 냄새다.
딸깍.
“전에 들어보거나, 만난 적 있나요?”
“없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딸깍딸깍딸깍딸깍. 감찰관은 신경질적으로 볼펜을 눌러댔다. 그는 더는 웃음을 연기하지 않았다. 얼굴 근육이 풀리자, 살덩이가 내려왔다. 살 속에 파묻힌 감찰관의 가느다란 눈이 치현을 노려봤다. 투구를 쓴 기병이 떠올랐다.
돌격이 시작되었다.
“그러시구나, 그러시네. 그러시구만. 김원규 쫓아갈 때 왜 혼자 가셨죠?”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근거는? 그냥 나가는 손님일수도 있었을 텐데.”
“돈 가방을 들고 나가는 것을 보았기.”
“돈 가방이라는 건 어떻게?”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럴 거라고 짐작했다는 말입니다.”
“이 경장님은, 누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공사장 안으로 도망치는, 모르는! 사람을 짐작, 짐작만으로 쫓아갈 정도로 용감한 분이시네. 이야, 대단해. 정말로. 어떻게 잡았어?”
“제 달리기가 용의자보다 빨랐습니다.”
감찰관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할 때마다, 분노의 냄새가 났다. 저런, 나름 회심의 농담이라고 던진 건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나보다. 하지만 괜찮다. 던질 질문이 많은 그처럼, 나도 던질 농담이 많이 있으니까.
똑똑. 누가 문을 두드렸다. 주인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치현은 그의 냄새가 초조해지는 것을 감지했다. 심문실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검은 덩어리 두 개가 움직였다.
딸깍.
“김원규가 가지고 나왔던 돈 가방 중에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언제 알았죠?”
“처음 듣습니다. 쫓던 와중에 쿵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때는 그 소리에 신경을 쓸 경향이 없었습니다.”
“찾아볼 생각은 안했고?”
“용의자를 체포하느라 경황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 맞다. 체포과정. 깜박할 뻔했네. 이게 중요한데. 돈 가방 정도야 아직 못 찾은 것뿐이지 찾는 건 시간문제니까. 그래, 저항이 꽤 심했나 봐요?”
감찰관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더니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보고서를 읽고 있는 것처럼, 그의 표정은 다양하게 변했다. 대충 아이고오, 세상에. 쯤 되는 표정이었다. 치현은 감찰관의 연기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짐 캐리 저리가라다.
“그래도 그렇지. 이거 완전. 어휴. 손가락이. 꼭 누가 꺾은 거 같네.”
과장된 연극 톤의 대사가 시놉시스처럼 다가왔다.
‘돈 가방이 없어지고,
용의자의 몸에는 고문으로 보이는 흔적이 남아있다.
그리고 현장에는 오직 한명 뿐.’
이가 꿈틀거렸다. 치현은 입가를 만지작거렸다.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느껴졌다. 당연한 일이다. 오늘,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와 충돌했고, 자초지종을 알 수 없는 의심과 분노에 시달리고 있다. 평소라도 참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물며... 선을 넘을 뻔 했던 오늘은 어떻겠는가.
“용의자가 갑자기 전화를 걸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전화요? 어디로? 뭐라고 말했지?”
치현은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감찰관은 탐욕스럽게 받아먹었다.
“번호는 제대로 보지 못 봤습니다. 대신 뭐라고 말하는지는 확실히 들었습니다. 연정이라고 하더군요.”
“연정? 그거 뿐?”
“네.”
감찰관은 황급히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머리 좀 아플 것이다. 사람 이름 같기도 하고, 줄임말 같기도 하고, 단어 같기도 하고, 지명 같기도 하니까. 아무렴 어떠랴. 흔적만 잘 남기면 그만이지.
똑똑.
“감찰관님? 잠깐 확인하셔야할 것이 있습니다.”
명찰을 보니 주인태와 함께 온 직원이다. 그는 마지못해 심문실에서 나왔다. 잠시 후, 벌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서로 언성을 높이며 말싸움하는 소리. 한참 이어지던 소음은 갑자기 뚝 끊겼다.
그리고 감찰관이 돌아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급하게 확인할 것이 생겨서. 일단 청취는 이쯤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감찰관은 철민과 함께 들어왔다. 감찰관은 밤새 들러붙을 기세였다. 그런 그가 일단 물러난다는 것은, 동료들이 오밤중에 발품을 열심히 팔았다는 뜻이다.
“이제 조사는 끝난 겁니까?”
“글쎄요. 몇 번 형식적인 절차가 남긴 했는데, 사실상 끝난 거라고 봐도 괜찮을 겁니다.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명함을 유심히 보는 척했다. 저 작자의 얼굴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일로 놀라기도 하고, 피곤하셨을 텐데, 침착하게 조사에 협조해주셔서 저도 참 편했습니다.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만 임해주시면 남은 일도 빨리 끝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만.”
그는 인상적, 이라는 말을 할 때 유달리 힘을 주었다. 그 어조가 치현의 신경을 또다시 건드렸다.
“감찰관님은 정말 빨리 끝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철민은 깜짝 놀랐고, 감찰관은 웃었다.
“그럼요.”
거짓말. 감찰관의 냄새는 이미 확신으로 가득 찬지 오래였다. 단둘이 남게 되자, 철민은 치현을 질책했다.
“분위기 좋았는데 왜 괜히 긁고 그래? 본청 감찰관한테 찍혀서 뭐 좋을 일 있다고.”
“어차피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마음이 바뀔 사람이 아닌 거 같던데요.”
“또 삐딱하게 굴긴. 마음을 바꾸든 뭘 하든 말든 지가 어쩔 거야? 꼬투리 잡으려고 해도 잡힐 것도 없어. 도망치다가 제풀에 쓰러지는 놈들이 어디 한둘이야? 네가 그렇다고 눈깔 뒤집어져서 쥐어 팰 놈도 아니고. 평가 때문에 괜히 들쑤시는 거야. 신경 쓸 필요 없어. 제 풀에 떨어져나갈 거야. 사곤데 어쩌라고.”
철민은 단언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이 어떤지를 아는 치현은 철민의 위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화제를 돌렸다.
“어떻게 알고 본청 감찰관이 내려왔을까요. 초동 보고서도 아직 안 만들어졌을 텐데.”
“뻔하지. 진급에 눈 뒤집힌 새끼 하나 있잖아. 그 새끼가 잽싸게 물어다 바친 거겠지. 그게 아니면 본청 감찰관이 무슨 재주로 이렇게 날아왔겠어. 그 씨발 놈.”
철민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진급에 눈 뒤집힌 새끼. 수사과의 최현식 경정을 부르는 말이다. 강력 1팀의 직속상관이긴 했지만, 그는 부하들에게 평판이 좋지 못했다. 아래는 뭉개고, 위는 핥는 행실 탓이다. 치현의 입이 써졌다.
철민은 분위기를 바꿀 겸, 치현에게 농담을 던졌다.
“하여튼 너무 신경 쓰지 마라. 그나저나 오늘 당직인데, 할 수 있겠냐? 빼줄까? 다음에 갚으면 되는데. 당직~ 당직~ 당직머니.”
“아뇨. 괜찮습니다.”
“다행이네. 안 그래도 다들 오밤중에 돌아다니면서 기름 값 장난 아니게 들었는데, 당직까지 빼먹어 봐. 하여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어딜 건방지게 후배가 말이야, 선배들을 부려먹어?”
“훌륭한 사수한테서 배워서 그렇습니다.”
철민은 치현의 뒤통수를 치는 시늉을 했다. 둘은 그렇게 일부러 실없는 잡담을 하며 사무실에 들어갔다. 제일 먼저 반긴 것은 막내 김명호였다.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내가 고생은 무슨.”
“알긴 아네. 고생은 우리가 다 했지. 저놈이 뭔 고생한 게 있어. 그나저나 치현이 너 명호하고 사귀냐? 아주 안절부절 못하는 게 조강지처더만.”
치현의 선배인 문태경 경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낄낄거렸다. 강력 1팀에서 제일 건장한 그는 유들유들하고 틈틈이 꾀부리기를 좋아했다. 치현은 태경이 철저한 규칙준사자에 말수도 적은 양진수와 같이 일하는 것이 항상 신기했다. 역시나 진수는 별다른 반응 없이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모두가 모이자, 팀장이 말했다.
“다 왔냐? 오늘 고생들 많았다. 이만 퇴근들 해라. 오늘 일어날 일은 다 일어났다. 나머진 내일 일어날 일들이야. 그리고 치현이는 당직이지? 나가자. 라면이나 먹자.”
“네? 치현이 당직은 제가 하기로.”
“애들 얼굴도 못 본지 한참이나 된 놈이 무슨 오지랖이야. 나 돌아오기 전까지 전부 퇴근해라.”
“그리고 쟤는 라면 못 먹는데...”
“후배라고 챙기기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내 부사수였던 시절하고 딴판이다? 그래도 애들하고 제수씨가 먼저지. 아니면, 슬슬 밤이 무섭냐?”
“아 선배는 진짜, 아니 여기서 그게 왜 나와요?”
팀장은 철민의 항의를 일축했고, 태경이 거들었다. 잠복근무, 체포 도중 사망한 용의자와 본청에서 갑자기 내려온 감찰관. 강력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도 버거운 충격과 피곤의 연속이다. 모두에게 휴식이 필요하다. 팀장의 결정은 현명했다.
팀장은 치현을 서 부근의 분식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감사는 어땠냐.”
“심문이었습니다.”
“주인태였다고 들었다. 그 양반 성격이 원래 좀 그래.”
“묘하게 형수파 수사 전반을 물고 늘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용의자 사망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팀장은 말이 없었다. 그는 한동안 젓가락으로 단무지를 두드렸다.
“이유야 있지. 이번 도박장 소유주가 형수파 오야 이종철인 건 알지?”
“네, 압니다.”
“그 이종철이가 얼마 전에 쌍둥이파 밑으로 들어갔다.”
쌍둥이파는 몇 년 전부터 매스컴에서 악명을 떨친 광역 폭력조직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돈이 되는 사업이면 닥치는 대로 벌였는데, 그 방법이 폭력적이고 잔인해서 여론의 공분을 산지 오래였다.
이 말인즉슨, 쌍둥이파는 토스 잘된 배구공이라는 뜻이다. 어느 수사팀이든 간에 스파이크만 제대로 갈긴다면, 탄탄대로가 펼쳐질 터였다. 모두가 달려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그 스파이크를, 지난 몇 년간 어떤 경찰도 때리지 못했다. 간혹 지방과 해외에서 꼬리를 잡긴 했지만, 몸통은 매번 빠져나갔다.
쌍둥이파 밑으로 들어간 형수파. 형수파를 2달간 전담한 강력 1팀. 치현은 감찰관의 태도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다.
그는 날 조폭들의 빨대라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 듣습니다.”
“나도 이거 본청 동기한테서 방금 들었다. 이종철 상대로 작업을 좀 친 거 같긴 한데, 급이 좀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내가 뭔 말하는지 알겠지? 행동 조심해라. 본청 감찰실에서 너 찍은 거 같다.”
“저 같은 말단을 찍어봤자 뭘 하겠습니까. 금방 끝나겠죠.”
치현은 내숭을 떨었다. 팀장은 치현의 말을 허투로 넘기지 않았다. 그는 진지하게 경고했다.
“미끼가 꼭 물고기한테 물려야만 죽는 거 아니다. 물에 오래 있어도 죽어. 쌍둥이파로 여론이 떠든 지 한참 됐다. 슬슬 사람들 눈앞에 지렁이라도 보여줘야 모가지 보전하실 분들이 있다는 뜻이야.”
“주의하겠습니다.”
“형수파 이야기는 당분간 함구해라. 아직 본청에서도 아는 사람 몇 없다. 그리고.”
팀장은 치현의 컵에 물을 따랐다. 스테인리스 컵에 물방울이 맺혔다. 물방울들은 깊은 숨을 쉬는 것처럼 천천히 커졌다.
“아까 일, 자책하지 마라.”
“괜찮습니다. 사실, 자책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무섭습니다.”
무심결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왜 이런 헛소리가 튀어나왔을까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예 얼토당토않은 말도 아닌 거 같아서 정정하지 않았다.
“설령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모든 죽음에 네가 책임을 질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다. 해서도 안 되고. 너하고 그 용의자가.”
“김원규라더군요. 그 용의자 이름.”
“우리도 모르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
“감찰관이 알려줬습니다.”
팀장 역시 철민과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래도 그는 팀장답게, 우아하게 헛웃음 한번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마침 타이밍 좋게, 주문한 라면과 김밥이 왔다. 둘의 라면은 다른 사람들 것보다 양이 더 많았다.
“먹자.”
팀장에게서는 언제나 단단하고 따뜻한 냄새가 났다. 네가 날 밟더라도 받쳐준다는 믿음의 냄새. 밥 먹기가 창피해질 것 같았기에, 치현은 자극적인 조미료 냄새에 집중했다. 평소에는 진절머리가 나는 냄새였지만, 오늘은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치현은 천천히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