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죽음.
사람들은 언젠가 죽는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듯이 그 사람의 명예와 인생은 그 사람이 죽은 모습, 그리고 그를 추도하는 자들. 그것으로 결정이 난다고 나 또한 생각했다.
허나 이 생각은 전쟁이 일어나 하루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곳에서 통용되지는 않는 소리일 거다.
그러니 이런 생각은 안전한 우리나라의 서울에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곳에서는 괜찮다고 안심했었다.
그래, 했었다...
어느 날 서울.
벽이나 하늘, 누군가의 눈앞 등등...에 일그러짐이 생기자 몇몇은 신기함을, 몇몇은 기묘함을, 몇몇은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그들의 말로는 똑같았다.
그곳에서 튀어나온 낯선 존재에게 머리가 터지거나, 몸이 두동강이 났거나, 잘근잘근 씹혀져 끔찍한 말로를 맞게되었거나.
또한 같은 서울에 거주하는 그들의 지인도. 같은 경우였고, 그들은 추도를 받지못했으며, 처참한 모습으로 죽게되었다.
그들중에는 성실한 사람, 게으른 사람, 선한 사람, 악독한 사람...
많은 인간군상들이 있었지만 모두 똑같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고, 그들의 지인또한 죽었기에 아무도 추도하지 못하였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시대가 변하고, 통일이 이루어져 서울에 거주하는 인구가 700만명으로 줄어들어 각지로 분산된 상태였다. 한 나라의 인구 절반이 이리된 것은 아니니까 다행인 부분이기는 하지...
하지...만 그때부터 나의 생각은 근간부터 흔들렸고, 나의 가치관 또한 바뀌었다.
살아남아서 성공하는 것.
그것이 가장 명예로운 것이리라.
나는 그것을 가장 찬란했다가 가장 끔찍해진 곳에서 쓰디쓴 교훈으로 얻었다.
그렇지. 역시, 그냥 사는 것은 안된다.
그곳에서 탈출하며 불구가 된 자들은 처음에는 생환자니 뭐니 띄워졌지만 점차 소외되었고, 그곳에서 아무런 힘조차 얻지 못한 자들 또한 소외되었다.
나는... 그곳에 갇혔던 것을 보상받은 듯 불행에게 보란 듯이 성공할 것이다.
아, 힘이 뭐냐고?
특별한 능력.
그런 기괴한 일이 일어남과 동시에 서울은 아무도 들어갈 엄두를 못내었고, 구출하러간 군인들만이 죽어만 갔으며 가끔씩 소수의 인간만이 탈출하였다.
그런 와중 세계 모든 곳에서는 어느정도의 사람들이 특별한 힘을 가지게 되었고, 등급이라는 것이 생겼으며 성공의 잣대가 돈에서 돈과 등급으로 바뀌어버렸다.
필연일까. 우연일까.
서울과 여러 나라의 지옥에서 나온 자들은 많은 수가 그런 특별한 힘의 소유자였다.
뭐, 아닌 자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나도 그런 특별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목숨이 위험했기에 원거리의 기술인 활, 마법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능력들이 얻어졌고... 그런 것들이 나의 주류를 이루었기에 C급인 나한테 성공이란 요원해 보였다.
거기다 이미 세계는 안정화되었고, 종교단체들도 슬슬 여유가 생겼는지 흑마법스러운 것들과 단시간에 강해지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방도들은 사용할 시 이단으로 낙인찍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나쁜 새끼들.
예나 지금이나 맘에 안든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책은 악마를 소환하는 문양이 그려진 금서였다. 종교의 악한 힘을 규제한다는 명목으로 가한 제재 덕에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지만 그래도 얻어냈다.
나는 그들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살아남으며 성공할 것이다.
촤락...
스윽....... 또-옥.
나는 악마의 문양이 그려진 책을 펴들어 아무 페이지로 맞춘 뒤 칼로 손에 상처를 내서 피를 떨어뜨렸다.
그러자 기형의 진이 일렁이며 붉게 빛났다. 그러며 책에서 피와도 같은 색깔의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고는 땅을 파고들어가 괴상한 문양의 '진'을 형성했다.
나는 책에서 기괴한 문자가 빛나는 것을 나도 모르게 알아들었다.
「관망의 악마. 아사그. Asag」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악마. 내가 지금 소환하려는 것의 정체일 것이라 생각한다.
도인 걸까. 모인 걸까. 나는 영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부릅뜨고 있는 내게 어느 형체가 아롱거리며 나타났다. 악마를 보고선 그에게 혹여 지배당하지 않게 자신의 정보를 되뇌이며 결심을 공고히 하였다.
'나는... 안현석. C급 마궁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