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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아이
작가 : 이별
작품등록일 :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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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행복한 꿈의 세계
작성일 : 19-10-21     조회 : 366     추천 : 0     분량 : 3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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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런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꺄아!"

 

 작고 허름한 집. 썩어들어간 나무집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벌레가 득실거리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먹은 것이 올라올 것이다.

 

 "도대체 너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있기는 한 거니?!"

 

 바닥에 쓰러진 리엘을 보며 소리친 여성은 놀랍게도 그녀의 친어머니다.

 

 저 반짝거리는 머리카락, 리엘의 화려한 금발을 보더니 혀만 "칫!" 하며 찬다.

 

 "매일 먹여주고 재워주면 너도 뭐 하나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당장 나가서 빵이라도 얻어와!"

 

 어릴 적 아버지께서 집을 나가시고부터 이런 일은 종종 있었다.

 

 리엘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알겠어요 라며 짤막한 대답을 마치고 집을 나섰다.

 

 "하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았다. 하늘은 이미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을 시간이다.

 

 리엘이 자신의 치맛단을 손으로 꽉 잡았다. 분함에 눈물이라도 나왔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거기에 가볼까…?`

 

 리엘은 머릿속에 이전 가보았던 풍경을 생각해냈다. 이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듯 미소를 머금고 발걸음을 옮겼다.

 

 달리고 또 달려 향한 장소는 울창한 숲에 가려진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절벽의 끝자락. 폭포와 계절에 의해 이따금 옷을 갈아입은 나뭇잎들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또 여기에 온 거야?"

 

 그때 들려온 목소리의 출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매일같이 찾아와도 불평불만 하나 없는 소년이 나무에 걸터앉아 있다.

 

 리엘과 같은 찬란한 금발. 그녀가 가진 연녹색 눈동자와는 다르게 푸른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카일론!"

 

 "오늘은 두 번이나 찾아왔네? 무슨 일 있었어?"

 

 그저 말하는 것만으로 유혹적인 울림이다. 리엘은 생긋 웃어주었다.

 

 굵은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카일론은 그곳에서 뛰어내렸다.

 

 "그거 보여줘!"

 

 "뭐? 너 저번부터 매일 그 부탁만 하는 거 알고 있긴 한 거야?"

 

 "그래도 또 보고 싶단 말이야! 빨리, 빨리!"

 

 리엘은 자리에서 총총 뛰었다. 조르듯이 "빨리! 빨리! 빨리!" 라며 되뇌자 그는 마지못해 승낙했다.

 

 "알았어, 또 저번처럼 바닥에 드러눕지는 마."

 

 "저번에 그러고 엄마한테 엄청나게 혼났거든! 그래서 다시는 안 해!"

 

 "잘하는 짓이다."

 

 콩! 카일론은 저 바보스러운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그러자 리엘이 작은 손으로 그에게 얻어맞은 부위를 감쌌다.

 

 "흐에… 왜 때리는 거야…."

 

 "빨리 여기 와서 앉아. 또 보여줄게."

 

 "응!"

 

 뭐, 기분이 풀리는 것은 순식간이었지만 말이다.

 

 카일론의 옆에 쭈뼛쭈뼛 다가간 그녀는 같은 자리에 앉아 그의 손을 쳐다본다.

 

 사아아아. 바람이 살결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그의 손 위에서 점차 형체를 만들기 시작한 바람결은 빛이 되어 밝게 빛난다.

 

 "우와…."

 

 별빛과도 같았다. 모든 빛을 끌어모아 만든 것만 같은 작은 구체.

 

 그것이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었다. 8개의 꼭짓점이 존재하는 별이 되어 하늘에 둥실 떠올랐다.

 

 "신기해?"

 

 "응! 응! 엄청나게 신기해!"

 

 카일론에게는 별로 그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싱겁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그것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리엘을 보고 피식 웃었다.

 

 "더 만들 수 있어."

 

 "진짜?!"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난다.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부디 그리해달라는 눈빛에 반대쪽 손을 펼쳤다.

 

 두 개의 별이 만들어졌다. 공중에서 서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남녀 둘이 장단을 맞추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예쁘다…."

 

 그 뒤로는 계속 카일론이 만들어낸 것을 지켜만 본 것 같다.

 

 하늘이 어두워졌을 때 비로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빨리 돌아가야 해!"

 

 "그래, 다음에 봐."

 

 "응! 다음에 보자!"

 

 서로 짤막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리엘은 허겁지겁 달려가 한 제과점 앞에 도착했다.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아 영업 중인 것 같다.

 

 "저… 실례합니다…."

 

 문을 소심하게 열어젖히며 들어갔다.

 

 안에서 문을 닫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던 여인은 가게로 들어온 소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 리엘이잖아? 오늘도 그것 때문이야?"

 

 "아… 네, 엄마가 빵을 가져오라고 하셨어요."

 

 "으이그… 그 사람도 참 너무하시지. 마침 오늘 팔지 못한 빵이 남아있거든, 조금만 기다려줄래?"

 

 "네! 고마워요!"

 

 거의 매일같이 찾아옴에도 불구하고 뭐라 꾸짖지는 않는다. 그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구니에 빵 3개 정도를 담고 나타난 그녀가 리엘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거 가져가. 배고플 것 같은데 이건 서비스!"

 

 "우붑!"

 

 직접 입에다 빵을 물려준 그녀는 생긋 웃는다.

 

 빵을 한 무더기 받은 것도 모자라 먹을 것도 나눠준 그녀에게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빵을 입에 물고 있던 탓에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리엘은 "잘 가~." 라며 손을 저어준 여인을 뒤로하고 빵집을 나왔다.

 

 냠- 냠- 빵을 우물우물 먹으며 어두운 길거리를 걸어갔다.

 

 어차피 집에 돌아가면 제 몫은 별로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입에 물려준 빵은 뱃속에 감추기로 했다.

 

 "다녀왔습니…."

 

 "왜 이렇게 늦어?! 도대체 어디까지 나갔다가 돌아온 거야? 응?"

 

 "죄, 죄송해요…."

 

 고개를 푹 숙였다. 차마 그녀를 올려다볼 수도 없었다.

 

 만약 그런다면 매운 손이 얼굴에 다가올 것이었으니까.

 

 리엘의 손에 들린 바구니를 빼앗듯 가져간다. 3개인 것을 확인한 그녀가 웃음기를 지었다.

 

 그것도 잠시 다시금 미간을 찌푸리더니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짜악! 리엘에게 팔을 휘둘렀다. 뺨이 빨갛게 변해가자 점점 통증이 느껴졌다.

 

 "입가에 빵가루를 그렇게 묻혀놓고도 내가 모를 것 같았어?"

 

 "……죄송해요, 엄마."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아픔도 그리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기에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방으로 들어가! 꼴도 보기 싫어!"

 

 "…네."

 

 리엘은 순순히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뭐 하나 놓여있지 않은 방.

 

 바닥에 깔고 누울 이불은 없었고, 덮을 수 있을 만한 이불만 있었다.

 

 늦은 시간이었기에 곧장 드러누웠다. 이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하루가 힘들었다든지 오늘은 조금 편했다든지 를 전부 떠나, 가장 행복한 시간.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면 꼭 꿈을 꾼다.

 

 검은색 비단이 늘어진 광활한 풍경 속에서 많은 별을 만들어내는 꿈을.

 

 "절대 너의 곁을 떠나지 않을게."

 

 누군가의 것일지 모를 목소리. 꿈을 꾸기 시작하면 들려오는 달콤한 속삭임이다.

 

 낮고 굵었지만,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고도 부드럽게 감싸주듯 아름다운 울림이었다.

 

 "언젠가 나의 눈으로 네가 만든 세계를 바라볼게. 몇백, 몇천 년이 흘러버려도……."

 

 

 ****

 

 

 추위에 몸을 떨었다. 가을이 되어 서늘해진 공기를 들이마셨다.

 

 자리에서 일어난 리엘은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정리하고는 방을 나섰다.

 

 "……."

 

 큰 안방에서 자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침대, 이불, 베개까지 있어야 할 것은 전부 있었다.

 

 언제쯤 사랑받을 수 있을까? 라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아니야, 약해지지 말자. 그냥 평소대로 행동하면 되는 거야….`

 

 리엘은 잠을 자고 있는 그녀를 뒤로하고 탁자에 놓인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차가운 바람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자 부르르 떨었다.

 

 `으… 추워.`

 

 리엘은 집의 바로 옆에 잘 가져다 놓은 빗자루를 들어 올렸다.

 

 쓰윽- 쓰윽- 한번 움직일 때마다 바닥을 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목도리… 하고 나올 걸 그랬나 봐….`

 

 예상외로 너무 추워진 날씨에 감기라도 걸릴 것만 같았다.

 

 "하아…." 하고 숨을 내뱉으면 하얀 입김이 새어 나온다.

 

 `어제만 해도 따뜻했는데.`

 

 그녀는 잠깐 침울해진 자신을 돌아보았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이러면 안 돼! 나는 꼭 이곳에서 벗어나서 세계를 여행할 거니까 이런 추위에 무릎 꿇으면 안 돼!`

 

 마음을 바로잡았다. 집 앞에 떨어진 낙엽을 전부 쓸어내고는 다시 어디론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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