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교 디자인과를 1학년까지 다니다 휴학을 하고 부사관으로 지원을해 군대에 입대했다. 요즘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디자인과를 졸업하면 취직이 힘들었고 취직을 하더라도 만족할만큼의 월급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서 부사관을 선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군대에 아예 관심이 없어서 부사관이라는 것도 몰랐는데 나보다 먼저 부사관으로 입대한 승찬이가 추천을 해줘서 조금은 알게 되었었다.
나는 내가 부사관으로 입대 한다는 걸 상상도 못 했었기 때문에 승찬이가 입대하던 날에도 부사관학교 면회 날에도 승찬이를 놀렸는데 1년이 지난 뒤 하사 계급장을 단 승찬이가 부사관학교로 내 면회를 와 있었다.
“ 부사관 안 갈거라더니. ”
승찬이가 면회와서 처음으로 한 말 이었다. 나는 승찬이에게 웃는 얼굴로 몰래 손으로하는 욕을 하며 하극상을 일으킨 뒤 면회를 출발했고 무사히 임관을하고 하사 계급장을 달게 되었다.
운이 좋았는지 집 근처 부대로 들어가게 되었고 나는 정말 무난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내 생각보다 군대는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내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3년정도 지나니 자연스럽게 중사로 진급을하게 되었고 그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얼굴책엔 유명한 그룹이 있었는데 나는 재미로 그곳에 가입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서아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 그룹은 관심종자들이 모여있는 그런 그룹이었다.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그 그룹에 사진을 올렸고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그룹에서 다른 사람 사진을 구경하던 나는 서아의 사진을 보게되었고 서아의 얼굴책에 들어가니 남자친구와 연애하는 글과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정말 달달하게 연애를 하는 모습이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는데 나는 그때 이별을 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더욱 좋은 모습으로 바라봤다. 거의 매일 서아의 얼굴책에 들어가 둘이 연애하는 달달한 모습을 구경을하다보니 서아가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엄청나게 인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소와 같이 퇴근을 한 후 서아의 얼굴책을 구경하려고 들어갔는데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는 걸 보고 서아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자친구가 있을땐 적당한 선을 지키며 먼저 거절하던 서아가 남자친구랑 헤어지니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다른 남자들이 열심히 대쉬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번 더 서아가 정말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서아에게 오히려 쉽게 다가가진 않았다. 누구든지 이별을하게되면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며칠이 지나고나서 얼굴책에 사진을 하나 올렸는데 달린 댓글이 서아의 댓글이었다. 나는 왠지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고 서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실례가 안된다면 연락해도 될까요?
메시지를 보내고 서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생각보다 잘 맞았고 어느새 서아와 나는 톡 아이디와 번호까지 교환해가며 연락을 하고 있었다.
한 한달정도 연락만하다 정말 갑자기 서아와 만나자는 약속을 잡게 되었고 만나기로 약속되어있는 날에 나는 휴가를 쓴 뒤 서아가 사는 지역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서아와 나는 사는 곳도 멀었었다. 차로 거의 3시간 30분을 달려가야 했으니까 말이다. 가면서는 조금 무섭기도하고 나를 마음에 안들어할까봐 걱정도 했지만 처음 서아를 보자마자 나는 정말 오기 잘 했다고 생각을 했다.
멀리서 손을 흔들며 나에게 다가오는 서아는 연애가 아니더라도 내가 만나도 될까라고 생각 할 정도로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 안녕하세요. ”
“ 아... 네! 안녕하세요. ”
웃으며 인사하는 서아는 첫 눈에 반할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그런 서아를 나도모르게 멍하게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고 서아는 그런 날 바라보며 더욱 환하게 웃어주었다.
“ 생각보다 멀죠? 고생하셨어요. ”
“ 아니에요.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하니까 구경 할 것도 많고 좋았어요. ”
우리는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오랜만에 만난 지인처럼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간단하게 술을 마시기위해 차를 주차 한 뒤 근처 술집으로 걸어갔다.
“ 조금 급작스럽지만 이렇게 얼굴보니 반갑네요. ”
“ 네. 맞습니다. 얼굴보니 이렇게 좋네요. ”
나는 왠지모르게 긴장이되기 시작했고 서아는 내가 긴장한 걸 눈치챘는지 더욱 환하게 웃으며 내 말에 정성것 답을 해 주었다.
“ 아. 맞다. 저는 정서아라고 합니다. ”
“ 아.. 네. 저는 이준서라고 합니다. ”
우리는 다시 한번 서로에대해 소개를 했고 그 뒤로는 술은 한잔씩하며 서로에대해 궁금한 것이나 일상 이야기 등을하며 더욱 즐겁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술이 엄청 약하다. 소주를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반병정도 마시면 속이 울렁거렸으니까. 하지만 서아는 술이 엄청 쌘 것 같았다. 2병정도 마셨을 때 나는 4잔 정도 마셨고 나머지는 서아가 다 마셨는데도 얼굴에 변화가 하나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멀쩡해보였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서아는 핸드폰을 확인하며 살짝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 저 통금이 있어서 10시까지는 들어가야해요. 집이 이 근처라 걸어가도 되는데 이제 슬슬 정리하고 일어날까요? ”
“ 네. 저도 이제 더 이상은 못 마시겠어요. ”
“ 술 정말 약하시구나. 같이 못 먹는겠데요? ”
“ 네..? 아.. 네... ”
약올리는 듯 한 표정으로 말하는 서아에게 나는 맞는 말이기 때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 했고 그런 날 바라보던 서아는 내 어깨를 툭툭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 장난이에요. 준서씨는 참 좋은 사람 같아요. 나쁜 사람 같았으면 만나지도 않았을거고 직접 만나니 더 좋은 사람 같아요. ”
나는 서아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 하고 그저 웃기만했는데 나중에 서아에게 들어보니 바보같지만 행복해보이는 웃음을 짓는 내가 조금은 멍청해보였다고 했다.
“ 그럼 이제 일어날까요? ”
시계를 보니 9시 40분정도가 되어있었고 우리는 서로 짐을 챙긴 뒤 밖으로 나왔다. 서아의 집은 여기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대화를 더 나눴고 어느새 아쉽게도 서아네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서아는 집 앞에 도착하자 뒤를돌아 나를 바라보며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 방 잡았다고 하셨죠? ”
“ 네. 찜질방보다는 방 잡는게 더 나을 거 같아서요. ”
원래는 찜질방에서 자려고했지만 술을 먹으면 못 들어가는 곳도 있고 나도 불편할 것 같아서 오는길에 미리 예약을 해놨었었다.
“ 그럼 내일 아침 10시에 만나요. 톡 할게요. 안데려다 주셔도 되는데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
“ 당연히 데려다드려야죠. 서아씨 혼자는 밤길 위험해요. ”
내 말에 서아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미소를 지으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 요즘은 여자라고 위험하고 남자라고 안 위험한 세상 아니에요. 이동네는 제가 더 잘 알고요. 그리고 저 씩씩해서 괜찮습니다. ”
서아의 말에 나는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나도모르게 남자와 여자를 나누는 듯 한 말을 했고 평소에 평등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죄송해요. 저도모르게 말이 잘못나왔네요. ”
“ 아니에요. 준서씨는 나쁜의도로 말씀하것도 아니고 정확히 말하자면 이 나라는 남자보단 여자가 더 위험한게 맞으니까요. ”
“ 아직 배울게 많네요. 정말 고마워요. 서아씨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내일 봐요 우리. ”
“ 저도요. 안녕. ”
“ 안녕. ”
나는 서아와 인사를 한 뒤 예약해둔 방으로 걸어갔고 걸어가면서 아까 서아에게 말했던 것처럼 오늘 하루가 정말 즐겁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연애를 하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서아와 만난걸로도 뭔가 마음이 행복함으로 가득차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한 서아에겐 정말 배울 점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서아는 나를 만나 대화를 할 때부터 자신만의 바른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방에서 먹을 간단한 간식을사서 체크인을 한 뒤 방으로 들어간 나는 서아에게 도착했다고 톡을 보냈다.
- 저 잘 도착했어요.
도착하자마자 서아에게 톡을 보냈고 잠시 기다렸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고 나는 옷을 벗은 뒤 정리하고 씻기위해 샤워실로 들어갔다.
톡!
샤워실로 들어 간 순간 톡이 울렸고 나는 서아라고 생각하며 반가운 마음에 벗은 그 상태 그대로 다시 핸드폰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 씻고오느라 톡이 좀 늦었어요. 잘 도착하셔서 다행이에요.
- 네. 저도 이제 씻으러 가려구요. 금방 나올게요.
- 네. 다녀오세요.
서아에게 톡을 보내고 샤워실로 들어와 거울보니 나는 정말 흐믓하게 웃고있었고 최대한 빠르게 샤워를 한 뒤 서아에게 톡을 보냈다.
- 저 왔어요. 늦지 않게 들어가서 정말 다행이네요.
- 네. 부모님께서도 별 말씀 없으셨어요.
서아와 톡을하며 사온 간식을 뜯어서 먹기 시작했고 그 후로 우리는 계속해서 톡을 이어갔다. 그러던 도중 전화벨이 울려 확인하니 서아였고 우리는 새벽 3시가 넘도록 통화를하다가 서로 아침을 위해 자기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나서도 나는 한참이나 잠이 오질 않았다. 오늘 서아를 만난게 꿈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와 가치관도 비슷하고 서아처럼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처음부터 서아와 연애를 목적으로 만난 건 아니지만 오늘 서아를 만나고나니 어떤 방식으로던 서아와는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기위해 눈을 감았고 서아와 처음 만났을 때를 상상했는데 역시 서아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