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소리에 눈을 뜨시 시간은 8시 50분이었고 잠시 멍하게 앉아 잠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서아를 만나기위해 최대한 빨리 정신을 차린 뒤 간단하게 씻기위해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하고 나오니 시간은 9시 10분정도가 되어있었고 옷을 챙겨입은 뒤 밖으로 나왔다. 날이 엄청 좋아서인지 아니면 서아를 만나게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했고 나는 빵집에들러 간단히 먹을 샌드위치를 산 다음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차에 탄 뒤 서아가 앉을 자리를 정리하고 어제 기억한 서아의 집 앞으로가니 시간은 9시 40분정도가 되어있었는데 빨리나왔다는 내 생각과 다르게 서아는 이미 나와있었다.
서아 앞에 차를 세우자 서아는 차에 올라탔고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 잘 잤어요? 일찍 오셨네요. ”
“ 네. 서아씨도 잘 잤어요? 왜이렇게 빨리 나와계셨어요. ”
“ 제가 약속시간 늦는 걸 좀 싫어해서요. 그래서 항상 미리 나와있는 편이에요. ”
서아와 만날 때는 절대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차를 출발했고 어제 통화를하며 가기로 했던 바닷가쪽으로 차를 이동했다.
“ 아침 아직 안드셨죠? 간단하게 먹으려고 샌드위치 사왔어요. ”
나는 아침에 샀던 샌드위치와 우유를 서아에게 건내며 이야기했고 서아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샌드위치와 우유를 받으며 말했다.
“ 준서씨 보기보다 엄청 세심하시네요.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
“ 제가 좀 무섭게 생겼다는 말 많이 들어요. ”
나는 정말 조금 무섭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무표정으로 있으면 화난 것 같다는 말도 자주 들었고. 덩치가 조금 있는편이라 더 그런 것 같았다.
“ 에이. 아니에요. 귀엽게 생겼는데요? ”
“ 감사합니다.. ”
서아의 말에 나는 정말 들릴까 조마조마 할 정도로 심장이 크게 뛰었고 나는 그런 심장을 간신 진정시키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 준서씨도 드세요. 제가 먹여드릴게요. ”
서아는 내가 운전을하고있어서인지 샌드위치를 내 입에 넣어주었고 우리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즐겁게 바닷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 우와.. 여기 정말 좋네요. 한국에 이런 바다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
정말이었다. 나는 서해쪽에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맑고 깨끗한 바다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8월 말인데도 피서객이 있는데도 바닷물은 정말 맑았고 외국이라고해도 믿을 정도로 경치도 좋았다.
“ 좋아해서 다행이네요. 여기가 그래도 가장 많이 알려진 관광지여서 제일 맑은 바다는 아니에요. ”
“ 아. 그래요? 여기도 정말 좋은걸요? ”
서아와 나는 바닷가를 걸어다니며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맨발로 모래에도 들어가면서 추억을 쌓았고 바다에 들어가보라는 서아의 말에 나는 바지를 걷고 바다에 들어 갈 준비를 했다.
“ 여기 생각보다 물이 깊으니까 많이 들어가면 안돼요. ”
“ 네. 발만 들어갈게요. ”
바닷물은 생각보다 차가웠는데 그 시원함에 더웠던 몸이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다행이도 샌들을 신고 온 나는 바다에서 나와 간단하게 발을 씻은 뒤 다시 서아와 걷기 시작했다.
태양은 많이 뜨거웠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서 많이 덥지는 않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점심시간이 되어있었고 우리는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뭐 드시고싶은거 있으세요? ”
“ 아. 전 다 잘 먹어요. 정말이에요. ”
식탐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나는 먹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먹는 건 더 좋아했다. 먹는 걸로 행복을 느낄때가 많았고 맛있는 걸 먹었을 때의 그 행복함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 어제 서아씨가 맛있는 곳 추천해주셨잖아요. 우리 거기로 갈까요? ”
“ 아.. 원래는 수제 햄버거 먹으려고했는데 우리 아침에 샌드위치 먹어서 또 비슷한 거 먹기에는 좀 그래서요. ”
“ 저는 괜찮아요. 수제 햄버거 안먹어봐서 엄청 기대되는데요? ”
“ 괜찮아요? 그럼 거기로 가요. ”
우리는 수제 햄버거집으로 향했고 10분정도 기다렸다가 들어갈 수 있었다. 메뉴를 시키고 음식이 나왔는데 정말 티비에서 보던 것처럼 치즈가 흘러내리는 그런 햄버거를 볼 수 있었다.
‘ 이걸 손으로 어떻게 들어서 먹지...? ’
라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서아가 먼저 나이프와 포크로 햄버거를 잘라서 먹었고 나는 재빠르게 서아를 따라 잘라 먹기 시작했다.
“ 우와. 이거 진짜 맛있는데요? ”
정말 맛있었다. 거의 따로따로 먹는 느낌이었지만 따로따로가 하나로 만나면 원래 먹던 일반 햄버거보다 훨씬 더 깊은 맛이 났다.
“ 다행이네요. 처음 드셔보는거라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
“ 정말 맛있어요. 정말이요. ”
서아는 내가 맛있다고 계속 말하자 환하게 웃었고 그런 서아의 미소는 역시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 준서씨 먹는거 엄청 좋아하시네요. 행복해보여요. ”
“ 아. 좀 그랬나요? 먹는 걸 좀 좋아해서요... ”
“ 나쁜 뜻 아니에요. 아주 보기 좋아요. ”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개걸스럽게 먹었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아니었고 우리는 햄버거를 다 먹은 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조금만 걸어가면 한옥마을이 있다고해서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소화를 시키며 한옥마을을 구경했고 구경을 다 하고 난 뒤 다시 바닷가로 돌아와 카페로 들어갔다.
“ 여긴 카페도 좋네요. 바다가 다 보이고. ”
“ 그쵸? 그래서 사진찍으러도 많이와요. ”
우리는 아메리카노 두 개를 들고 바다가 잘 보이는 2층으로 올라갔고 서로의 취미나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많은 대화를 나눴다.
“ 음. 우리 이제 말 편하게 할까요? ”
계속해서 서로 극존칭을 쓰다보니 대화가 중간중간 끊켰는데 서아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조심스럽게 제안했고 나도 편하게 하는게 더 좋기 때문에 서아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 네. 좋아요. ”
내가 동의하자 서아는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그럼 이제 오빠라고 부를게요. 저보다 한 살 많으시니까요. ”
“ 아. 네. 아니. 응. 우리 서로 말 놓자. ”
“ 응. 그러자. ”
우리는 말을 놓고나서 조금 더 편하게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서아의 말을 들어보니 존댓말을 좋아하긴 하지만 하루종일 존댓말로 대화를 하니 뭔가 불편함이 있었고 서로 대화 전달도 잘 안되는 것 같았다고 했다.
“ 휴.. 이제 좀 편하다. 진작 말 놓을걸. ”
“ 그러게. 그럴걸 그랬어. ”
말을 놓고 나서는 서로 장난도 치며 우리는 더 가까워 질 수 있었고 우리는 그렇게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카페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결국 6시가 넘어서야 서로 정신을 차리고 저녁 메뉴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고 서아는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 오빠. 저녁에 회 먹을래? 바다에 왔으면 회를 먹어야지. ”
“ 난 좋아. ”
솔직히 나는 회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초고추장 맛으로 먹는게 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아가 생각한 걸 반대하고 싶지 않았고 오랜만에 회를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참고로 서아는 아직까지 내가 회를 엄청 좋아하는 줄 안다.
“ 내가 정말 맛있는 횟집 알거든. 우리 거기로 가자. ”
“ 응. 가자. ”
“ 빨리 가야해. 늦으면 한참 줄 서서 먹어야하거든. ”
서아와 나는 짐을 챙긴 뒤 차로 향했고 서아가 말한 횟집으로 네비게이션을 찍은 뒤 이동했다. 다행이도 서아는 회를 엄청 좋아하는 편이었고 횟집에 가면서도 정말 싸고 맛있는 집이라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서아 말대로 벌써부터 사람이 북적북적 거렸고 우리는 20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 회 중짜리 하나랑 사이다 한 개 주세요. ”
서아는 능숙하게 메뉴를 시켰고 나는 그런 서아가 귀여워서 잠시동안 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아의 눈은 정말 초롱초롱이란 표현이 맞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잠시 후 주문 한 음식이 나왔고 나는 양에 한번 맛에 한번 놀라게 되었다. 가격이 그렇게 비싼편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양이 엄청 많았고 다 먹으면 매운탕까지 무료로 준다고 써져있었다.
맛 또한 굉장히 좋았다. 서해에서 먹던 회보다 훨씬 신선했고 회 특유의 고소한 감칠맛도 많이나서 초고추장의 맛과 아주 잘 어우러졌다.
“ 맛있다... ”
내가 나도 모르게 맛있다고 중얼거리니 서아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흐믓하게 웃었고 나는 그런 서아를 바라보며 함께 웃어주었다.
“ 오빠. 음식은 다 좋아하는거 아냐? ”
“ 어.. 생각해보니까 맞는거 같아. 그런데 여기와서 먹은 음식들은 다 맛있어. ”
서아는 내 말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고 잠시 후 뭔가 아쉽다는 듯하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 회에는 소주를 같이 먹어야하는데. 오빠 내일 출근해야 한다고 했지? ”
“ 응. 아쉽다. 혼자 마셔도 괜찮으면 시켜서 먹을래? 나는 사이다먹으면 되니까. ”
서아 말처럼 나는 휴가를 오래 쓰지 않고 2틀만 썼기 때문에 내일은 출근을 해야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술을 먹을 수가 없었다.
“ 아니야. 다음에 또 같이 먹으면 되지. ”
서아는 밝게 웃으며 내게 말했고 나는 서아의 다음에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며 설레기 시작했다.
“ 응. 그러자. 오늘은 사이다로 만족하자. ”
최대한 지금의 상태를 숨기며 나는 서아와 사이다로 건배를 했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매운탕을 먹은 뒤 횟집에서 나와 서아 집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시간은 8시가 조금 넘어있었고 서아에게 조금 더 있다가 통금시간에 맞춰서 들어간다고하니 서아는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해야 피곤하지 않을거라면서 다음에는 자기가 서울로 오겠다고 말했다.
“ 오늘 하루도 즐거웠어. 덕분에 좋은 곳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은 것 같아. ”
“ 나야말로 오늘 정말 즐거웠어. 오빠가 만족하니 나도 기분이 좋네. ”
“ 다행이다. 얼른 들어가 모기 있다. ”
“ 응. 오빠. 운전 조심히하고 졸리면 쉬면서 전화해. ”
“ 응 안녕. ”
“ 안녕. ”
마지막으로 인사를하며 서아는 집에 들어갔고 나도 집으로 돌아가기위해 차를 타고 고속도로로 이동했다. 중간중간 휴게소에서 서아에게 톡이나 전화를하니 지루하지 않게 집에 도착 할 수 있었고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11시 30분정도 되어있었다.
- 서아야. 나 도착했어.
- 잘 도착해서 다행이네. 피곤하겠다. 빨리 자고 내일 연락하자.
- 응. 잘 자.
- 오빠도 잘 자. 고생 많았어 정말.
서아와 톡으로 인사를 한 뒤 나는 만나길 잘 했다는 생각을하며 기분 좋게 잠이 들었고 그 후 서아와는 조금 더 연락을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끊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