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오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일어나는 건 포기하고 눈을 살짝 뜨자 내 눈앞에는 천장과 링거가 보였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봐도 천장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링거로봐선 병원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최대한 몸에 힘을 주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놀란 눈을 한 어디선가 본 남자가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 의사!! 의사 선생님!! ”
그 남자의 큰 소리가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지만 왠지 그 남자의 목소리에서 날 걱정하는 듯 한 느낌이 들어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남자는 내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자 갑자기 손가락질을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 당신 뭐야! 뭐하는 사람인데 멀쩡한 사람을 살인자로 만드려고해! ”
“ 네...? ”
잘 안떨어지는 입을 겨우 열어 답을하자 남자는 어디서 났는지 종이컵을 내 입에 가져다대며 계속 큰소리로 떠들었다.
“ 물 마셔요! 물! ”
급했는지 그 남자는 거의 내 입에 물을 뿌리다시피 들이부었고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물을 벌컥벌컥 마실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게 물을 마시니 정신이 좀 돌아왔고 그 남자는 내가 물을 다 마시자 종이컵을 치운 뒤 침대 뒤에있는 손잡이로 침대를 일으켜주며 말했다.
“ 일어나도 되겠어요? 아! 말하지말고 고개만 끄덕여!”
호통치는 듯 한 그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만 끄덕인 체 침대에 의해 서서히 몸이 일어나게 되었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자 여기는 확실히 병원이 맞았다. 그것도 1인실.
어느정도 몸도 움직 일 수 있을 것 같아 몸을 조금씩 움직이자 그 남자는 내 바로 옆으로 다가와 나를 부축해줬고 내가 편한 자세를 잡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병실 안으로 들어오셨다.
“ 맘대로 일어나시면 안됩니다. 환자분 몸은 좀 어떠세요? ”
의사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남자는 다시 손잡이를 조절해 나를 눕혀줬고 나는 누운체로 의사 선생님의 말에 대답했다.
“ 머리가 좀 아픈 거 말고는 괜찮습니다. ”
의사 선생님은 내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진료를 하셨고 잠시 후 내게 무거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 아니. 위암 환자가 그렇게 몸을 무리하시면 어쩝니까. 환자분 빈혈로 쓰러진거에요. 그리고 흡연이라뇨? 담당 의사가 분명 흡연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
“ 죄송합니다. ”
“ 죄송합니다. ”
내가 죄송하다고 말하는 순간 내 옆에서도 죄송하다는 소리가 들렸고 옆을 쳐다보자 그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체 나와 같이 사과를 하고 있었다.
“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니 수술 날자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는데 일단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퇴원하고 싶으시면 퇴원하셔도 됩니다. ”
“ 네. 알겠습니다. ”
“ 식사 드리는거 왠만하면 남기지말고 다 드세요. 그리고 약도 잘 드시고 잠도 좀 주무시고요. ”
“ 네. 감사합니다. ”
의사 선생님은 그 말을 끝으로 다른 환자를 돌보러가셨고 나는 누워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니. 빠지려고 했다.
“ 괜찮은 거 맞아요? 왜 암 환자가 담배를 피워요! 그것도 하필 나한테 달라고... 아니. 그 전에 암 환자가 왜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잠도 제대로 안 자서 빈혈을 일으켜요! ”
생각에 빠지지 않아도 이 남자의 말을 들으니 어느정도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정신을 잃기 전 이사짐을 대충 마무리짓고 이 남자에게 담배를 한가치 얻어 피운 거 까지는 기억이 났으니까.
“ 데려다 주신거에요? ”
“ 그럼 눈 앞에서 사람이 쓰러졌는데 그냥 버리고 갈까요. 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
“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
내 사과에 그 남자는 힘이 빠진 것 처럼 자리에 주저 앉더니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 핸드폰도 없어.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어. 지갑도 안 들고나와서 주소도 모르고... 하루가 꼬박 지났는데 일어 날 생각도 안하고...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알아요? ”
내가 다시 생각해봐도 이 남자 말이 맞았다. 눈 앞에서 담배를 빌려 간 사람이 쓰러지니 환장 할 노릇이였을 것 이다. 신분도 모르는 생판 남인 사람이니까.
“ 이제 곧 점심 나온다는데 혼자 밥 먹을 수 있겠어요? ”
“ 네.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남자가 착한 사람인 건 분명했다. 모르는 사람인 날 도와주고 내가 일어날 때 까지 기다려준것도 모자라 물이나 침대 조절이나 이런 것도 해 줬으니까.
그리고 처음과 달리 지금은 목소리 톤이나 음량이 많이 작아져 있었다.
“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의사 선생님은 며칠 입원해있으라는데. 선생님 말 듣는 게 좋을 거 같아요. ”
“ 네. 정말 감사합니다. 번호 알려주시면 이 은혜 꼭 갚을게요. ”
내가 번호를 물어보자 남자는 손사레를 치며 고개를 저었고 자신의 짐을 챙기며 말했다.
“ 됐어요. 어려운 세상. 함께 돕고 사는거지. 돈 쓴 일도 없으니 받을 것도 없어요. 어차피 할 것도 없었는데. ”
남자는 이 말 마지막으로 인사를하며 쿨하게 사라졌고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다시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일어나지 말라니까! 빨리 누워요! ”
내가 일어나자 다시 한 번 호통을 치기 시작했고 나는 자리에 누운 뒤 고개로 인사를했고 그 남자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다시 한 번 그 남자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누워있자 아내를 만난 꿈을 꿨던던게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아내가 정말 너무 많이 보고싶었다.
잠시 누워있자 남자 말 대로 밥이 나왔고 공복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다. 저녁시간이되자 선생님이 다시 들어오셨고 나는 어느정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 몸은 좀 어떠세요? ”
“ 조금 쉬었더니 괜찮아진 것 같네요. 회사에도 전화해봐야해서 이제 퇴원하고 싶습니다. ”
“ 내일까지 쉬시지요. 어차피 병실비는 똑같이 나가고 보험에서 처리해 줄 텐데. ”
“ 아니에요. 퇴원하겠습니다. ”
내 말에 선생님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퇴원수속을 밟아놓을테니 준비되면 계산만하고 가라고 하셨고 나는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린 뒤 집에 좀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렸다.
“ 다녀오세요. 어차피 여기서 수술하실텐데 병원비 안내고 도망가시진 않을테고. 신분증하고 꼭 챙겨가지고 오세요. ”
“ 네. 감사합니다. ”
선생님이 나가고난 후 나는 대충 옷을 갈아입은 뒤 로비로 나갔고 로비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멀쩡했던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 이 카드도 안된다구요? ”
“ 네. 한도 초과세요. ”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결제를 하려는데 카드가 안되는 거 같았고 나는 은혜도 갚을 겸 그 남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 뭐가 잘 안되시나봐요. ”
그 남자는 옆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나를 바라봤고 나를 발견하고는 뭔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 어.. 아. 그.... ”
“ 다리는 어쩌다가 다치셨어요. ”
내 물음에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한 표정을 짓더니 씁쓸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 그쪽하고 인사하고 나가는 길에 오토바이랑 사고가 나서요. ”
오토바이랑 사고가 난 거 치고는 많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내 옆으로 의사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고 그를 보자마자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 왜 계속 일어나있습니까. 계단에서 넘어... ”
의사 선생님이 무언가 말 하려고 하자 그 남자는 먼저 나서서 의사 선생님께 다가가 조심하겠다고 말한 뒤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 크흠... 흠흠.. ”
헛기침을하며 다가온 그는 다시 나에게 자신이 낸다고 말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서 이번에는 내가 먼저 그의 말을 끊었다.
“ 재가 대신 계산해 드릴게요. 저를 살려주신거나 다름없으신데. ”
반가운 얼굴의 주인공은 나에게 담배를 주기도하고 나를 병원까지 데려오고 간병까지해준 그 남자였다.
“ 아니에요. 다른 카드로 결제할게요. ”
“ 제가 결제 할 수 있게 해주세요. ”
그는 끝까지 아니라고 했지만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는 사람보단 아직은 사지가 멀쩡한 위암 환자인 내가 조금 더 빨랐다.
“ 1인실 이준서입니다.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카드 가져와서 이분 것도 같이 계산할게요. ”
계산을 해주시는 분은 잠시 확인전화를 하셨고 곧 이어 밝게 웃으시며 알겠다고 대답하셨다. 나는 그 남자를 이끌고 겨우 밖으로 나왔고 그는 계속해서 계좌 이체라도 해주겠다고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 이렇게라도해야 제 마음이 편해서 그래요. 많이 부담스러우시면 집도 근처인데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사주세요. ”
내 말을 들은 그는 순간 인상을 팍 구기며 말했다.
“ 술은 무슨! 앞에서 또 쓰러지려고 그래요? ”
“ 그럼 밥으로 바꾸죠. ”
내가 씩 웃으며 말하자 그도 포기했는지 같이 웃었고 갑자기 네게 악수하자는 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하시죠. 김성환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36세고요. ”
“ 아. 네. 이준서. 33세입니다. 정말 다시 한 번 감사인사드려요. ”
그 후 성환이 형과 나는 같이 택시를타고 집으로 갔고 택시에서 서로 번호까지 교환하며 지나갈 때 마주치면 인사나 하자고 말했다.
집 앞에 도착하고 나는 성환이 형을 부축해 택시에서 내린 뒤 그에게 목발을 건내줬고 형은 잠시 한숨을 푹 쉰 뒤 나에게 말했다.
“ 어째 위암 환자가 저를 도와주는 그림이 되었을까요. 휴.... ”
“ 괜찮습니다. 그리고 형. 말 놓으세요. ”
“ 그래요. 그래.. 어서 들어가봐. ”
“ 네. 쉬세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
“ 감사는 개뿔. 난 준서 너 아니었음 집에도 못 왔어. ”
그 후 성환이 형은 집에 들어갔고 나도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 핸드폰을 확인하니 역시나 아내와 회사에서 전화가 와 있었다.
내일 연락해야겠다라고 생각 한 나는 자리에 누웠고. 누워서 서아랑 선우 사진을보며 보고싶은 마음을 달래고 있을 때 집 초인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 누구세요. ”
“ 나야. ”
목소리를 들으니 성환이 형이였고 문을 여니 목발을 짚은 형이 문 앞에 서 있었다.
“ 준서 너. 밥 잘 챙겨먹어야한다고 했는데 왠지 이대로 놔두면 아무것도 안 먹을 거 같아서 같이 저녁이나 먹으러 왔어. ”
형은 목발을 짚은 상태로 양송 가득이 무언 갈 들고 있었고 거기서는 아주 좋은 냄새가 나고 있었다.
“ 들어오세요. ”
나는 일단 음식을. 아니. 형을 집 안으로 들여보낸 뒤 내가 이사오기 전에있던 사람이 놓고 간 상을 펼쳤다.
형은 목발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은 다음 상 위에 시킨 걸로 보이는 음식을 풀어놨는데 내 생각을 해서인지 간이 강하지 않은 음식들만 있었다.
음식을 하나하나 내려놓다가 순간 내 눈에는 술이 보였고 형은 급하게 술을 뒤로 숨기며 말했다.
“ 음료수 달라니까 왠 소주를.... ”
나는 다시 한 번 만난지 얼마 안된 사람이지만 성환이 형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성환이 형은 다른 사람에대한 배려가 몸 깊숙이 베어있는 사람이었다.
“ 형. 그냥 마셔요. 저는 한잔으로 여러번 마실게요. 그래야 저녁에 잠도 잘 올 거 같고. ”
“ 그래? 그러자. 한 잔은 약주라고했어. ”
형은 숨겨놨던 술을 다시 상에 올린 후 나에게 한 잔만 따라 준 뒤 자기쪽으로 가져갔다.
형과 나는 형이 사온 음식들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나는 형에게도 조언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정도로 남을 배려한다면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이나 조언을 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형. 저 할 이야기가 있어요. ”
“ 뭔데? 해봐. ”
“ 전 가정이 있어요. 아내와 5살 아들 하나. 저는 위암에 걸렸다고 알았을 때 결심했던 게 있어요... ”
나는 그렇게 성환이 형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