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소리에 눈을 뜨시 시간은 8시였고 나는 선우가 깨기전에 급하게 알람을 꺼버렸다. 아직 곤히자고있는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준비를하기위해 먼저 간단하게 씻고 나오니 선우는 이제 곧 깨려는지 뒤척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현실을 자각하니 어제 선우와 함께 있던것이 더욱 꿈만같이 느껴졌다. 나는 선우에게 다가가 선우를 내 품에 안으며 말했다.
“ 선우야. 일어나. 이제 밥 먹으러가야지. ”
“ 우음... ”
선우는 더 자고 싶은지 내 가슴에 얼굴을 깊숙이 뭍었고 나는 그런 선우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 오늘 어린이집에서 선우가 제일 좋아하는 체육 수업있는 날 이잖아. ”
선우는 체육수업을 아주 좋아했다. 가끔 어린이집을 가기 싫다고 때를 쓸 때도 있는데 체육 수업 날은 아주 기분좋게 등교를 했다.
“ 체육...? ”
선우는 천천히 조금씩 고개를 들며 날 바라봤고 나는 그런 선우의 이마에 뽀뽀를했다.
선우는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내 품을 떠나 침대에 다시 누워 기지개를 폈고 나는 그런 선우의 다리를 열심히 주물러 주었다.
“ 간지러.. ”
뭐가 그렇게 간지러운지 선우는 몸을 배배꼬며 이리저리 움직였고 나는 선우를 번쩍 안은 뒤 세면대로 걸어갔다.
세면대에서 간단하게 선우의 얼굴을 씻겨주었고 양치질까지하니 선우는 완전히 잠에서 깼고 화장실에가서 소변을보고 나오니 나를 바라보며 기분좋게 웃고 있었다.
“ 선우야. 우리 아침 먹고 가야지. ”
“ 웅! ”
나는 선우의 옷을 갈아입히고 로션을 발라준 뒤 숙소에서 나왔고 근처 봐두었던 식당으로 선우를 데리고 갔다.
아직 이른시간인데도 사람은 많았고 우리는 자리를 잡은 뒤 아침식사를 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 아빠. ”
“ 응? 왜 선우야? ”
“ 오늘 집에 있어요? ”
선우는 내가 또 없어질까 불안했는지 내 옷을 꼭 잡으며 말했고 나는 불안해하는 선우를 위해 해서는 안되는 거짓말을하며 진정시켰다.
“ 응.. 아빠 집에 있을게. ”
“ 약속이요? ”
“ 응. 약속. ”
나는 선우와 약속은 한 뒤 아침을 먹였고 9시가 다 되어가서야 어린이집에 등원 시킬 수 있었다. 선우는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나를 꼭 껴안고 있었고 나는 그런 선우의 머리를 쓰듬은 뒤 들여보냈다.
선우를 들여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혼자서 생각에 잠겼다. 요즘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정말 살고싶었고 살 수 있을거란 기분이 들었다.
생각난김에 나는 핸드폰으로 위암 환자의 생존률과 항암치료 과정등을 찾아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3기에서 완치 판정을 받은 내용이 있었다.
그 글을보며 나는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고 암에서 생존 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카페에 가입을했다.
그곳엔 많은 정보가 있었고 나는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노트에 적으며 다시 한번 꼭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것 저것 알아보고 나니 뭔가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졌다. 살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이미 잘 살고있는 사람들을보니 나 역시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누워있으니 잠이 오기 시작했고 나는 낮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나 이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고 확인해보니 팀장님에게 전화가 오고 있었다.
“ 네. 팀장님. ”
“ 어. 그래. 몸은 좀 어떤가? ”
“ 괜찮습니다. 이제 수술날자도 얼마 안 남았으니 그동안은 푹 쉬려고요. ”
“ 그래. 잘 생각했네. 회사에는 내가 잘 말해두었으니까 걱정하지말게나. 퇴직 수당은 계속해서 나갈거고. 퇴직금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게 조치해놨네. ”
“ 감사합니다. 팀장님. ”
역시 믿을만한 사람이었다. 자기 일도 아닌 일에 먼저 나서서 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 감사하긴... 꼭 완치해서 출근이나하게. ”
“ 네. 팀장님. 꼭 완치해서 돌아가겠습니다. ”
“ 그래. 그럼 난 끊겠네. ”
팀장님과 전화를 끊고나니 잠이 깨버렸고 나는 이대로 집에서 쉬는 것 보단 간단하게 운동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충 겉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자 아침이라 그런지 날은 제법 쌀쌀했고 나는 근처 공원으로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그동안 바빠서 보지 못 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하며 공원을 걸어다녔다.
잠시 후 얼마 걷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몸이 지치기 시작했고 나는 근처에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몸을 쉬었다.
핸드폰을보니 시간은 10시 30분정도가 되어있었고 자리에 앉아 주위를 구경하니 평일인데도 많은 가족들이 공원에 놀러와있었다.
아이와 강아지를 데리고 공원에 온 부부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와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곳에는 연인이로 보이는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 한가로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하루라도 빨리 저들처럼 되고 싶었다. 아내와 선우와 함께 이곳에와서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예전에는 일에 치여 여행도 제대로 가지 못 했으나 이제는 마음이 바뀌었다.
5분이 지나 의자에서 일어 난 순간 어제보다 더 심한 고통에 나는 쓰러지다싶이 다시 의자에 앉게 되었고 고통을 참기위해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주머니를 뒤져 약을 찾아봤지만 아침에 약을 먹었기 때문에 약을 챙겨오지 않아 주머니엔 핸드폰과 지갑 밖에 없었다.
앉아서는 못 버틸 거 같아 나는 의자에 누웠고 몸을 웅크린 체 고통을 참고 있었다.
“ 끄으... ”
어제보다 극심한 고통이 계속해서 나를 쪼여왔고 나는 주위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족도 연인도 아직 근처에 있었는데 나는 말 조차 나오지 않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 아빠. 저 아저씨 의자에서 자요! ”
초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가 나를 가르키며 말했고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손을 내리며 아이를 혼내듯이 말했다.
“ 엄마가 아무에게나 손가락질 하지 말라고 했지. 그건 예의가 없는거야. ”
아이는 엄마의 꾸중을 듣고는 손가락을 내리고 다시 강아지에게 다가갔고 나는 제발 나를 발견해달라고 살려달라고 그들에게 마음속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 여기서 주무시는 분인가? ”
아이 엄마가 아이 아빠에게 말했고 아이 아빠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있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응? 아닌거 같은데.. . 어? ”
아이 아빠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 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천천히 걷던 아이 아빠는 내게 가까이 올 수록 급하게 뛰어오기 시작했다.
“ 저기요! 괜찮아요? 여보! 119에 신고해. 빨리! ”
내가 쓰러져있는게 보인건지 아이 아빠는 내게 가까와 날 흔들며 말했고 내가 고통스러운 표정을하며 대답을 못 하자 아내에게 신고를 해달라고 말했다.
아이 엄마는 아이 아빠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119에 신고하려는 듯이 핸드폰을 들었고 주위가 소란스러워지자 연인도 내쪽으로 다가왔다.
“ 무슨 일 있으세요? ”
“ 이분이 갑자기 쓰러지셔서요. ”
연인 중 여자가 아이 아빠에게 말을 걸었고 아이 아빠는 자신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크게 설명하지는 못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점점 더 몸을 웅크렸고 연인중 남자는 갑자기 차 쪽으로 뛰어가더니 여자를 놔두고 공원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남자의 차와 구급차가 같이 공원으로 들어왔고 구급대원이 내 앞으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 괜찮으세요? ”
구급대원이 날 바라보며 큰소리로 말했지만 난 그 말에 대답을 못 한체 기절을 하게 되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고 내 팔에는 링거가 꽂혀있었다. 겨우 몸을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나자 불이 꺼져있는 1인실 침대에 나 혼자 덩그라니 앉아있었다.
불을 켜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했지만 몸은 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벨을 눌러 간호사를 불렀다.
잠시 후 뛰어오는 소리와 함께 불이 커졌고 간호사 분과 어디서 많이 봤던 의사로 보이는 여자분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 이준서 환자분. 혼자 다니시면 안돼요. ”
의사 선생님은 내게 다가오시며 말씀하셨고 간호사분은 내 몸 여기저기를 체크하며 나를 다시 침대에 눕혀줬다.
“ 일어나고 싶으시면 여기 버튼 누르세요. 그럼 침대 올라갈거에요. ”
간호사분은 친절하게 말씀하신 뒤 밖으로 나가셨고 의사 선생님은 내게 가까이 다가오시며 말을 이어가셨다.
“ 안녕하세요. 그때 제대로 감사인사도 못 드려 아쉬웠는데 이렇게 만나뵙게 되네요. ”
나는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을 하기위해 잠시 생각에 빠졌고 잠시 후 기억이 났다.
“ 그때 카페에서.. 아이 엄마... ”
“ 네. 맞아요. 그때는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아까 들어오시는 거 보고 담당 선생님께 제가 맡겠다고 말씀드리고 오는 길이에요. ”
알고보니 내가 쓰러져서 실려 올 때 선생님은 나를 보셨고 저번에 진료를 받았던 같은 암 담당 선생님께 말씀을 드린 뒤 나에게 오셨다고 했다.
“ 아.. 네.. ”
“ 쓰러져서 오신게 오늘이 두번째라면서요? 암 환자분이 혼자 다니시면 안돼요. ”
“ 네. 죄송합니다. ”
내가 사과하자 의사 선생님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셨고 잠시 진료 기록을 본 후 말씀하셨다.
“ 이준수 환자분 수술은 제가 하기로 했어요. 저도 그때 시간이 비어있고 은혜를 입었으니 어떻게해서든 갚고 싶어서요. ”
“ 감사합니다. ”
“ 저 이래뵈도 꽤 유명한 의사에요. 특히 암 쪽에서는요. ”
난 아직 뭔가 멍한 기분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내가 자신을 못 믿는다 생각하셨는지 내게 몇 장의 진료 기록을 보여주셨고 그 진료 기록에 남아있는 모든 암 환자는 수술을 성공한 듯 보였다.
“ 제가 꼭 완치 하실 수 있게 노력할게요. 수술 날자는 동일하시구요. 뒤로 더 밀 수는 없어요. 오늘 촬영을 해보니 다른 장기쪽으로 전이가 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
“ 많이 안 좋나요...? ”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셔서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내 걱정스런 물음에 선생님은 내게 진료기록을 보여주셨다.
“ 마음 같아선 오늘이라도 바로 수술해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게 정말 아쉽네요. ”
“ 아.. 네. 물론 다른 분들도 계시니까.. ”
내 말에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셨고 잠시 수술 설명을 더 해주신 뒤 저녁에 다시 오겠다며 밖으로 나가시며 말씀하셨다.
“ 계속 입원해계시는 게 좋을거에요. 그래야지 상황에 바로바로 대처 할 수 있으니까요. ”
“ 네. 알겠습니다. ”
밖으로 나가시던 선생님은 뭔가 기억이 나셨는지 다시 병실로 들어오셨고 서랍을 열어 내 핸드폰과 지갑을 보여주시며 말씀하셨다.
“ 저녁에 상태보고 짐도 싸가지고 오시는게 좋을거에요. 아. 간병하실 분도 필요해요. 가족분이나 아니면 전문 간병인을 구하셔야 할 거에요. ”
“ 네. 감사합니다. ”
선생님은 그 말을 끝으로 병실 밖으로 나가셨고 나는 아까 간호사분이 갈려주신 것 처럼 버튼을 눌러 침대를 의자처럼 만들었다.
서랍에서 핸드폰을꺼내 확인하니 승찬이와 성환이형에게 전화가 와 있었고 나는 먼저 아내에게 톡을 보냈다.
- 선우에게 오늘 들어간다고 했는데 못 들어 갈 거 같아. 설명 좀 잘 해줘.
톡을 보내고 잠시 기다렸지만 아내에게서 답장은 오지 않았고 나는 성환이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 아. 형. 전화하셨어요? ”
“ 응. 저녁이나 같이 먹으려고했지. ”
역시 형은 밝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고 나는 잠시 고민을하다 형에게 대답했다.
“ 형. 저 또 쓰러져서 지금 병원이에요. 앞으로 병원에 있어야 할 거 같아요. ”
“ 뭐?! 어디 병원? 그때 그 병원? ”
“ 네. ”
내가 쓰러졌다고 말하자 형은 또 다시 목소리가 커졌고 같은 병원이냐는 말에 대답을 함과 동시에 전화가 끊어졌다.
다시 전화해도 형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정확히 10분 정도가 지나자 목발을 짚은 형이 급하게 병실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