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목발을 짚은 상태로 정말 빠르게 뛰어오듯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그런 형의 압도적인 모습에 잠시 뒤로 물러났다.
“ 괜찮아?! 어때? 응? 왜 대답을 못 해?! 많이 아파? 대답 못 할 정도로? ”
형은 뛰어오느라 힘들었는지 헥헥거리며 나에게 무슨 랩을 쏟아밷듯 큰 소리로 소리쳤고 나는 언제 대답을 해야 할 지 몰라 잠시 말을 못 하고 있었다.
“ 말을 못 할 정도로 아픈거야? 선생님 불러줘?? ”
형은 목발을 짚었는데도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버튼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뛰어갔고 나는 다행이 버튼을 누르기전에 형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 아니에요. 형. 괜찮아요. 형 말이 너무 빠르셔서 대답을 못 하고 있었어요. ”
형은 내 대답에 기운이 빠졌는지 힘 없이 의자에 앉았고 목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 형한테 바로 연락을 했어야지. 어디 다치거나 그러진 않았어? 저번에 너 쓰러진거보니까 다칠 수도 있겠던데. ”
“ 괜찮아요. 의자에 앉아있다 쓰러진거고 주위 사람들이 도와줬어요. ”
그러고보니 나를 도와주신 분들에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 한 상태였다. 나는 저녁에 선생님이 오신다고했으니 그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형은 보고 웃으며 말했다.
“ 아니. 발도 아프신 분이 왜 오셨어요. ”
“ 그럼 또 쓰러졌다는데 발 뻗고 집에 누워있냐? 휴... 얼마나 놀랐는지.. 겨드랑이 아파 죽겠네... ”
“ 고마워요. 형. ”
나는 형에대한 고마움으로 밝에 웃으며 형에에 고맙다고 인사했고 형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 웃지마 인마. 정 들어. ”
“ 이미 정은 든 거 같은데요? ”
예전에도 느낀거지만 알게된지 며칠 안된 형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나를 위해 이렇게 뛰어와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내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 그래. 그러니까 이 정 쭉 이어가자. ”
“ 네. 형. 정말 고마워요. ”
형은 내 말에 웃음으로 대답했고 갑자기 메고 온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 너 점심도 안먹었지 너랑 저녁 먹을라고 미리 사놓길 잘 했다. ”
형이 꺼내놓은 것은 죽이었다. 형은 침대에있는 상을 펴고 죽을 그 위에 올려놓았고 감동받아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있는 나에게 수저와 젓가락을 주며 말했다.
“ 먹여줘? ”
“ 아..! 아니요! 제가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
나는 형에게 숟가락을 받은 뒤 죽을 한수저 떠서 먹었고 죽은 간이 밍밍했지만 정말 그 어떤 죽보다 맛있었다.
“ 너 입원해있어야하면 짐도 싸와야 할 거 아냐. 필요한 물건이랑 비밀번호 알려주면 내가 이따가 싸가지고올게.”
“ 아니에요. 형. 제가 하면돼요. ”
“ 아픈 애가 어딜가. 그냥 있어. 뭐 안 훔쳐갈테니까. 걱정하지말구. ”
형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식탁에 생수통을 내려놓으며 말했고 종이컵을 꺼내 물을 따라주었다.
“ 아니에요. 제가 챙겨야 할 물건이 있어서요. ”
사실 그런건 딱히 없지만 형을 시키고 싶진 않았다. 작가라면 마감도 그렇고 평소에 할 일이 많을텐데 이정도로 날 도와줬다면 분명 형에게 어느정도 피해가 갔을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 으휴... 그럼 같이가. 혼자는 못 보내겠다. ”
“ 네. 형 감사해요. ”
“ 그놈에 감사하단 말 좀 그만해라. ”
더 이상 거절하면 그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나는 형에게 알겠다고 대답했고 형은 작게 고집불통이라고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 형. ”
“ 왜? ”
형은 죽을 먹고 있던 내가 자신을 부르자 나를 쳐다봤고 나는 죽을 한 입 먹은 뒤 형에게 말했다.
“ 죽 정말 맛있어요. ”
“ 당연하지. 사 온건데. ”
형은 내가 같이 간다고 했던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장난치는 듯이 툭툭 말을 내뱉었고 나는 형에게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하려다 이번엔 진짜 욕을 먹을까봐 궁금하던 것을 질문했다.
“ 형. 안 바빠요? ”
“ 너 설마. 내가 바쁠까봐 같이 간다는 거야? ”
형은 내 질문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고 나는 빠르게 고개를 좌우러 움직였다. 형은 날 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
“ 이미 세이브 원고까지 다 보낸 상태야. 완결까지 미리 다 써놨다고. ”
“ 와... 형 대단하네요. ”
“ 그러니까. 부담가지지말고 말해. 나 시간 많으니까
”
“ 네. 형. ”
형은 그 후 죽이나 마저 먹으라며 잠시 밖으로 나갔고 죽을 다 먹고 난 후에야 다시 들어왔다.
시간은 4시정도가 되어있었고 형은 잠시 편집자를 만나야 한다며 이따가 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밖으로 나갔다.
형이 나가고나서 얼마 지나지않아 간호사분이 다시오셔서 내 몸을 체크했고 나는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 저기. 혹시 저 도와주신 분들은 바로 가신건가요? ”
간호사분는 내 말에 잠시 생각하시는 듯 하시더니 이내 밝게 웃으며 답해주셨다.
“ 네. 어떤 남자분이 같이 구급차를 타고 오셨는데 도착하니 가봐야한다고 먼저 가셨어요. ”
“ 아... 네. 그렇군요. 혹시 연락처 같은 건 안 남겨놓으셨나요? 사례라도... ”
“ 네. 그냥 가셨어요. ”
간호사분는 내 말에 정말 성의있게 대답해주신 후 밖으로 나가셨고 나는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조금 묘했다.
잠시 후 핸드폰 진동이 울려 확인하니 승찬이었고 전화를 받으니 조금 짜증이나있는 듯 한 승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왜 이리 연락이 안돼? ”
“ 어.. 미안. 나 잠깐 쓰러져서 입원했어. ”
“ 뭐? 어디 병원이야? ”
승찬이는 내가 쓰러졌다는 말에 놀랐는지 목소리가 커졌고 내가 병원 이름과 호수를 을 말하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승찬이와 전화가 끊키고나서 잠시 자리에 앉아 방금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던 것 같아서 멍해져있을 때 승찬이가 병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 괜찮아? 선생님이 뭐라셔? 당장 수술해야한다고하셔? 어? 뭐라고 말 좀 해봐! ”
승찬이 역시 내가 대답 할 시간을 주지 않고 랩을 내뱉듯이 빠르게 말을했고 나는 손을 들어 승찬이를 멈춘 뒤 말을 했다.
“ 수술 날자는 그대로고. 몸은 괜찮아. 퇴원 안 하고 병원에 있으려고. ”
“ 휴... 야. 내가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다. ”
“ 왜 이 근처에있어? 너 회사 다른 곳 이잖아. ”
“ 나 거래처랑 미팅중이었거든. ”
승찬이의 말을 들은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승찬이 말 대로라면 거래처와 미팅중에 나에게 온 것이니까. 놀란 내가 뭐라고 하려하자 승찬이는 내 말을 먼저 끊으며 말했다.
“ 걱정하지마. 거의 끝나가는 상태였고 내가 없어도 되는 자리였어. ”
“ 야. 그래도.. ”
승찬이는 소규모 기업의 사장이었다. 10명정도되는 직원을 둔 회사였고 소기업 치고는 나름 유명한 기업이었다.
“ 신경쓰지마. 그보다 몸 상태는? ”
승찬이는 별거아니란 듯이 말하며 내 옆에 앉았고 내 몸 상태를 묻는 승찬이에게 나는 지금까지 있던 일들을 다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담배 이야기는 빼고.
승찬이는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고 성환이형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그 분이 정말 좋은 분이시네. ”
“ 응. 성환이형 정말 좋은 사람이야. ”
승찬이는 그 후에도 형에 대한 칭찬을 끊임없이 하기 시작했고 이따가 온다는 말에 꼭 만나고 간다는 말을 하며 자리에 앉아있었다.
“ 그 분은 작가시라고? ”
“ 응. ”
“ 다행이다. 내가 자주 못 봐서 걱정했는데. ”
“ 내가 애냐. ”
“ 넌 지금 애보다 못해. ”
승찬이의 말에 조금 욱 했지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 이었다. 지금은 혼자 움직일 수 있지만 불안했고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정말 애보다 못 한 상태가 되니까.
“ 서아한테는 아직 말 안했지? ”
“ 응.. 이제와서 말 하기도 뭐하고. 며칠전에는 서아에게 큰 상처 주고왔다. ”
“ 휴.. 못난놈. 넌 다 나으면 서아한테 정말 잘 해야해. ”
“ 알지. 그래서 다 낫기만하면 좋겠다. 정말. ”
“ 잘 될 거야. 걱정하지마. ”
승찬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시간은 금방 흘러갔고 시간을보니 6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잠시 후 식사가 도착했고 내 오늘 저녁은 죽이었다. 그것도 알갱이 하나없는 그냥 죽.
입맛은 그닥 없었지만 도깨비같은 눈을하고 바라보는 승찬이 때문에 나는 그릇을 싹 비웠고 승찬이는 내 대신 그릇을 가져다놔주었다.
7시 정도가되자 성환이형이 돌아왔고 형은 양 손에 음료수를 잔뜩 들고 들어왔다.
“ 나 왔다. 어? 손님이 계셨네? ”
성환이형은 음료수는 자랑하듯 들고오다 승찬이를 보고 손을 내렸고 승찬는 형을 보자마자 거의 90도로 인사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 안녕하세요. 준수 친구. 이승찬이라고 합니다. ”
“ 아. 네. 김성환입니다. ”
승찬이의 인사에 형은 같이 인사를 했고 둘은 악수를하고 난 뒤 조금은 어색하게 자리에 앉았다.
“ 얘기 많이 들었어요. 가장 친한 친구분이라구요. ”
“ 네. 저도 준수 많이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
승찬이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형은 아니라며 승찬이에게 음료수 한병을 건내줬다.
“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
승찬이는 형이 준 음료수를 한번에 다 마신 뒤 자리에 내려놨고 다시 침묵은 시작되었다. 나도 이런 분위기는 오랜만이기 때문에 잠시 멍하게 가만히 있다 둘 다 공복상태라는게 떠올라 형과 승찬이에게 말을 꺼냈다.
“ 형. 아직 식사 안하셨죠? 승찬이 너도 아직 안 먹었잖아. ”
“ 응. 편집자가 같이 먹자고했는데 너랑 먹을 수도 있어서 일단 그냥 왔어. ”
“ 그래요? 그럼 두 분이서 식사하고 오세요. 전 의사 선생님이 오신다고해서요. ”
내 말에 형은 잠시 승찬이를 바라봤고 승찬이가 형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승찬이에게 말했다.
“ 같이 식사하러 가실래요? 지하에 식당 있더라구요. ”
“ 네. 좋습니다. ”
잠시 후 형과 승찬이는 식사를 하러가겠다며 밖으로 나갔고 나는 인사를 한 뒤 저녁 식사와 함께 가져다 준 약을 먹었다.
약을 먹고 20분 정도 앉아있자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나는 촬영을 하기위해 침대에 올라가 있는 상태로 촬영실로 이동했다.
형과 승찬이에게 미리 연락을 안 해놓은게 마음에 걸려 간호사분께라도 말씀 좀 전해달라고 하려는 순간 내 눈앞에 형과 승찬이가 지나가고 있었다.
“ 어? 너 어디가? ”
“ 그러게. 준수야. 너 어디가? ”
형과 승찬이는 동시에 날 발견했고 나에게 다가왔다. 다행이 간호사분이 잠깐 멈춰주셨고 나는 형과 승찬이에게 촬영을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 저 촬영 좀 하고 올게요. 바쁘시면 두 분 다 들어가셔도 돼요. 연락 할게요. ”
“ 어. 우리 술 한잔 하러가기로 했어. ”
“ 응. 갔다가 아침에 다시 올게. ”
형과 승찬이는 어느새 친해졌는지 같이 술을 마시러간다고 말했고 형은 아침에 다시 온다며 그때 짐을 가지러 가자고 했다.
나는 둘이 친해진게 다행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먼저 가겠다며 인사를 한 뒤 출구쪽으로 걸어갔다.
둘을 보내고 난 뒤 나는 촬영을 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할 촬영는 많았지만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간호사분은 내가 일어날 때나 촬영 할 때 내가 최대한 편할 수 있게 케어를 잘 해주셨고 나는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난 후 의사 선생님은 금방 결과가 나오는 것 들은 듣고 가라고했고 나는 잠시 앉아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핸드폰 알람음이 울렸고 확인하니 암 환자들이 모인 카페에 가입승인이 되었다고 써져있었다.
나는 질문을 하기위해 인터넷에 접속해 카페에 들어갔고 글을 쓰려는 순간 아까와는 다르게 어두운 표정을 한 의사 선생님이 밖으로 나오셨다.